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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41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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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41화

제41화. 천마(天魔)의 도(刀)(1)

 

 

 

먼저 얼굴에 푸른색의 분장을 칠한 경극 배우가 등장했다.

배우의 등에는 네 자루의 칼과 네 개의 깃발이 꽂혀 있었고 손에도 큰 칼 한 자루를 쥐고 있었다.

비강은 경극을 처음 구경했다.

‘신기하군.’

푸른색으로 분장을 한 배우의 얼굴에 그려진 흉측한 형상은 비강의 반지에 있는 악마의 형상과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잠시 경극을 구경하던 비강은 약철빙의 귀에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분하만이 뭡니까?”

“경극의 일종이야. 저기 화려한 옷을 입고 도망가는 자가 당태종이야. 악마의 형상을 한 장수는…….”

약철빙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비강은 얼굴에 하얀 분장을 한 장수가 등장해 악마의 형상을 한 장수를 막아서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나와 같은 성씨를 쓰는 장수라…… 어지간히도 무서워했나 보구나. 얼굴에 저런 분장을 한 것을 보면.’

경극이 끝나자 마당으로 향했던 문이 닫히고 상인들은 흥겹게 술잔을 비워 냈다.

“그때 서장에서 연 소협과 헤어지고 난 후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용중연은 아직도 비강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해 그냥 보낸 일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지난 일을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혹여 다음에 제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꼭 찾아주십시오.”

비강과 용중연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술에 취한 상인들이 흥겹게 어울렸다.

술에 취한 상인 하나가 나란히 앉아 있는 비강과 약철빙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짐짓 짓궂은 농담을 입에 올렸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자기 딴에는 아부를 위한 말이었으나 비강의 표정은 슬쩍 굳어졌다.

반면 약철빙의 얼굴에는 홍조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띵띠딩…… 딩딩…….

상인들은 악공들까지 불러들여 흥겹게 놀았다.

“우리는 이만 일어나도록 하…… 지.”

약철빙은 남들이 보는 앞이라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혀는 이미 많이 꼬인 상태였다.

상인들이 번갈아 가며 술을 치는 바람에 남들보다 많이 마신 것이었다.

비강과 약철빙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흥겹게 놀던 백 단주가 황급히 다가왔다.

“어찌 벌써 돌아가려 하십니까?”

“술에 많이…… 취했습니다.”

백 단주도 약철빙의 목소리를 듣고는 넙죽 허리를 숙였다.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겠습니다.”

흥겹게 놀던 상인들도 두 사람을 마당까지 배웅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연 소협.”

용중연의 인사를 끝으로 비강과 약철빙은 일미고를 나와 북림으로 향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유지하며 걸음을 걷던 약철빙은 사람들이 많은 저잣거리를 벗어나자마자 비틀거렸다.

비강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발을 옮겼다.

“연 부관은…… 술도 꽤 센 모양이야.”

“어떤 진상과 몇 번 어울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약철빙을 부축해 북림으로 향하던 비강은 그녀의 몸이 점점 아래로 처지자 앞에 앉았다.

비강의 등으로 약철빙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언젠가는 당신도 죽여야 하겠지만…….’

사패의 지존들을 넘어서는 날 약가를 멸망시킬 것이다.

그 전에 다른 자들의 손에 죽는다면 무덤을 파헤쳐 또 한 번 죽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도와주리라.

약철빙을 등에 업은 비강은 북림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들어가도 되겠는지요?”

“들어오시오.”

서책을 읽고 있던 풍천양은 부림주가 문을 여는 소리에 책장을 덮었다.

방으로 들어온 약추완은 풍천양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앞쪽 의자에 앉았다.

“호북 양양에서 사람을 통해 급전을 보내왔습니다. 호북에 천마지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약추완의 목소리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천마지병은 오래전 천마가 사용했다던 한 자루의 도였다.

또한 소문에 이르기를 천마지병에는 천하를 아우르는 무공이 숨어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천마와 함께 사라졌던 그의 애병이 다시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천마지병이라…….”

하지만 풍천양은 전혀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다.

“천마지병을 보았다는 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림을 그려 보내왔습니다. 벌써 호북 쪽에서는 천마지병에 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약추완은 전서를 펼쳐 풍천양의 눈앞에 내보였다.

전서에는 도파에 둥그런 고리가 달린 한 자루의 날렵한 장도가 그려져 있었다.

특이한 형태였다.

“애써 구하고자 한다면 못 구할 것도 없겠지만 강호 무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기가 아닙니다.”

풍천양은 그림만 들여다볼 뿐 말이 없었다.

“동쪽 오랑캐들이 주로 이런 병기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약 떠다니는 소문처럼 정말로 이 병기에 천마의 무공이 숨겨 있다면 큰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른 삼패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북림이 먼저 수습해야 합니다.”

“부림주는 정말로 이 도에 무공이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소?”

“헛소문일 가능성이 많겠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약추완의 표정에는 초조함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이미 부림주 약추완은 벌써 그림 속의 천마지병을 찾아내기 위해 따로 사람들을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그의 수족과 같은 자들일 것이다.

“순찰단의 연비강에게 올라오라 전하시오.”

“어찌하여 그자를……?”

약추완은 풍천양이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자 얼른 고개를 숙였다.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나가 보시오.”

“예.”

약추완이 방을 나가고 난 후 풍천양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쯧쯧…….

능력은 있으나 참으로 욕심이 많은 자였다.

“천마지병이 강호 무림에 등장할 리가 없지. 사형은 그것을 절대로 내놓지 않을 테니 말이야.”

다른 세 벗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병기는 강호 무림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누군가의 농간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정말로 사형이……?’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풍천양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침중한 얼굴로 고심을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천천히 표정을 풀었다.

“연비강입니다.”

“들어와.”

방으로 들어온 연비강은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호북 양양에 이것이 나타났다고 하니, 네가 강호로 나가 찾아오너라.”

풍천양의 앞에 놓여 있던 서신은 비강이 서 있는 탁자 끝으로 미끄러지듯 날아가 멈췄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왜 제게 이런 심부름을 시키시는 겁니까?”

비강은 서신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네 녀석은 나와 북림에 충성심이 없지 않느냐. 언제나 객관적인 눈으로 강호 무림을 바라볼 수 있으니 내게 올라오는 보고 또한 사심이 섞여 있지 않겠지. 거기에 더해 상황 판단이 빠르고 무공이 고강하니 너보다 더 좋은 적임자는 없다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제야 비강은 눈앞에 놓인 그림을 흘깃 쳐다보았다.

북림에 대한 충성심은 없었지만 림주만은 인정하고 있었다.

“도(刀)로군요.”

“평범한 도가 아니라 천마지병이라 한다더구나. 강호의 소문에는 그 도에 세상에 다시없을 무공이 숨겨져 있다고도 하고.”

‘천마의 도.’

천마가 이런 도를 가지고 다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림을 내려다보고 있는 비강을 주시하고 있는 풍천양의 입가에 가는 미소가 걸렸다.

이 젊은 녀석은 세상에 다시없을 무공이 숨겨져 있다는 말에도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제가 무공을 욕심내 이것을 찾아 다른 곳으로 도망을 치면 어찌하려고 이 일을 맡기십니까?”

“그리해도 괜찮다.”

비강은 풍천양의 대답에 뭔가 마음속으로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이 도에는 무공이 없군요.”

껄껄껄…….

역시 이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분이 즐거워진다.

“그 도를 찾기 위해 다른 사패에서도 나섰을 것이니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 *

 

“림주님이 무엇 때문에 연 부관을 부른 거지?”

“호북에 천마지병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내게 그것을 찾아오라 하셨습니다.”

비강은 숨김없이 약철빙에게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니 숨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약철빙은 천마지병이 나타났다는 말에 크게 놀랐는지 비강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정말 그 천마지병이 나타났다고?”

“네.”

방으로 들어간 비강은 길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행랑을 꾸려 방을 나왔을 때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던 약철빙이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은 되도록 비밀리에 처리해야 할 거야. 소문이 퍼지면 강호 무림은 전쟁을 치를 정도로 난리가 날 테니까. 연 부관은 이미 강호에 많이 알려져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가면 안 돼.”

약철빙의 말에 비강은 등에 메고 있던 철봉을 풀었다.

‘아쉽군.’

그녀의 말대로 이런 일은 되도록 비밀리에 처리하는 것이 낫다.

병기 여러 자루를 지니고 다니는 강호인들도 많으나, 철봉을 등에 메고 다니는 강호인들은 흔치 않았다.

비강은 철봉을 자신의 방에 놓아두고 집무실을 나섰다.

“호북에 도착하면 지부마다 들러 정보부터 듣고 움직여.”

“알고 있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와.”

순찰단을 나온 비강은 성문으로 향했다.

 

* * *

 

“잠시 시간을 내주십시오, 연 소협.”

막 성문을 나서던 비강은 허리를 숙이며 말을 건네는 낯선 무인을 만났다.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소?”

“부림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자가 왜 나를……?’

비강은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으나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하시오.”

낯선 무인은 비강을 성 밖으로 안내했다.

잠시 길을 걷던 무인은 숲으로 들어가더니 돌다리가 놓인 작은 개울을 건넜다.

‘이런 곳도 있었군.’

개울 너머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는 작은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주변의 경치가 제법 그럴듯했다.

정자 안에는 약추완과 사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비강의 눈에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어서 오게.”

“부림주를 뵙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반기는 약추완을 향해 비강은 머리를 숙였다.

“이쪽으로 앉게. 아, 여기 이 아이는 내 여식이라네.”

“연비강입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끝낸 비강이 고개를 들자 여인도 살짝 머리를 숙였다.

“약하림이라고 해요.”

“회운창 악규 대협의 부인이 되시는 분이군요.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하하…….

뭐가 그리 기꺼운지 약추완은 환한 웃음을 짓더니 자리에 먼저 앉았다.

“전에는 내가 잠시 연 부관에게 못 볼 꼴을 보였네.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지.”

“아닙니다.”

하하하하…….

“역시, 연 부관은 성격이 화통하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약추완은 직접 찻잔에 차를 따라 건넸다.

“소문을 들으니 새외에서 지냈다고 하던데…….”

“예. 군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중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겠군.”

“연고뿐만 아니라 이곳에 대한 기억조차 없습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대화를 듣고 있던 약하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연서문이라는 분에 대해 알고 있나요?”

“강호에서 이협으로 불렸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하면 연이라는 성씨는 누가 지어 주신 건가요?”

“어릴 때 저를 돌봐 주시던 아저씨가 성과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사실 원래의 성과 이름조차 알지 못합니다.”

비강은 약하림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아저씨라는 사람의 성과 이름은 어떻게 되는가?”

“성과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열세 살인가 열네 살인가 되던 해에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떠나셨습니다.”

“이런……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고생이 많았겠군.”

약추완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으나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자네와 친해지고 싶어 불렀네. 이번 임무를 마치면 같이 술이라도 한잔하지 않겠는가?”

비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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