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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40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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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40화

제40화. 이어지는 인연

 

 

 

비강으로 인해 순찰단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지만 정작 소문의 당사자는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운기행공과 함께 무공을 연마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운기행공과 무공에 매진했다.

청마조의 죽음은 북림 내부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었지만 부림주는 모든 일을 불문에 부쳤다.

 

“청마조의 새 조장은 양원단의 권사종으로 임명해야겠어. 연 부관 생각은 어때?”

“그렇게 하십시오.”

“조원들은 권 조장이 데리고 있던 사람들로 채워 넣고. 괜찮겠지?”

“좋은 생각입니다.”

누가 되든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권사종이 누구인지 모르는 비강은 약철빙의 질문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약철빙은 아미를 찌푸리며 슬쩍 목소리를 높였다.

“일에 집중해. 지금 무슨 서류에 집중하고 있는 거야?”

“하오문에 관해 살펴보고 있는데 별다른 기록이 없군요.”

“하오문은 왜?”

“어떤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못마땅한 눈빛으로 비강을 주시하고 있던 약철빙은 하오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뭐 별거 있나. 돈 많고 사람 많은 소인배 집단이지. 다만…….”

“다만?”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와해되면서 수많은 무공비급이 강호 무림으로 퍼져 나갔고, 그중 대부분이 하오문으로 흘러들어 갔지. 그들이 그 비급을 들고 뭘 했는 줄 아나?”

“…….”

“알량한 무공비급을 믿고 무문을 개파했어. 그랬다가 북림에 멸문당했지. 그때 하오문주가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곤 사패에다 무공비급을 바치며 살려 달라 빌었어.”

하오문에 이런 비사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원래 고절한 무공비급은 그만한 경지에 있는 사람에게나 제대로 먹히는 법인데 하오문은 그 사실을 간과한 거지. 애초에 온갖 탐욕스런 인간 군상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뭔 놈의 고수가 있을 수 있었겠어. 그들은 그저 협도 의도 없는 소인배들일 뿐이야.”

약철빙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리고 그 신념은 비강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어둠 속에서 살아가기에 문원들도 충성심이 강하지만, 양지로 나온다면 본래의 탐욕을 드러낼 것이다.

‘참으로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오문은 어디에나 귀가 있어 언제나 수요는 있지만, 환영은 받지 못하는 조직이었다.

“자, 됐고. 권사종을 청마조의 조장으로 차출하고자 한다는 요청서나 작성해 줘.”

“그러죠.”

비강이 요청서를 거의 다 써 내려갔을 즈음, 부단주 엄숭하가 찾아왔다.

“서안 상인들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되었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아, 그날이 바로 오늘이로군요. 부단주가 참석하세요.”

“여태까지 단주님께서는 그런 자리에 한 번도 참석하신 적이 없습니다. 올봄에 초대되었을 때 가을에는 단주님께서 참석하신다고 약속을 했기에 이번에는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하는 수 없군요. 제가 연 부관과 함께 참석하죠.”

“예. 그럼 상인들에게 일러 놓겠습니다. 약속 장소는 일미고(一味庫)입니다.”

엄숭하가 밖으로 나간 후 약철빙은 서둘러 책상을 정리했다.

“연 부관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 상인들을 만나는 자리이니 격식은 갖춰야지.”

북림의 순찰단에서는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서안의 상인들과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서안뿐만 아니라 북림이 다스리고 있는 지역의 이름 있는 상인들도 참석하기에 아주 중요한 모임이었다.

겉으로는 친목을 위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주로 상인들의 요청 사항을 듣는 자리였다.

“이것으로 갈아입어.”

약철빙은 방에서 비단 무복 한 벌을 가지고 나왔다.

“이게 뭡니까?”

“부유한 상인들이 참석하는 자리야. 병기는 검 하나만 가져가도록 해.”

 

* * *

 

비강은 그녀의 말대로 푸른빛의 비단 무복으로 갈아입고 철봉은 방에 놓아두었다.

약철빙도 하얀 백색의 비단 무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아름다운 얼굴과 아주 잘 어울렸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니 동평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상인들을 만나고 올 테니 오늘은 일찍 쉬어.”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막 성문을 나서던 두 사람은 성 안으로 들어오는 일단의 무리와 마주쳤다.

그런데 그 무리와 마주친 약철빙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차가웠고 몸에서는 은근히 살기까지 일고 있었다.

“철빙아.”

무인들 한가운데에서 사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비강도 저 여인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전에 북궁도와 남쪽으로 내려갈 때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차 속의 바로 그 여인이었다.

“내 이름은 부르지 말랬지.”

얼음장보다 더 싸늘한 약철빙의 대꾸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여인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미…… 미안해. 깜빡 잊었어.”

“아주 잘 먹고 잘 사는 모양이야. 갈수록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보니.”

“그런 소리 하지 마. 나는 네 생각으로…….”

여인의 눈에서는 눈물까지 고이고 있었다.

“헛소리하지 마. 꼴 보기 싫으니 어디 가서 죽어 버려.”

지독한 말로 여인을 몰아붙인 약철빙은 찬바람을 일으키며 서안의 저잣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푹 늘어뜨리고 있는 여인을 힐끔 쳐다본 비강은 약철빙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누굽니까?”

“벌써 뒈졌어야 할 빌어먹을 년이야. 신경 쓰지 마.”

‘약하림이구나.’

비강은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을 향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 *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잣거리로 나온 두 사람은 또다시 안면이 있는 자들과 만났다.

바로 전에 만났던 흉터 많은 파면(破面) 노인, 담노와 그 손녀였다.

노인은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더니 비강을 향해 허리를 넙죽 숙였다.

“연비강 소협이 아니십니까?”

“서안에 오래 머물러 계시는군요.”

허허허…….

“서안이 마음에 들어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자리까지 잡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담노는 아주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머물 집이 마련되면 초청을 할 것이니 반드시 들러 주십시오.”

“그러시오.”

대답을 얼버무린 비강은 먼저 걸어가고 있는 약철빙의 뒤를 좇아 움직였다.

 

비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이, 비강을 넘어 약철빙에게 시선을 옮겼다.

푸근하던 미소가 어느새 걷히고, 그 자리에 서늘함만이 자리를 잡았다.

‘곧 지옥을 맛보여 주마, 약가야.’

 

* * *

 

약속 장소인 일미고를 향해 걷던 약철빙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늙은이야. 조사를 해 봐야겠어.”

“초청을 할 때 제가 한번 조사를 해 보죠.”

“그렇게 해.”

두 사람을 불빛이 환한 전각들로 둘러싸인 마당으로 들어섰다.

일미고는 서안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요리점이었다.

방만 해도 오십 개가 넘었고 일하는 사람들 또한 이백 명에 가까웠다.

그리고 술에 취한 사람들이 묵을 깨끗한 방까지 마련되어 있어 가히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할 정도의 규모였다.

“어서 오십시오. 단주님. 어서 오십시오, 연비강 소협.”

마당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던 서안 상인들의 대표가 넙죽 허리를 숙이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서안 상단의 백 단주님이시군요.”

“예. 미흡하게도 제가 상인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백 단주는 두 사람을 안내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삼십여 명의 상인들이 모여 앉아 있다가 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북림의 순찰단주님을 뵙습니다. 연비강 소협을 뵙습니다.”

상인들은 비강이 순찰단주와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이들 중에 비강과 전진 장문인과의 일전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귀가 따갑도록 소문을 들었고, 또 일부는 저잣거리에서 확인까지 마쳤다.

비록 고랑에 흙이 메워지고, 사람들과 마차가 지나다니며 다져 놓아 무공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대단한 무공이었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반가워요.”

약철빙과 비강이 주인 자리에 서자 백 단주는 상인들을 한 사람씩 소개했다.

“이분은 연안 진가 상단의 주인이신 진초백 단주님이십니다.”

“진초백이 단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약철빙이에요.”

첫 번째 상인과 인사가 끝이 나고 백 단주는 두 번째 상인을 소개했다.

“이분은 용가 상단의 용중연 단주님이십니다.”

“우리는 구면이지요? 반가워요.”

“또 뵙게 되었습니다. 단주님.”

용가 상단의 용중연은 약철빙과 인사를 나누고는 비강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또 뵙습니다. 연비강 소협.”

용가 상단의 용중연은 비강이 새외에서 강호로 나올 때 며칠 동안 함께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그때는 고마웠습니다.”

하하하…….

“설마 저보다 더 반가운 마음이겠습니까.”

비강의 인사에 용중연은 화통한 웃음을 터뜨렸다.

“연 부관도 잘 아는 분이야?”

“새외에서 넘어올 때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신세는 오히려 우리 용가 상단이 졌지요. 그때 서장검괴와 그 제자들을 연 소협께서 미리 처리해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 상단이 큰 피해를 보았을 겁니다.”

허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상인들은 저마다 감탄하며 비강을 주시했다.

용중연에 이어 다음 상인이 소개되고 약철빙은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가 끝이 나자마자 요리들이 방 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속된 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다.

뭍과 물에서 나는 고기들은 물론이고 희귀한 채소로 만든 요리들과 귀한 술까지 가득했다.

“제 잔부터 받아 주십시오.”

백 단주가 먼저 약철빙과 비강의 잔에 술을 채웠다.

그렇게 식사를 겸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산해진미로 식사와 술을 즐기던 상인 한 사람이 은근하게 말을 냈다.

“요즘 산서에 도적들이 자주 출몰해 양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북림에서 순찰 횟수를 늘려 주셨으면 합니다.”

“섬서 북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림의 도움이 없었다면 섬서 북쪽은 벌써 도적들의 소굴이 되었을 것입니다. 붙잡힌 도적들은 관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금방 풀려나는 형편입니다.”

“호북에서도…….”

상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약철빙의 입에서 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림주님께서 순찰단의 순찰조를 보강하라 지시 내리셨습니다. 각 지부의 상주 무인들도 늘릴 것이고, 순찰조의 조원들도 늘릴 것입니다. 또한 각 지역의 무가와 무문에 순찰을 강화하도록 협조를 구할 것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었다.

림주는 백건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순찰단과 각 지부의 무인들에게 경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때문에 총관은 관할하고 있는 무가와 무문에서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이 속속 북림으로 들어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단주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과연 림주님이십니다.”

상인들은 저마다 기뻐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도적들이 날뛸수록 상단은 힘들어진다.

상품을 약탈당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호위를 구해야 함은 물론이고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었다.

상인들은 번갈아 가며 약철빙과 비강의 잔에 술을 채우고 또 술을 받았다.

 

그렇게, 상인들과 술잔을 주고받던 백 단주는 종업원으로부터 귓속말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주님과 연 소협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백 단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종업원들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문을 전부 열었다.

문이 전부 열리자 불이 밝혀진 넓은 마당이 보이고 그 마당에는 경극을 준비 중인 경극단이 보였다.

“분하만(汾河灣)을 준비했습니다.”

경극단은 상인들과 약철빙, 비강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경극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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