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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25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광룡기 225화

 

225화

 

 

 

 

 

 

 

 

유철상은 최대한 침착하게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시오?”

 

“흑마련의 무사인가?”

 

짙은 감색 옷이 흑의로 보인 듯했다.

 

유철상은 고개를 반쯤 돌린 채 대답했다.

 

“그렇소.”

 

반호조는 유철상을 유심히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혈해방의 무사들이 있는 곳에는 왜 가는 거지?”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가 왔다고 해서 만나보려는 것이오.”

 

“그래?”

 

반호조가 머뭇거린 사이, 유철상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럼, 수고하시오.”

 

그런데 그가 건너편 골목 안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가만? 흑마련 복장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반호조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으며 유철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봐, 잠깐 기다려라. 물어볼 게 있다.”

 

유철상은 못 들은 척 그대로 골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등 뒤에 대고 반호조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거기 서라니까?”

 

반호조 곁에 있던 네 명의 경비무사 중 두 사람이 유철상이 사라진 골목길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거기 서라! 당주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가!”

 

이를 지그시 악문 유철상은 그 말을 뒤로하고 날듯이 달렸다.

 

뒤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상한 자다! 잡아와!”

 

골목을 나온 유철상은 마을 뒤쪽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다행히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골목에서 두 명의 경비무사가 나오며 유철상의 뒤를 향해 달려왔다.

 

유철상은 그들이 또 소리치기 전에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오?”

 

유철상이 갑자기 멈춘 것이 의외인 듯, 두 명의 경비무사는 더 이상 소리치지 않고 유철상에게 다가왔다.

 

“왜 멈추라는데 멈추지 않은 것인가?”

 

“나에게 한 소리가 아닌 줄 알고…….”

 

유철상은 말을 길게 끌고는, 두 경비무사가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몸을 홱 한 바퀴 돌렸다.

 

두 경비무사가 멈칫한 순간,

 

번쩍!

 

검광이 번쩍이며 두 경비무사의 몸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동시에 유철상은 곧바로 경공을 펼쳐 신형을 날렸다.

 

그가 막 마을을 벗어나려는 순간, 누군가가 옆쪽에서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뻗어내는 장력에는 바위도 부서뜨릴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었다.

 

절정고수의 장력.

 

유철상은 홱 몸을 돌리며 쌍장을 휘둘렀다.

 

쿠궁!

 

두 사람의 기운이 마주치며 둔중한 굉음이 허공을 울렸다.

 

유철상은 그 힘을 이용해 오장을 더 날아갔다.

 

그러나 공격자는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어딜!”

 

짧은 외침과 함께 또 한 사람이 유철상을 향해 쇄도했다.

 

그의 손에서 달빛을 받은 검광이 번뜩인다.

 

유철상은 곧 자신을 공격한 두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토루에서 나온 자들, 잠풍련의 무사들이었다.

 

“네놈은 누군데 경비무사들을 죽인 거냐?”

 

상황을 짐작한 유철상은 이를 악물었다. 아마도 자신이 경비무사를 죽이는 걸 본 모양이었다.

 

‘제길!’

 

공력을 팔성까지 끌어올린 유철상은 검을 뽑아 들고 잠풍련의 무사를 향해 벼락처럼 내려쳤다.

 

찰나, 강력한 검세가 부딪치며 어둠을 찢어발겼다.

 

쩌저정!

 

침묵에 잠긴 마을을 한순간에 깨울 만큼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장력을 펼쳤던 자가 다시 달려들었다.

 

유철상은 구성의 공력을 끌어올린 채 두 사람을 몰아붙였다.

 

순식간에 오 초의 공방이 오갔다.

 

개개인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듯, 공수가 완벽히 조화된 합공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는 일.

 

유철상은 전 공력을 끌어올려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의 합공이 그의 아래가 아니라지만, 그는 최근 수많은 격전을 치른 터였다.

 

그것도 그에 못지않은 고수들과!

 

생사를 가르는 실전의 경험유무. 그 차이는 작으면서도 컸다.

 

따당! 쩌저정!

 

검과 검이 부딪치고, 장력이 터져 나가며 대기가 진저리쳤다.

 

실낱 하나 차이로 머리를 훑고 지나가는 검기!

 

유철상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지나가는 검의 궤적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찰나의 틈에 검을 밀어 넣어 검을 든 자의 심장을 그대로 갈랐다.

 

서걱!

 

“허억!”

 

억눌린 신음과 함께 검을 든 자가 무너진다.

 

유철상은 검을 내지르던 그대로 몸을 다섯 자가량 띄웠다.

 

순간, 바위도 으스러뜨릴 것 같은 장력이 등을 스치며 지나갔다.

 

등이 불에 댄 듯 화끈거리며 먹먹했다.

 

하지만 그는 홱, 몸을 바람개비처럼 돌리고는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뻗었다.

 

쭉 석 자가량 뻗은 검강이 상대의 목을 파고들었다.

 

“크억!”

 

단숨에 두 사람을 거꾸러뜨린 유철상은, 비틀거리며 무너지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신형을 날렸다.

 

절정에 달한 고수들의 격돌음이 어둠을 찢어발기며 울려 퍼졌다. 곧 마을이 깨어날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는 길만이 그가 살길이었다.

 

삐이이익!

 

마을 쪽에서 호각 소리가 길게 울린다.

 

“수상한 자가 침입했다! 잡아라!”

 

자신을 잡으라는 외침도 들려온다.

 

유철상은 등이 얼얼했지만, 입술을 깨물고 전력으로 경공을 펼쳤다.

 

 

 

4

 

 

 

산줄기를 타고 밤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산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대웅은 그것이 결코 새소리가 아님을 바로 눈치챘다.

 

“호각 소리 같은데요?”

 

신기영은 그 말에 바짝 긴장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 나가봅시다.”

 

두 사람은 동굴을 나가 소롯길 근처에 몸을 숨겼다.

 

유철상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반 각도 되지 않아서였다.

 

신기영이 먼저 길 저편에서 나타난 유철상을 알아보았다.

 

“유 대협, 여깁니다!”

 

유철상은 다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호각 소리가 울린 것 같은데요.”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들켰다. 으음…….”

 

말을 하던 유철상이 비틀거리며 나직한 신음을 토해냈다.

 

신기영은 황급히 유철상을 부축했다.

 

그때 언뜻 유철상의 등 쪽 옷이 찢어진 게 보였다.

 

“괜찮……. 헛.”

 

유철상의 등을 본 신기영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옷만 찢어진 게 아니었다. 등이 퉁퉁 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철상은 이를 악물고 몸을 세웠다.

 

“시간이 없다, 빨리 가자.”

 

“예? 예.”

 

대웅이 등을 내밀었다.

 

“제 등에 업히십시오.”

 

유철상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나중에 내가 쓰러지면 업어라. 놈들이 쫓아오기 전에 가자.”

 

유철상은 숨을 몰아쉬고 걸음을 옮겼다.

 

비록 등의 부상이 심하긴 해도 초절정의 무위를 지닌 그다. 대웅이 업고 가는 것보다는 빨랐다.

 

그런데 십여 리를 달렸을 때였다.

 

“으음…….”

 

유철상이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대웅도 지친 상태. 신기영이 재빨리 부축하며 말했다.

 

“제게 업히십시오.”

 

“아직은…….”

 

“고집 피우실 때가 아닙니다, 유 대협. 어서요.”

 

유철상은 마지못한 듯 신기영의 등에 업혔다.

 

신기영은 유철상을 업은 채 두 발을 바쁘게 놀렸다.

 

삐이이익! 삐이익!

 

호각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오 리는커녕 그 반도 안 될 것 같았다.

 

‘제발! 두 다리야, 나 좀 살려다오!’

 

그렇게 말이 있는 곳에 이르자 유철상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말을… 계곡 밖으로 쫓아내라.”

 

“예?”

 

“놈들이 말을 쫓아가게 만들어. 그리고 우리는 방향을 틀어 산으로 올라가자.”

 

신기영은 그제야 유철상의 말을 알아듣고 대웅에게 말했다.

 

“이봐, 말의 엉덩이를 걷어차 버려.”

 

대웅이 세 마리 말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찼다.

 

히히히힝!

 

깜짝 놀란 말들이 앞발을 치켜들더니 계곡 밖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두두두두…….

 

캄캄한 밤. 말발굽 소리가 계곡을 울렸다.

 

그사이 신기영은 유철상을 업고 대웅을 따라 산 위쪽으로 뻗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숲 속으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십 명의 무사들이 나타났다.

 

“놈이 말을 타고 도망친다! 쫓아라!”

 

무사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곧장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5

 

 

 

침입자로 인한 소란은 마을에 있던 모든 사람을 깨웠다.

 

위지호천이나 경충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충문은 위지호천을 불러 상황을 물었다.

 

“잡았나?”

 

“놓쳤습니다. 세 마리 말을 발견했는데, 놈들이 타고 있지 않았다 합니다. 근처를 뒤지고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침입자의 정체는?”

 

“아무래도 정천무림맹 놈들이 우리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설령 우리의 위치를 알았다 해도 공격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놈이 우리의 계획을 알아냈을 확률은?”

 

“장원으로 접근하다 발각되었다고 하니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거네. 검운장의 상황은 계속 파악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곳뿐만이 아니라 안휘 쪽에서 내려오는 요지에도 정보원들을 깔아놨습니다. 놈들의 무력에 변화가 생긴다면 즉시 알 수 있을 겁니다만, 아직까지는 어떤 보고도 없었습니다.”

 

“보고가 없었다? 그럼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말이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기껏 항주 인근의 무사들을 끌어모으는 정도일 것입니다. 최근 들어온 정보로는, 흑도 방파가 검운장을 위해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위지호천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맺혔다.

 

경충문도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피식 웃었다.

 

“훗, 정천무림맹도 다급해졌군. 그런 자들의 힘을 빌리려 하다니.”

 

위지호천은 짐짓 걱정된다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으며 어깨를 추켜올렸다.

 

“그래도 숫자가 수백 명이나 될 텐데, 최소한 본 방의 무사 열 명은 막아내지 않겠습니까?”

 

“후후, 열 명은 무슨… 묵운백령 다섯이면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거네.”

 

위지호천은 경충문의 조소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놈이 뭔가를 눈치챘다는 가정 하에 출발 시간을 앞당기면 어떻겠습니까?”

 

“시간을 앞당긴다? 흠,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

 

“한두 시진 정도만 앞당겨도 놈들은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6

 

 

 

적들의 추격이 느껴지지 않자, 신기영은 바위틈에 유철상을 눕혔다.

 

지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유철상의 몸이 걱정되어서였다.

 

“조금 쉬었다 가죠.”

 

유철상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으음, 아무래도 네가 먼저 가야 할 것 같다.”

 

“제가요?”

 

“놈들이 내일 오전에 항주를 치려고 한다. 한시가 급하니 먼저 가서 단주께 알려라.”

 

유철상은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신기영에게 모두 말해주었다. 잠풍련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것까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신기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럼 유 대협께선……?”

 

유철상의 눈이 대웅을 향했다.

 

“나는 저 친구와 함께 천천히 뒤따라가마.”

 

말조차 없는 상황. 부상이 심한 유철상과 백 리 길을 가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신기영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유 대협.”

 

 

 

신기영이 떠나자 유철상은 운기를 해서 남은 공력을 끌어올렸다.

 

등에서 지독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젠장, 지독한 장력이군. 아무래도 뼈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그는 고통을 참고 운기를 강행했다.

 

그렇게 반 각가량이 지나자, 그럭저럭 고통이 가라앉고 숨을 쉬는 것도 거북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저 아래쪽에서 십여 줄기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말 등이 비었다는 걸 알고 산을 수색하는 듯했다.

 

유철상은 검을 휘둘러보았다.

 

몇 초식 정도는 펼칠 수 있을 듯했다.

 

아래쪽을 노려보던 유철상은 이를 지그시 악물고 대웅에게 말했다.

 

“너도 떠나라.”

 

“예? 함께 가시지 않을 겁니까요?”

 

“아무래도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놈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어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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