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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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56화
제56화. 대면(1)
스걱.
몸을 틀어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피해 낸 온조는 단번에 적의 가슴을 갈랐다.
끄어어억…….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과 적의 애끓는 비명 소리를 마주하던 그는 핏물이 흥건한 싸움터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오래 살아남으려면 이쯤에서 몸을 피해야 했다.
적들의 수는 여전히 많았고 무공 또한 가볍지 않았다.
“조장……!”
막 몸을 피하려던 온조의 눈에 큰 부상을 당한 부조장 왕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다리에 큰 부상을 당한 왕준은 피가 흥건한 바닥을 뒹굴며 애타게 온조를 찾고 있었다.
‘젠장.’
망설임도 잠시 온조는 급히 왕준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막 왕준의 등에 검을 꽂아 넣으려던 백건적 하나가 온조의 검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어서 피해!”
온조는 왕준의 등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퍽!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모를 작은 도끼 하나가 왕준의 머리에 박혔다.
“부조장!”
왕준의 안타까운 죽음에 온조는 다시 뒤로 물러서야 했다.
“제길……!”
가슴을 흔드는 분노보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앞선 것이다.
뒤로 물러서던 온조는 언뜻 적들 한가운데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약철빙을 발견했다.
그녀는 피를 뒤집어쓴 채 적들을 연달아 베어 넘기고 있었다.
하아…….
주춤주춤 물러서던 온조의 발걸음은 긴 한숨과 함께 멈춰졌다.
어릴 때부터 강호를 동경했었다.
사람들이 들려주는 강호 무림의 이야기는 어린 소년으로 하여금 협객의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고아 소년은 그저 꿈만 꾸어야 했다.
그런 소년을 하늘이 불쌍하게 여겼는지 산에서 땔감을 구하던 중에 은퇴한 강호의 늙은 고수를 만나게 되었다.
일 년이라는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소년은 무공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후로 늙은 고수에게서 배운 무공을 갈고 닦은 소년은 꿈에 그리던 강호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강호 무림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고단한 강호의 삶은 협과 의를 꿈꿨던 소년을 은자에 움직이는 낭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낭인으로서 작은 명성을 얻었을 때쯤 하오문이 그를 찾아왔고, 온조는 북림에 들어가 협객이 아닌 첩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정말 아름답구나.’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약철빙의 눈은 그 어떤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눈 자신이 언제가 꿈꾸었던 협객의 바로 그 눈이었다.
‘빌어먹을.’
온조는 검을 잡은 손에 불끈 힘을 주며 신형을 날렸다.
북림에서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한 사람은 자신의 조원이었다가 강호의 절대고수가 되어 버린 연비강이었고, 나머지 한사람이 바로 단주 약철빙이었다.
‘연비강이라는 자에 관한 것을 알아봐 줘요.’
연비강이 북림에 들어와 악추산을 때려눕혔을 때 단주 약철빙이 했던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오문의 첩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넘어간 것이다.
‘내가 죽는 날이 오늘이었군.’
* * *
분노한 용은 아가리를 벌려 공간을 쪼개 오는 창을 집어삼켰다.
퍼엉!
강맹한 기운으로 만들어 낸 용과 창이 충돌했다.
용과 창은 어둠을 환하게 밝히며 산산이 흩어졌다.
비강과 묵곤은 서로를 향해 살기를 뿜어냈다.
“짐작보다 더 강하구나.”
비강이 손에 쥔 창에 힘을 주는 순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묵곤이 입을 열었다.
언제 강렬한 살기를 뿜어냈냐는 듯 그의 눈은 분명 웃고 있었다.
―림주님을 부탁하마.
비강은 선뜻 묵곤의 그 전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묵곤은 그저 빙긋 미소만 남긴 채 성벽 아래로 날아내려 멀어져 갔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비강은 문득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금지 북은각에서 나온 고수였어.’
강호 무림에서 사천존을 제외하고 저만한 고수를 배출할 곳은 금지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금지의 고수는 백건적들과 같은 편이지 않은가.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어.’
오진권이라는 사내는 전진의 새로운 장문인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묵곤과 함께 서 있던 백산이라는 자 또한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얼굴은 서로 달랐지만 마치 쌍둥이를 마주하듯 비슷한 기세가 느껴졌었다.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산 위에서 노한 약추완의 외침 소리가 들려오자 비강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아직 성 안팎에는 적들이 즐비했다.
휘이이…….
비강은 성 밖으로 몸을 날렸다.
퍽!
땅에 내려서는 순간 긴 창이 적의 머리를 꿰뚫었다.
북림의 수비대는 침입한 적들을 밀어내며 밖으로 나왔다가 함정에 빠져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삼백 명을 웃돌던 수비대는 채 이백 명도 남지 않았다.
비강은 수비대를 에워싸고 있는 적들을 향해 주저 없이 신형을 날렸다.
끄르르…… 끄윽…… 커억!
창을 휘둘러 적들의 목을 베고 창을 내질러 적들의 가슴과 허리를 훑었다.
창날이 스치는 곳마다 적들의 피가 흐르고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백리혈!”
까강!
비강은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대도를 비껴 막으며 좌우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네놈을 죽여 아우의 원수를 갚겠다!”
울분을 토해 내며 달려드는 적의 정체는 관심조차 없었다.
우…… 웅!
창이 진동하고 희뿌연 기운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적들을 향해 쏟아져 날아갔다.
“용아포 천멸후!”
흉포하고 잔인한 소용돌이는 적들의 몸을 찢어발기며 피 안개를 피워 올렸다.
끄아아아아…….
아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달려들었던 팽옥수의 몸은 비명 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북림 수비대를 포위하고 있던 적들의 포위망 한쪽은 찢어진 시신들과 피로 가득했다.
“연 부관!”
적들을 맞아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던 수비대의 대주 노정유가 지친 얼굴로 비강을 소리쳐 불렀다.
북림 수비대의 또 다른 이름은 벽우대(壁雨隊)였다.
쏟아지는 비조차 막아 내라고 주어진 이름이었지만 오늘 적들을 막아 내지 못했다. 비강이 없었다면 진즉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수십 명을 휩쓸어 버린 비강의 무공으로 인해 엉성해졌던 포위망은 빠르게 복구되었다.
성 안에서 빠져나온 적들이 허술해진 포위망을 겹겹이 에워쌌기 때문이었다.
특히 북림 안으로 들어갔던 적 중에는 고수들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끄으윽…… 크악!
까가강!
바닥을 드러낸 내공은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지만 적들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가능할까?’
머리로는 의심이 일었지만 하단, 중단, 상단에 남아 있던 내공은 이미 손에 쥔 창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우우웅…….
짧은 진동과 함께 창 자루를 시작으로 창날까지 서늘한 기운들이 휘감고 돌았다.
콰콰콰…… 콰쾅!
아아악…… 끄아아아…….
흉포하고 잔악한 소용돌이들은 커다란 입으로 적들을 찢어 삼키며 성벽까지 날아갔다.
쩌저저적……!
성벽과 부딪친 흉포한 용들은 서로의 몸을 휘어 감으며 벽을 타고 올랐다.
성벽에 깊게 도랑을 만들어 놓은 용들은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성벽 끝에서 사그라졌다.
‘이런.’
비강의 신형은 순간 비틀거렸다.
용아포 천멸후를 쏟아 냈기에 내공이 한 올조차 남지 않아 잠깐 균형을 잃은 것이다.
“주, 죽여라!”
놀라 멈춰 섰던 적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병기를 꼬나쥐고 달려들었다.
스악.
등 뒤에서 다가오는 살기에 급히 신형을 비틀어 창을 내질렀지만 등 어름이 따끔거렸다.
“북림의 사냥개를 죽여라!”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쏘아보는 비강의 안광은 점점 더 짙은 푸른색을 띠어 갔다.
따다당……!
창과 병장기들이 부딪치며 요란한 금속음을 만들어 냈다.
끄음.
적들의 검은 무복을 갈랐고 은밀하게 파고든 암기들은 가슴과 등에 꽂혔다.
그러나 비강은 눈으로 시퍼런 불길을 뿜어내며 적들을 쉼 없이 죽여 나갔다.
따당!
검을 쳐 낸 비강의 창이 그대로 적의 가슴을 꿰뚫었다.
퍽!
창대는 적의 머리를 박살 내고 되돌려진 창날은 적들의 목을 떨어뜨렸다.
“후퇴!”
어느 누구의 입에서 후퇴 명령이 떨어졌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비강은 앞을 가로막은 적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걸레가 되다시피 한 무복엔 적들의 핏물이 흘러내렸고, 얼굴 또한 적들의 피로 인해 온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후…… 우!
어느 순간 끊임없이 달려들던 적들이 사라지자 비강의 입에서 길고 긴 숨결이 흘러나왔다.
어찌 되었든 적들은 물러갔다.
당장이라도 시신들과 피로 질펀한 땅바닥에 몸을 뉘어 쉬고 싶었다.
문득, 언젠가 풍운패가 닭구이를 비유로 들며 북궁도에게 말해 주었던 문답이 기억났다.
―도야, 만약 또 다른 자가 나타나 네 닭구이를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야 당연히 거절해야지요.
―만약 상대가 너를 죽이려 한다면?
―맞서 싸워야겠지요.
―그자와 내가 한편이라면 어찌하겠느냐?
‘이제야 남선 도운패의 그 이야기를 이해했어.’
비강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적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숨겨진 적이 있다.
“연 부관!”
아득하게 약철빙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쉬고 싶군.”
* * *
장경주는 북림과 백건적의 싸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정체 모를 강호인들이 거리를 통과해 북림으로 향하는 광경을 목격한 그녀는 대번에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과도한 호기심은 목숨을 재촉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북림은 밖에서 관찰하기가 쉽지 않았다.
입구 앞쪽에 있는 양쪽 언덕에는 수비대의 초소가 있어 깊숙이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장경주는 북림과 조금 떨어진 작은 언덕에 올랐다.
이곳에서는 북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지만 대충이나마 확인은 가능했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한밤의 고요함은 성문이 깨져 나가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쾅!
성문이 함락되고 북림은 불길에 치솟아 올랐다.
화마는 점점 다른 건물들까지 손을 뻗친 듯 산 중턱까지 붉게 타올랐다.
초조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그녀의 눈에 성벽 위로 내리꽂히는 빛 한 줄기가 들어왔다.
“재미있는 소저로군.”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장경주의 등 뒤로 싸늘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백건적?’
얼른 안색을 고친 그녀는 부드럽게 몸을 돌려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뉘신지요?”
인사를 하고 보니 눈앞에 서 있는 노인은 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얼굴에 무수한 검상이 아로새겨진 노인, 어찌 저 얼굴을 잊을까.
그러나 저 노인은 자신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고 정체를 모른다.
“호기심이 왕성한 노인이라고 해 두시오.”
호기심이 왕성한 노인치고는 행색이 몹시 수상했다.
검은 무복에 허리에는 검까지 차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노인이 동천에서 넘어온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소저는 저 먼 곳이 보이시오?”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 강호의 고수들처럼 어둠을 꿰뚫는 눈은 지니고 있지 않아요.”
“원래 늙은이는 밤잠이 없고 호기심이 왕성한 법이라오. 두려워하지 마시오.”
언덕 위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은 불타오르고 있는 북림을 주시했다.
콰쾅!
희뿌연 빛이 터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성벽 위의 누각이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흐릿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지만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명 소리는 여전했다.
어두운 빛을 띠고 있던 밤하늘은 조금씩 푸른색으로 변해 갔다.
콰콰콰쾅……!
새벽이 다가오고 있을 때 북림의 입구에서 폭음 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하기는 하지만 장경주는 성벽을 타고 오르는 용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 소협이 틀림없어.’
허어…….
옆에 서 있는 노인의 입에서도 경탄 소리가 흘러나왔다.
장경주는 노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흘깃 쳐다보았다.
“역시, 어르신께서도 강호인이로군요.”
허허허…….
“훌륭한 무공은 강호인들의 마음을 언제나 들뜨게 만든다오.”
“후퇴!”
비명 소리는 여전했지만 후퇴를 알리는 외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언덕 아래쪽으로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른 수많은 백건적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주변이 밝아졌을 때 다른 여러 외침 소리에 섞여 귀에 확 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부관!”
저 목소리는 분명 순찰단주 약철빙의 것이었다.
‘설마 무슨 큰일이라도 당한 건가?’
장경주는 새벽의 어둠쯤 어렵지 않게 꿰뚫어 볼 정도의 내공은 가지고 있었으나 사람의 얼굴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연 소협은 무사한 것 같소이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아시나요?”
“저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연 소협이고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순찰단의 단주라오. 그럼, 수고하시오. 나는 먼저 내려갈 터이니.”
노인은 허허로운 걸음을 언덕을 내려갔지만 장경주는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비강에게 숨기고 있는 일이 있었다.
서역에서 사신들이 황궁을 방문했는데, 사신 중 한 사람이 바로 서역 왕의 여동생이었다.
그 여동생은 연비강이라는 사람을 찾아 사신으로 왔고 이곳 서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다.
‘분명 전쟁의 악마, 라바나를 찾고 있는 거겠지.’
날이 좀 더 밝아 오자 조금 흐릿하게 보이던 눈앞의 광경이 확연하게 들어왔다.
바닥에 널려 있는 수많은 시신들과 흘러내린 붉은 피, 장경주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아…….
‘이제 강호의 평화도 끝이 난 거야.’
* * *
비강은 바닥에 누워 있는 흑견조 조장 온조와 부조장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순찰조 오십여 명 중 열일곱 명이 전사하고 스물한 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잘 가시오.’
“각 조의 조장들은 부상자들부터 치료하게 하고 시신을 옮기도록 해요. 조장이 없는 조는 부조장이나 조원 중에 가장 연장자가 그 일을 대신해요. 연 부관은 일이 전부 끝나는 대로 조장들에게 보고를 받아.”
약철빙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싸늘했다.
몸은 피곤하기 이를 데 없는 비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약철빙이 호위들과 함께 집무실로 올라가고 난 후, 비강은 가만히 서서 조원들을 지켜보았다.
부상이 가벼운 조원들은 스스로 의원을 찾아갔지만 중한 부상을 당한 조원들은 다른 조원에 의해 의원으로 옮겨졌다.
워낙 일손이 모자라는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던 비강은 스스로 나서 시신들을 거적에 싸 수레에 실었다.
함께 수레에 시신을 싣던 조원 한 사람이 걱정스레 말했다.
“연 부관께서도 입은 상처가 얕지 않습니다. 어서 의원께 보이십시오.”
그제야 비강은 자신이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맙소. 일이 다 끝난 후에 상처를 돌볼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시신들을 전부 치우고 각 조의 조장이나 조원들에게 보고를 받은 비강은 집무실로 올라갔다.
찬물을 받아 대충 씻고 있으려니 상처 부위가 몹시 쓰라렸다.
몸을 씻고 깨끗한 무복으로 갈아입은 비강은 집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해 앞에 앉아 있는 약철빙에게 올렸다.
그때까지 그녀는 단 한마디 말조차 건네지 않고 있었다.
“의원에 다녀오겠습니다.”
문을 나서려던 비강의 등 뒤로 약철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부관, 내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지?”
“없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연 부관은 적들의 습격을 확신하고 있었어.”
“운 좋게 짐작이 맞아떨어졌을 뿐입니다.”
약철빙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무공도 숨겼더군. 전에 보였던 무공이 전부가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