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42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42화
제42화. 천마(天魔)의 도(刀)(2)
하하하……!
약추완과 약하림의 가증스런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다려라. 곧 너희들의 목을 베어 줄 테니.’
호북 안쪽으로 들어선 비강은 가까운 양양 지부 찾아갔다.
“어디서 오셨소?”
“북림 순찰단 부관, 연비강이오. 지부장을 만나러 왔소.”
지부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무인은 연비강이라는 이름을 듣자 얼른 포권부터 취했다.
“연비강 소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무인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비강은 중후한 인상의 중년 사내와 마주했다.
“양양 지부장 정덕초라 하오. 연비강 소협을 뵙게 되어 영광이외다.”
양양 지부장 정덕초는 젊었을 적에는 사내답게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인상의 사내였다.
“저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서 앉으시오.”
정덕초는 손수 차까지 내와 권했다.
“시원찮은 차이기는 하지만 갈증을 달래기에는 제법 괜찮을 거외다. 어서 드시오.”
“고맙습니다.”
차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비강은 이곳으로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림주께서 천마지병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본림에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설마하니 연 소협께서 나올 줄은 몰랐지만 말이오.”
정덕초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여러 장의 서신을 꺼내 왔다.
“여기에 그에 관한 내용이 전부 들어 있소이다.”
서신을 건네받은 비강은 빠르게 내용을 살폈다.
“벌써 호남으로 내려갔군요.”
“그렇소. 하나 그 서신의 내용 또한 확실한 것이 아니니 헤아려 살펴야 할 것이외다.”
“지부장님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비강은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림주님의 명이 우선이라 식사라도 같이하자는 청을 못 드리는 것을 용서하시오.”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호남은 남선의 영역이니 특별히 조심하셔야 할 거요.”
지부장의 배웅을 받으며 양양 지부를 나온 비강은 바로 호남을 향해 달렸다.
* * *
북쪽은 완연한 가을을 넘어 겨울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날씨가 따뜻해졌다.
사흘이 지나고 비강은 장사(長沙)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남선의 지부만 있기에 정보를 전해 들을 수도 없었다.
‘또 하오문을 찾아가야 하는 건가.’
이미 천마지병에 관한 소문이 퍼졌는지 장사의 저잣거리에는 병기를 휴대한 많은 강호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어쩔 수 없구나.’
설사 천마지병이 진짜이고 그곳에 무공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무공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강호인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꿈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었다.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비강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젊은 강호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 강호인은 검붉은 비단 무복을 입고 있는 여인이었는데 양쪽 허리에는 날렵한 검을 차고 있었다.
‘눈빛이 꽤 서늘하군.’
비강과 눈이 마주친 젊은 여인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옆을 지나쳐 갔다.
‘일단 저잣거리부터 돌아다녀 볼까.’
주변 정황을 살피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던 비강은 강호인들이 하나둘씩 급하게 저잣거리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뭔가 일이 터졌구나.’
비강은 그들의 뒤를 쫓아 움직였다.
“천마지병이 나타났대.”
“정말이야?”
비강의 뒤쪽에서 강호인들이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크아아악! 아악……!
따당! 땅! 땅……!
장사성의 외곽은 비명 소리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뒤엉켰다.
수백 명의 강호인이 서로를 향해 병기를 휘둘러 죽이며 죽어 가고 있었다.
적도 없었고 아군도 없는 지옥의 아귀다툼이었다.
“내 거야!”
“무슨 소리! 저놈이 천마지병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천마지병이 아니오! 평범한 도란 말이오!”
날렵하게 생긴 도 한 자루를 쥐고 있던 사내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으나 그 사내는 곧바로 등에 칼을 맞고 쓰러졌다.
크악!
“내…… 내 거다.”
“저놈이 천마지병을 가지고 있다!”
끄아아아……!
도를 움켜쥐었던 사내의 팔이 잘리고 목이 날아갔다.
또 다른 강호인이 얼른 도를 챙겨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을 벗어나려고 했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다리가 잘려 바닥에 나뒹굴었다.
비강은 높은 언덕 위에 서서 보물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아래쪽을 하염없이 내려다보았다.
강호인들의 목숨을 앗아 가며 손에서 손으로 옮겨 다니고 있는 도가 그저 평범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저 도는 손잡이 끝의 고리도 작을 뿐 아니라 신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저 강호인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도신이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박사박…….
뒤쪽에서 들려오는 은밀한 발걸음 소리에 비강이 시선을 돌렸다.
‘저 여자를 또 보게 되는군.’
저잣거리에서 마주쳤던 젊은 여인이 걸어오다가 비강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비강도 마주 고개를 숙여 보이자 그 여인은 언덕 앞으로 걸어 나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가짜인 모양이로군요.”
“그럼에도 저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무공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천마지병을 팔기만 하면 거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여자는 남자의 정체를 몰랐고 남자 또한 여자의 정체를 몰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또 뵈어요.”
“또 봅시다.”
정체 모를 여인이 먼저 물러나고 비강도 신형을 돌렸다.
다시 마을로 돌아온 비강은 정보를 찾기 위해 흑도 무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저기 있군.’
골목까지 샅샅이 훑으며 찾아다니던 비강의 눈에 급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흑도 무리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지붕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하아…….
비강은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며 지붕 위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 * *
“이것들이 뒈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감히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 하다니 말이야.”
“아이고, 저희들이 눈이 삐어 감히 남협을 몰라뵈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뚜둑…….
아악……!
흑도 무리를 윽박지르던 북궁도는 사납게 생긴 사내의 엄지손가락을 잡아 꺾었다.
“얼른 하오문이 있는 곳을 말해.”
“정말…… 정말 모릅니다. 살려 주십시오.”
“그럼, 하오문도 하나만 잡아 와. 아니면 전부 이 자리에서 병신이 되든가.”
나직하지만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북궁도의 협박이 이어졌다.
“잡아 오겠습니다. 당장 잡아 오겠습니다.”
“거기 두 놈만 나가고 두 놈은 이곳에 남아.”
“예.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두 사내가 화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북궁도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내들을 내려다보다가 한쪽에 나뒹굴고 있는 의자를 일으켜 앉았다.
“저…… 술과 안주라도 마련해 올릴까요?”
바닥에 엎드려 있던 사내가 슬쩍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대로 있어, 이 자식들아. 입에서 면발이 튀어나올 것 같으니까.”
삐걱.
그때 문이 열리며 비강이 안으로 들어섰다.
갑작스런 벗의 등장이었지만 북궁도는 그저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여! 왔냐?”
북궁도의 반응에 비강도 피식 미소를 짓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던 의자 하나를 일으켜 앉았다.
“하오문을 찾고 있었나?”
씨익―
“그럼, 이런 개판에서 직접 발로 뛰긴 좀 그렇잖아?”
“네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니 장사가 가장 유력한 모양이구나.”
“나도 모르겠어.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고 심정에 지금 하오문을 찾고 있는 중이야.”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문이 열리며 흑도 사내가 평범해 보이는 청년 한 사람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하명하신 대로 하오문의 문도를 잡아 왔습니다.”
흑도 사내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냉큼 바닥에 엎드렸다.
“아닙니다! 저는 하오문이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흑도 사내에게 끌려온 젊은이는 울상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아니라는데?”
북궁도의 눈빛은 대번에 스산해지고 몸에서는 살기까지 풀풀 풍겨 나왔다.
이에 겁에 질린 흑도 무리는 마룻바닥에 이마를 박았다.
쿵! 쿵!
“하오문도가 맞습니다. 정말 맞습니다.”
“목숨을 걸 수 있지?”
“그…… 그건…….”
바닥에 이마까지 박아 대던 흑도 무리의 대답 소리는 힘이 없었다.
“이것 봐. 이놈들은 거짓말을 숨 쉬듯 한다니까.”
바닥에 엎드린 흑도 무리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던 북궁도는 젊은 사내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만 돌아가 보십시오.”
“가, 감사합니다. 대협!”
젊은 사내는 황급히 밖으로 줄행랑을 놓았고, 그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비강은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자, 이제 하오문으로 의심되는 곳을 말해 봐.”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전에 있던 두목이 하오문과 관련이 있었으나 수차례 강도 살인을 저지르는 바람에 하오문에 의해 제거되었습니다. 그 후로 하오문과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그래? 그럼 하는 수 없군. 어디 기루라도 뒤져 봐야지.”
북궁도는 그 말을 남기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 * *
밖으로 나간 북궁도는 바로 땅을 차고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지붕 위로 날아오른 북궁도의 눈에 멀리 다른 건물의 지붕 위에 서 있는 비강의 모습이 보였다.
‘손발이 정말 귀신같이 맞는 친구야.’
히죽 미소를 지은 북궁도는 비강이 서 있는 지붕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저기냐?”
“그래. 조금 전에 그 사내가 안으로 들어갔어.”
비강과 북궁도가 내려다보고 있는 곳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푸줏간이었다.
푸줏간 안에서 고기를 손에 든 또 다른 사내가 밖으로 나오더니 어디론가 급히 뛰어갔다.
두 사람은 그 사내의 뒤를 쫓아 지붕과 지붕을 옮겨 다녔다.
고기를 든 사내는 객잔 안으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젊은 여인과 함께 나왔다.
잠시 대화하던 두 사람.
이번엔 젊은 여인이 또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여인의 뒤를 쫓아 움직이던 두 사람의 눈앞에 허름한 대장간이 나타났다.
대장간으로 들어간 여인은 식칼 하나를 구입하고는 자신이 온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저기로군.”
“정말 용의주도한 것들이야.”
지붕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대장간을 향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