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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4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48화

그 역시 화산파 사람들이 호현을 만나러 왔다는 것에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화산파에서 왜 호현 학사를 만나러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화산파 역시 무림의 세력. 그런 곳과 호현 학사가 엮이는 것은 좋지 않다.’

 

종경과 제갈현진은 호현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현은 어느새 화산파의 한 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화산에는 매화가 많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화산의 초봄에는 산을 가득 채울 듯 피어나는 매화꽃의 향기가 무척 좋지요.”

 

자신을 종진이라 소개한 중년 도사의 말에 호현의 머릿속에 산을 가득 채울 듯 피어나는 매화가 떠올랐다.

 

게다가 매화는 추운 겨울을 이겨 내고 초봄에 꽃을 피운다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학사 정신의 표상이었다.

 

즉, 호현과 죽대 선생도 매화를 무척 좋아하는 것이다. 만약 매화나무가 죽대처럼 잘 휘어졌다면 죽대 선생의 호는 죽대가 아니라 매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런 매화가 잔뜩 피어 있는 화산을 생각하니 호현은 화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다.

 

‘화산이라……. 무당과는 다른 곳일까? 하지만 화산파도 도를 받드는 도관이니 좋은 곳일 거야.’

 

화산파에 호감이 드는 것을 느낀 호현이 웃다가 물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는데,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되겠습니까?”

 

“주제라……. 혹시 무당 분들과 한 이야기를 저희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

 

종진의 말에 명균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자들이!’

 

호현이 한 이야기를 듣고 명백이 무오에 들었다. 그리고 청묘진인은 폐관수련에 들었다.

 

즉, 호현이 무당 사람들에게 한 말은 도가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무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해달라니…….

 

“호현 학사, 잠깐.”

 

“네?”

 

얼굴이 굳어진 명균이 호현에게 걸음을 옮기려 하자 한쪽에서 제갈현진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종경이 전음을 보냈다.

 

- 왜 그러십니까? 저희는 그저 호현 학사와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입니다. 무당 장문인께서 이미 허락을 하신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종경의 전음에 명균이 눈가를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 허나 무당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없지 않았습니까?

 

- 이거, 이거……. 그저 호현 학사가 무당 분들과 나눈 대화를 듣고 싶을 뿐인데, 안 되는 것입니까?

 

- 종경 도장도 알고 있고 본도도 알고 있듯, 호현 학사는 평범한 분이 아니지요.

 

- 호오, 그럼 호현 학사와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인지…….

 

- 그것은 그쪽 사정입니다.

 

명균의 단호한 전음에 종경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종진을 향해 무언가 전음을 보내고는 명균을 바라보았다.

 

- 오늘 무당에 도움과 섭섭함을 동시에 얻는군요.

 

- 섭섭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 다음 대에는 오늘 일로 무당과 화산에 참 많은 일이 생길 듯합니다.

 

종경이나 명균이나 둘 다 다음 대 화산과 무당의 장문인으로 내정된 사람들이니, 오늘 둘이 얼굴을 붉힌다면 하나의 은원을 만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종경의 말에 명균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림은 약육강식이 세계, 그리고 이곳은 무당이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 명균은 무당의 이(利)를 위해 나섰고, 종경은 화산의 이(利)를 위해 나섰다.

 

은원을 만들기 싫다고 무당의 이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무당을 이끄는 장문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명균의 모습에 종경이 속으로 쓰게 웃었다.

 

다음 대 자신이 화산의 장문인이 되면 명균은 무당의 장문인이 된다. 그 시기야 서로 차이가 있겠지만, 후대에는 둘이 양 문파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대 무당도 강하겠군.’

 

어쩐지 자신이 장문인이 되면 무당 때문에 머리 아플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던 종경이 호현에게 다가갔다.

 

‘그나저나 무당과 상관없는 것을 물어야 한다라……. 무엇을 물어야 얻을 것이 많을 것인가? 흐흠! 그럼 본문의 무공 중 도에서 시작이 된 것으로 물어봐야겠군. 일단 태극은 안 되겠군. 무당하면 태극이니…….’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종경이 입을 열었다.

 

“혹시 육합(六合)에 대해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육합은 천지사방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화산에는 육합의 묘리에 따르는 무공이 꽤 있었다.

 

육합신검법, 육합권, 육합신장법, 육합신법 등등.

 

호현의 답에 종경이 슬쩍 명균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 질문은 괜찮으냐는 듯 말이다.

 

그 눈빛에 명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에도 육합과 관련이 있는 무공이 몇 가지 있지만, 육합에 대해서는 호현이 이때까지 말을 한 적이 없기에 무당에서 관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육합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이 됩니다. 첫째는 천지사방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합의 의미로 사용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천지사방을 일컬어 육합이라 말을 하지만…… 도가에서는 두 번째인 합의 의미로 사용을 해야 옳을 듯합니다.”

 

호현의 말에 옆에 있던 종진이 말했다.

 

“합이라면 자축합토(子丑合土), 인해합목(寅亥合木) 등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십이 간지를 여섯으로 합하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육합입니다. 육합을 펼치면 그 안에 오행이 머물고 음양이 움직이니 세상의 법도가 바로 육합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호현의 설명에 종진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그들도 알고 있는 내용인 것이다.

 

물론 세상의 법도가 육합에 있다는 말은 처음 듣지만 말이다. 그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호현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육합에 대해 생각을 하니 이상한 생각들이 계속 떠올랐던 것이다.

 

무아에 들고 난 후, 하나로 섞여 있던 깨달음들이 육합의 이치를 떠올리자 그에 맞게 하나둘씩 실타래 풀리 듯 풀려나오고 있는 것이다.

 

‘음과 양이 이름은 다르나 모두 한 기운이듯 천지사방, 그리고 육합도 어찌 다르겠는가? 그 역시 하나의 세상을 일컫는 말이거늘.’

 

멍하니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는 호현의 모습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뭔지는 몰라도 호현이 중요한 생각에 잠겨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명균이 한쪽에 서 있는 명인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명인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여 누가 들어오면서 소리라도 내면 호현의 생각에 방해가 되니 입구를 봉하려는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호현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육합의 합이 서로 다른 기운이 합쳐 생을 만든다면…… 합이 아닌 분이라면 파가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생각을 하고 보니 너무 끔찍한 생각이 든 것이다.

 

‘반육합이라 생각 만해도 끔찍하군. 생이 아닌 파라니?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되겠군. 응?’

 

반육합에 대해 생각을 하던 호현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호현의 말에 명균이 말했다.

 

“호현 학사께서 중요한 생각을 하는 듯해서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신 겁니까?”

 

“육합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육합을 굳이 여섯 개로 나눌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네?”

 

명균의 의문성에 한쪽에 있던 청기진인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육합을 나눌 필요가 없다니? 무슨 의미인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을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천지사방, 십이 간지의 합 등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나눈 것에 불과합니다. 육합이 무언지 안다면 굳이 육합이라는 의미에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단, 두 개만 존재하니까요.”

 

“단 두 개라면?”

 

“나와 세상입니다.”

 

호현의 말에 명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은 이해를 못했지만 혹시 다른 사람은 이해를 했나 해서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명균과 같은 의문이 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청진진인과 청기진인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내 말을 이해하는 분들은 무당의 장로분들 뿐이로구나.’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호현이 설명을 해주었다.

 

“육합은 사람들에게 세상에 대해 설명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세상?”

 

“세상?”

 

동시에 나오는 두 답에 호현이 말을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청진진인과 청기진인이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 천지사방이 있습니다.”

 

호현이 하늘과 땅 그리고 동서남북을 차례로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고는 장생각 밖에 서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땅과 물이 만나니 목이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이 됩니다. 바람과 물이 만나 비가 됩니다. 이처럼 모든 세상이 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나와 세상이 만나…….”

 

순간 호현이 입을 다물었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마지막 말에 깨달음이 찾아 온 것이다.

 

“도를 이룹니다.”

 

마지막 말과 함께 호현의 눈빛이 몽롱하게 변해 갔다.

 

그리고 호현의 마지막 말을 들은 사람들 중 일부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나와 세상이 만나…… 도를 이룬다?”

 

“나와 세상이 만나…… 도를 이룬다.”

 

청진진인과 청기진인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그리고 순간 그들의 몸에서 유형화된 내공이 불꽃처럼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온몸에서 뿜어지는 내공의 불꽃에 사람들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던 종경은 사질 매화검룡 현오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급히 전음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급히 전음을 멈췄다.

 

현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나와 세상이 만나 합이 되는 것인가?”

 

화아악!

 

중얼거림과 함께 현오의 머리에서 유형화 된 내공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세 사람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청진진인과 청기진인 그리고 현오, 이 셋이 동시에 무아에 이른 것이다.

 

타타타탓!

 

그 모습에 화산파 고수들이 빠르게 대청 주위로 몸을 움직였다. 무아에 이른 현오를 지키려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이 제갈현진을 붙잡고는 급히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어느새 명인과 명균이 화산파 사람들 근처로 몸을 이동했다.

 

혹시라도 그들이 장로들의 무아를 방해한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 말이다.

 

- 사형, 호현 학사는 어떻게 합니까?

 

명인의 전음에 종경과 화산파 고수들을 감시하던 명균이 힐끗 호현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청기진인과 청진진인은 거의 일 장에 가까운 운무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과 너무 가까이 있었던 탓인지 호현은 그 운무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한쪽에서 매화검룡의 몸에서 뿜어지는 자색의 운무가 있었다.

 

- 끄응! 사숙들이 뿜어내는 내공과 너무 가까이 있어 섣부르게 데리고 올 수가 없다. 그랬다가는 사숙들의 무아가 깨질 수도 있는 일이다.

 

청진진인 정도의 고수에게 무아라는 것은 기연이었다. 그 기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그 둘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 하지만 호현 학사의 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지금 섣부르게 움직인다면 사숙들이 뿜어내는 내공이 오히려 호현 학사를 죽일 수도 있다.

 

- 호현 학사에게 문제가 생기면 운학 태사조는 어찌 합니까?

 

명인의 전음에 명균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그 역시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 이게 어찌된 일이냐?

 

갑자기 들려오는 허학진인의 전음에 명균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 옆에는 언제 왔는지 허학진인과 운학이 서서 대청을 메우고 있는 운무를 보고 있었다.

 

- 청진 사숙과 청기 사숙이 무아에 들었습니다.

 

- 둘이 동시에?

 

- 그뿐만이 아닙니다. 화산의 매화검룡도 무아에 들었습니다.

 

그 말에 허학진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운무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운무에 가려져 있던 세 명의 도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멍하니 서 있는 호현의 모습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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