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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82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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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82화

제82화. 휘몰아치는 혈풍(1)

 

 

 

“이곳은 우리가 막을 것이니 전부 안으로 들어가라.”

금지, 북은각에서 나온 무인들은 한때 한 가족처럼 어울렸던 적들을 응시하며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북림 무인들 대부분은 저들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정체 모를 자들이 성 안에서 나와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자 작지 않은 소란이 일었다.

“저 사람들은 뭐야? 어디서 나온 거지?”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하지만 약추완은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았다.

‘림주는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던 게야. 그렇다면 나는 어찌 움직여야 한단 말인가.’

맞서기도 물러서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림주의 의향대로 움직여야 했다.

림주는 뭔가 다른 묘안이 있을 것이다.

“고맙소. 잘 부탁하오.”

그 말을 남기고 약추완이 등을 돌리자 대다수의 무인이 뒤를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성 밖에는 순찰조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도…… 들어가야 합니다.”

부단주 엄숭하는 지금의 이 상황이 몹시 불안한지 약철빙을 재촉했다.

‘저들은 금지의 무인들이 분명해.’

약철빙은 북은각의 무인들을 응시하며 잘게 눈을 떨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금지의 무인들까지 나왔다면 안이나 밖이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까 그 남자는 황곡의 고수야. 틀림없어.’

지금까지 그런 극심한 공포를 느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목이 달아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었다.

“성벽 위로 올라가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옥돈조의 공손황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렇게 해.”

그 의견이 일리 있다 여겨졌는지 약철빙의 허락이 떨어졌다.

순찰조가 전부 안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약철빙은 북은각 고수들의 등을 응시하다가 성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성 밖에 남은 자들은 북은각의 고수들뿐이었다.

“오랜만이구나, 그렇지 않느냐?”

“그래. 그동안 잘 있었더냐?”

“잘 있었다. 너희들은?”

“우리도 잘 있었지. 편안하게 농사를 지었으니까. 물론 그 일이 싫다고 배신한 것들도 있기는 하다만.”

크하하하……!

백산은 크게 웃으며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검이나 창을 쥐여 주어야 할 손에 농기구를 들게 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 어떠한가, 너희들도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이?”

“우리는 이미 림주에게 목숨을 바쳤으니, 충을 다할 뿐이다.”

쯧쯧…….

“불행이구나. 이렇게 칼을 겨누게 될 줄은 몰랐거늘.”

 

* * *

 

사람의 장막이었다.

그것도 보통 사람이 아닌 강호인들의 장막이었다.

스걱!

다섯 명 중 마지막 남은 한 명의 목을 베어 낸 비강은 검을 털며 앞으로 전진했다.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황급히 신형을 옮기자 암기 여러 발이 나무에 박혀 들어갔다.

파팍…… 쐐애액……!

따다다당!

공간을 가득 메우며 쏟아지는 암기의 비를 쳐 낸 비강은 신형을 날리며 검과 철봉을 뿌려 냈다.

퍼퍽! 서걱……!

크악! 끄윽!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암기를 손에 쥐고 있던 자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자리를 그대로 통과해 달려간 비강의 눈에 인의 장막이 펼쳐졌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적이 머리에 하얀 띠를 두른 채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그리고 곧, 그중 후방을 경계하는 자들이 비강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러 댔다.

“적이 후방에 나타났다!”

“백리혈! 백리혈이 나타났다!”

등을 보이고 있던 적들이 몸을 돌려 달려온다.

저 많은 적들을 어찌 헤치고 지나가야 할까.

지금이라도 우회해 성벽을 넘어야 하나?

막막함도 잠시, 비강은 검과 철봉을 연결시켰다.

끼릭…….

우웅…….

창이 진동을 하며 하얀 서기(暑氣)가 창대를 휘감고 돌았다.

하얀 서기는 순식간에 몸을 키워 다섯 마리의 거대한 용으로 자라났다.

용아포 천멸후.

“피해―!”

꽈과과과쾅!

어느 누군가의 외침 소리는 용의 울부짖음에 묻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붉은 피 구름이 뒤덮었다.

끄아악! 끄악! 아아아…… 악……!

성난 용의 이빨과 손톱은 적들의 몸을 집어삼키고 찢어 놓았다.

붉은 피는 바닥을 흩뿌렸고, 찢겨 나간 팔다리와 살점들은 사방으로 날려 흩어졌다.

인의 장막 사이로 깊고 울퉁불퉁한 길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울퉁불퉁한 길의 저 끝에는 전진의 오진권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기운이 약해진 용을 검으로 갈라 낸 것이다.

북림을 막아선 백건적들의 눈에는 불신과 경악이 가득했다.

백리혈에 대한 소문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무엇보다 고수 수천 명을 상대로 아무런 거리낌조차 없이 공격을 감행하는 백리혈의 저 무모함은 두려움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는 애송이 하나 어쩌지 못하는가?”

덩치 큰 사내, 백산의 입에서 조소가 흘러나오기 무섭게 근질근질한 몸을 참고 있던 흉마 하나가 신형을 날렸다.

“네가 백리혈이더냐!”

큼직한 반월도를 꼬나 쥔 흉악한 얼굴의 사내가 공중으로 도약하며 비강의 머리를 쪼개 왔다.

챙! 철퍼덕!

비강의 창날이 하염없이 늘어나 공중으로 도약한 적의 이마를 뚫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비켜.”

반월도가 먼저 공중에서 떨어지고, 뒤를 이어 축 늘어진 흉마의 몸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북림의 림주가 싸움을 금지했다, 연비강!”

남궁휘가 나타나 검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그럼, 길을 열어.”

“불가!”

남궁휘의 입에서 ‘불가’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강의 창은 커다란 꽃을 그리고 있었다.

이원삼천과 삼하귀상의 무공이 비강의 창을 타고 연달아 쏟아져 나왔다.

“길을 열어야 할 거야.”

공간을 빼곡하게 수놓은 창광은, 적들의 수급을 베고 가슴과 팔다리를 갈랐다.

크아악! 꺼윽……!

 

* * *

 

크아악! 아악……!

비명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북은각 고수들과 황곡 고수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조금씩 짙어졌다.

황곡의 고수 중에는 사천존을 배신하고 다시 황곡으로 들어간 고수들도 꽤나 많이 섞여 있었다.

“애송이 하나가 미친놈처럼 날뛰는군. 그래도 명령이 있었으니 참아야지, 그렇지 않나?”

백산이 이죽거리는 소리에 북은각 고수 하나가 차갑게 그의 말을 받았다.

“마빡에 흐르는 식은땀이나 닦고 여유를 부려, 이 새끼야.”

백산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손을 가져가려다 말고 피식 웃었다.

“석소, 네놈의 주둥이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지랄하네. 내 입이 주둥이면 네놈 입은 아가리야.”

끌끌…….

낄낄낄…….

백산과 석소는 서로를 노려보며 살기 가득한 웃음을 흘렸다.

그때 북은각의 고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았다.

스릉…….

“길을 비켜.”

검을 먼저 뽑아 든 고수는 다름 아닌 이연이었다.

언제나 다른 세상을 보는 듯 멍한 눈빛의 그녀는 지금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비강을 향해 있었다.

끌끌…….

“네놈들이 먼저 시작을 했으니 후회하지 마라.”

백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곡의 고수들은 북은각의 고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날아올랐다.

북은각 고수들도 기다렸다는 듯 황곡의 고수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까가강! 깡! 깡……!

휘황한 검광과 도광, 창광이 어지럽게 번쩍이며 어우러졌다.

북은각과 황곡의 고수들은 여느 강호의 고수들과 달랐다.

어느 것이 진체인지 어느 것이 잔영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퍽!

긴 머리를 휘날리며, 상대의 머리를 쪼개 놓은 종예는 피 묻은 대부(大斧)와 함께 신형을 감췄다.

스악…….

종예가 사라지자마자 이연의 검이 그 자리를 베고 지나갔다.

“이연, 이제야 정신이 돌아온 것이냐!”

까강!

종예의 대부를 막아 낸 이연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하지만 이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로 종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까강! 깡! 깡……!

“성가신 년.”

대부는 이연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가슴을 베어 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새 대부를 피해 우측으로 신형을 옮기고 있었다.

까강! 깡……!

대부와 검이 만나 불꽃을 튀겼다.

쾅!

벼락과 같은 일격이 이연의 가슴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벼락을 막아 낸 이연의 신형이 뒤로 일 장이나 밀려났다.

쿨럭…….

피를 토해 낸 이연의 흐릿한 눈동자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야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그토록 보고 싶었던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재수 없는 년.”

종예는 이연의 미소에 찜찜함을 느꼈는지 바로 대부로 머리를 쪼갰다.

아니, 쪼개려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북은각의 고수가 종예의 허리를 베어 오고 있었다.

“썅!”

까깡! 깡……!

가슴을 베여 피를 흘리고 있던 이연의 눈은 저 멀리 비강을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신형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백건적들을 향해 쏘아져 갔다.

 

* * *

 

콰콰콰쾅……!

또다시 비강의 창에서 성난 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방이 전부 적이니, 적아를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이 용들에 의해 쓸려 나갔으나 아직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적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 적 중에는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의 후예라고는 믿기지 않을 자들까지 섞여 있었다.

“이 호로 새끼야! 얼른 뒈져라!”

입이 거친 늙은 여인이 휘어진 곡도로 비강의 정수리를 찍어 왔다.

그녀는 옛적 산채의 채주로 있었던 녹산주(綠山主) 진거미였다.

성정이 차고 잔인하여 힘없는 양민들의 살해하고 재물을 약탈하기를 수없이 반복했으나, 육대세가 중 모용세가에 매번 뇌물을 바쳐 산채를 보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호 무림을 제패한 사패는 녹림 토벌에도 나섰는데, 그때 행적을 감춰 강호에서는 그녀가 이미 죽은 줄로만 여겨지고 있었다.

곡도는 빈 공간을 가르며 지나갔다.

‘이놈…….’

까강!

곡도는 순식간에 변화를 일으키며 비강의 옆구리와 목을 갈랐다.

이번에도 빈 공간을 가른 그녀가 비강의 등을 쫓으려는 순간 검은 점 하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뭐……?’

이마가 뚫린 녹산주는 눈을 까뒤집으며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강의 머리 위로 거대한 검날이 떨어져 내렸다.

바로 남궁휘의 제왕검(帝王劍)이었다.

콰…… 쾅!

일도양단의 초식이었지만 제왕검에는 수많은 변화가 숨어 있었다.

하늘의 다양한 변화를 보며 궁구한, 세상의 모든 도리가 담겨 있다고 전해지는 남궁의 일절(一絶).

그렇기에 막아 내기가 극히 까다로웠다.

크흠…….

이미 수많은 적들과 혈전을 벌이느라 지칠 대로 지친 비강은 검을 막자마자 팔이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추스를 겨를도 없이 제왕검은 이미 허리를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콰쾅!

주르륵, 뒤로 밀려나던 비강은 창을 분리해 양옆에서 달려들던 적들의 머리와 가슴을 부수고 베었다.

‘지독한…….’

남궁휘는 비강의 무공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힘에 부쳐 밀려나는 와중에도 순식간에 균형을 잡고 신형을 이동해 공격해 들어오는 적들을 처리한 것이다.

꽈꽝!

희뿌연 서기가 가득한 검 한 자루가 공중을 날아 비강의 검과 부딪쳤다.

공중을 날아온 검을 막아 낸 비강의 몸은 충격을 이기지 못해 뒤로 날아가 풀숲에 처박혔다.

“죽여라!”

공중을 날아 되돌아온 검을 낚아챈 오진권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백건적 수십 명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풀숲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콰쾅!

크아악! 크악……!

잡목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다섯 마리의 용은 수십 명의 백건적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으며 오진권과 남궁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오진권과 남궁휘의 검에서 빛이 일렁였다.

콰쾅! 쾅!

휘황한 검광은 흉포하게 날뛰는 용들과 충돌했다.

크으…….

오진권과 남궁휘의 입에서 가는 침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흉포하게 날뛰는 용들을 막아 내기는 했지만 그들의 온몸은 찢기고 베어져 온통 피투성이였다.

반 장 가까이 밀려난 오진권이 황급하게 하늘 위로 검을 들어 올렸다.

“위!”

하늘에서는 희뿌연 서기에 휩싸인 검과 봉이 두 사람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전진은 불멸할지니!”

콰콰쾅!

컥!

튕겨져 날아가는 비강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는 붉은 피로 질펀한 바닥 위로 점점이 떨어져 내렸다.

“내가 잡을 것이네.”

그때까지 전황만 살펴보고 있던 아미파의 장문 임정사태가 검을 뽑아 들며 바닥에 널브러진 비강을 향해 쏘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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