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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23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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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광룡기 223화

 

223화

 

 

 

 

 

 

 

 

군웅들의 눈이 송정을 향했다. 

 

송정은 동석한 간부들 중 젊은 축에 속했다. 그가 어른들의 의견에 반대하듯 나서자 몇몇 사람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무당파의 차대를 책임질 송문칠성(松紋七星) 중의 하나인 그를 대놓고 다그치진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편견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먼저 정보에 대한 진위를 철저히 가리는 게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우내혁이 미간을 좁히더니 나철위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철위가 씁쓸한 표정으로 이무환을 변호했다.

 

“그는 항주의 흑도 방파와 전부터 가깝게 지냈습니다. 항주의 흑도계에선 악귀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정보의 신방성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검운장의 외손자가 흑도 방파와 가깝게 지내다니. 나는 그래서 더 믿기가 힘드네.”

 

이때라는 듯 몇 사람이 앞 다투어 이무환을 성토했다.

 

“우 대협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무리 검운장 노장주의 외손자라 해도 그렇지, 흑도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 했습니다. 그도 흑도의 생리에 물들지 않았다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어제 일도 들어보니, 영 건방지고 싸가지가 없다고 하던데…….”

 

“가재는 게 편이라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저는 그를 믿을 수 없습니다. 그의 정보를 무시하시지요.”

 

대부분 전날 이무환과 광룡사위에게 당한 사람들의 웃어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질과 조카가 검운장의 일개 조장에게 당한 것이 분통하기만 했다.

 

눈앞에 있으면 무릎 꿇려놓고 그의 죄를 묻고 싶었으나 내막을 알기에 차마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

 

이무환에 대한 불신의 골이 점점 깊어질 즈음, 묵묵히 앉아 있던 백의노인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입을 열었다.

 

“송정의 말대로 정보의 진위를 확인해보는 것이 급할 것 같군. 누가 가서 그를 만나봤으면 싶은데…….”

 

하얀 수염을 단정하게 깎은 육순의 노인. 그가 바로 운양 구양진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나철위가 나섰다.

 

“제가 그를 직접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자네는 그를 너무 잘 알아서 선입견이 있을지 모르네. 때로는 삼자의 눈이 더 정확할 때가 있는 법이니 다른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하면 누구를……?”

 

그때 한쪽에서 턱을 문지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차 지원무사를 이끌고 온 백검단의 단주 제갈도였다.

 

“제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양 대협.”

 

그는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중의 셋째 동생이었다.

 

기관토목과 병법으로 유명한 제갈세가에서 유일하게 검을 초절정의 경지까지 익힌 인물이었는데,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날카롭고 냉정한 성격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리해 주겠나?”

 

“제대로 된 정보 하나하나가 아쉬운 판입니다. 그들의 정보가 믿을 수 있는 것이라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한시가 다급하니 바로 가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사람이 더 일어났다. 팽무였다.

 

“저와 함께 갑시다, 제갈 단주.”

 

전날 밤, 조카인 팽진산이 그에게 형편없이 깨진 채 비틀거리며 거처로 돌아왔다. 도대체 어떤 놈인지 낯짝을 보고 싶었다.

 

 

 

제10장. 검운장을 무시하면…….

 

 

 

 

 

 

 

1

 

 

 

용화문의 정문이 보였다.

 

영호승은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직 이무환이 말했던 만큼 강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반은 이루었다. 더구나 위지호천은 항주를 집어삼키려는 적이 되어 나타나지 않았는가.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했다.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 여경!’

 

영호승은 이를 다문 턱에 지그시 힘을 주고 용화문의 정문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로 오셨소?”

 

“영호승이라 하오. 문주님을 뵙고자 왔소.”

 

“문주님을?”

 

정문위사는 영호승을 잽싸게 훑어보다 얼굴이 굳어졌다.

 

잘생긴 얼굴, 멋지게 발달된 몸, 거기다 전신에서 고요히 흘러나오는 묵직한 기세. 정말 멋진 자였다.

 

‘지미, 세상 정말 엿 같군. 누구는 한 가지도 가지지 못했는데…….’

 

정문위사는 불만이 많았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정문위사 생활 삼 년 동안 다른 것은 몰라도 오래 사는 방법만큼은 확실하게 배운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안에 기별을 넣겠소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화중인이 직접 영호승을 맞이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이군. 구룡성으로 간다 들었네만, 언제 돌아온 건가?”

 

“어제 왔습니다.”

 

영호승을 바라보는 화중인의 눈이 반짝였다.

 

전날의 영호승이 아니다. 자신의 기세에 눌리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영호승의 기운에 눌릴 지경이다.

 

어디 그뿐인가? 뒤에 서 있는 세 사람도 결코 영호승 못지않았다. 대체 어떤 수련을 했기에 서너 달의 짧은 기간 동안 저리도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

 

“보아하니 많은 것을 얻은 것 같군.”

 

“조장님 덕분이지요.”

 

악귀를 말함일 터.

 

‘악귀가 그토록 대단한 자일 줄은 생각도 못했군.’

 

화중인이 악귀에 대한 인식을 두어 간계 격상할 즈음, 영호승이 물었다.

 

“위지호천이 항주에 왔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화중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알고 있네.”

 

“그가 도움을 요청했습니까?”

 

“어디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나?”

 

“꼭 무력만을 바라는 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화중인이 굳은 표정으로 영호승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물론 그랬네. 암암리에 항주의 상황을 전해주길 바라더군. 솔직히 문주께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네만, 결국은 그의 제의를 거부하셨지.”

 

영호승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군.’

 

“잘하셨습니다. 만약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용화문은 항주를 떠나야 했을 것입니다.”

 

화중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천무림맹이 저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자신 없는 말투.

 

영호승도 화중인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광룡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곧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게 될 겁니다.”

 

그때 문밖에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숙부님, 들어가도 돼요?”

 

화여경의 목소리다.

 

영호승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고개를 돌렸다.

 

곧 문이 열리고 화여경이 들어왔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영호승을 빤히 바라보았다.

 

영호승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잘… 있었어?”

 

“예, 오라버니…….”

 

혁수린이 눈치 빠르게 막위와 단우경을 잡아당겼다.

 

그러면서 화중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잠깐 나가 있죠, 화 대협.>

 

 

 

2

 

 

 

이무환은 검운장에서 사람들이 왔다는 말을 듣고 그들을 뒤채의 방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밤이 다 되었는데 왜 왔을 거 같아?”

 

이무환의 말에 엽상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못 믿어서겠죠.”

 

“아무래도 그렇지?”

 

피식 웃은 이무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뒤채의 방안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이 보였다.

 

한 사람은 곱상한 얼굴에 한 자루 검을 손에 들고 있었고, 한 사람은 커다란 도를 등에 매고 있었다.

 

“제가 풍운대 십삼조 조장 이무환입니다. 저를 찾아오셨다고요?”

 

제갈도는 안으로 들어오는 이무환을 살펴보았다.

 

악귀라 했다. 흑도를 주무른다고 했다. 해서 온갖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린 나이, 곱상한 얼굴이 아닌가?

 

‘제법이군. 아무리 흑도라 해도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정천무림맹 백검단의 단주 제갈도라 하네.”

 

뒤이어 팽무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팽가의 팽무네.”

 

‘저따위 놈에게 얻어맞다니. 돌아가면 진산이 놈을 혼내줘야겠군.’

 

이무환은 검운장에 머무는 정천무림맹의 간부들을 대충 파악한 상태였다.

 

정천무림맹의 무력 단체인 오단 중 백검단의 단주, 제갈도.

 

그는 검운장에 있는 정천무림맹의 간부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자였다.

 

반면 팽무는 정천단의 다섯 대주 중 하나였다.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제갈도가 가라앉은 눈으로 이무환을 세세히 살펴보며 대답했다.

 

“자네가 검운장에 보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왔네.”

 

“확인?”

 

이무환은 반문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웃음기마저 띠고 있던 표정이 그 사이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제갈도는 눈에 힘을 주고 이무환을 바라보았다. 마치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흑도 방파의 사람들을 동원했다고 들었네만.”

 

“그렇습니다만.”

 

“그들을 완전히 믿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네. 혹여 잘못된 정보가 전해지면 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걸세. 자네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테고…….”

 

“그러니까, 제가 전한 소식이 엉터리면 어떡하나 해서 찾아왔다는 말씀이군요.”

 

“자네가 전한 소식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흑도 방파가…….”

 

“그게 그거 아닙니까?”

 

이무환은 두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제갈도의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제갈도의 얼굴이 구겨지던 말든 태연하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니겠나?”

 

“그거 참.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었더니, 아예 떠먹여 주길 바라는군요.”

 

제갈도의 얼굴이 굳어졌다.

 

조금 전까지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호의적인 마음이 싹 달아났다.

 

‘건방진 놈이라더니, 정말이군. 제 아비와 외조부를 믿고 그러나?’

 

그가 나서기도 전에 팽무가 먼저 인상을 쓰며 이무환을 다그쳤다.

 

“자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렇게 심한 것 같지 않은데요? 생각해 보쇼. 남은 기껏 돈 써가며 정보를 모아 보냈더니, 대뜸 의심부터 하는데, 기분 안 나쁠 놈이 어디 있수?”

 

듣기 좋은 말투는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래도 팽무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겠다는 듯 코웃음 치며 반문했다.

 

“흥! 그러니 그대가 준 정보가 엉터리가 아니란 것을 믿게 해달라는 것 아닌가?”

 

“글쎄, 어떻게 해야 믿겠냐니까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그 정보를 인정한다면 한 번 생각해 보지.”

 

나름 괜찮은 생각이다. 제갈도는 팽무의 말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하나 추가했다.

 

“만일 자네가 우리를 믿을 수 있게만 한다면, 더 이상 자네의 정보를 의심하지 않겠네.”

 

이무환의 입가로 묘한 웃음이 번졌다.

 

“그럼 약속 하나만 하시죠.”

 

“무슨 약속 말인가?”

 

“지금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 제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마쇼.”

 

팽무가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훗, 누군지 몰라도 약속하지.”

 

흑도 무리나 상대하는 악귀와 함께 있는 사람이다.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그런 자 정도는 굳이 남에게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금방 지워질 것이었다.

 

그러나 제갈도는 왠지 모르게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었다.

 

자신의 눈빛과 마주치고도 눌리지 않는 이무환이다. 잘못 보지 않았다면,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지금도 그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대체 누군데……?’

 

문제는 이제 물러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좋네, 나도 약속하지.”

 

제갈도가 하는 수 없이 약속을 하자, 이무환이 밖에 대고 소리쳤다.

 

“눈발! 가서 호씨 영감 좀 데려와!”

 

 

 

“빌어먹을 놈!”

 

호연청은 황보광과 차를 마시다 이를 으드득 갈았다.

 

이무환의 목소리가 방에까지 들렸다.

 

그런데 뭐라? 호씨 영감?!

 

‘주둥이를 확!’

 

약점만 잡히지 않았다면. 광룡이 자신보다 약했다면! 절대 용서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해당되는 이상은 속이 끓어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광룡!’

 

그가 이를 악물고 일어났을 때 엽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 대협, 단주께서 오시랍니다.”

 

‘호 대협이 아니라, 호씨 영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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