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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5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51화

청운진인의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청수진인이 더는 못 참겠다는 얼굴로 호현에게 다가왔다.

 

“운학 사조께서 대체 자네에게 무엇을 전하신 것인가?”

 

“네? 무엇을 전하다니요?”

 

“운학 사조께서 자네에게 전수한 무공이 무엇이냐는 말이네.”

 

알 수 없는 말을 재차 던지는 청수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신선 어르신께는 배운 것이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청수진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운학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호현 학사에게 가르치신 것이 무엇입니까?”

 

“전부요.”

 

운학의 말에 청수진인과 청운진인 등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호현이었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에게 뭘 배웠다는 말씀입니까?”

 

“헤헤헤!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사형에게 알려줬잖아요.”

 

“아니 대체 그 ‘아는 모든 것이’ 뭡니까?”

 

“헤헤헤!”

 

해맑게 웃고 있는 운학의 모습에 호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제3-2장 운명의 부러진 검

 

무당의 한 봉우리에 있는 작은 동굴 속에 허명진인이 있었다.

 

이 동굴은 허학진인과 허명진인이 은거를 할 때 지내던 곳이었다. 그리고 사부와 함께 지내던 곳이기도 했다.

 

동굴 안에는 항아리 몇 개가 전부였지만, 허명진인에게는 이 동굴 안이 세상 그 어디보다도 안락했다.

 

잠시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던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추억을 회상하는 것보다는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어디보자…… 내가 어디다 뒀더라?”

 

동굴 안을 살피던 허명진인이 기억을 더듬다 항아리가 놓여 있는 벽에 다가갔다.

 

“여기였던 것 같은데…….”

 

벽을 보던 허명진인이 손을 들었다.

 

화아악!

 

허명진인의 손에서 하얀색을 머금은 수강이 형성 되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강기의 형태가 아닌 손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수강이 말이다.

 

강기를 머금은 허명진인의 손이 조심스럽게 벽을 파헤쳤다.

 

스윽! 스윽!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진 동굴 벽이 허명진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두부처럼 한 덩어리씩 잘려나갔다.

 

그렇게 동굴 벽을 조심스럽게 파헤치던 허명진인이 잠시 후 무언가를 구멍 속에서 끄집어냈다.

 

허명진인의 손에 딸려 나온 물건은 작은 보따리 하나와 헝겊에 쌓인 기다란 물건이었다.

 

툭툭툭!

 

보따리와 기다란 물건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낸 허명진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것을 보고 사부님 기억이 좀 돌아오셨으면 좋겠군.”

 

물건들을 챙긴 허명진인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사형!”

 

밖으로 나오던 허명진인은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는 허학진인을 보았다.

 

탓!

 

엄청난 속도로 경공을 시전하며 달려온 것과는 다르게 허학진인이 허명진인 옆에 내려서는 소리는 가볍기 이를 데가 없었다.

 

사제의 굳어진 얼굴에 허명진인이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청진과 청기가 무아에 들었습니다.”

 

“무아? 이번에도 호현 학사가 관여된 것인가?”

 

허명진인의 물음에 허학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허! 그야말로 무당신사(武當新師)의 출현이군.”

 

“무당의 새로운 스승이라……. 하긴 호현 학사 덕에 깨달음을 얻은 본문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일리가 있군요.”

 

“그런데 두 아이가 무아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이렇게 나를 찾아 숨 넘어 가도록 달려 온 것인가?”

 

“아! 그게 아닙니다. 태극호신공 말입니다.”

 

“태극호신공이 왜?”

 

“태극호신공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무슨 말이냐는 듯 허명진인이 바라보자 허학진인이 장생각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운무에 가려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지 못했지만, 허학진인만은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보았던 것이다.

 

호현의 몸에서 뿜어진 기운이 세 사람의 운무와 섞였던 것, 호현이 시전하는 태극호신공에 따라 네 사람의 기운이 하나로 모이며 장생각을 부수는 것까지 말이다.

 

“세 사람의 기운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허명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흠, 사질들이야 무당의 내공을 익혔고, 호현 학사 역시 본문의 내공에 영향을 받았으니, 어렵기는 하지만 세 기운이 하나로 섞일 수도 있었겠지. 게다가 두 사질은 무아에 든 상황이라 자신들의 내공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상태였을 것이고. 하지만 화산의 내공은 같은 도가 계열이라고 해도 본문과는 다른 데 어찌 합일을 했다는 말인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태극호신공인가?”

 

“맞습니다. 태극호신공에 저희가 모르는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효능이 있었다면 우리가 모를 이유가 없다.”

 

“그렇군요. 그럼 혹시 사부님께서 태극호신공을 새롭게 만들어 호현 학사에게 전한 것은…….”

 

“그럴 수도 있겠지.”

 

잠시 생각을 하던 허명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아무래도 우리가 말년에 어린 사제를 두게 생겼구나.”

 

허명진인의 말에 허학진인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을 보면 운학이 호현에게 무공을 전수해 준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운학의 무공을 이었다면 그 둘은 싫든 좋든 호현을 사제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왜 오신 겁니까?”

 

“이것을 챙기러 왔다.”

 

허명진인이 보따리를 들어보이자 허학진인의 얼굴에 그리움이 떠올랐다.

 

“사부님의 물건이군요.”

 

“평생을 지니셨던 물건이니…… 기억하시겠지. 가자.”

 

허명진인이 무당파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리자 허학진인이 그 뒤를 따랐다.

 

보따리를 들고 무당파 장생각에 도착한 허명진인은 건물이 크게 부서져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허학진인에게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심하게 부수어져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고개를 저으며 허명진인이 장생각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장생각 안으로 들어간 허명진인은 무당의 장로들이 호현과 운학을 가운데 두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

 

호현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알려줬다는 운학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는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습니다.”

 

“우웅! 사형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헤헤! 저는 사형에게 알려 준 것이 없어요.”

 

하지만 운학의 말을 믿는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호현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사람이 바로 운학이니 말이다.

 

주위 사람들의 믿지 않는 듯한 시선에 호현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호현의 머리에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운학에게서 배운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세교정이지만 말이다.

 

“혹시 태극호신공을 말하시는 것입니까?”

 

태극호신공이라는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극호신공?”

 

허명진인의 음성에 그제야 그가 온 것을 안 호현이 포권을 하며 예를 취했다.

 

“오셨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예를 취하는 호현의 고지식함에 고개를 저은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사부님께서 태극호신공을 전수해 주셨나?”

 

“정확히는 명인 도사에게서 태극호신공을 배웠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제가 시전하는 것을 보고는 자세를 교정해 주셨습니다.”

 

“자세를 교정하셨다라…….”

 

허명진인은 운학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사제의 생각이 맞았나보구나. 사부님께서 새로운 태극호신공을 호현 학사에게 전수한 것이었어.’

 

허명진인이 청운진인을 돌아보았다.

 

“장문인, 사부님께서 태극호신공을 새롭게 만드신 모양일세.”

 

허명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럼 운학 사조께서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셨다는 말입니까?”

 

“기존의 태극호신공에 본인께서 깨달으신 무리를 섞은 모양인데…… 틀은 태극호신공이라도 그 안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일 것이네.”

 

그 말에 청운진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신선지경에 이르신 운학 사조께서 창안하신 무공이라면 본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 청운진인이 운학을 향해 말했다.

 

“호현 학사에게 알려준 것을 저희들에게도 알려주시겠습니까?”

 

“싫어요.”

 

“운학 사조께서 창안하신 무공은 본문에 중요한 것입니다. 알려주십시오.”

 

“싫다니까요.”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운학의 모습에 청운진인이 호현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시선을 주었다.

 

그 눈짓에 호현이 운학을 보다가 말했다.

 

“저에게 알려주신 태극호신공을 보여주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듯 주위를 보던 운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대답과 함께 운학이 양팔을 벌리자 장로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언제 자리를 잡았는지 명균과 명인이 한쪽에서 지필묵을 바닥에 깔았다.

 

무당 제일, 아니 현 무림 제일 고수가 내리는 가르침을 기록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운학이 천천히 태극호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그리던 명균과 명인이 문득 서로를 바라보았다.

 

- 내가 보기에는 기존의 태극호신공과 비슷한 것 같은데…… 사제가 보기에는 어떤가?

 

- 저 역시 본문의 태극호신공과 별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 흐흠, 아무래도 그렇지?

 

운학의 태극호신공에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한 두 사람이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운진인 등을 위시한 일부 장로들의 얼굴에는 놀람과 경악이 어려 있었다.

 

명균과 명인의 눈에는 그저 기존의 태극호신공으로만 보였지만 청운진인 등의 눈, 아니 기감에는 운학의 움직임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자연의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운학이 시전하는 태극호신공의 움직임에 따라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을 살피던 청수진인이 허명진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 허명 사숙,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것이…….

 

청수진인의 전음에 허명진인이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는 것을 안 청운진인이 급히 전음을 보냈다.

 

- 그럼 태극호신공이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었단 말입니까?

 

- 태극호신공이라……. 자네의 눈에는 태극호신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전혀 다른 무공으로 보이는군. 자연의 기운을 사용하는 무공으로 말이네.

 

자연의 기운을 사용한다는 말에 청운진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연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는 태극호신공이라면…… 이제야 무공을 익히지 않은 호현 학사가 무아에 든 것과 장생각을 부순 장력에 대한 답이 나오는군.’

 

호현에 대한 의문이 풀린 청운진인은 운학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태극호신공을 모두 펼쳐 보인 운학이 천천히 몸을 멈추고는 호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말 잘 들었으니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눈빛을 보내면서 말이다.

 

그 모습에 호현이 웃으며 운학의 손을 잡아주었다.

 

“헤헤!”

 

기분 좋게 웃는 운학을 보며 호현이 청운진인 등을 바라보았다.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어르신이 저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셨다는 것은 그저 장난으로 한 말일 뿐입니다.”

 

이제 오해가 풀렸냐는 듯 가볍게 말하는 호현의 모습에 청운진인 등을 위시한 장로들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연의 기운을 이용하는 무공이 그저 장난으로 한 말이라고?’

 

‘허허, 이게 장난이라면 대체 무엇이…….’

 

장로들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에 호현이 의아함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들 그러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허명진인이 입을 열었다.

 

“사부님께서 보여 주신 태극호신공은…… 사실 태극호신공이라고 할 수 없을 듯하네.”

 

“네? 그게 무슨……?”

 

“자네는 모르겠지만 사부님께서 보여 주신 태극호신공은 자연의 기운을 사용하는 무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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