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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76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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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76화

제76화. 북림으로(1)

 

 

 

“어떻게 우리를 찾아냈소? 혹시 이곳도 하오문 소속이오?”

“기루와 기녀들은 아니지만 총관은 하오문의 문도예요. 남협과 백리혈로 의심이 되는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이곳으로 달려왔어요.”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장경주의 안색은 아주 심각했다.

“북림을 향한 습격이 또다시 발생할지도 모르겠어요.”

“백건적들이 또다시 북림을 습격할 것이라 했소?”

“네. 이번에는 전에 있었던 습격보다 훨씬 더 심각해요. 수상한 무리들을 추적하던 하오문도들의 희생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추격에 손을 떼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장경주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또 남선에서 북궁 소협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남선에도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 분명해요.”

“고맙소. 하면 놈들의 습격은 언제쯤 있을 것 같소?”

“그게, 조금 혼란스러워요. 분명 북림을 향해 모종의 세력이 몰려들고 있는데 순찰조와 무력대, 그리고 악가의 가인들이 찾아내 제거하거나 추포하는 중이에요.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요.”

“북림이 잘 막아 내고 있음에도 하오문도들의 희생이 크다라…….”

적들의 규모가 상상외로 크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비강의 눈치를 살피던 장경주는 우물우물 입을 열었다.

“저…… 서역의 공주가 북림에서 머물다가 그녀의 나라로 되돌아갔어요. 그녀는 연 소협을 기다리다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소.”

비강은 얼른 장경주의 말을 막으며 말끝을 흐렸다.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강호 무림을 겪어 가면서 그녀와 인연이 아님을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여인이라니…….’

상념에서 깨어난 비강은 장경주를 응시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오.”

“남들의 눈이 있으니 아침에 가는 것이 나아요.”

“그럴 필요 없소. 이미 북궁도가 그대의 정체를 알고 있는데 거리낄 게 뭐가 있겠소.”

“저도 달리 잠을 잘 만한 곳이 없어요.”

비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장경주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술상을 봐올까요?”

“아니오. 됐소. 그만 잡시다.”

 

* * *

 

잠에서 깬 비강은 방 한쪽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장경주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양이었다.

눈을 감자마자 하단, 중단, 상단에 웅크리고 있던 기운들이 빠져나와 경맥을 타고 돌았다.

몸 밖으로 빠져나온 희뿌연 기운은 짙은 안개가 되어 비강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렇게 반 시진쯤 흘렀을 때 짙은 안개는 빠르게 옅어지며 비강의 몸속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으음…….

몸을 뒤척이다가 문득 눈을 뜬 장경주는 흐릿한 어둠이 잠긴 방 한쪽 구석에 정좌를 하고 앉아 있는 비강을 발견했다.

‘언제 일어나신 거지?’

그녀는 행여 자신이 움직이는 소리가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가만히 앉아 비강이 눈을 뜨기만 기다렸다.

꿀꺽.

섬뜩한 푸른 안광과 함께 비강이 눈을 뜨자 장경주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언제 일어났소?”

“조금 전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세숫물을 받아 올게요.”

방 밖으로 나간 장경주는 잠시 후 말끔한 모습으로 나무통에 물을 받아 안으로 들여왔다.

“제가 머리를 정리해 드릴게요.”

비강이 세안을 마치자 그녀는 빗을 가져와 등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됐소.”

하나 장경주는 이미 비강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빗어 내리고 있었다.

검은빛이 감도는 끈으로 단정하게 묶은 그녀는 물통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푸짐한 아침상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같이 듭시다.”

“네.”

장경주는 한 번의 사양도 없이 비강과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대화 한마디 없이 식사를 이어 나갔다.

말 한마디 없는 식사가 어색했는지 장경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 북림으로 복귀하시나요?”

“나도 아직 모르겠소.”

장경주는 비강의 대답이 아쉽기만 했다.

서안으로 돌아갈 때 동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둘러 북림으로 복귀하셔야 할 거예요.”

“알고 있소.”

식사를 끝낸 비강은 장경주가 준비해 놓은 소금과 물로 입을 가시고 기루를 나섰다.

 

잠시 기루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한결 개운한 표정의 북궁도가 걸어 나왔다.

“아! 정말 어젯밤에는 대단했어. 비강이 너는 어땠냐?”

비강은 조용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어. 또 손만 잡고 잔 거냐?”

“어떻게 알았냐?”

비강은 여자에 별 관심이 없었다.

“백죽이 그러더라. 십여 일 전에 괴상한 젊은 손님들이 들어왔었는데 차갑게 생긴 젊은 손님은 정좌를 한 채 밤을 보냈다고. 기녀들 사이에 너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더라고. 고자를 손님으로 받았다고 말이야. 설마 너, 정말 고자냐?”

하하하…….

북궁도의 짓궂은 농담에 비강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냥 정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 나는 너처럼 다정(多情)하지 못하잖아.”

“…….”

비강의 대답에 북궁도는 불끈 화를 내려다 말고 입을 닫았다.

어떤 놈이 감히 자신의 친구를 다정하지 못하다 한단 말인가.

그런 자가 눈앞에 있다면 당장 목을 비틀어 버릴 것이다.

비강은 다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고 너무 화가 난다.

북궁도는 발걸음을 옮기며 비강의 어깨에 팔을 척 걸쳤다.

“다음에 남쪽으로 내려오면 아주 아름다운 서역의 여인과 연결시켜 줄게. 어때, 고맙지?”

“너무 고마워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야.”

크크크크…….

“비강이 너는 비밀이 너무 많아. 나는 항상 마음을 열어 놓고 있으니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라.”

이런 벗이 곁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으랴.

비강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약간이나마 내보였다.

“나를 낳은 친모는 아니지만 친모였으면 하는 분이 있어.”

“그분이 누군데?”

“너도 아는 분이야.”

북궁도는 비강과 함께했던 시간을 되새기다가 문득 나이 든 한 여인을 떠올렸다.

“설마…… 협녀?”

얼떨결에 말을 하고 보니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워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

협녀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에 의해 자신의 아이와 부군까지 잃었다고 했었다.

‘괜히 말을 꺼냈네. 우울하게.’

억지로 환한 표정을 만들어 낸 북궁도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말이야. 그 하오문의 여인은 너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서안에서 무한까지 달려온 걸 보면.”

“그럴까……? 하오문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르잖아.”

비강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크크크크…….

“네 머리나 만져 보고 그런 소리를 해라. 세상의 어떤 여자가 마음에도 없는 사내를 위해 보석이 달린 장신구로 머리를 묶어 주는데?”

북궁도가 놀리는 말에 얼른 머리 위로 손을 올리니 머리카락을 묶은 줄에 작은 보석 하나가 만져졌다.

낄낄낄…….

비강이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북궁도가 계속 놀려 댔다.

“그 하오문의 못생긴 여인이 뭐라고 하던?”

“북림을 향해 백건적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네 사부님이 너를 애타게 찾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이런, 빌어먹을!”

괜한 질문을 했다 싶었는지 북궁도는 안색을 굳히며 걸음을 멈췄다.

“북림으로 돌아갈 거냐?”

“그래야겠지.”

“언제 떠날 거냐?”

“며칠 후에.”

“네가 떠나면 나도 남선으로 돌아갈 거다.”

 

* * *

 

이곳이 마지막이다.

서패를 시작으로 남선과 동천을 돌아 북림에 도착했다.

거리상으로 따지면 북림에 가장 먼저 들렸어야 하건만 시천세의 바람대로 움직여야 했다.

“사형은 잘 계시느냐?”

신창의 묵직한 목소리가 오진권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풍천양은 짐작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거인이었다.

풍채고 대단하기는 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오는 위압감은 살벌하기 이를 데 없는 당백요와는 또 다른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신창은 태산보다 더 거대해 보였다.

“짐작대로입니다.”

오진권은 당당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시선은 점점 회의실의 바닥으로 돌려졌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재건하고 난 후에 기회를 봐 사형을 칠 셈이느냐.”

“그렇습니다. 자신 있다면 언제든 도전하라는 허락까지 받았습니다.”

크하하하하하…….

풍천양의 앙천대소에 오진권은 주먹을 불끈 말아 쥐었다.

어찌하여 이 사형제들은 하나같이 이렇게나 오만하단 말인가.

“도전이 늘어갈수록 절망만 늘어가겠지. 하나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재건은 가능할 게야. 오진권이라 했더냐?”

“예. 전진의 장문 오진권입니다.”

“사형께 전하라, 나 풍천양은 북림에서 당신이 오실 날만 기다릴 것이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용무를 끝내고 회의실을 나가는 오진권의 등으로 식은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오진권이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웃음과 여유가 가득했던 풍천양의 안색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기재 중의 기재로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림주님.”

회의실 밖에서 부림주 약추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약추완은 머리를 조아리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자는…… 우리 북림을 습격했던 백건적의 우두머리들 중 하나입니다. 이 기회에 죽여 없애야 합니다.”

“살려두시오. 그것이 우리에게 더 이로울 것이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것까지 부림주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소.”

풍천양조차도 오진권을 죽여야 할지 아니면 살려 보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앞날을 위해서 살려 두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전진의 새로운 장문인은 뱀처럼 차갑고 자부심이 어느 누구보다 강한 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자는 언젠가 큰 사고를 치기 마련이지. 아주 좋지 않은 방향으로…….’

풍천양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약추완은 보고를 올렸다.

“은운곡에 대한 조사를 전부 마쳤습니다. 백리혈 연비강이 벌인 양양 곡성의 혈사 외에는 은운곡이 비밀리에 양성한 고수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양양 곡성 외에는 은운곡이 양성한 고수들이 없다고 하였소?”

“예. 확실히 그곳 외에는 없는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말 용의주도한 자들이로군.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좋았을 것을.’

처음부터 은운곡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은운곡은 황곡과 구파일방, 육대세가와의 전쟁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은운곡은 전쟁 중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었다.

삼 년 전 그곳에서 다른 벗들과 연회를 가졌을 때 남궁악은 이런 말을 했었다.

‘이곳 은운곡의 곡주가 전진의 파문제자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때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지며 뒷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운곡이 비밀리에 고수를 양성하고 있는 장소를 두 곳이나 찾아냈다.

한 곳에는 북은각의 고수들을 보냈고 또 한 곳에는 비강을 보냈다.

하지만 그곳이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은운곡은 당분간 그곳의 총관이 관리하게 하오. 다른 특별한 보고가 없다면 나가 보시오.”

“순찰조들과 감찰단주의 활약으로 꽤 많은 백건적들을 찾아내…….”

“그 일은 부림주에게 일임하겠소.”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실을 나온 약추완은 급히 자신의 거처로 달려 내려갔다.

백건적의 우두머리 중 하나가 북림을 방문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 우두머리 하나를 죽일 절호의 기회였다.

“문광.”

“하명하십시오.”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는 중년 사내가 급하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

“수하들을 이끌고 가 북림을 나가고 있는 삼십 대 초중반의 사내를 추격하라. 그자는 백건적의 우두머리 중 하나이니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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