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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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53화
주루룩!
대청 바닥에 길게 흠을 내며 허명진인의 몸이 멈췄다.
그 역시 전대 천하십대고수에 속했던 절대고수. 운학이 죽이려고 공격을 했다면 모를까 무의식적으로 뿜어낸 반탄력 정도는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내기를 다스리던 허명진인의 눈에 장생각 벽을 향해 날아가는 호현이 보였다.
‘이런! 호현 학사가 위험하다.’
허명진인은 급히 땅을 박차고는 장생각 벽을 향해 날아가는 호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허명진인의 부드러운 장력이 날아가는 호현의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 호현의 몸이 빠르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호현의 몸에 남아 있는 운학의 기운을 회자결로 해소시키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허학진인이 호현의 몸을 잡았다.
“호현 학사!”
호현을 부르던 허학진인은 그가 정신을 잃은 것을 보고는 등에 장심을 붙였다.
화아악!
허학진인의 손에서 하얀 기운이 뿜어지더니 호현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괜찮으냐?”
옆에 내려서는 허명진인을 보며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의식이 없습니다.”
“설마, 심각한 것이냐?”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절대고수인 허명진인 등도 충격을 받을 정도의 기운이었다. 그런 기운을 호현이 받았으니…….
“호현 학사를 선약당으로 옮기거라.”
“사부님은…….”
“사부님은 내가 살필 것이다.”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이 운학을 한 번 보고는 호현을 안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던 허명진인이 힐끗 고개를 돌려 운학 쪽을 바라보았다.
운학은 피가 흐르는 입은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피 묻은 도복과 반 토막이 난 검을 든 채 떨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떨고 있던 운학의 주위로 하얀 기운들이 흘러나오더니 주위를 둥글게 감싸기 시작했다.
제3-3장 심검지경(心劍之境)
짹짹짹!
작은 방 안에 누워 있던 호현은 귓가에 들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눈을 뜬 호현은 자신이 처음 보는 장소에 누워 있는 것을 알았다.
“여기는 어디지?”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던 호현은 심한 약 냄새를 맡고는 의아함을 느꼈다.
“킁킁! 탕약냄새인데? 누가 아픈…….”
중얼거리던 호현은 문득 운학이 피를 뿜어내던 것을 떠올렸다.
“헉! 신선 어르신!”
벌떡!
호현은 급히 침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비틀!
“끄윽!”
일어나던 호현은 갑자기 생기는 현기증에 주춤거리며 침상에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더부룩한 현상에 머리를 흔들며 애써 정신을 차린 호현은 심호흡을 했다.
벌컥!
문이 열리며 익숙한 도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으로 들어선 명인은 침상에 앉아 있는 호현을 보고는 다가왔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명인의 물음에 길게 숨을 내쉰 호현이 고개를 들었다.
“신선 어르신은 괜찮으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명인이 고개를 저었다.
“서, 설마? 돌아가신 것은…….”
“그것은 아닙니다.”
“그럼? 살아 계십니까?”
언제 주저앉았냐는 듯 벌떡 몸을 일으킨 호현을 보며 명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배가 고프실 것입니다. 이것을 드시지요?”
명인의 손에는 하얀 미음이 담긴 사발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운학에 대한 걱정에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신선 어르신부터 뵈어야겠습니다.”
호현이 명인을 지나가려하자 그가 손을 잡았다.
“호현 학사께서는 지난 칠 일 동안 곡기를 드시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나가시면 몸이 크게 상하실 것입니다.”
“칠 일?”
“호현 학사는 칠 일 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명인의 말에 호현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칠 일 동안이나 누워 있었다고?’
“그러니 잠시 앉아서 이거나 드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보내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호현의 손을 잡은 명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인지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명인의 손에 들린 사발을 받은 호현은 천천히 미음을 떠서 입에 집어넣었다.
후루룩!
운학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배가 고픈 것도 잊고 있었지만 곡기가 들어가자 호현은 극심한 배고픔을 느꼈다.
꼬르륵!
배에서 들린 소리에 부끄러움을 느낀 호현은 명인을 바라보았다. 명인은 그런 호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무심한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호현 학사는 정신을 잃고 이곳 선약당으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호현 학사는 내기에 충격을 받아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칠 일 후 오늘 눈을 뜨신 겁니다.”
그 사이에 호현의 일신에 몇 가지 일이 더 발생했지만 명인은 굳이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호현이 깨어났으니 됐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명인의 말에 호현이 어느새 다 비운 사발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신선 어르신께서는……?”
“지금 장생각에 계십니다.”
“제 기억에 당시 신선 어르신께서 피를 토하셨는데, 상태는 어떠십니까?”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그 날 이후 태사조님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명인의 말에 호현이 눈가를 찡그렸다. 명인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신선 어르신께서 장생각에 계시다고 하셨잖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신선 어르신께서 장생각에 계신 것을 사람들이 본 것 아닙니까?”
호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명인이 고개를 저었다.
“직접 보시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리고 호현 학사가 깨어나면 장생각으로 모시고 오라는 허명 사조의 명이 있었습니다.”
“허명진인? 아! 허명진인과 허학진인께서는…….”
“지금 장생각에 계십니다.”
명인의 말에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장생각으로 향하던 호현이 문득 명인을 바라보았다.
“제가 칠 일 동안 누워 있었다면 선학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호현 학사가 없는 동안 제갈 노사께서 학사들을 지휘해 도경 정리를 하고 계십니다.”
제갈현진이 선학전을 맡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갈 노사께 내 일을 떠안긴 격이로구나.’
걸음을 옮기던 호현은 곧 흉물스럽게 구멍이 뚫려 있는 장생각을 볼 수 있었다.
장생각 주위에는 백의 도복을 입은 무당의 고수들이 일정한 간격을 둔 채 주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호현의 모습이 나타나자 무당 고수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어렸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몇몇 도사가 호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도호를 외우는 것에 호현이 마주 도호를 외우며 예를 보였다.
“무량수불.”
호현이 도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생각 안에서 명균이 나왔다.
“무량수불. 호현 학사, 몸은 괜찮으십니까?”
“무량수불.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본문에서 생긴 일로 다치셨으니 제가 죄송합니다.”
“신선 어르신께서는…….”
호현의 물음에 명균이 명인을 바라보았다. 명인이 고개를 젓는 모습에 명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직접 보시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따르시지요.”
명균이 앞장서서 장생각 안으로 향하자 호현과 명인이 그 뒤를 따랐다.
장생각 안으로 들어선 호현은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화아악! 화아악!
장생각 중심 쪽에 빛이 나는 광구가 형성되어 있었다. 빛나는 광구를 본 호현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호현이 급히 명균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 빛나는……?”
빛이 나는 광구를 뭐라고 칭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던 호현이 말을 이었다.
“이 속에 어르신이 계신 겁니까?”
호현의 말에 광구 뒤쪽에서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부님께서는 이 안에 계시네.”
허명진인 등의 등장에 호현이 포권을 하며 예를 취했다.
“예는 되었네.”
손을 들어 호현의 예를 막은 허명진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몸은 괜찮은가?”
“불편함은 없습니다.”
운학에 대한 걱정으로 호현이 광구를 바라보았다.
“광구 안에 어르신이 계신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허명진인의 말에 호현이 광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행동에 허명진인이 깜짝 놀라 호현의 손을 잡고는 뒤로 잡아당겼다.
“자네 미쳤나!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제 기억으로는 당시 어르신께서는 피를 토하셨습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이후에 이렇게 되신 것 같은데,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신 것 아닙니까? 저는 어르신을 봐야겠습니다.”
“나와 사제, 그리고 무당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부님을 걱정하고 있네. 자네만 사부님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네.”
허명진인의 굳어진 얼굴에 호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내가 실수를 했구나. 어르신에 대한 걱정은 나보다 동문인 무당 사람들이 더 크실 것인데.’
무당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자들인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걱정 역시 클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호현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어르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의미인가?”
“허명진인과 허학진인께서 어르신을 도울 방법이 있었다면 제가 깨어나기 전에 이미 조치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방법이 있었다면 이 안에서 어르신을 꺼내셨겠지요.”
호현의 말에 허명진인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허명진인이 광구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사부님이 이 안에 계신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사부님을 꺼낼 방법이 없다.”
“그건 왜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광구를 가리켰다.
“이 광구는 일종의…….”
하던 말을 멈추는 허학진인의 모습에 호현이 뭐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일종의 뭐입니까?”
“잠시 기다리게. 자네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하는 중이니…….”
“강기로 이루어진 막 같은 것 아닙니까?”
전에 운학이 듣지 못하게 허명진인이 펼쳤던 강기의 막을 떠올린 호현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와 비슷하지만 다르네. 이건…….”
허학진인이 설명을 하지 못하자 답답함을 느낀 허명진인이 대신 말했다.
“심검이네.”
무학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심검이라는 말에 이런저런 반응을 보였겠지만 호현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호현이 보인 반응은 마음의 검이라는 심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심검이라면, 마음의 검?”
“학사인 자네가 심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심검은 무학에 있어 전설상으로 전해지는 절대지경을 말하는 것이네.”
“그렇군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호현의 모습에 허명진인이 허탈하게 고개를 저었다.
‘심검이라는 절대의 경지도 호현 학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군.’
호현은 심검이라 불린 광구를 바라보았다. 광구를 보던 호현이 소리쳤다.
“어르신!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
광구를 향해 운학을 부르는 호현을 보며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 동안 답이 없으셨네.”
“괜찮기는 하실까요?”
“심검이 계속 운용 되는 것을 보면 사부님의 몸은 괜찮으신 듯하네.”
허명진인의 답에 가만히 광구를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심검이라면 검이라는 뜻인데…… 이건 검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심검은 단순히 검이라는 의미가 아니네.”
“그렇다면 무슨 의미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말을 하려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허명진인 역시 심검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사람들에게서 들은 것과 책에서 심검에 대해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