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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21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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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21화

제21화. 무신들의 연회(1)

 

 

 

“고작 이 정도로 강호 무림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크크크…….

“이제 시작일 뿐이오. 머지않아 우리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거요. 당신들도 생각을 잘해야 할 거요. 만약 우리가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당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소?”

사내는 대답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강호 무림에 주인이 있었던가?’

아닐 것이다.

황제와 왕조차 매번 바뀌는데 어찌 강호에 주인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비강은 이 사내의 당연하다는 대답에 짜증이 일고 불쾌했다.

“어찌하여 너희들이 주인이라 하지? 강호에 주인이 있었던가?”

“당연한 것 아니냐! 우리는 대대로 강호 무림의 주인이었다!”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비강의 질문에 맞섰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강호의 주인이었을 때 중소세가와 문파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어. 그들이 가끔가다 보이는 너그러움을 협이라 찬양하고 그들의 잔인함을 정의라 칭했었지. 그 협과 정의에 죄 없는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어. 그러고도 주인이었다고 할 수 있나?”

흥!

사내는 약철빙의 지적에 코웃음을 쳤다.

“내 나이 열여섯 살에 가문을 잃었다! 바로 변절자인 너의 아비와 사패의 손에 말이다!”

“가문이 어디지?”

“제갈세가, 나는 제갈세가의 제갈홍이다!”

“제갈세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어.”

“빈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그곳은 이제 제갈세가가 아니야! 제갈의 자존심조차 버리고 너희들에게 무릎을 꿇은 그자들이 어찌 제갈세가라 할 수 있느냐!”

순찰단주와 청룡대주, 현무대주는 악에 받친 사내의 외침을 조용히 듣기만 했다.

“사패의 위세가 어디까지 갈 것 같으냐. 곧 새로운 세상이 오면 너희들은 물론이고 사패에 협력한 변절자들까지 깨끗이 멸절시킨 후에 새로운 제갈의 이름을 세울 것이다.”

“적룡조가 돌아왔습니다. 포로 일곱을 잡아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심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평요 지부의 무인이 들어와 적룡조의 복귀를 알렸다.

“들여보내.”

약철빙의 명령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적룡조와 함께 일곱 명의 남녀가 포승줄에 묶여 안으로 들어왔다.

“이자들을 심문했더니 성동격서의 계책으로 무력대와 순찰조를 몰살시키려 했다는 자백을 받아 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보고서 안에 들어 있습니다.”

조원들과 포로들을 이곳까지 이끌고 온 젊은 사내가 약철빙을 향해 살짝 머리를 숙였다.

“수고했어, 나가 봐.”

“그럼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지부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간단하게 보고를 끝낸 사내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다가 약철빙의 등 뒤에 서 있는 비강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내와 비강은 서로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자가 한조로군.’

길고 가는 눈에 기광을 담고 있는 사내는 순찰단의 제일기재이자 적룡조의 조장인 한조였다.

“이자들을 전부 감옥에 가두세요.”

한조가 작성해 올린 보고서를 다 읽은 약철빙은 지부의 무인들을 불러 포로들을 감옥에 가두게 했다.

비강은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잔당들이 북림을 시작으로 동천과 남선, 서패까지 거점을 만들어 세력을 확장하려 했었군.’

 

* * *

 

평요에서 닷새가 지나갔다.

그동안 무력대와 순찰조는 포로들을 데리고 북림으로 돌아갔다.

순찰단주가 평요 지부를 닷새나 지키고 있었던 이유는 무인들이 보충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림에서 출발한 오십여 명의 무인들이 평요 지부에 도착하자 그녀는 길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바로 출발해요.”

“벌써 미시가 지났습니다. 오늘은 지부에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길을 서두르는 약철빙을 온조가 만류하고 나섰다.

이미 미시가 넘어 두 시진 후면 어둠이 깔리기 때문이었다.

“객잔이 없으면 노숙을 해도 무방하니 바로 출발해요.”

상관의 명령이라 흑견조는 바로 길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말과 수레에 오르자 온조가 선두에서 길을 잡았다.

 

* * *

 

단주를 호위해 길을 떠난 흑견조는 두 시진 정도가 지난 후에 적당한 자리를 잡아 노숙을 준비했다.

보통 노숙을 하는 자리는 멀지 않은 곳에 식수로 사용할 개울이나 강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자리는 수많은 행인이나 상인, 강호인들이 사용하기에 풀이나 나무가 자랄 겨를이 없었다.

흑견조가 자리를 잡은 장소에도 먼저 도착해 노숙을 준비하고 있는 상인들이 있었다.

건포로 배를 채우며 상인들을 살펴보던 비강은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위는 자주 자리를 비우면 안 돼.”

흑견조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던 약철빙이 불만을 표시했다.

“저들은 강호인이 아니라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가 근처에 있는 한 단주님은 안전합니다.”

 

* * *

 

숲으로 들어간 비강은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다가 커다란 나무 밑으로 걸어갔다.

허리와 등에 차고 있던 검과 철봉을 한쪽에 내려놓은 그는 정좌를 하며 앉았다.

하단, 중단, 상단을 한꺼번에 열어 버리자 거센 기운이 온몸을 타고 돌다가 몸 밖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잠시간 운기행공을 하던 중 밖에서 기척이 들려왔다.

스읍…….

몸 밖으로 퍼져 나간 기운이 순식간에 몸 안으로 들어와 단전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둠 속에서 비강의 눈에 푸른 섬광이 일렁거리다가 사라졌다.

“북림에 도착하면 정식으로 통보가 갈 거야. 그때부터는 내 옆에서 내 일을 도와줘.”

약철빙이 어둠 속에서 걸어오며 비강의 질문을 받았다.

“잠시 동안 호위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연 조원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야. 북림에서도 연 조원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 모르긴 몰라도 먼저 도착한 청룡대와 현무대에서 연 조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윗선에 보고를 올렸을 거야.”

비강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들의 뜻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라 했고 자신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억지로 자신의 앞을 막아선다면 베고서라도 지나갈 것이다.

 

* * *

 

이른 아침 길을 떠난 흑견조는 점심때가 되어 큰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온조가 객잔을 잡고 흑견조와 약철빙은 간단한 면 요리로 배를 채웠다.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요. 연 조원과 들를 곳이 있으니.”

약철빙은 흑견조를 객잔에 남겨 둔 채 비강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어디를 다녀오려는 겁니까?”

“따라와.”

그녀는 무작정 비강을 데리고 거리로 나섰다.

 

약철빙은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포목점을 찾아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무복을 보여 드릴까요?”

눈치 빠른 포목점 주인이 약철빙과 비강을 안으로 안내했다.

“예. 화려한 무복은 제외하고 질 좋은 무복이 있으면 전부 내와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포목점 주인은 십여 벌이나 되는 무복을 안고 나왔다.

“어떤 색깔을 좋아하지?”

“네?”

“어떤 색깔을 좋아하냐고.”

“검은색입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약철빙의 질문에 비강은 때가 덜 타는 검은색이라 대답했다.

“이것 말고 검은색 무복은 더 없나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안으로 들어간 주인은 가슴과 등에 가죽을 덧댄 검은색 무복 몇 벌을 가지고 나왔다.

약철빙은 누런색 가죽을 덧댄 무복을 고르더니 그것을 비강의 몸에 대 보았다.

“이게 괜찮겠네. 같은 것으로 세 벌만 내줘요.”

“알겠습니다.”

포목점 주인으로부터 무복 세 벌을 건네받은 그녀는 그것들을 비강에게 내밀었다.

“받아. 연 조원 거야.”

“왜 제게 이런 호의를 베푸십니까?”

“별다른 뜻은 없어. 그냥 고마움의 표시야. 얼른 받아.”

비강은 살포시 미소를 짓는 약철빙과 마주하다가 무복을 받아들었다.

“조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가지.”

 

* * *

 

“좋구나. 이곳이 바로 선계가 아니겠는가.”

은운곡의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서 있었다.

희끗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고 있는 장대한 체구의 사내는 지그시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쪽으로는 작은 전각 몇 채가 안개와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고, 오른쪽 산 아래로는 크고 작은 전각들이 푸른 나무들과 어울려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셨는지요.”

흑발의 늙은 곡주가 사내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일 년 만이오, 곡주.”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벗들은 도착했소이까?”

“신창(神槍)께서 가장 먼저 도착하셨습니다.”

껄껄껄…….

“여전히 게으른 벗들이로다.”

기분 좋게 웃어 젖힌 사내는 고개를 돌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곡주를 내려다보았다.

“이번에 제법 야무진 아이를 보내 주었더구려. 고맙소이다.”

“신창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소인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니외다. 정말 괜찮은 아이를 보내 주셨소.”

“소인도 평요에서 벌어진 사건을 어제야 들었습니다. 연비강이라는 아이가 그리 특출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을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곡주가 보내 준 아이가 아니겠소. 내 그 아이가 마음에 들어 계속 붙잡아 놓고 싶은데 곡주의 생각은 어떠하오?”

곡주는 더욱 깊숙이 머리를 조아렸다.

“신창께서 그러하시다면 당연히 내드려야지요.”

“고맙소이다. 사례금은 따로 사람을 보내 전하도록 하겠소.”

신창이라는 사내는 마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인 양 당당한 걸음으로 앞장서 걸었다.

곡주는 그런 그의 뒤를 머리를 숙인 채 조용히 따라갔다.

전각 안으로 들어간 사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곡주는 친히 차를 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마르고 키가 큰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검신(劍神)을 뵈옵니다.”

“이런, 올해도 자네가 제일 먼저 도착했군.”

키가 크고 마른 사내는 곡주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으며 먼저 와 앉아 있던 신창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껄껄껄…….

“어서 오게나. 그렇지 않아도 자네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네.”

자리에서 일어선 신창은 검신에게 다가가더니 두 손을 맞잡았다.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는 것을 보니 두 놈이 먼저 와 있었구나.”

또다시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키가 작달막하고 몸이 퉁퉁한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도신(刀神)을 뵈옵니다.”

곡주는 이번에도 땅에 닿을 듯 머리를 조아렸다.

하하하…….

껄껄껄…….

“운패, 네놈은 여전하구나. 살 좀 빼라, 이놈아.”

“지랄, 비쩍 마른 네놈보다 훨씬 보기 좋기만 하구먼.”

호호호…….

“신후(神后)께 마태관이 인사 올립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곡주는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올렸다.

“백요가 언제나 마지막이로구나. 어디 일 년 동안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 어서 얼굴을 보여 봐.”

반쯤 닫힌 문이 열리며 오십 대 초반의 여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귀밑의 흰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탱탱한 피부의 여인이 세 사내를 향해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이쿠! 눈부셔. 어째 너만 점점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아.”

“네 얼굴을 보자마자 가슴이 심하게 떨리는 것이 아무래도 이놈의 상사병은 죽어야 없어지겠는데?”

“이렇게나 아름다운 당 소저를 뵙게 되니 오늘은 잠을 설치게 될 것 같소이다.”

호호호호…….

세 사내의 농지거리에 여인은 배까지 부여잡으며 웃어 댔다.

서로 인사를 끝낸 네 사람은 넓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차를 올리겠습니다.”

곡주의 말에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차는 됐고 술부터 준비해 줘요.”

“알겠습니다. 바로 술과 요리를 내오겠습니다.”

“역시 백요는 화끈하다니까. 오늘 밤 어때? 아직까지 혈기왕성한 내 모습을 보여 줄 자신이 있는데.”

검신이 진한 농담을 건네며 신후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미친놈. 파릇파릇한 젊은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 무엇 하러 늙은 네놈을 찾을까.”

크하하하…….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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