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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3화

제3화. 마(魔)를 넘어(1)

 

 

 

“쏴라!”

쏴아아아―

하산의 명령하에 성벽 위에서 일제히 날려 보낸 화살비가 적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따다당! 퍼퍼퍽!

그러나 적들의 대비도 만만치 않아, 쏘아 보낸 화살들이 대부분 방패에 꽂히거나 튕겨 나갔다.

슈우우우―

또다시 돌덩이들이 날아와 성벽을 뛰어넘어 민가의 지붕을 때리기 시작했다.

“기병을 준비하라!”

콰쾅! 쾅!

아악! 크악!

성벽 안쪽에서는 기병들이 낙타를 끌어내다가 돌덩이에 맞아 죽어 나갔다.

쾅! 쾅!

뿐만 아니라 돌덩이에 맞은 성문이 비틀리며 안쪽으로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비파샤를 성벽 안쪽에 숨겨 놓은 비강은 허리에 찬 검과 등 뒤의 철봉을 빼 들었다.

어쩌면 네 번째 무공을 시험할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제가 먼저 치고 나갈 테니 뒤따라 기병들을 내보내십시오.”

“위험하다, 비강!”

하산이 급히 소리치며 만류했으나 이미 비강은 성벽 아래로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비강!”

그대로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그의 모습에 하산은 놀라 소리쳐 불렀다.

양손에 쥐고 있던 검과 봉이 하나로 합쳐지며 긴 창으로 탈바꿈했다.

탁.

그러나 마치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가볍게 땅으로 내려선 비강은 홀로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타탁! 탁!

한 번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비강의 몸이 바람에 실린 듯 날아올라 적들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 갔다.

“라바나가 나타났다! 쏴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는 비강을 향해 적의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그 순간, 비강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그들을 향해 창을 뻗어 냈다.

“용아포(龍牙砲)!”

창신을 타고 흐르던 기운은 둥글게 휘몰아치며 주변의 공기를 한순간에 빨아들였다.

한 아름이 넘는 소용돌이가 창신을 빠져나와 궁수들을 덮쳐 갔다.

콰콰쾅!

소용돌이에 휘말린 궁수들의 몸이 찢어져 날아가고 낙타와 등에 올라타고 있던 장수들도 사방에 널브러졌다.

비강의 용아포가 긴 피의 통로를 만들어 냈다.

흐읍…….

땅에 내려선 비강은 일시에 빠져나간 내공으로 인해 순간 균형을 잃었다.

푹.

창을 바닥에 꽂으며 균형을 찾은 비강은 태연을 유지하며 적들을 노려보았다.

‘아직 무리였나.’

내공이 없으면 육체의 힘으로 싸우면 되지만 이 무공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른 것 같았다.

그러나 적들은 겁에 질려 모든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라, 라바나…….”

적장의 입에서 악마의 이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퍽!

비강의 손을 떠난 창은 악마의 이름을 올린 적장의 목을 꿰뚫었다.

털썩!

창에 꿰뚫린 적장이 낙타 위에서 굴러떨어졌다.

적장의 목에서 창을 빼낸 비강이 낙타 위에 뛰어오르더니 적들을 향해 파고들었다.

크악! 아아악……!

적들이 목이 떨어지고 투구가 땅을 굴렀다.

“공격!”

때를 맞춰 열린 성문 안쪽에서 기병들이 낙타를 타고 달려 나왔다.

“고, 공격하라!”

적들을 마구 죽이고 있는 비강을 공포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던 기병대장이 황급하게 소리쳤다.

성을 나온 기병들이 적들을 휘몰아치고 뒤이어 창을 든 보병들이 달려 나왔다.

창을 든 보병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하산이었다.

적들 한가운데에서 종횡무진하며 낙타를 타던 비강은 하산을 발견하고는 급히 그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적들과 아군들이 뒤섞인 어지러운 난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적들은 비강으로 인해 크게 사기를 잃은 상태였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뒤에 있던 적들이 먼저 도망을 치고 공포에 질려 난전을 벌이던 병사들도 몸을 돌렸다.

“항복하라!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겠다!”

하산과 장군들의 외침 소리에 도망을 치던 적군 중에 상당수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계속 죽여.’

그때, 하산을 호위하며 적들을 죽이던 비강의 귀로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급히 주변을 돌아보았으나 그에게 말을 걸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닥이 났던 내공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공과 함께 거역하지 못할 살심도 차올랐다.

‘아저씨.’

 

―언젠가 너의 귓속으로 괴이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큭……!

바닥에 엎드려 항복한 적을 향해 창을 내지르려던 비강이 신음을 흘리며 손을 거뒀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먼저 움직였다.

‘드디어 그놈이, 마(魔)가 찾아왔구나.’

비강은 자신의 귀에 속삭인 그것의 정체가 바로 아저씨가 얘기한 그 ‘마(魔)’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 *

 

전투가 끝난 지 벌써 열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부서진 가옥과 성은 빠르게 복구되었고 하산은 성을 지을 성터를 찾아다녔다.

병사들은 경이가 가득한 눈으로 비강을 대했다.

그것은 하산과 함께하고 있는 비파샤도 마찬가지였다.

당찬 성격의 그녀는 성벽 위에 숨어 전투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았었다.

“여기가 어떠냐? 멀지 않은 곳에 강이 있으니 성벽을 넓히고 물줄기를 끌어 들인다면 꽤 좋은 장소일 것 같은데.”

“저는 좋아요, 오라버니. 비강은 어때요?”

끄음…….

“괜찮은 장소입니다.”

비강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어디 아픈 거냐? 며칠 전부터 얼굴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하산의 걱정에 비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머리가 조금 아플 뿐입니다.”

조금 아픈 것이 아니었다.

몸속은 불덩어리가 들어 있는 것처럼 뜨거웠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다.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저놈을 죽이고 네가 왕의 자리에 올라. 막아서는 것들은 전부 죽여.’

머릿속의 목소리는 계속 누군가를 죽이라 충동질을 하고 하산을 죽여 왕위에 오르라며 속삭이고 있었다.

“그럼 일찍 들어가 쉬어야겠구나. 어찌 되었든 왕궁을 지을 장소를 찾아냈으니 며칠 후부터 다시 전쟁을 시작해야겠지.”

이미 왼쪽 편에 자리 잡고 있던 세 개의 성 중에 두 곳은 항복을 한 상태였다.

“비파샤, 네가 비강을 돌봐 줘라. 나는 다른 장군들과 조금 더 이곳을 둘러보다가 돌아갈 테니.”

“예, 오라버니.”

기다렸다는 듯 비파샤의 대답이 들려오고 그녀는 비강과 함께 성 안쪽으로 낙타를 몰았다.

“몸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아닙니다.”

“제가 약을 준비할 테니 오늘은 푹 쉬어요.”

약은 소용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아저씨는 이 괴물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하셨다.

이내 참기 힘든 고통이 몰려왔다.

“고맙습니다.”

 

* * *

 

비파샤와 함께 성으로 돌아온 비강은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상에 누웠다.

잠시 후 방으로 비파샤가 검은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계속되는 고통으로 인해 잠까지 설치던 비강은 식은땀마저 흘리며 잠에 빠져 있었다.

으으으으…….

비강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급히 밖으로 나가더니 찬물을 받아 안으로 들였다.

이마로 흐르는 땀을 닦아 내고 찬물에 적신 천으로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은 비파샤는 옆에 앉아 비강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랄하지 마…… 나는 절대로 네 말을 따르지 않을 거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이…… 미친 새끼가.”

비강은 계속 거친 말을 입 밖으로 내보냈으나 그녀는 잠꼬대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의 잠꼬대는 이 지역의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으으으…….

식은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던 비강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비파샤는 얼른 그 손을 잡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신비하고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이리도 아프게 앓고 있었다.

이 신비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처럼 힘이 있다고 무례하지도 않으며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 주고, 아이들의 집에 찾아 전리품을 나눠 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괜찮아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옆에 있어요.”

그녀의 위로가 힘이 되었는지 비강의 발작이 멈췄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 또다시 발작이 시작되었다.

팍.

튕기듯 침대에서 뛰어나온 비강은 벽에 세워 놓은 검을 잡았다.

그러고는 충혈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그 자리에 한쪽 무릎을 털썩 꿇고 앉았다.

으으으…….

깜짝 놀랐던 비파샤가 급히 달려갔다.

“괘, 괜찮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강은 평소의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침상으로 다가갔다.

“약 먼저 먹어요.”

비파샤가 내민 약을 깨끗이 비워 낸 비강은 침상에 누웠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제가 옆에 있을게요.”

“아닙니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큰 목소리로 불러요.”

비파샤가 방을 나가고 난 후 비강은 이를 악물었다.

하마터면 비파샤를 벨 뻔했다.

마(魔)의 목소리가 점점 심해져 온다.

“내가…… 네놈에게 질쏘냐?”

 

* * *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비파샤가 머물고 있는 성을 나온 지 벌써 일 년이 넘게 흘렀다.

아악! 끄아아아……!

적진 속으로 뛰어든 비강의 검과 봉에 의해 적들은 연이어 피를 뿌리며 땅으로 쓰러졌다.

하산의 호위임에도 비강은 직접 적들을 찾아 상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산도 그런 비강을 만류했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내버려 두었다.

전장 한가운데서 마치 피로 그림을 그리듯 혈풍을 몰고 다니는 비강의 모습에 적진에서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후퇴하라!”

미친 듯 적들을 쳐 죽이던 비강은 후퇴 명령과 함께 적들이 물러나기 시작하자 바로 뒤를 따라붙었다.

뒤를 따라붙으며 적들을 죽여 나가던 그의 머리 위로 수많은 돌들이 떨어져 내렸다.

멀리 투석기에서 쏘아 올린 돌덩이들이었다.

퍽!

돌덩이에 맞아 낙타가 즉사하자 등에 올라타고 있던 비강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몸을 뒤집었다.

땅으로 내려선 그의 머리 위로 또 다른 돌덩이들이 날아온다.

‘가능할까?’

몸속에 불덩이가 가득 차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픈 가운데에도 비강은 무공을 떠올리고 있었다.

용아포는 투석기로 날려 보내는 돌덩이를 보며 만들어 낸 무공이었다.

이제 수많은 돌덩이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니 용아포의 변형이 떠올랐다.

쿠쿠쿵! 쿵! 쿵!

비강의 신형이 흐릿해지고 그가 있던 자리에 돌들이 쏟아져 내렸다.

무기 대신 몸을 빠르게 쏘아 내어 회피한 것이다.

“공격!”

하산의 명령에 의해 수많은 병사가 비강의 뒤를 좇아 도망치는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적장의 목을 베어 낸 비강은 또다시 적들을 향해 미친 듯이 검과 철봉을 휘둘렀다.

“후퇴하라!”

마치 악마 같은 비강의 모습에 적진에선 재차 후퇴 명령이 떨어졌고, 적병들은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달아나기 바빴다.

이번 전투에서도 승리했다.

비강은 덜덜 떨리고 있는 자신의 양손과 양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얼른 쫓아가 죽여.’

“시끄럽다!”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속삭임을 거칠게 뿌리친 비강은 신형을 돌려 하산에게로 향했다.

 

* * *

 

“수고했다.”

하산의 격려에 비강은 작게 고개만 숙였다.

요즘 자신을 대하는 하산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았다.

뭔가 꺼려 하는 눈치였고 그것은 다른 장군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성은 바찬 장군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만 왕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이제 전쟁은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거의 모든 지역은 하산의 휘하로 들어갔고 일부 지역만이 남아 저항을 이어 가고 있었다.

“저는 바찬 장군과 이곳에 남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비강. 나와 함께 왕궁으로 돌아간다.”

하산의 명령에 비강은 어쩔 수 없이 왕궁으로 방향을 돌렸다.

 

* * *

 

이십여 일을 행군해 성에 도착하자 비파샤가 환한 얼굴로 비강을 맞이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전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햇빛을 자주 보아 그런지 얼굴색은 조금 어두웠으나 그것이 오히려 뭇 남성들의 눈에는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비파샤, 이 오라버니는 안 보이는 거냐?”

짐짓 하산이 불만을 표하자 비파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비강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겠어요?”

“하여간 동생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니까. 저녁은 가족들과 식사를 해야 하니 그만 들어가 쉬게.”

“예.”

방으로 들어온 비강은 행랑을 꾸렸다.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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