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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4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43화

제43화. 천마(天魔)의 도(刀)(3)

 

 

 

땅, 땅, 땅……!

허름한 대장간에서는 나이 든 대장장이와 아들로 보이는 젊은 사내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젊은 협객분들이 도검을 구하러 오신 모양이로군요?”

비강과 북궁도가 안으로 들어가자 젊은 사내가 허리를 굽히며 살갑게 맞이했다.

“남선의 북궁도입니다.”

북궁도는 젊은 사내를 직시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아……! 남협의 대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 대장간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 사내의 응대는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이곳이 하오문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오문을 찾아왔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곳은 대장간입니다, 북궁 대협.”

젊은 대장장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잡아뗐다.

그때 안쪽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던 늙은 대장장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미 두 분께서는 이곳이 하오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셨군요. 결례가 많았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늙은 대장장이는 두 사람을 안내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앉으십시오.”

늙은 대장장이는 손수 차를 끓여 두 사람 앞에 내놓았다.

“두 분께 인사 올립니다. 장사(長沙)를 맡고 있는 곽모라는 늙은이올시다.”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대장장이는 두 사람과 마주 앉았다.

“천마지병에 관해 물으러 오신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만 우리 하오문조차 그것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만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심은 하고 있습니다.”

장사의 동쪽이라면 동천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소리였다.

비강은 서둘러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북궁도 역시 따라 일어서며 전낭에서 은자를 꺼내려 했다.

“되었습니다. 작게나마 도움을 드렸으니 남협께서는 이곳의 정체를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말에 북궁도는 품속으로 전낭을 되돌렸다.

“안녕히 가십시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늙은 대장장이의 인사를 받으며 대장간을 나섰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아득하게 멀어져 갈 때쯤 늙은 대장장이의 눈빛에 기광이 일었다.

“남협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자는 북림의 백리혈이 분명할 것이야.”

 

* * *

 

대장간을 나온 두 사람은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격이 길어질 것 같은데 어디 가서 식사라도 하고 갈까?”

비강의 물음에 북궁도는 손사래까지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소리 마. 하오문을 찾느라 객잔을 대여섯 군데나 돌아다니며 면을 시켜 먹었더니 아직까지도 면발이 입 밖으로 기어 나오는 것 같아.”

“그럼, 소화라도 시킬 겸 뛰어가자.”

막 경공을 시전하려던 두 사람은 멀찍이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발을 멈췄다.

“어? 여 소저 같은데?”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검붉은 비단 무복을 입고 양 허리에는 날렵해 보이는 병기를 차고 있는 여인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서패 적룡조의 조장이라는…….”

비강도 서패 적룡조의 조장에 관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 서패 적룡조의 조장, 여문탁 소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여인은 비강과도 안면이 있었다.

거리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고 천마지병의 쟁탈전을 구경할 때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남협을 뵈어요.”

두 사람 앞에 멈춰 선 여인은 북궁도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서패의 사람이 남선의 영역에서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녀도 되는 겁니까?”

북궁도는 뚱한 표정으로 여인의 인사를 받았다.

“다른 사람은 안 되겠지만 남협은 이런 일에 신경 쓸 분이 아니니까요.”

쩝…….

여인의 대꾸에 입맛을 다신 북궁도는 옆에 서 있는 비강을 소개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여인의 말이 한발 빨랐다.

“또 보게 되네요. 인사라도 나눌까요? 저는 서패의 여문탁이라고 해요.”

“북림의 연비강입니다.”

아아…….

“보통 사람은 아니란 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백리혈 연 소협이로군요.”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사람이 걸어온 뒤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대장간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그곳에서도 확실한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북궁도는 여인이 묻기도 전에 먼저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군요. 그럼 두 분은 이제 어디로 가시나요?”

“동쪽.”

“같이 가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렇게 여문탁까지 일행으로 받아들인 두 사람은 동쪽으로 길을 서둘렀다.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는 모르나 먼저 배라도 채우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만합시다, 여 소저. 면발이 당장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하하…….

서늘했던 여문탁의 표정이 일시에 풀리더니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그녀도 하오문을 찾기 위해 북궁도처럼 이곳저곳을 드나들며 배를 채웠기 때문이었다.

“동쪽에는 의창(宜昌)이라는 큰 마을이 있어. 경공으로 달리면 두 시진 안에 의창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서야 어디…….”

가는 길에 강호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의창으로 향하는 강호인들도 있었고 의창에서 장사로 넘어오는 강호인들도 있었다.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길을 걸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깊어 갈 때쯤 세 사람의 눈앞에 객잔이 나타났다.

“저기서 배 좀 채우고 가자. 면으로만 배를 채웠더니 금방 허기가 지네.”

북궁도는 비강과 여문탁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객잔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도 조금 배가 고프네요.”

남은 두 사람도 북궁도의 뒤를 따라 객잔으로 들어갔다.

객잔 안은 강호인들로 바글바글했다.

먼저 객잔 안으로 들어온 북궁도는 점소이를 잡고 자리를 물었으나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손님들이 워낙에 많이 몰려들자 객잔 주인까지 나서서 주문을 받았다.

“이보시오, 주인장. 안에 자리가 없다면 밖에 불을 피워 놓고 식탁 몇 개와 의자를 가져다 놓으면 되지 않겠소.”

“그렇지 않아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북궁도의 말을 받아들인 주인은 점소이들을 시켜 불을 피우게 하고 창고에서 식탁과 의자를 꺼내게 했다.

바깥에 자리가 마련이 됐지만 금방 손님들로 채워졌다.

“오리구이 세 마리와 백주 한 병만 가져다다오.”

주문을 마친 북궁도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후우!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천마지병이라는 것을 찾아낸 후에도 문제예요. 강호인들의 이목이 전부 우리에게 쏠릴 테니까요. 이번 일은 백건적의 흉계일 가능성이 높아요.”

여문탁도 천마지병이 진짜가 아님을 확신하고 있었다.

북궁도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내가 궁금한 것은 과연 백건적이 이번 일로 무엇을 얻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들은 얻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비강도 북궁도나 여문탁과 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이번 일을 백건적이 꾸몄다고 해도 그들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꺼림칙한 느낌은 여전했다.

세 사람이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가운데 점소이가 구운 오리 세 마리와 술을 내왔다.

“자, 고민은 접어 두고 우선 먹읍시다.”

막 술병을 잡아 가던 북궁도의 손이 멈칫하며 멈췄다.

그의 시선은 술병이 아닌 객잔의 마당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나 참, 기가 막혀서.”

비강과 여문탁은 북궁도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당 입구에는 키가 크고 조금 마른 사내가 들어서고 있었는데 그는 허리에 장검 한 자루를 차고 있었다.

얼굴은 위아래로 긴 말 머리 상이었고 표정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동천의 오기륭 소협이로군요.”

여문탁은 다른 식탁에는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기륭은 동천 적룡조의 조장으로 강호 무림에서 명성이 높은 젊은 고수였다.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사패를 대표하는 신진고수들이 이름 모를 객잔에 모였다.

―비강아, 비밀 하나 알려 줄까? 여 소저는 서패 패주의 제자고, 오기륭은 동천 천주의 제자야.

갑작스런 북궁도의 전음이었지만 비강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무림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젊은 고수들이 이유 없이 갑자기 등장할 리 없기 때문이었다.

동천의 오기륭도 북궁도와 여문탁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세 사람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 두 분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 소협.”

“또 보게 되었습니다, 오 소협. 아주 당당하게 우리 남선의 영역을 활보하십니다.”

가시 돋은 북궁도의 인사에 냉랭하던 오기륭의 얼굴이 순식간에 펴졌다.

냉랭한 표정이 풀리자 인상도 바뀌었는데 마치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았다.

그러나 눈빛만은 처음과 다름이 없었다.

“좀 봐주십시오, 북궁 소협. 사해의 동도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앉으시오.”

“고맙습니다.”

북궁도의 허락을 받고 막 자리에 앉으려던 오기륭은 비강을 향해 손을 모았다.

“실례지만 존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분은 북쪽의 연 소협이에요.”

여문탁의 소개를 단번에 알아들은 오기륭은 흠칫 놀라더니 곧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동쪽의 오모가 연 소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비강도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예를 표했다.

그렇게 사패의 신진고수들이 한자리에 마주하고 앉았다.

“오 소협은 어디로 가는 중이었습니까?”

“우리 동천의 지부에서 이르기를 장사로 급히 움직여 보라고 해서 그쪽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는 세 분은 어디로 가는 길이었습니까?”

“의창입니다.”

“이런, 제가 걸음을 되돌려야겠습니다.”

세 사람이 한 곳을 향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곳으로 가야 했다.

더군다나 이 세 사람은 보통 강호인들이 아니었다.

북궁도는 오리구이를 입에 넣으며 피식 쓴 미소를 지었다.

오기륭과는 이번에 두 번째 만남이었다.

비강과 달리 우연한 첫 번째 만남에서 그리 호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강호 무림의 평판은 오기륭이 협과 의를 숭상하는 협객이라 말하고 있지만,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얼굴은 순해 보였지만 그 순한 인상조차 만들어진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낸 네 사람은 객잔을 나와 의창으로 향했다.

“소문을 들으니 연 소협이 검으로 서안을 반으로 갈랐다고 하던데, 기회가 된다면 구경이라도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오기륭은 비강의 무공이 몹시 궁금한 모양이었다.

여문탁 또한 힐끔거리는 것이 오기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문은 언제나 과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강호에서는.”

비강은 오기륭과 여문탁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특히 오기륭은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드는 사내였다.

 

이미 시각은 자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관도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무림의 모든 강호인이 호남으로 몰려든 것 같군.”

네 사람은 밤새 길을 걸었다.

축시를 넘기자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새벽을 넘어 희뿌옇게 주변이 밝아질 때쯤에 그들은 경공으로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의창이다.”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경공으로 달리던 네 사람은 속도를 줄였다.

“의창에 들어가기 전에 결정해야 할 게 있지 않겠습니까.”

오기륭의 말에 다른 세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결정을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만약 천마지병을 얻게 되면 누가 가져갈 것인가.

“의창은 남선의 영역이니 당연히 내가 가져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궁도가 먼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천마지병에 주인이 정해져 있답디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오기륭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저도 오 소협과 같은 생각이에요. 천마지병은 주인이 없어요.”

여문탁도 오기륭과 뜻을 같이했다.

“그럼, 이렇게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곳에서 헤어져 각자 찾아봅시다. 그리고 천마지병을 찾는 사람이 주인이고 바로 이곳을 떠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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