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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4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49화

제49화. 모함

 

 

 

비강의 겉모습도 정상은 아니었다.

적들의 검과 창에 입고 있는 무복은 여기저기 갈라져 속살까지 보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어깨와 허리에 난 상처가 생각보다 깊었다.

허리의 부상은 용아포를 시전할 때 기운 한 줄기가 뚫고 들어와 만들어 낸 상처였다.

비강은 전에 싸움을 벌여 목숨을 거뒀던 전진의 장문인보다 악규를 오히려 더 높게 평가했다.

‘북림에서 풍천양을 제외하고 창법으로 상대할 자가 없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악규는 무공만 아니라 겉모습과는 다르게 머리 회전도 빠른 자였다.

후우!

적들을 모두 처치한 비강은 긴 숨을 쉬어 내며 바닥에 나뒹굴던 행랑에서 금창약을 꺼냈다.

이 금창약은 약철빙이 챙겨 준 것인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한다.

‘그나저나 악가가 준비한 독이라면 분명 최상급 독이었을 터. 이걸로 확실하다. 내 몸은 만독불침지체에 가깝다.’

예전부터 자신의 몸엔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쟁터를 누비는 와중, 그를 독살하려는 시도가 빈번했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독에 대한 신묘한 내성 덕분이었다.

‘어릴 때 내가 독에 중독되었다가 아저씨에 의해 살아났으니, 분명 아저씨 덕분이겠지.’

새삼 아저씨가 그리웠다. 과연 그분은 살아 계실까.

어깨와 허리 등에 난 옅은 상처에 금창약을 바른 비강은 사색을 멈추고 악규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자는 부상이 중하니 분명 가까운 어딘가의 의원을 찾아갈 것이다.

지도를 꺼내 가까운 큰 마을부터 확인한 비강은 바로 신형을 날렸다.

‘만약 놈이 내 예상보다 더 영리하다면 그놈을 잡을 기회는 없어.’

 

* * *

 

단홍이라는 마을에 도착한 비강은 가장 큰 의원을 물어 찾아갔다.

그러나 짐작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악규를 보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마을에 의원이 이곳밖에 없습니까?”

“동쪽 끝에 작은 의원이 하나 있소.”

“감사합니다.”

의원을 나선 비강은 마을 동쪽으로 이동해 의원을 찾았다.

“이곳에 그런 사람은 들르지 않았소.”

하지만 듣게 된 대답은 전과 같았다.

‘여우 같은 놈.’

단홍은 사백여 가구가 넘는 조금 큰 마을이기는 했지만 관도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마을에도 강호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비강은 의원에서 몸을 돌보고 있는 강호인들을 둘러보다가 신형을 돌렸다.

북림이 멀지 않아 악규를 찾아내 따라잡기에는 시일이 촉박한 까닭이었다.

 

* * *

 

비강이 큰 마을의 의원을 찾아다니는 동안 악규는 샛길을 통해 북림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으드득……!

“기필코…… 네놈을 죽일 것이다.”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악규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가인들의 죽음보다 더욱 충격을 가져다준 것은 연비강의 무공이었다.

‘이 무공을 대성한다면 절대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야.’

아직도 무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악규의 무공은 가전무공이 아닌 신창이라 불리고 있는 무신 풍천양이 직접 하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공은 오왕의 일인이었던 방적강의 또 다른 무공이기도 했다.

‘대성에 가깝다고 여겼는데 아직 멀었구나.’

그는 비강의 짐작처럼 처음에 큰 마을의 의원부터 찾아가려 했었다.

그만큼 심한 부상을 입어 금창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의 선견지명은 젊은 날과 다름이 없었다.

‘그놈은 내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지도 몰라.’

결국 부상당한 몸으로 샛길로만 달린 악규는 호북을 넘어서고 난 후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루만 더 달리면 악가의 영역이라 아무리 백리혈의 추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막아 낼 터였다.

휴우!

언덕 아래로 큰 마을이 보이자 악규의 입에서 안도의 숨이 새어 나왔다.

“이번에 반드시 네놈의 잘린 머리를 내 발바닥 아래 둘 것이다.”

악규는 등에 메고 있던 도를 풀어 숲속 으슥한 바위 아래에 감춰 두었다.

천마지병을 감추고 마을로 내려간 그는 의원을 찾아갔다.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늙은 의원은 그의 몸에 침을 놓으며 탄식했다.

“요즘 강호에 싸움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얼른 이 혼란이 그쳐야 할 텐데…….”

“곧 그칠 것이오. 백리혈이 천마지병을 얻어 북림으로 향하고 있으니.”

악규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강호인 하나가 옆에 놓인 침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게 무슨 말이오? 천마지병은 회운창이 얻어 북림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백리혈이 새벽에 회운창과 악가의 가인들을 습격했소. 가인들은 그자의 손에 전부 죽었고 천마지병까지 탈취했소. 지금 회운창이 백리혈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오.”

“당신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소?”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악가의 가인들과 백리혈의 싸움에 휘말리는 바람에 이 모양이 되었지만.”

악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강호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같은 방 안에 누워 있던 강호인들 서너 명이 전부 몸을 일으켜 악규의 입을 주시했다.

“지금 백리혈은 어디에 있소?”

“나도 모르오. 하지만 분명 북림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오.”

침상에 앉아 있던 강호인들은 전부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악규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면 분명 커다란 모순을 발견할 것이었다.

어차피 천마지병은 북림으로 들어갈 것이니 백리혈이 굳이 아군을 습격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는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치료를 받던 강호인들은 전부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보시게! 약값은 주고 가시게!”

덩달아 악규를 돌보던 의원도 급히 달려 나가며 강호인들에게 매달렸다.

크크크크…….

“죽어라, 연비강.”

 

* * *

 

하남에 도착한 비강은 객잔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며 강호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경공으로 달린다면 북림은 이틀도 안 되어 도착할 거리에 있었다.

“백리혈은 이미 북림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던데.”

“내가 듣기로는 하남에서 큰 싸움을 벌여 강호인들을 수십 명이나 죽였다고 하더군.”

강호인들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중이었다.

‘정말 대단한 놈이로군.’

비강은 강호인들의 자세한 대화는 듣지 못했지만 단번에 헛소문의 진원지를 알아차렸다.

‘이렇게 되면 북림으로 들어가고 난 후에도 문제가 생기겠는데.’

악가와 가인들의 암습은 자신의 암습으로 보고가 될 것이고 천마지병마저 온전히 악규나 약추완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저들이 나를 적으로 돌리면 나도 저들을 적으로 돌리는 수밖에.”

새외의 전쟁터와 강호는 다르지 않았다.

협의를 내세우지만, 결국 강자존의 질서일 뿐. 칼을 들이댄다면 죽이는 수밖에.

식사를 끝낸 비강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대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강을 알아본 강호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연비강이다…….”

“전진의 장문인을 이겼다고 하던데…….”

수군거림은 점차 커져 갔고, 곧이어.

“백리혈이 여기 있다!”

탐욕의 눈이 먼 강호인들이 저마다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씨익―

아무래도 북림에 들어갈 때까지 고단한 길이 될 것 같았다.

아니, 북림에 들어간 후에는 더욱더 심각한 상황을 마주해야 할 것 같았다.

“백리혈이 저기에 있다!”

“천마지병이 나타났다!”

거리는 삽시간에 강호인들의 외침으로 가득했다.

고개를 흔들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보인 비강은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잡아라!”

“백리혈이 달아난다!”

경공으로 달리던 비강은 아주 잠깐이나마 고민을 했다.

이 강호인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고민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백리혈이 여기에 있다!”

앞쪽에서 강호인들이 병기를 꼬나 쥐고 마주 달려오자 그 자리에서 꺼지듯 비강의 모습이 사라졌다.

스악, 서걱!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드는 강호인들의 가슴과 목을 베어 낸 비강은 그대로 북쪽을 향해 내달렸다.

 

* * *

 

“림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시오.”

의자에 앉아 서책을 탐독하고 있던 풍천양은 약추완이 방으로 들어오자 책을 덮어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강호의 여러 지부에서 보낸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내가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내용이 있소?”

“예. 동천, 서패, 남선, 북림. 이렇게 네 방향으로 천마지병이 이동 중입니다. 그중에 남선으로 이동 중이던 천마지병은 남협 북궁도의 손에 의해 파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천마지병 안에 숨겨져 있던 무공 역시 그자의 손에 의해 불태워졌습니다.”

호오…….

“방금 무공이 숨겨져 있다고 했소?”

“예. 북궁도는 수많은 강호인이 보는 앞에서 그 무공을 불태웠다고 합니다.”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깜짝 놀랄 만한 커다란 사건이었으나 풍천양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까지 떠올랐다.

“그만 나가 보시오.”

“중요한 보고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약추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중요한 보고라…… 그래, 들어나 봅시다.”

“예. 백리혈에 관한 보고입니다. 백리혈 연비강이 북림으로 향하던 회운창 악규와 악가의 가인들을 습격해 천마지병을 탈취해 달아났다고 합니다. 가인들은 그 암습으로 인해 전부 죽임을 당했고 오직 회운창만 살아남아 연비강을 추격 중이라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흐음…….

약추완의 보고를 받은 풍천양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

“부림주는 그 일을 어찌 처리했으면 좋겠소?”

“당장 순찰조와 무력대를 꾸려 그자를 추격해 제거해야 합니다.”

“부림주는 연비강의 반역을 확신하는군. 그렇지 않소?”

“예. 약가는 사사로이 제 사위의 가문이기도 하지만 북림에 소속된 소중한 무문이기도 합니다. 연비강이 반역을 꾀했으니 당연히 죽여 없애야 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풍천양은 선뜻 부림주의 요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한쪽에 밀어 놓았던 서책을 다시 끌어당겨 펼쳤다.

“연비강이 돌아오면 내게 데려오시오.”

답답하다는 듯 약추완의 목소리가 슬쩍 높아졌다.

“연비강은 림주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우리 북림의 반기를…….”

“목숨을 걸겠소?”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천양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으나 어딘가 모르게 서늘함이 느껴졌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내가 따로 이 일을 조사해 연비강이 죄가 있다면 그를 죽여 없앨 것이고, 회운창이 죄가 있다면 그는 물론이고 악가까지 멸문을 시킬 것이오. 어떻소, 한번 해 보시겠소?”

풍천양의 목소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으나 약추완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빌어먹을.’

그가 알고 있는 림주는 반드시 자신의 말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미 전서를 통해 악규의 계획을 알고 있는 약추완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었다.

“제가…… 철저하게 조사해 다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약추완은 간신히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천마지병은 온전한 상태로 내가 보았으면 하오이다.”

“아…… 알겠습니다.”

붉어진 안색을 억지로 숨기며 방을 나가는 약추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풍천양이 서책을 다시 덮었다.

‘역시 어리석은 자야. 지나친 욕심이 능력까지 가리고 있어.’

풍천양은 약추완의 보고가 거짓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지금 저자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연비강의 죽음이고, 또 하나는 천마의 무공이었다.

비록 얼굴 마주한 적이 몇 번 없었고, 마주할 때마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으나 연비강은 무공 때문에 배신할 사내는 아니었다.

북림이나 자신에 대한 충성심은 없지만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내였다.

‘제자들의 우열이 이번 일로 드러났구나. 진상이라던 운패의 제자가 가장 뛰어나.’

지금까지 자신의 일제자인 한조도 다른 벗들의 제자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조라면 북궁도처럼 천마지병과 무공을 그렇게 쉽게 없애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풍천양은 서책을 한쪽으로 밀어 놓고 전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 똑같은 내용의 전서 세 장을 작성한 그는 그것을 작게 말아 자그마한 통에 넣었다.

‘한번 보자.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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