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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31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31화

제31화. 도신 도운패(1)

 

 

 

‘제기랄.’

새파랗게 젊은 놈들이 자신을 능가하는 고수일 줄은 몰랐다.

북은각 안에서도 제법 뛰어난 축에 끼어 있었으니 강호에서는 적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야 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숱한 고수들을 저승으로 보낸 자신의 실력이라면 저런 새파란 애송이쯤은 수월하게 죽였어야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고수가 둘이나 나타났다.

그것도 젊디젊은 새파란 고수들이.

“제발…… 살려 주세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아낙네가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했다.

들과 산을 가리지 않고 마구 달려가던 사내는 뒤쪽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살기에 흘깃 뒤를 돌아보았다.

‘벌써…….’

십 장 정도의 뒤쪽에서 철봉을 손에 쥔 젊은 놈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사내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아낙네를 옆으로 집어 던졌다.

아악……!

아낙네가 땅을 구르며 몸에서 떨어지자 몸이 가벼워진 사내의 경공은 더욱 빨라졌다.

‘어디 따라와 봐라. 경공은 내가 네놈들보다 한 수 위에 있을 거다.’

그러나 사내의 이런 자신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억!”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던 사내는 단말마의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발을 멈췄다.

어느새 도를 쥐고 있는 젊은 놈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럴 수가…….”

당황한 사내는 급히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뒤쪽에서도 철봉을 손에 쥔 젊은 놈이 무감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도대체 네놈들의 정체가 뭐냐?”

“북궁도.”

“연비강.”

북궁도와 연비강은 차례대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남협과…… 백리혈.’

남협 북궁도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었다.

남선 순찰단의 제일가는 기재이자 기행을 일삼는 괴인이라 하였다.

그리고 백리혈 연비강은 지금 한창 강호 무림에 명성을 날리고 있는 북림의 젊은 고수였다.

“북림의…… 림주가 내 죽음을 허락했더냐?”

“그래. 그 때문에 내가 남쪽으로 왔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비강의 대답에 사내는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강호 무림을 어지럽히던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쳐 없앤 우리가 고작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아갈 줄이야…….”

사내는 잔뜩 충혈이 된 눈으로 중검을 들어 올렸다.

“풍천양과 도운패에게 전하라! 나, 기수동은 구천에 가서도 네놈들의 패망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겠노라고.”

마지막 남은 모든 내공을 전부 쥐어짜 냈는지 사내의 중검은 하얀 기운이 휘감고 돌았다.

사내가 북궁도를 향해 짓쳐 들어가고, 북궁도 또한 사내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파앙! 팡!

까강! 깡! 깡! 깡! 까가강……!

순식간에 신형을 분산시키는 두 사람으로 인해 파공성이 울리고 중검과 직배도가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우하…… 압!

사내의 입에서 우레와 같은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왔다.

둥그런 사내의 몸뚱이가 튕기듯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십여 줄기의 기운을 뿌려 대며 떨어져 내렸다.

까가가…… 강!

사내의 중검을 전부 쳐 낸 북궁도의 홍련이 흐릿해지더니 주변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도운패?’

사내는 붉은 기운이 자신을 덮쳐 오자 두 눈을 부릅뜨며 붉은 기운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희고 붉은 거대한 연꽃이 사내의 신형을 덮치며 지나갔다.

끄으으…….

주륵…….

사내의 입가에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땅으로 망울망울 떨어졌다.

퍼퍼퍼퍽!

둥그렇고 커다란 복부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온몸은 걸레 조각처럼 갈라졌다.

“옛…… 날이…… 좋았는데…….”

털썩!

 

비강과 북궁도는 땅에 널브러진 사내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무공은 뭐였냐?”

무심한 눈으로 시신을 내려다보던 비강은 주변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이던 무공에 관해 물었다.

“홍련개화(紅蓮開花). 원래 이름은 포천망(包天網)이었는데 내가 홍련개화로 개명했어.”

강호에 나와 처음으로 감탄한 무공이었다.

무공으로 따지자면 북산대마의 무공도 충분히 강했지만, 북궁도의 무공만큼 아름답지는 못했다.

북궁도는 시신의 손에서 중검을 빼내고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품속을 뒤적였다.

품속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그는 주변에 있는 돌들을 끌어모이기 시작했다.

비강도 근처의 돌을 끌어모아 시신 위에 쌓았다.

돌무덤이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저 멀리 일단의 무인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젠장.”

북궁도는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조장!”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이들은 남선 적룡조였다.

 

* * *

 

“너희들 먼저 돌아가라니까! 나는 지금 선주님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또 기루에 들렀다가 오려고 그러지?”

지선방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북궁도를 쏘아보았다.

“아니라니까. 하늘에 대고 맹세해.”

“안 믿어. 하늘에 대고 맹세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야?”

“이번에는 정말이야. 여기 내 친구 비강이도 있잖아. 이 친구도 하늘에 대고 맹세할 거야.”

북궁도와 조원들은 객잔에서 밥을 먹으며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였다.

“맹세하겠소.”

비강의 대답에 조원들은 꺼림칙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밥값은 너희들이 내고 가라.”

어휴!

조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밥값을 계산하고 객잔을 나갔다.

객잔에 남은 두 사람은 남은 술을 나누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제 선주님께 돌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 늦게 가면 혼난다며.”

“일을 끝냈으니 조금 늦어도 돼. 우리 조원들이 먼저 돌아가 보고를 올릴 테니까.”

“여기서 할 일도 없잖아?”

“왜 없어? 기루에 가야지.”

허어…….

이렇게 자신의 맹세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놈이라니.

비강은 속으로 기가 막혔지만 이제는 조금 무뎌졌는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술병이 다 비워지고 난 후에도 북궁도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 들어가 자자.”

“아니야, 아니야. 조원들이 분명히 이 근처에 숨어서 우리가 밖으로 나오는지 감시하고 있을 거야. 조금 더 기다렸다가 나가야 해.”

“정말 이런 일에는 용의주도하구나?”

“당연하지. 나와 그놈들이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멍하니 앉아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던 북궁도의 눈빛이 반짝였다.

“됐어. 이쯤 되었으면 놈들도 안심하고 물러갔을 거야.”

비강과 함께 객잔 밖으로 나온 북궁도는 짙은 어둠 속을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숨어 있을 조원들을 찾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 비강의 입 밖으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하하…… 하하하…….”

후우!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끈질긴 놈들.”

짙은 어둠 속을 두리번거리던 북궁도는 멀리 골목 안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조원들을 발견하고는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푹 숙였다.

“어지간히 해, 조장. 이게 무슨 고생이야.”

“너희들의 그 끈질긴 인내심에 오늘은 내가 패했음을 인정하마.”

결국 객잔으로 다시 들어온 북궁도와 조원들은 방을 잡아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방의 침상에 누운 비강과 북궁도는 말없이 천장을 쳐다보았다.

“남선에도 금지가 있지?”

침묵을 지키던 비강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남은각이라고 있는데 그곳을 그렇게 부르는 자들은 몇 명 안 돼. 나도 나중에 사부님께 들었을 정도야.”

“그자들은 강호 무림에 나올 때 어떤 기대를 하며 나왔을까?”

“최소한 오늘 죽은 자는 강호 무림에서 다른 자들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며 살아갈 꿈에 부풀어 나왔을 거야. 그자에 대한 생각은 그만하자. 내일도 바쁘게 달려야 해.”

“그래. 불 꺼.”

비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하오문이나 강호에서 전해 들었던 것처럼 강호 무림은 나름대로 평온하기 그지없어 보였으나, 무언가 어둠 속에서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리며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사패의 누군가인가?’

사패의 주인들은 네 조각으로 나뉜 땅에 만족하고 있을까.

‘어쩌면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잔당들과 비밀리에 협조를 하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몰라.’

 

* * *

 

“저기가 바로 남선맹이야.”

이틀이 지난 후에 비강이 도착한 곳은 강을 앞에 두고 있는 나루였다.

멀리 강 너머 높은 언덕 뒤로 전각의 지붕들이 보였다.

“원래 저곳은 수적들이 본거지로 사용하던 곳인데 선주님이 수적들을 쳐 없애고 저곳을 빼앗았지. 가자.”

나루에는 남선맹으로 무인들과 방문객, 그리고 물품들을 실어 나르는 배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배에 오른 비강은 북궁도와 나란히 서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남선맹을 지켜보았다.

“저곳은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적들이 침입하기가 매우 어려워. 맹에 도착하면 너를 선주님께 데려갈 거야. 조금 짓궂기는 해도 속이 깊고 아주 좋은 분이셔.”

북궁도의 말이 아니더라도 도신 도운패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능히 짐작하고 있었다.

제자를 보면 사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배는 남선맹의 나루에 닿았고 비강과 북궁도, 그리고 적룡조는 배에서 내려 언덕을 올랐다.

완만하게 경사진 넓은 길을 걸어 언덕에 오른 비강은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펼쳐진 남선맹의 전경을 구경했다.

언덕보다는 조금 낮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남선맹은 십여 채의 큰 전각과 수십여 채의 목조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지붕과 담을 드리우고 있고 크고 작은 연무장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순찰단은 저 왼쪽에 늘어서 있는 목조 건물들을 사용해. 나중에 혹시 남선맹에 들를 일이 있으면 저곳으로 와 나를 찾아.”

언덕을 내려간 비강은 아무런 검문조차 없이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건물 앞을 지나쳐 갔다.

그 건물 앞에는 무인들이 서너 명 서 있었는데 북궁도는 그들을 향해 밝은 얼굴로 손만 흔들었다.

“너희들은 순찰단으로 가 먼저 단주님께 보고를 하고 숙소에서 쉬고 있어.”

북궁도의 지시에 적룡조는 비강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제법 교류가 오갔기 때문이었다.

“아쉽게 되었소. 다음에 조장은 빼고 우리끼리 술 한잔합시다.”

“무운을 빌어요.”

“또 봅시다.”

적룡조와 헤어진 비강은 북궁도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얕은 담과 담 사이로 내놓은 길의 양옆으로는 푸른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어 정취 있는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간 비강은 넓은 연무장을 마주하고 서 있는 커다란 전각 앞에 멈춰 섰다.

 

“북궁 조장, 어서 오시오.”

전각을 지키고 있던 호위들이 북궁도를 향해 예를 표했다.

“선주님께 북궁도가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다고 전해 주십시오.”

북궁도도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보이며 청을 넣었다.

“두 분이 함께 안으로 들어가시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호위의 말에 비강과 북궁도는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긴 복도를 지나 방문을 여니 넓고 긴 탁자가 들어차 있는 방 안에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앉아 서책을 읽고 있었다.

“북궁도가 선주님을 뵙습니다.”

북궁도의 인사에 키가 작고 몸이 통통한 사내는 흘깃 그를 쳐다보더니 다시 서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쪽은 제 벗이자 북림의 사자인 연비강입니다.”

“연비강이 도신께 인사드립니다.”

그제야 도신 도운패는 서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비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요즘 강호에 자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려 한 번은 만나 보고 싶었다네.”

도운패의 깊은 눈빛과 마주한 비강은 풍천양과 마주할 때와 같은 무거운 떨림을 느꼈다.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고 심장이 긴장으로 두근거렸다.

그러나 도운패의 깊은 눈을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과연 풍 림주가 자네를 사자로 보낸 이유가 있었군. 앉게.”

시선을 먼저 거둔 도운패는 끝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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