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55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55화
제55화. 분노한 용이 세상 밖으로 날아오르다
공중에서 몸을 뒤집은 여고수는 다시 한번 비강을 향해 검을 뿌렸다.
동시에 비강은 날아오는 검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쾅!
검과 검이 부딪치고 기운과 기운이 충돌했다.
연가의 무공이 비강의 손에 의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여고수의 검에 의해 막힌 것이다.
스걱.
그리고 그 순간 비강은 여고수의 허리를 베며 지나갔다.
‘무공을 완성하려면 멀었군.’
흐으으으…….
허리가 베인 여고수의 손에서 검이 떨어지고 입에서는 핏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스악.
단번에 여고수의 목을 베고 지나간 비강은 좌우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머리와 목을 부수고 베어 냈다.
끄으으…… 크아아악!
“시 조원!”
“부조장!”
적들을 베고 부수는 비강의 귀로 순찰조원들의 안타까운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순찰조는 오십여 명이 전부였지만 이쪽으로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는 적들의 수는 어림잡아도 사백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철컥. 스악!
검과 철봉이 하나로 이어지고 정면에서 달려들던 적의 목에서 피가 튀었다.
우우우웅…….
창날과 창대가 진동을 하며 묻어 있던 피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지막 무공은 사람들 앞에 내보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무공 위에 또 다른 무공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창날과 창대를 휘감고 돌던 기운들이 살아 움직이는 뱀이 되어 머리를 치켜들었다.
팔뚝만 한 뱀들은 순식간에 몸을 불리더니 거대한 폭풍이 되어 창날을 타고 전방으로 쏟아져 날아갔다.
“용아포 천멸후!”
우렁찬 외침과 함께 날아오른 거대한 소용돌이 폭풍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크아악…… 아악……!
땅바닥까지 뒤집으며 지나간 폭풍에 휘감긴 적들의 몸이 찢어지며 날아올랐다.
콰콰콰콰…… 쾅!
땅을 이리저리 휘감으며 피의 비를 만들어 낸 폭풍이 굉음과 함께 가라앉았다.
경이롭고 잔인한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자들은 적아를 막론하고 손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는 비강이 땅을 향해 창을 내뻗고 있었다.
“용아포 천멸후!”
또다시 창날을 통해 네 마리의 거대한 용이 빠져나와 경악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적들을 휩쓸었다.
콰콰콰콰…… 쾅!
* * *
육대세가 중 일가인 팽가의 팽옥진은 사패와의 전쟁 당시 가주의 셋째 아들이었다.
사패와의 전쟁으로 아버지와 형이 전사하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자신을 따르는 가인들과 함께 멀리 감숙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위의 둘째 형은 전쟁 통에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몰랐지만,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복수를 하려면 우선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신할 때 가문의 꽤 많은 무공비급을 수습해 챙긴 것이다.
약간의 재물까지 챙겨 왔기에 당장은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재물이 다하자 살길이 막막해졌다.
농사를 지어 본 적도 없고 장사를 해 본 적도 없어 막막해하고 있을 때 가인들은 용케도 약간의 재물들을 마련해 왔다.
그 재물들은 도적질로 빼앗고 훔쳐 온 것이었다.
그 후로 몇 년간 작은 마을을 돌며 약탈을 일삼아 살아갔다.
약탈을 나가지 않을 때는 무공 연마에 힘을 쏟았기에 도법은 나날이 강해져 갔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고 기적이 찾아왔다.
둘째 형 팽옥수가 몇 명의 가인들과 함께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형은 구파일방 중에 전진파를 비롯한 오파와 함께 지냈다고 했는데 꽤 많은 재물을 지니고 있어 먹고사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약탈에 맛을 들인 탓인지 재물을 쌓아 두고 있었음에도 가끔 마을을 털러 다녔다.
둘째 형은 일 년에 한 번씩 어딘가를 다녀왔다.
돌아올 때는 항상 많은 은자와 함께 아이들을 데려와 무공을 가르쳤다.
그렇게 십여 년 정도가 흐른 후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는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오늘 오랫동안 기다려온 복수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상대는 바로 팽가의 가주였던 아버지를 죽인 풍천양이 세운 북림.
서걱.
“크아아악……!”
자신의 대도에 쓰러지며 질러 대는 적들의 비명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살려 줘? 살려 줄까?”
팔을 잃은 적 하나가 땅바닥을 구르며 고통 가득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팽옥진은 대도로 적의 몸을 쿡쿡 찌르며 즐거워했다.
으으으…… 으아아악…….
“사…… 살려 주십시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크하하하…….
미친 사람처럼 웃어 대던 팽옥진은 적들의 모습이 보이자 목숨을 빌고 있던 적의 목을 단숨에 쳐 냈다.
퍽!
“오너라! 원수들아!”
“옥진아, 안쪽 깊숙이 들어가지 마라. 적들의 포위에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내가 데리고 있는 부하들이 몇 명인데 그런 말을 하쇼? 걱정 마시오.”
팽옥진은 팽옥수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변절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보이는 건물들마다 불을 질러라!”
입구 안쪽에 있는 수비대의 건물에 불을 지른 팽옥진은 부하들을 이끌고 왼쪽으로 돌았다.
왼쪽 산등성이가 환한 것으로 보아 그쪽에 적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미 팽옥진의 앞쪽에는 먼저 들어온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후예들이 적들과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저놈이 바로 백리혈이군.’
수백 명의 무인들이 어울려 싸우고 있는 전장에서도 백리혈의 모습은 단번에 눈에 띄었다.
아미파 고수인 전혜의 뛰어난 무공으로도 백리혈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서안의 거리를 반으로 갈랐다는 소문은 애초부터 믿지 않았다.
어차피 강호의 소문이라는 것은 퍼지면 퍼질수록 부풀려지기 마련이니까.
움직임이 너무 빨라 얼굴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기회만 노린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 전혜의 머리가 비강의 검과 철봉에 의해 떨어지자 팽옥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전혜를 죽이다니…… 명불허전이로군.’
팽옥진은 어지럽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무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으억!
은밀하게 움직이던 팽옥진은 무인들의 몸을 갈가리 찢어 버리며 날아드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기겁을 하며 대도를 그어 냈다.
끄아아악……!
그러나 흉포하고 잔인한 소용돌이는 팽옥진의 팔을 찢어 버리고 허리까지 훑으며 지나갔다.
으으으…….
팽옥진은 턱을 덜덜 떨며 찢겨 나간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오른손에 쥐고 있었던 대도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흔적조차 없고 반 남은 팔뚝과 허리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도망쳐야 해.’
고통을 참으로 억지로 신형을 돌리는 순간 팽옥진의 생각은 끊어져 버렸다.
* * *
아무리 상단전을 개방했지만 두 번이나 연속으로 최고의 무공을 쏟아 내다 보니 단전이 허전했다.
스걱.
땅으로 내려서자마자 팔이 날아간 자의 목을 베어 낸 비강은 피와 살점으로 뒤덮인 고랑을 따라 걸었다.
피의 고랑은 거대한 구렁이가 지나간 것처럼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십 장이나 이어져 있었다.
으아아…….
퍼석!
공포에 질렸는지 악을 쓰며 달려드는 적의 머리를 향해 철봉이 떨어져 내렸다.
“오라!”
비강의 목소리는 살아남은 적들의 귀를 통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오른손에 검을 들고 왼손에 철봉을 쥔 채 푸른 안광을 일렁이는 비강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주, 죽여라!”
크아악!
비강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검을 겨누던 자의 팔이 잘리고 목이 날아갔다.
“후…… 후퇴.”
적들 중 하나가 신형을 돌려 도망을 치기 시작하자 꽤 많은 적들이 그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적들도 곧 하나둘 정신을 차리며 병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내게는 오직,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정의를…….”
퍼벅! 퍽!
그 무인의 죽음을 시작으로 멈췄던 혈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따강!…… 퍼퍽!…… 스걱…….
아악!…….
비강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베어 내고 깨부수며 북림의 성문이 있는 곳으로 신형을 조금씩 이동했다.
죽이고 또 죽여도 적들은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그때,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검 하나가 하늘에서 비강의 목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쾅!
목을 파고들던 검은 봉에 부딪쳐 어둠 속으로 되돌아 날아갔다.
‘고수.’
적들을 연달아 베어 낸 비강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검을 쫓아 신형을 날렸다.
남아 있는 적들은 약철빙과 순찰단에 맡긴 것이다.
철컥.
화광이 충천하는 북림 입구 쪽에 도착한 비강은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살기에 반응하며 몸을 비틀었다.
쉬익…….
어둠을 뚫고 날아온 검은 암기는 비강의 목을 스치고 지나 다시 어둠 속으로 묻혔다.
퍽!
끄르르륵…….
어둠을 뚫고 들어간 창은 괴이한 신음 소리를 만들어 냈다.
타탁, 탁.
비강은 그대로 성벽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후우!
성벽 위에 올라 바라보는 북림의 모습은 비강이 지나온 전쟁터였다.
산 중턱에 있는 건물들까지 적들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오르고 있었고 성 안쪽과 바깥쪽에서는 적과 아군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북림을 지켜보던 비강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십 장 정도 떨어진 성벽 위에서 삼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사내의 얼굴은 기억에 있었다.
북궁도와 천마지병을 부수고 난 후 빠져나올 때 마주친 사내였다.
“오진권, 맞나?”
비강은 지레짐작으로 사내의 이름을 물었다.
호오…….
사내는 입가의 미소를 거둬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비강이라는 놈이 이 몸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챌 것이라는 짐작이 맞았군.”
“사부의 곁으로 보내 주마.”
하하하하…….
오진권의 웃음소리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할 정도로 청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조금 기다려 줘야겠어. 너를 상대할 자들은 따로 있거든.”
오진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강의 머리 위로 막강한 기운이 쏟아져 내렸다.
순간 비강의 신형이 바람에 흩어지듯 사라졌다.
쾅!
벼락을 맞은 성벽이 깨져 나가고 그 자리에 긴 창 한 자루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턱.
돌바닥에 박힌 창 자루를 큼직한 손이 덥석 잡아 뽑았다.
“반갑구나, 연비강. 귀가 따가울 정도로 너에 관한 소문을 많이 들어 밖으로 나오자마자 찾아다녔다.”
“너는 누구지?”
오 장 정도 뒤로 물러선 비강은 장대한 체구의 사내들을 향해 물었다.
“묵곤.”
자신의 이름을 묵곤이라 밝힌 사내는 키가 큰 비강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크고 몸집은 두 배가 넘었다.
나이는 사십 대 초반 정도였고 턱 아래로 수북한 검은 수염이 가슴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묵곤의 등 뒤에 서 있는 사내 또한 덩치가 엇비슷했다.
그 사내는 한 손에 자루가 긴 대도를 들고 있었다.
“그만 가자. 아니면 합공으로 저놈을 처리하든지.”
“오랜만의 즐거움을 방해할 셈이냐? 백산.”
둥글게 휘였던 묵곤의 눈초리가 살짝 가늘어지자 백산은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네놈은 여전하구나. 먼저 가마.”
백산이란 사내는 오진권과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묵곤은 비강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어찌나 환하고 포근한지 적이 아닌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작해 볼까?”
쿠웅!
묵곤이 내딛는 왼쪽 발은 성벽을 진동시켰다.
콰쾅! 쾅……!
비강의 창과 묵곤의 창이 부딪치고, 창을 휘감은 기운들의 충돌은 굉음을 만들어 내며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갔다.
수십 갈래로 나뉜 창과 역시 수십 갈래로 나뉜 창은 서로를 향해 흉포한 이빨을 드러냈다.
쿠웅!
길게 밀어 친 비강의 창날을 막아 내며 물러선 묵곤은 왼발을 내디디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백광슬(魄洸)!”
묵곤의 창을 휘감고 돌던 강맹한 기운은 비강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콰콰쾅……!
창을 휘둘러 쏘아져 들어오는 기운을 후려친 비강은 충격을 이기지 못해 뒤로 날아가 문루의 기둥과 부딪쳤다.
쿨럭.
기둥과 부딪치며 피를 토해 낸 비강은 바로 누각의 지붕 위로 몸을 뒤집으며 날아 올라갔다.
그 순간 누각을 향해 강맹한 기운이 짓쳐들어왔다.
콰콰쾅……!
기운은 기둥과 부딪치자마자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누각을 휩쓸었다.
“용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