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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67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67화

제67화. 강호의 공적이 되어

 

 

 

비강의 검을 막아 가던 구모의 왼쪽 다리로 어디선가 날아온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부곡주.”

까강! 깡……!

합공을 하려던 곡주는 비강의 철봉을 쳐 내며 구모의 옆으로 날아내렸다.

치마와 함께 길게 갈라진 종아리는 하얀 뼈까지 보일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괜찮소?”

비강은 곡주가 구모의 상처를 보살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우웅.

검이 진동을 하며 기운이 휘감고 도는 순간 용 한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쏘아져 날아갔다.

콰콰쾅……!

곡주는 구모의 앞을 막아서며 검으로 날아드는 용을 갈랐다.

끄아아아…….

강력한 기운을 머금은 거대한 소용돌이는 태풍이라도 만난 듯 흔들렸다가 그대로 쓸고 지나갔다.

팔과 어깨 가슴, 얼굴이 갈라진 곡주는 살을 에는 고통 속에서도 검법을 전개했다.

스아아아아…….

공간을 가득 메운 휘황한 검광의 그물은 비강의 전신을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될까?’

비강은 도운패와의 일전에서 자신의 무공을 단번에 갈라 버리던 그 일섬을 떠올렸다.

매일 무공 수련을 할 때마다 그 일섬을 흉내 내 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흉내일 뿐이었다.

콰콰콰콰…… 쾅!

공간을 그물로 완전히 뒤덮어 버린 검세와 비강의 검이 부딪쳤다.

검세와 맞선 검이 밀려나며 비강의 전신도 찢어지고 갈라졌다.

툭!

그리고 그 순간 그물 한 곳이 터져 나갔다.

 

* * *

 

곡주 단우문은 순식간에 눈앞으로 확대되어 오는 희뿌연 기운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극한의 분노가 물밀듯 치밀어 올랐다.

퍽!

검세를 빠져나간 희뿌연 기운 한 줄기가 곡주의 이마를 관통했다.

‘평생 동안 전진의 부활을 기다렸건만…….’

곡주의 머리가 살짝 흔들리고 이마의 중앙에서 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털썩. 챙그랑!

곡주는 눈에 빛을 잃으며 검과 함께 바닥으로 힘없이 나뒹굴었다.

곡주가 서 있던 공간을 통해 또 다른 기운이 비강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까강!

하지만 그 기운은 비강의 가슴에 닿기도 전에 왼쪽에서 날아온 검에 의해 스러져 갔다.

까강! 깡……!

비강은 어깨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구모와 어울려 검을 교환하고 있는 이연을 응시했다.

상처가 너무 깊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짐작보다 훨씬 더 강한 자였어.’

쐐애액.

떨리는 손을 떠난 검은 구모의 가슴을 향해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까강!

구모가 날아드는 검을 쳐 내자마자 철봉이 그녀의 목젖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깡!

연달아 날아드는 검과 철봉을 쳐 내는 순간 이연의 검은 그녀의 허리를 갈랐다.

커억…….

구모의 입에서 단말마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이연의 검은 그녀의 목을 치며 지나갔다.

평생 곤륜의 재건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했던 구모, 구한량은 그렇게 명을 달리했다.

“도움은 필요 없었어.”

이연은 구모와 곡주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일부러…… 죽을 곳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이연이 비강의 눈에 스며 있는 복수심을 읽었듯, 비강도 그녀의 모습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게는 삶이 의미가 없어.”

철퍽.

기묘한 소리에 이연은 몸을 돌렸다.

그녀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비강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 * *

 

비강이 눈을 떴을 때 작은 촛불만 방 안을 밝히고 있을 뿐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끄으으…….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비강은 온몸이 비명을 질러 대며 고통을 호소하자 다시 누웠다.

전신을 뒤덮고 있는 하얀 천 밖으로 배어 나온 검붉은 피로 보아 꽤 중한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협녀는 돌아간 건가?’

삐걱.

비강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이연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나무로 만든 물통과 깨끗한 천이 들려 있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곡주의 처소가 아닐까? 나도 모르겠어.”

“시신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불태웠어.”

이연은 비강의 몸을 감고 있는 천을 벗겨 내고는 피를 닦았다.

알몸이 된 비강이었지만, 그녀의 흐릿한 눈은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신체야. 림주와 비슷해.’

언젠가 황곡에 있을 때 림주는 팔을 베인 적 있었다.

그때 림주는 여느 강호인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처가 회복되었다.

 

* * *

 

‘음?’

침상에 누워 있던 비강은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는 기운을 느끼고는 살짝 긴장했다.

뒤늦게 비강의 몸을 천으로 감싸고 있던 이연도 검을 쥐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곡…… 곡주님…… 안에 계십니까?”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비강은 바로 정체를 알아차렸다.

“총관입니다. 죽이지 마십시오. 물어볼 것이 있으니.”

비강의 말에 이연은 문을 열어젖히며 검을 겨눴다.

헙!

화들짝 놀란 총관은 뒤로 물러서며 검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검은 여전히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누…… 누구요?”

“들어오십시오.”

총관의 질문에 대한 답은 방 안에 누워 있는 비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꿀꺽.

긴장으로 인해 침까지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온 총관 마태관은 비강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크게 놀랐다.

“자…… 자네가 어찌하여 이곳에……?”

“어떻게 이곳에 오신 겁니까?”

총관의 질문을 자르며 비강이 먼저 물었다.

“땅이 진동하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나왔다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네. 부름이 있기 전까지는 이곳에 걸음을 하여서는 안 되지만 너무도 불안하고 궁금하여…….”

“총관께서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중 어느 곳의 제자였습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린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라니?”

총관은 진정으로 놀라고 있었으나 비강은 그를 믿지 않았다.

“수십 년간 이곳에 있었으면서 곡주의 정체조차 몰랐다는 말씀입니까?”

“고, 곡주님이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제자였단 말인가?”

“하면 이곳에 있다가 사라진 낭인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까?”

“사…… 라지다니?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네만.”

정말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이곳에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한 달에 은자 네 냥을 받기로 하고 들어왔다네. 내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도 전임 총관이 있기는 했지만 그 사람은 일이 너무 힘들다며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네.”

총관을 관찰하던 비강은 마지막으로 그를 시험했다.

“곡주와 구모는 죽었습니다. 저의 손에 의해.”

“왜…… 왜…… 그분을…… 아니…… 아니지. 그분이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의 제자라면……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총관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듯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곡에 남아 있는 낭인 중에 가장 강하고 믿을 만한 고수들을 뽑아 일차 관문과 이차 관문을 맡기십시오. 그리고 총관께서는 계속 하시던 일을 하십시오.”

“그…… 그래도 되겠는가?”

“예. 다만 곡주와 부곡주, 그리고 시무석을 맡고 있던 자의 죽음은 비밀로 해 주십시오.”

꿀꺽.

“아…… 알겠네.”

총관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까지 곡주와 부곡주의 식사는 어떻게 준비했습니까?”

“이틀에 한 번씩 송 대협이 음식 재료들을 가져다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네.”

“송 대협?”

“시무석을 지키고 있던 분의 이름이 송충이었네.”

아.

지금까지 시무석을 지키고 있던 자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종남의 제자였어.”

조용히 서 있던 이연이 설명을 덧붙였다.

“나가 보십시오.”

“아…… 알겠네. 그럼, 수고하게.”

비강은 총관 마태관은 순순히 살려 보내 주었다.

그러나 그를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백건적과 연관이 있다면 언젠가 꼬리를 밟히겠지.’

“이곳에 남아 있을 생각인가?”

흐릿했던 이연의 눈빛에 처음으로 놀람이라는 감정이 엿보였다.

“림주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생각입니다.”

“무슨 뜻이지?”

“림주는 이곳이 백건적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해서 양양 곡성으로 저를 보내 이곳 은운곡을 찾아가게 한 겁니다.”

그렇다면.

“아마 지금쯤이면 북림에서도 양양에서 벌어진 일의 뒤처리가 끝났을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무가가 백리혈에 의해 멸문을 당했으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림주는 너를 버릴 사람이 아니야.”

하하하…….

“림주는 은운곡과 접촉하는 백건적들을 소탕할 계획입니다. 곡성에 머물던 낭인들이나 유가는 아직 백건적들과 접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백건적은 그들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녀석은 정말 림주와 많이 닮았어.’

 

* * *

 

백건적에 의한 북림의 습격은 강호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누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강호 무림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사패는 그 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곡성 유가의 멸문은 강호인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지금까지 사패는 강호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해 왔다.

그런데 천마지병으로 인해 사패의 욕심을 알게 되었고, 유가의 멸문은 공명정대하다는 평판마저 흔들어 놓았다.

“연비강을 북림에서 방출할 것이며 무력대를 동원해 잡아들일 것이다.”

결국 북림은 무인들까지 동원해 연비강을 잡아들일 것이라 공표했다.

그러나 강호인들 중에는 식견이 남다른 자들도 꽤 있었다.

그들은 유가의 멸문과 북림의 공표에 귀를 기울였으나 함부로 단정 짓지는 않았다.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백리혈 연비강이 걸어온 길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록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절대고수였으나 이유 없이 함부로 학살을 일삼는 자가 아니었다.

백리혈이 피를 뿌릴 때는 언제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 *

 

곡성 유가의 멸문으로 백리혈의 이름이 강호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북림의 순찰단주 약철빙은 공주의 거처로 향하고 있었다.

공터와 연무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누런 막사들은 공주를 호위하고 온 군사들과 시종들의 거처였다.

저들로 인해 북림의 무인들은 불만이 많았지만 함부로 그것을 입 밖에 꺼내지는 못했다.

부림주 약추완이 엄하게 지시를 내려 무인들을 단속한 것이다.

 

약철빙은 공주가 머물고 있는 객관 앞에 도착했다.

백건적의 습격으로 열 채가 넘던 객관 중에 두 채만 남기고 불에 타 버려 목수들이 새로 객관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순찰단주 약철빙이 공주님을 뵙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객관 앞을 지키고 있던 호위 무장들은 통역관을 불러내 공주에게 약철빙의 방문을 알렸다.

“들어오십시오.”

공주의 허락을 받고 나온 통역관은 약철빙을 객관 안으로 안내해 들였다.

“북림 순찰단주 약철빙이 공주님을 뵙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선 약철빙은 깊게 머리를 조아려 먼저 인사를 올렸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선 비파샤가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어서 와요. 이쪽으로 앉아요.”

“감사합니다.”

비파샤와 약철빙은 차가 나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시종이 차를 내왔을 때 비파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저는 연 부관의 상관으로 있는 사람입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고 싶었는데, 잘 찾아오셨어요.”

약철빙은 첫 대화부터 답답함을 느꼈다.

눈앞에 앉아 있는 공주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혹시 공주님도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연 부관은 무림의 공적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네. 그래서 그분을 더욱 우리나라로 모셔 가고 싶어요. 강호의 무뢰배들이 함부로 그분을 어쩌지 못하게 말이에요.”

비파샤는 약철빙을 상대함에 있어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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