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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기 222화

무료소설 광룡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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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광룡기 222화

 

222화

 

 

 

 

 

 

 

 

그도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그러나 광룡이 예상보다 강한 전력을 이끌고 천마교로 향하는 걸 보고는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왔을 뿐입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단도직입적인 질문. 독자적인 길을 걸을 것이냐, 아니면 묵운방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것이냐, 그 말이다.

 

환비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나직이 대답했다.

 

“방주님의 처분에 맡길 생각입니다.”

 

“본 방에 몸담을 생각은 있는가?”

 

“받아주신다면 그리할 생각입니다.”

 

“흠…….”

 

지그시 환비를 응시하던 경충문의 눈빛이 자잘하게 흔들렸다.

 

‘절대지경의 무위에 머리까지 비상한 놈이다. 이놈이 방에 들어온다면 한바탕 파란이 일겠군.’

 

묵운방의 후계자 다툼은 치열하다. 방주의 세 제자가 암암리에 서로를 견제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위지호천은 그중 셋째.

 

좌우 태상 중 좌태상이 첫째이자 방주의 손자인 우문조현을 후견인처럼 밀고 있다. 자신은 아직 누구를 밀 것인지 결정을 미룬 상태에서 방관자로 남아 있고.

 

문득 하나가 더 들어온다면 그 또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내가 한번 이놈을 키워볼까?’

 

둘째인 창무옥과 셋째인 위지호천은 우문조현의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놈이라면, 첫째인 우문조현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듯했다. 

 

그의 입가에 가느다란 웃음이 걸렸다.

 

“좋아, 내 방주께 그리 전하지.”

 

순간 조용히 앉아 있던 위지호천의 눈 깊은 곳에서 파란 한기가 일렁였다. 경충문의 생각을 읽은 것이다.

 

‘빌어먹을. 그렇게 부탁해도 움직이지 않더니, 저따위 놈을…….’

 

위지호천은 굴러온 돌에 치여 밀리고 싶지 않았다. 하기에 남들이 모를 계획을 하나 가슴속에 담아두었다.

 

‘흥,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걸?’

 

그때 경충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삼공자, 방주께서는 절강의 일을 최대한 빨리 매듭지었으면 하시네. 그래야 안휘를 도모할 수 있을 테니 말일세.”

 

“어르신께서 오셨으니 더 미룰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경충문은 위지호천의 대답을 들으며, 염전과 조창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원무사들은 더 없는가?”

 

조창산은 경충문과 눈이 마주치자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내일이면… 대련주께서 지원무사 이백을 이끌고 도착하실 겁니다.”

 

염전도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저희도 내일 밤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대충 합해도 사백의 무사가 충원된다는 뜻.

 

그 정도면 항주의 연합 세력은 이들에게 맡겨도 될 터. 어렵지 않게 절강의 일을 매듭지을 수 있을 듯했다.

 

“좋아, 그대들이 항주의 연합 세력만 맡게. 그럼 정천무림맹은 우리가 책임지지.”

 

 

 

3

 

 

 

오백의 흑도 무리가 천마교 마월당 무사들을 따라 항주의 외곽으로 흩어졌다.

 

정보를 얻으면 그 가치에 따라 대가를 준단다.

 

특히 결정적인 정보를 얻어오는 조에게는 상금이 무려 황금 백 냥이다. 그리고 개인에게 또 백 냥을 준다고 했다.

 

황금 백 냥!

 

커다란 가게를 하나 차릴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기루의 계집을 석 달 열흘 품을 수 있는 거금이었다.

 

은자 백 냥만 해도 목숨 걸 사람이 부기지수이거늘, 황금 백 냥이면 무슨 짓을 못할 건가!

 

건달들의 눈이 뒤집혔다.

 

오백 쌍, 일천 개의 눈동자가 벌게진 채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다. 개중 상당수는 항주를 떠나 수십 리 밖까지 나가서 정보를 수집했다.

 

 

 

이무환은 칼눈에게서 시시각각 보고를 받았다.

 

마월당의 무사들이 한 번 정리하고, 칼눈이 또 한 번 정리한 것인데도 그 양이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결국 이무환은 세 시진 만에 엽상과 종리난경, 제갈신걸을 그 일에 투입했다.

 

그리고 자신은 차나 마시며 그들이 마지막으로 정리한 이야기만 들었다.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지 않던가.

 

역시 혼자 하던 것보다 훨씬 편했다.

 

‘쩝쩝, 꼬맹이가 있으면 더 편할 텐데…….’

 

그렇게 그날 석양이 질 무렵이었다.

 

“단주, 이걸 좀 보시구려.”

 

제갈신걸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가로세로 한 자 크기의 종이에는 조잡한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 있어서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정보를 보낸 사람의 이름이 나름 정성을 들인 듯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이무환은 쓰윽 훑어보고 고개를 들었다.

 

당연히, 그 조잡하고 빽빽이 들어찬 글자를 모두 읽은 것은 아니었다.

 

“뭔 내용이지?”

 

내용이야 물어보면 알 텐데, 뭐 하러 눈 아프게, 시간 아깝게 그걸 다 읽는단 말인가?

 

제갈신걸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억지로 감추고 입을 열었다.

 

“부양 북쪽에서 보부상 하나가 수상한 무리들을 봤다고 하오. 숫자는 모두 오십 정도. 그들은 귀신처럼 빠르게 움직여서 부양 쪽으로 내려갔는데, 순식간에 사라져서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할 정도였다 하오.”

 

“무사 오십이라 이거지?”

 

“단순한 무사가 아닌 것 같소. 그 아래쪽을 보시구려.”

 

“일단 뇌고자 생각부터 말해보쇼.”

 

찾기도 귀찮다는 표정이다. 제갈신걸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절도 있고, 흐트러짐이 없이 이동했다고 했소. 게다가 멀리서 봤는데도 오한이 들 정도였다고 했소. 내 생각으로는 그들을 본 자가 무형의 기운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소.”

 

“흠, 그러니까, 무형의 기운을 본능적으로 내뿜을 고수 오십이 부양 쪽으로 갔다, 그 말이군.”

 

“그렇소.”

 

“칼눈, 여기서 부양이 얼마나 되지?”

 

칼눈이 즉시 대답했다.

 

“백 리 정도 됩니다.”

 

“그 근처에 천 명이나 되는 놈들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기거할 만한 곳이 있나?”

 

그들은 패해서 물러난 자들이 아니다. 남의 눈치를 보며 숨어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그들의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남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몇 군데 있긴 합니다만…….”

 

“나가서 부양 쪽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을 찾아봐. 빨리.”

 

“예, 대형.”

 

칼눈이 나간 사이 엽상과 종리난경이 앞다투어 보고를 했다.

 

“단주,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제법 많은 흑마련 무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합니다.”

 

“혈해방도 마찬가지예요.”

 

“북쪽에서 들어온 소식은 없어?”

 

이무환이 묻자, 종리난경이 수북이 쌓인 종이를 뒤적거리더니 그중 하나를 빼냈다.

 

“소주에서 온 표행에게 들었다는 소식이 있어요.”

 

“소주?”

 

소주라면 묵운방의 계파인 위지 가문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해봐.”

 

“강소 전체의 강호 세력이 금릉, 양주, 상주, 소주로 모이고 있다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위지세가의 위지호천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별것은 아닙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위지호천이 절강에 오지 않았을까…….”

 

묵운방보다 위지호천이라는 이름이 관심을 끌었다.

 

“흠, 절정신룡 위지호천이 놈들을 이끌고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위지가의 무사들은 이끌고 있겠죠.”

 

“그거 재미있군. 안 그래?”

 

이무환은 조용히 웃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영호승이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놈들이 용화문에 손을 댔을지도 모르겠는데……. 어때, 멋쟁이가 알아보지 않겠어?”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무환이 빙그레 웃었다.

 

“물론이지. 셋 다 데리고 가. 가서 확실한 것을 알아 가지고 와. 화 낭자도 만나보고.”

 

영호승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단주.”

 

이무환이 장난처럼 찡긋 웃고는, 고개를 돌려 엽상을 다그쳤다.

 

“자! 눈발, 또 다른 소식 없어?”

 

 

 

칼눈이 커다란 덩치를 데리고 들어온 것은 이 각 정도 흘렀을 때였다.

 

“이 친구의 고향이 부양이라고 합니다, 대형.”

 

이무환은 덩치를 바라보았다.

 

“덩치 좋군. 산에서 살면 사람들이 곰으로 보겠어.”

 

덩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 별명이 대웅입니다, 대형!”

 

이무환은 피식 웃으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부양 근처에 많은 사람들이 은밀하게 숨어 있을 만한 곳이 있나?”

 

덩치가 곧바로 대답했다.

 

“아주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동서로 산이 트여 있어서 항주 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곳입지요.”

 

“그래? 어디지?”

 

“전당강을 따라서 산맥 두 개가 길게 뻗어 있는데, 그사이에 제법 큰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이라면 일천이 아니라 이천이라도 생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오, 그곳 지리를 잘 아나?”

 

“물론입니다. 아버지와 제가 사냥하며 살던 곳이거든요.”

 

이무환의 눈이 엽상을 향했다.

 

“눈발, 장다리하고 돌사자 좀 데려와.”

 

 

 

곧 신기영과 유철상이 방으로 들어왔다.

 

“이 사람하고 함께 부양 좀 갔다 오쇼.”

 

두 사람에게 광룡의 명은 절대적이었다. 둘은 목적을 물어보지도 않고 대답부터 했다.

 

“예, 단주.”

 

“혹시라도 적을 발견하면, 유 조장은 덩치와 함께 계속 그곳 상황을 살피고, 장다리는 즉시 달려와서 그곳 상황을 알려줘.”

 

“알겠습니다, 단주.”

 

 

 

4

 

 

 

석양이 검운장의 지붕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즈음, 정천무림맹 간부들이 회의실인 검신전으로 모여들었다.

 

간부들이 얼추 모이자 명목상 수장인 백혜대사가 말했다.

 

“아미타불, 방금 풍운대의 십삼조 조장이라는 자에게서 연락이 왔소이다.”

 

몇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몇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고, 몇 사람은 지나가는 강아지 이름을 들은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백혜대사를 쳐다보았다.

 

개중 오직 한 사람, 나철위만이 눈빛을 빛냈다.

 

“뭐라고 연락이 왔습니까?”

 

“적의 지원무사들을 발견한 것 같다고 하네. 그들을 추적하면 적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군.”

 

팔짱을 끼고 있던 중년도객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훗, 흑도 방파의 사람들을 움직여서 정보를 모은다던데, 그들의 정보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화산파의 청무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자칫 함정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내 어찌 그걸 모르겠소? 하나 그토록 파악하려던 적의 위치가 정말로 드러난다면, 최소한 그들을 상대할 방법 정도는 미리 생각해 놓아야 하지 않겠소?”

 

백혜대사의 말에 중년도객 팽무와 청무자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닫았다.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초로인이 나철위를 바라보았다.

 

홍안에 검은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워진 그는 쉰이 조금 넘은 듯 보였다. 

 

은연중 전신에서 뭇 고수들을 압도하는 기운이 흘러나오는 자. 그가 바로 우내십존 중 한 사람, 진천검왕(震天劍王) 우내혁이었다.

 

“나 령주, 풍운대면 그대가 잘 알겠군. 십삼조의 조장이라는 자, 믿을 만한 자인가?”

 

“그는 풍운대의 십삼조 조장이기도 하지만, 설검원에 있는 이충량이란 분의 아들로, 검운장 노장주님의 외손자지요. 믿어도 될 만한 자입니다.”

 

“그가 이충량이라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예, 우 대협.”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충량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검운장과 항주 세력의 무사들을 이끌고 천태도장과 함께 적을 막아낸 사람.

 

그의 무위는 우내십존 중 한 사람인 천태도장과 차이가 크지 않다고 했다. 물론 싸움이 벌어진 위치가 달라서 직접 보지는 못하고 소문으로만 들은 터라 다 믿지는 않지만.

 

이름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우내십존과 비슷한 무위라니. 그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일반 무사들 눈으로 어찌 절대지경의 무위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장주의 사위다 보니 소문이 과장 되게 퍼진 거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어쨌든 적의 주력을 막아낸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 절정고수 이상은 될 거라 여겼다.

 

“설령 그는 믿을 수 있다 해도 흑도의 정보까지 믿을 순 없는 일 아니겠나?”

 

우내혁이 이마를 찌푸리며 반신반의의 표정을 지었다. 정천무림맹 사람들 대부분의 마음이 그와 비슷했다.

 

특히 팽가의 장로인 팽무는 아예 정보 자체를 믿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토록 중대한 일을 흑도의 말만 듣고 결정한다면 강호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대협. 무시하시지요.” 

 

염소수염이 길게 늘어진 무당의 장로, 자경진인도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빈도 역시 흑도 따위의 정보에 목숨을 걸고 싶지 않소.”

 

그때였다. 구석진 곳에 앉아 있던 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당파의 송정이었다.

 

“후배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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