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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66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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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66화

제66화. 은운곡으로(2)

 

 

 

호북 양양 지부에서 급하게 날아온 전서는 부림주의 손에 전달되었다.

‘백리혈과 의문의 여인에 의해 곡성 유가가 멸문했다? 어렵고 힘든 와중에 이놈까지 사고를 치고 다니는구나.’

부아가 치밀어 오른 약추완은 순찰단주를 불러들였다.

“순찰단주 약철빙입니다.”

“들어와.”

방안으로 들어온 약철빙은 가볍게 고개만 숙였다.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으음…….

화가 나 급하게 불러들이기는 했지만 막상 냉랭한 표정의 순찰단주와 마주한 약추완은 함부로 그녀를 꾸짖지 못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약철빙은 약추완을 단 한 번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악규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더구나.”

“흔하디흔한 강호의 일이었습니다.”

“사적으로는 너의 형부였느니라. 하림이도 위로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부르신 연유나 말씀해 주십시오.”

매번 이런 식이었다.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해도 다가가는 거리만큼 멀어졌다.

“연비강이 곡성 유가를 멸문시켰다는 전서가 방금 도착했다.”

냉랭했던 약철빙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만약 이유 없이 곡성 유가를 멸문시켰다면 이제 그놈은 북림을 포함한 사패의 공적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약철빙은 약추완의 허락조차 받지 않고 방을 나갔다.

끄으음…….

들끓는 노화를 간신히 진정시킨 약추완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른 자들이라면 바로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연비강은 조금 달랐다.

그놈은 림주의 총애를 받고 있어 허락을 구해야 했다.

전각을 나온 약추완은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 림주의 처소로 들어갔다.

림주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의실에서 보내기에 애써 거처하는 곳을 물을 필요도 없었다.

“약추완이 림주님을 뵙고자 합니다.”

“들어오시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약추완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의자에 가 앉았다.

“무슨 일이오?”

“연비강이 양양 곡성에 있는 무가 한 곳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멸문시켰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약추완은 대답과 함께 전서를 바쳐 올렸다.

전서를 확인한 풍천양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겠지.”

“무슨 말씀이신지요. 북림의 무인이 이유 없이 강호의 무가를 전멸시켰다는 소문이 퍼지면 강호 전체가 우리 북림에 등을 돌릴 것입니다.”

“부림주.”

약추완의 걱정에도 풍천양의 목소리는 여전히 편안했다.

“말씀하십시오.”

“약가의 가인들과 식객들을 사백 명이나 이곳에 불러들였다고 들었소.”

“예. 이번에 반드시 백건적을 토벌해 강호 무림의 정의를 세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의 일은 모른 척하시오.”

“무슨 말씀이신지…….”

약추완은 풍천양의 말뜻을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이에 풍천양의 입가에 의미 모를 미소가 떠올랐다.

“그 녀석에 관한 소문이 퍼지면 강호 무림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오. 부림주는 그들 중에 다른 무가와 무문들을 선동하는 자들을 찾아내 조사를 하시오.”

“무슨 말씀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무거웠던 약추완의 안색이 일시에 활짝 펴졌다.

“공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때 문밖에서 비파샤의 방문을 알리는 호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 보시오.”

방 밖으로 나가던 약추완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비파샤를 향해 정중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어서 오십시오.”

풍천양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비파샤를 맞이했다.

“그분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어 찾아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연비강에 관한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어떤 소식인가요?”

통역관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비파샤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연비강이 강호의 무가 한 곳을 전멸시켰다고 합니다.”

“그 무가는 도적들의 소굴이었겠지요?”

“아닙니다. 강호의 평범한 무가였습니다.”

비파샤의 안색은 하얗게 탈색되었고 눈망울은 심하게 떨렸다.

“그럴 리…… 없어요. 절대로 그분은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어요.”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 보겠어요.”

“이미 그곳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십시오.”

비파샤는 지금의 이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억지로라도 마음을 다잡아 평정을 유지했다.

“그분에 관한 다른 소식이 올라오면 바로 전해 주세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비파샤는 의자에 한 번 앉아 보지도 않고 회의실을 나갔다.

‘당돌한 아이로구나. 그 녀석과 많이 닮았어.’

풍천양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만들어 냈다.

 

* * *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비강은 감탄 어린 눈으로 안개가 감싸고 있는 은운곡을 올려다보았다.

아침 해를 받아 조금씩 물러가는 안개와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소나무들은 서 있는 이곳이 마치 선계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연은 이런 감흥조차 남지 않은 모양이었다.

돌계단이 보이는 곳을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비강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우리는 그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갈 겁니다.”

비강이 가리키는 곳은 무성한 나무들과 안개로 막혀 있는 산이었다.

이연은 말없이 비강이 향하는 곳으로 방향을 바꿨다.

나무들을 헤치며 산을 오르던 비강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소로에는 일 년 전에 보았던 초로인이 서 있었다.

초로인인 권태로움이 가득한 눈으로 비강과 여인을 응시했다.

“이곳은 금지 구역이라네.”

“어떻게 내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겁니까?”

“내가 쉬고 있는 곳에서는 은운곡의 입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지.”

“곡주를 만나고 싶습니다.”

“미안하네. 그만 내려가게.”

이미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중 어느 곳입니까?”

후우…….

초로인은 대답 대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알았나?”

“양양에서 오는 길입니다.”

“전부 죽었겠군.”

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늘 불안했었지. 사패는 속일 수 있어도 사천존은 속이기 힘들 것 같았어.”

“길을 열어 주신다면 그냥 지나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게. 사문에 의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따라오게.”

초로인은 소로를 걸어 작은 공터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 * *

 

“시작하지.”

비강과 이연을 안내한 초로인은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허리에서 장검을 천천히 빼 들었다.

“내가 맡을게.”

초로인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려던 비강의 앞을 이연이 막아섰다.

“그대는 뉘시오?”

“오래전에 이연이라 불렸었어.”

권태로운 눈을 가진 초로인과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모호한 눈을 가진 여인이 마주했다.

“협녀. 당신은 협녀라 불리던 분이로군요. 가족의 일은 제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를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필요 없어. 그런다고 해서 죽은 이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으니까.”

“그렇겠지요. 하지만 당신도 수많은 강호인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너도 그들과 다를 게 없구나.”

까가가강!

이연의 허리에서 빠져나온 검은 바닥에 선을 그리며 초로인의 가슴을 베어 갔다.

가슴을 향해 밀고 들어오는 검을 뒤로 물러서며 연달아 쳐 낸 초로인의 신형이 대여섯 명으로 늘어났다.

까강! 깡! 깡……!

이연도 순식간에 신형을 나눠 움직이며 초로인과 어울렸다.

짐작대로 초로인은 대단한 고수였다.

잠시 초로인과 이연의 싸움을 지켜보던 비강은 산 위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비강은 초로인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연을 남겨 두고 산 위로 걸어 올라갔다.

까강! 깡!……!

“종남의 송충이라 하오.”

“관심 없어.”

공터는 이연과 초로인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 * *

 

“일 년 만에 보는구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구모.”

비강은 탁자에 앉아 찻잔을 기울이고 있는 구한량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앉아라.”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방금 나왔다. 조금 천천히 올라오지 그랬느냐.”

하하…….

“욕심도 많으십니다. 그만큼 사셨으면 이제 가셔야지요.”

비강의 비아냥이 마음에 걸렸는지 구모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일 년 만에 몰라보게 변했구나. 순한 녀석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 숨어 온갖 모략을 꾸민 분이 별말을 다 하십니다.”

“그래. 네 말대로 죄를 지었지. 나는 죄를 지었어.”

찻잔을 비운 구모는 몸을 일으켜 비강과 마주했다.

산 아래쪽에서는 여전히 병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의 사문은 곤륜이란다, 아이야.”

“잠시나마 이곳에 머물게 해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풍천양이 부럽구나.”

스릉!

구모는 왼손에 들고 있던 검을 뽑고 검집은 바닥에 버렸다.

두 손으로 검파를 잡은 그녀의 팔이 오른쪽 어깨 위로 올라갔다.

타앗!

까강!

짧은 기합성과 함께 구모의 신형이 늘어나며 비강을 스치고 지나갔다.

구모의 검을 쳐 낸 비강도 신형을 돌리며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눴다.

순식간에 목과 허리를 베어 오는 구모의 검은 도운패에 비견할 정도로 빠르고 날카로웠다.

삼 장 정도의 거리에 있던 구모의 얼굴이 순식간에 커지며 눈앞으로 다가왔다.

까강! 깡! 깡……!

구모는 나이 든 노인답지 않게 비강의 온몸을 무지막지한 힘으로 마구 두드렸다.

쳐 내고 쳐 내도 계속해서 다가오는 그녀의 검세는 은밀한 변화를 일으키며 허리를 파고들었다.

순간 비강의 검은 꽃봉오리를 그리고 있었다.

까강! 깡!……!

비강과 구모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서너 걸음을 물러났다.

그러나 구모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화산의 매화난풍(梅花亂風)을 알고 있는 것이냐?”

검으로 그려 낸 꽃봉오리는 화산의 그것보다는 크기가 크고 모양이 달랐으나 분명 화산의 최고 절기 중 하나인 매화난풍이었다.

“매화난풍은 무슨…… 이원삼천이라는 무공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원삼천을 만들 때 영감을 준 삼봉은 화산의 제자라 했었다.

구모의 눈은 어떤 결심으로 칙칙한 빛을 발했다.

‘스스로 무공을 만들어 냈다면 새로운 무신이 탄생할지도 모르겠구나.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여 후한을 없애야 해.’

스스스스…….

십여 명으로 늘어난 구모는 십여 자루의 검을 들이밀며 비강을 향해 다가들었다.

비강의 분신도 그에 맞춰 늘어나며 구모를 향해 마주쳐 갔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희뿌연 빛에 휩싸인 검 한 자루가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끄음…….

먼지 속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피를 흘리고 있는 비강의 모습이 드러났다.

단정하게 묶고 있던 비강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었고, 무복은 걸레처럼 갈라졌으며, 무복 안으로 보이는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비강은 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눈앞에 서 있는 두 명의 노인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곡주였나?”

흰머리 한 올 없는 검은 머리카락에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한 노인이 비강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녀석이 백리혈이라는 아이로구나. 노부는 전진의 단우문이라고 한다.”

“복 받았군. 한꺼번에 두 늙은이를 죽일 수 있으니 말이야.”

우우웅…….

검이 진동을 하며 기운들이 휘감고 돌았다.

미소를 짓고 있던 곡주와 구모는 안색이 변해 양옆으로 신형을 흩었다.

콰콰콰쾅!

둘이 신형을 흩자마자 거대한 용은 그들이 서 있던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분노한 용은 십여 장이나 떨어져 있는 구모의 전각까지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쿨럭.

곡주와 구모는 입 밖으로 피를 토해 내며 비강을 향해 검을 날렸다.

간신히 피해 내기는 했지만 분노한 용의 흉포한 엄니는 그들의 얼굴과 가슴, 허리를 뜯어낸 것이다.

붉은 피로 물든 두 사람의 검과 비강의 검이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까강! 깡……!

검과 철봉으로 곡주와 구모의 검을 막아 낸 비강은 구모를 향해 검을 뻗었다.

스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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