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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80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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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80화

제80화. 풍운(3)

 

 

 

“서패의 사신이 북림의 주인을 뵈러 왔습니다. 저는 서패의 여문탁입니다.”

북림의 얼굴인 정문을 수호하던 무인들의 곤혹스러움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가 문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남선을 시작으로 동천, 서패에서 연달아 사신들이 방문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루에서 입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조장과 부조장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장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래쪽에서 방문을 허락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패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안으로 들어선 당백요와 여문탁은 앞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인들의 안내를 받아 산을 올랐다.

초록빛 나무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어울린 산길을 오르던 여문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북림이 아름다워도 우리 서패만은 못하군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앞에 걸어가던 무인들이 뒤를 흘깃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가볍게 얼굴만 찌푸릴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저들은 서패를 대표하는 사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름다운 서패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내야 하느니라.”

“명심할게요.”

안내를 맡고 있는 무인들은 여문탁과 함께 산을 오르고 있는 신후 당백요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만약 그녀의 정체를 알았다면 지금처럼 마음 편하게 안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패에서 사신들이 방문했습니다.”

정상에 오른 무인들은 풍천양의 전각을 지키고 있는 무인들에게 두 사람을 인계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무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예를 다해 머리를 조아리며 당백요를 안으로 안내했다.

당백요가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 여문탁은 다른 전각으로 안내를 받았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여문탁은 림주의 전각과 조금 떨어진 작은 전각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아니. 여 소저가 아니시오? 정말 반갑소이다.”

방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먼저 들어와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선객과 마주했다.

동천에서 온 선객 오기륭이 일어나 먼저 예를 표했다.

“여기서 보게 되는군요. 반가워요.”

“어서 앉으시오.”

여문탁과 마주앉은 오기륭은 빈 잔에 술을 채워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렇지 않아도 말 상대가 없어 무료했는데 아주 잘 오셨소.”

“아직 남선은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로군요.”

“그럴 리가 있겠소? 북궁도는 한참 전에 도착해 북림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오.”

“소문을 들으니 북림의 백리혈과 은운곡에서 아주 큰 일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나도 그 일에 관해서는 들었소.”

여문탁과 오기륭은 사사로운 이야기만 나눌 뿐 이곳을 방문한 목적에 관해선 입 밖으로 꺼내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경계하며 술잔을 나누는 가운데,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젊은이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이외다.”

“오랜만에 두 분을 뵙습니다.”

여문탁과 오기륭은 황급히 일어나 세 사람의 인사를 받았다.

“세 분 오랜만이오.”

“얼굴 보기가 참으로 어렵군요.”

방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은 풍천양의 제자들인 한조와 벽사군, 그리고 악가의 악추산이었다.

한조와 악추산은 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으나 벽사군은 많이 수척해 있었다.

“폐관수련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찌 나오셨소?”

“림주님의 영으로 폐관수련을 급하게 끝마쳤소.”

“그렇게 되었구려. 어서 앉으시오.”

한조와 벽사군, 악추산은 자리를 정해 앉았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

“사부님의 영으로 폐관수련을 급하게 끝마치기는 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두 분께서는 아시는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추산아.”

한조는 악추산이 함부로 입을 놀려 대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하지만 악추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뭐 어떻습니까? 사형. 우리들이 림주님의 제자들이라는 사실을 두 분도 이미 알게 계실 텐데요. 여기 계시는 두 분도 천주님과 패주님의 제자분들이 아니십니까.”

오기륭과 여문탁은 별다른 내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속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무신의 제자치고는 확실히 경솔한 자야.’

“우리도 자세한 속사정은 알지 못하오. 하나 좋은 일로 모인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소.”

“좋은 일이 아니라면…… 백건적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로군요.”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던 벽사군이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하하…….

“벽 소저의 말씀이 맞소이다.”

벽사군이 자신의 말을 받아 주자 오기륭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렸다.

그는 벽사군이 방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악추산은 오기륭의 그런 모습에 불같은 질투심을 느꼈다.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질투를 억눌러 참으려니 얼굴까지 일그러질 지경이었다.

“오 소협, 사저는…….”

뭔가 말을 꺼내려던 악추산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얼른 입을 닫았다.

“오랜만이오. 잘들 계셨소?”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온 자는 남협 북궁도였다.

“어서 오시오, 남협.”

한조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북궁도를 반겼다.

하하…….

“한 소협은 여전히 씩씩해 보입니다.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아이구, 벽 소저는 언제 봐도 아름다우십니다. 악 소협도 여전해 보이고. 오 소협, 여 소저, 헌앙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보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단 한 사람이 등장했을 뿐이건만, 방 안의 분위기는 조금 전과 달리 생기가 넘쳐흘렀다.

“뭣들 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푸짐하고 좋은 안주가 널려 있는데. 자, 한 소협부터 한 잔 받으십시오.”

북궁도는 한조를 시작으로 악추산에게까지 술을 돌렸다.

“사패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을 만나 반갑습니다.”

북궁도가 먼저 술잔을 비우자 나머지 기재들도 얼떨결에 술잔을 비웠다.

“자, 한 잔 더 받으십시오.”

“백리혈 연비강과 함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술잔에 술을 채우던 북궁도는 분위기를 깨뜨리며 끼어드는 악추산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글쎄…… 악 소협이 직접 강호로 나가 찾아보겠나?”

 

* * *

 

껄껄껄껄…….

하하하하…….

단 네 사람만으로 넓은 회의실이 꽉 차 보였다.

무신들은 저마다 술잔을 비우며 흥겹게 웃고 떠들었다.

“그때 운패가 대단했지. 천양이와 비무에서 패하고 나서 여러 날 밤을 꼬박 새웠지? 아마. 그다음에는 천양이가 비무에서 아깝게 패했고.”

끌끌끌끌…….

“퀭한 눈을 한 저 녀석이 안타까워 일부러 패해 준 거야.”

“지랄하네. 네놈도 나처럼 몇 날 며칠을 잠도 자지 않고 꼬박 새워 놓고는.”

하하하하…….

네 무신은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였다.

이윽고 술잔을 비운 남궁악이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

“아쉽게 되었어. 사형과 은운곡에서 술 한 잔 나누고 싶었는데. 사부님의 바람을 지키지 못했어.”

“장소만 다를 뿐 이곳도 좋지 않은가. 약속한 날이 내일이니, 그때 우리 다섯은 강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형제 간의 정을 나누겠구나.”

“나는 너와 함께하겠다, 천양.”

껄껄껄…….

풍천양은 남궁악의 말에 기분 좋게 웃어 젖혔다.

“너희들은 내게 있어 가족보다 더 가까운 벗이자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경쟁자였지. 너희들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남궁악, 너의 야먕은 나의 야망이자 운패와 백요의 야망이기도 하다.”

“천양…….”

남궁악과 도운패, 당백요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풍천양을 바라보았다.

“사형이 강호 무림에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십 년 전부터 고대하던 날이 다가왔으니 어찌 너희들에게 양보하겠나. 만약 내가 사형과의 일전에서 승리한다면 강호 무림은 내 발아래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야.”

풍천양은 자신의 웅심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그 웅심은 세 무신도 마찬가지였다.

“천양이 네가 이십 년 동안 얼마나 사부님과 가까워졌는지 지켜보마.”

도운패가 먼저 술잔을 들고 뒤이어 두 무신도 술잔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풍천양이 술잔을 들어 올리자 네 사람은 동시에 술잔을 비워 냈다.

하하하…….

“오늘에야 비로소 천양이가 멋져 보이네. 오늘 나와 어때?”

당백요의 농담에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낄낄낄…….

껄껄껄…….

“백요야, 너는 이제 너무 늙었어. 파릇파릇한 여자들도 많은데 하필 너같이 드세고 늙은 여자를 누가 좋아하겠냐?”

“너는 나보다 더 늙었어, 이 새끼야.”

크하하하……!

네 무신의 박장대소를 시작으로 회의실은 다시 흥겨운 술자리로 되돌아갔다.

 

* * *

 

어둠과 함께 노곤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던 서안에 하나둘 불이 밝혀졌다.

아직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에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시작했다.

저벅저벅…….

물을 긷거나 새벽길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섰던 사람들은 서안의 거리를 가득 메우며 다가오고 있는 강호인들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골목이나 집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강호인들은 머리에 전부 하얀 띠를 두르고 있어 사람들은 그들을 정체를 능히 짐작했다.

‘세상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도대체 몇 명이나 몰려가고 있는 거야?’

거리를 가득 메우며 걸어가고 있는 백건적들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사천 명은 넘어 보였다.

백건적들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귀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라도 하려는지 당당하고 오연한 모습이었다.

선두에 서서 걸음을 옮기던 자는 거리 중앙에 도착하자 발을 멈추며 세상을 향해 포효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쩌렁쩌렁한 사내의 포효는 어둑어둑했던 거리에 불을 밝히고 새벽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저벅저벅…….

멈췄던 걸음이 다시 옮겨지고, 백건적이 지나간 거리에 서안의 백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한 번 크게 붙겠군그래.”

“강호에 피가 마를 날이 없구먼.”

“이번에는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나와 내기 한번 해 볼 텐가?”

“쉿, 조용히 하게. 또 몰려오고 있으니.”

거리에 나와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또다시 등장한 수백 명의 강호인으로 인해 양편으로 길을 비켜섰다.

새로 거리에 등장한 강호인들은 조금 전의 강호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머리에 하얀 띠도 없었고 조금 전의 강호인들처럼 비장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들은 길 가장자리로 물러선 사람들을 향해 조소를 보내거나 음탕한 말로 희롱을 했다.

“일이 끝나면 이 거리가 우리 차지란 말이지?”

“이 거리뿐이냐? 북림 전체가 우리 차지야. 그때는 마음에 드는 계집들을 얼마든지 품을 수 있다고.”

“저기 저 계집이 꽤 마음에 드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디 한번…….”

“아가리를 찢어 버리기 전에 조용히 해라.”

선두에서 이들을 이끌고 있는 자는 덩치가 산만 했는데, 그가 한번 인상을 쓰자 뒤따르던 자들이 얼른 입을 다물며 눈치를 살폈다.

그렇게 수백 명의 강호인들이 지나가고 서안의 백성들은 다시 거리를 메웠다.

“인상이 전부 다 흉악하구먼. 흉하다는 산적들도 저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어.”

“저런 흉한 자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군.”

웅성거리던 백성들은 거리에 또 한 차례 수십 명의 강호인이 들어서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조용히 거리를 걸었는데 앞만 주시할 뿐 일절 말이 없었다.

수십 명의 강호인이 거리를 지나가고 난 후에도 서안의 백성들은 함부로 거리 중앙으로 나오지 못했다.

또 다른 강호인들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새로운 강호인들은 거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오문의 서안 지부장 장경주는 북림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서안에 있던 꽤 여러 명의 강호인들도 서둘러 북림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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