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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44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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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44화

제44화. 천마(天魔)의 도(刀)(4)

 

 

 

네 사람의 동행은 여기까지였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먼저 오기륭이 떠나가고 여문탁도 그 뒤를 이어 떠나갔다.

“도, 너는 어찌할 거냐?”

“나? 나야 당연히 너와 같이 가야지.”

북궁도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히죽 웃으며 의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의창으로 들어선 그들은 먼저 객잔에 들어가 배를 채웠다.

“천마지병이 장사에 출현했다고 하니 그쪽으로 넘어가 봐야 할 것 같아.”

“내가 듣기로는 이곳 의창에 있다고 하던데.”

“어제 큰 싸움이 일어났는데 천마지병을 탈취한 자가 장사 쪽 방향으로 도망쳤다고 하더군. 천마지병의 새로운 주인은 나이가 오십 대 초반쯤 되는 고수라는 소리를 들었어.”

“그래? 내가 들은 소문으로는 삼십 대 초반쯤 되는 여인이라고 하던데. 엄청난 미인인데 손속이 무척 잔인해 어지간한 고수들은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

객잔 안에는 꽤 많은 강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천마지병의 행방을 아는 자는 없어 보였다.

북궁도가 답답한 상황에 머리를 긁었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감조차 안 잡히네.”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거리로 들어가 강호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비강의 제안에 북궁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그들은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거리를 찾아 들어갔다.

“저기가 가장 좋겠어.”

북궁도는 거리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삼 층 누각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골목 안으로 숨어 들어가 급히 건물의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그 지붕을 발판 삼아 삼 층 누각으로 건너간 그들은 빠르게 누각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탁. 슈우우…….

단번에 삼사 장을 날아 지붕 위로 올라서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물 찬 제비를 연상케 했다.

“비강이 네 말처럼 여기서 쉬면서 내려다보다가 강호인들이 움직이면 그때 쫓아가 보자.”

삼 층 누각의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니 수많은 건물의 지붕과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지붕 위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 * *

 

하암…….

두어 시진이 지나자 북궁도는 길게 하품을 하더니 지붕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강호인들이 움직이고 있으니 내가 다녀올게. 너는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알…… 았어. 얼른…… 다녀와.”

비강은 지붕 위에서 내려와 강호인들의 뒤를 쫓았다.

“천마지병을 내놔라!”

“이건 천마지병이 아니오! 자, 보시오!”

얼마 가지 않아 도를 들고 있는 사내를 겁박하고 있는 수많은 강호인을 발견했다.

사내는 직접 자신의 도를 뽑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강호인들은 도무지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마라!”

“얼른 그것을 내놔!”

“여기 있소. 가져가시오.”

사내는 자신의 도를 강호인들 앞에 내던지고는 모습을 감췄다.

따당! 땅……!

크악……!

“내 것이다!”

“웃기지 마! 내 것이다!”

사내가 내던진 도를 차지하기 위해 강호인들은 서로를 향해 병기를 휘두르며 뒤엉켜 싸움질을 벌였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비강은 신형을 돌려 북궁도가 기다리고 있는 누각으로 향했다.

“가짜였던 모양이구나?”

“그래.”

또다시 두 사람은 누각 위에 앉아 아래쪽을 주시했다.

그렇게 한 시진쯤 흘렀을 때 강호인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거리는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는 강호인들과 객잔에서 뛰쳐나온 강호인들로 가득했다.

“이번에는 뭔가 심상치 않아 보여.”

“같이 움직이자.”

두 사람은 급히 누각에서 내려와 강호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을 따라 신형을 날렸다.

크아악…… 크악!

“저놈을 잡아!”

“천마지병을 내놔라!”

지붕을 건너뛰며 한참을 달려가던 그들의 귀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외곽에 도착한 두 사람은 수백 명의 강호인에게 둘러싸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십 대 초반의 여인을 발견했다.

따당! 땅……!

크악! 아악……!

여인은 창신이 구불구불하고 길이가 일곱 자가량 되는 사모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무공이 아주 강해 강호인들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었다.

“그림 속 천마지병이 맞는 것 같은데.”

“내 눈에도 그렇게 보여.”

여인의 등에는 손잡이에 둥근 고리가 달린 한 자루의 날렵한 도가 걸려 있었다.

“저 여자, 요살마(妖殺魔) 백귀련이야.”

“요살마?”

“오래전부터 무림 공적이었던 여자야. 철전 한 닢을 얻기 위해 아이들이라 해도 서슴없이 죽이는 흉적이자 거마(巨魔)지. 사패에 쫓겨 모습을 감췄다고 들었는데 천마지병 때문에 모습을 드러냈네. 얼굴은 젊고 아름다워 보여도 아마 나이는 오십은 넘었을걸?”

끄아아……!

대부를 쥐고 달려드는 사내의 가슴을 사모로 꿰뚫어 버린 여인이 강호인들을 둘러보며 사납게 소리쳤다.

“내가 바로 백귀련이다! 죽고 싶은 자가 있으면 앞으로 썩 나서라!”

“요살마……!”

“어쩐지 무공이 강하더라니.”

여인이 살기를 풀풀 흘리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강호인들은 겁을 집어먹었는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위망을 풀고 놓아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죽어!”

백귀련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포위가 허술한 좌측으로 달려들며 창을 휘둘렀다.

바로 그때 비강은 포위망 속으로 파고들어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려 올렸다.

따다당……!

창과 검은 휘황하게 뒤엉켰다가 떨어지며 비강의 눈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거마라더니 확실히 보통은 아니야.’

검을 통해 전해 오는 힘과 빠르기가 여느 강호인과는 궤를 달리했다.

전진의 장문인이나 북산대마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거마로 불리기에는 충분히 강한 무공이었다.

백귀련도 비강의 검을 여느 강호인과는 다르게 느꼈는지 당혹스런 기색을 드러냈다.

“제기랄.”

그녀는 바로 뒤로 튕기듯 물러서더니 신형을 뒤로 빼냈다.

수백 명의 강호인에게 포위된 상황이라 되도록 강적과의 충돌은 피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등 뒤에서는 북궁도가 도를 꼬나쥔 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따다당! 따당……!

북궁도의 도와 백귀련의 창은 한 차례 격렬하게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천마지병은 나, 왕위남의 것이다!”

때를 맞춰 또 다른 자가 두 사람 사이에 난입해 대도를 휘둘렀다.

북궁도는 뒤로 물러섰다.

새로 난입한 왕위남과 백귀련이 창과 도를 휘두르며 뒤엉켰다.

스으으……!

서로 눈빛을 교환한 비강과 북궁도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검을 휘감고 돌던 맑은 기운이 수십 가닥으로 갈라지며 백귀련을 덮쳤다.

옆쪽에서 접근하는 살기를 느꼈는지 백귀련도 급히 보법을 밟아 신형을 움직였다.

스악……!

수십 가닥의 맑은 빛 무리 속에서 섬뜩한 빛을 발하는 검광이 빠져나와 백귀련의 허리를 가르며 지나갔다.

삼하귀상.

끄으으…….

허리가 베인 백귀련이 채 신음을 흘리기도 전에 섬광 한 줄기가 그녀의 목을 관통했다.

커억!

털썩…… 털썩…….

백귀련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왕위남이라던 사내 역시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처박았다.

쯧…….

왕위남을 베어 낸 북궁도는 혀를 차며 자신의 도를 도집에 집어넣었다.

비강은 백귀련이 등에 메고 있던 도를 집어 들었다.

‘……천마의 무공은 무슨.’

과연 명도이긴 했으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천마지병이라 하여 남들이 목숨을 걸든 말든, 비강에겐 그저 쇳덩이일 뿐.

비강은 그것을 북궁도에게 던졌다.

“네 맘대로 해.”

낄낄낄…….

북궁도는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도를 잡아챈 손을 높이 쳐들었다.

역시 비강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벗은 없었다.

“……멈추시오! 나는 남선의 북궁도라고 하오! 이제 이 도는 나의 소유가 되었소!”

북궁도의 외침 소리에 달려들 기회만 엿보고 있던 강호인들이 주춤 물러섰다.

“남…… 협?”

“어쩐지 무공이 대단하더라니.”

그러나 여전히 탐욕 어린 눈빛만은 여전했다.

“남선은 원래 천마지병의 주인이 아니지 않소? 그것은 주인이 없는 물건이오.”

강호인 중에 제법 용기 있는 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맞소. 원래 그것은 주인이 없는 물건이오!”

“아무리 남선이라 하지만 보물을 함부로 강탈해 갈 수는 없소!”

“보물을 내놔라!”

장내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 갔다.

강호인들은 탐욕에 눈이 멀어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도는 천마지병이 아니오!”

북궁도 역시 자신이 들고 있는 도가 천마지병이 아님을 알았다.

천마의 무공은 개뿔. 강호를 혼란케 하기 위한 미끼일 뿐.

하여 조금이라도 빨리 이 어지러운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거짓말하지 마!”

“그것이 천마지병이 아니라면 우리에게 내놓아라!”

“이제 와 그런 소리를 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남선의 협객이더냐!”

강호인들은 북궁도의 말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것이 진정으로 천마지병이라면 세상에 다시없을 보도일 것이오!”

다시 한번 강호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북궁도는 도를 앞으로 내밀어 수평으로 돌렸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도 되는지 도신 위로 한 줄기 섬광이 지나갔다.

땅!

비강의 검에 의해 반으로 부러진 도신은 공중을 두어 바퀴 돌다가 땅바닥에 꽂혔다.

“여기에 천하제일의 무공이 숨어 있다고 했소?”

북궁도는 반으로 부러진 도를 들어 손잡이를 감싸고 있던 가죽끈을 풀었다.

휘리릭…… 퍽!

그리고 그것을 하늘 위로 던지더니 자신의 도로 손잡이를 갈랐다.

짐승을 뿔을 다듬어 덧댄 도파는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자, 무공이 있소이까? 천마지병은 세상에 없소! 전부 헛소문이오!”

아아아…….

처음부터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 강호인들은 넋을 잃었다.

그들은 눈으로 확인한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천마의 무공만 있다면 사천존에 버금가는 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천마의 무공을 익히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그것만 수중에 넣는다면 강호제일의 갑부가 되어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만 돌아가시오.”

착잡하고 묵직한 북궁도의 목소리가 강호인들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비강과 북궁도는 여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강호인들을 뒤로한 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일을 무사히 끝냈으니 술 마시러 가자.”

딱딱하기만 했던 북궁도의 안색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펴졌다.

“너는 술 마실 생각밖에 없냐?”

비강의 미소에 북궁도는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폐관수련을 하다가 이 일 때문에 나왔단 말이야. 복귀하면 얼마 동안은 술조차 입에 대지 못할 테니 기회가 있을 때 마셔야지. 여기 의창보다는 장사에 기루가 많으니까 그곳으로 가 술을 마시자. 내가 잘 아는 기루가 있어.”

미소를 지으며 북궁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비강은 문득 여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강호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강호인들과 섞여 있던 삼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는 비강과 눈이 마주치자 슬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뭐 해? 안 오고.”

멀리 앞쪽에서 북궁도가 비강을 돌아보며 재촉했다.

비강은 찜찜한 기분을 간직한 채로 걸음을 옮겼다.

‘백건적이 섞여 있었나?’

 

* * *

 

“확실히 남협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소.”

“도운패의 제자이니 당연한 게 아니겠소.”

“어찌 되었든 계획대로 일이 풀리고 있네. 강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니 남은 네 자루의 천마지병을 모두 풀어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두 명의 사내와 한 명의 늙은 노파는 허허로운 걸음으로 장내를 벗어났다.

“호남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진의 뜻대로 하시게. 한데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표정이 좋지 아니하네.”

“예. 남협과 같이 있던 자가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그렇군. 그자는 아마도 북림의 백리혈일 것일세. 바로 장문인의 사부를 해한 자 말일세.”

“그렇군요. 그자가 바로 백리혈 연비강이었군요. 반드시 제 손으로 죽여야 할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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