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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4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46화

놀자고 졸라대는 운학의 행동에 난감해 하는 호현을 보며 허학진인이 그에게 다가갔다.

 

“할 말이 있네.”

 

“하명하십시오.”

 

“아까 선학전 지하서고에서 말이네……. 자네가 무아에 들었었네.”

 

“무아……? 무아! 무아라면 명백 선인이 든 그 무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명백?”

 

명백이 무아에 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를 못한 허학진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명백이라면 명자배 아이인 것 같은데, 그 아이가 무아에 드는 것을 보았나?”

 

“제 눈앞에서 무아에 이르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 그럼 말하기 편하겠군. 어쨌든 자네도 그 무아에 들었었네.”

 

“제가 무아에요?”

 

자신이 명백 선인이 든 무아에 들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던 호현은 중얼거리다 의문이 드는지 물었다.

 

“저는 무공을 익힌 적이 없는데 어찌 무아에 이를 수가 있습니까?”

 

호현의 질문에 옆에 있던 제갈현진이 답을 내주었다.

 

“무아라는 것은 깨달음에 이르는 단계를 말하는 것이니 꼭 무인만 무아에 이르라는 법은 없네. 나 역시 무아와 비슷한 것을 겪은 적이 있으니 말이네.”

 

“제갈 공이 말입니까?”

 

“그렇다네. 호현 학사에게는 어떻게 무아가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침에 일어나 새벽 햇살을 봤을 때 갑자기 무아가 찾아왔었지. 그때 나는 내가 그때까지 배웠던 학문과 지식들을 보았네.”

 

“보았다는 말은…….”

 

“말 그대로 머릿속에서 학문과 지식들이 마치 경극을 보는 것처럼 실체화 되었다는 것이네. 그리고 무아를 마치고 생각한 것이 바로 국치명정이었네.”

 

“아!”

 

호현이 감탄성을 내뱉자 허학진인이 입을 열었다.

 

“모든 무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무인들은 무아에 이르면 자신이 익힌 무공과 깨달음들을 보게 되네. 제갈 노사의 말을 들으면 학사들도 그와 비슷한 것을 겪게 되는 모양인데…… 자네는 어떤가?”

 

허학진인의 물음에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아에 들었다는 것조차도 방금 허학진인과 제갈 공께서 말을 해주셔서 알았으니까요.”

 

“그렇군.”

 

잠시 생각을 하던 허학진인이 말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나중에는 기억이 날 것일세. 하지만 한 가지…… 내가 궁금한 것은 자네가 무아에 들어서 얻은 것이 학문인가 아니면 무학인가이네.”

 

학문이라면 허학진인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호현이 무아에 들었을 때 보인 광경이나 끝나고 난 후 그 몸에서 분출된 탁기의 잔해를 봤을 때…… 호현의 무아는 무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허학진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호현이 그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가……. 그럼 혹시 사부님에게서 무공을 배우지는 않았나?”

 

“제 스승이신 죽대 선생께서는 무공을 하실 줄 모르십니다.”

 

호현이 자신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을 깨달은 허학진인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 스승 말고 내 사부를 말하는 것이네.”

 

“배우지 않았습니다.”

 

“배우지 않았다라……. 그럼 따로 무공을 익힌 적은?”

 

“태극호신공을 익히기는 했습니다.”

 

호현을 몰랐다면 거짓이라고 할 것이다. 태극호신공으로 호현이 보인 광경을 일으킬 수는 없는 일이니…….

 

하지만 호현을 얼마간 봐온 허학진인은 그가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찌된 일인가?’

 

곰곰이 호현을 보며 생각을 하던 허학진인이 손을 내밀었다.

 

“손 좀 내밀어 보게.”

 

허학진인의 말에 호현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허학진인이 슬며시 자신의 내공을 호현의 몸속에 흘려 넣었다.

 

‘응?’

 

호현의 몸에 들어간 기운이 거침없이 움직이는 것에 허학진인이 미간을 찡그렸다.

 

보통은 사람의 몸에 내공을 집어넣으면 작은 거부감이나 막히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거늘, 지금은 망망대해에 돌을 던져 넣듯 아무런 막힘이 없는 것이다.

 

‘어찌 이런? 설마 세맥과 대맥들이 모두 타통됐다는 말인가? 허! 그럼 임맥과 독맥까지?’

 

임독양맥이 통한다는 것은 강기성화를 이룰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었다.

 

천지합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천지와 기운을 나누는 경지, 즉 초절정에 근접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혹시나 싶어 임맥과 독맥에 내공을 보냈다. 하지만 임맥과 독맥에서 허학진인의 내공은 돌아왔다. 즉, 임맥과 독맥은 뚫리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너무 거침이 없는데?’

 

임독양맥이 뚫리지 않고도 이렇게 내공이 부드럽게 흐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던 허학진인은 이번에는 단전과 심장으로 내공을 조심스럽게 흘려보냈다.

 

허명진인이 없는 상태에서 호현의 몸에 있는 기운들이 발작을 일으킨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호현의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너무 궁금해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응? 왜 기운들이 느껴지지 않지?’

 

심장과 단전을 조심스럽게 훑던 허학진인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슬며시 단전 안으로 내공을 밀어 넣은 허학진인은 그 안에서도 내공들이 느껴지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반인 정도의 기운밖에 느껴지지 않는 호현의 단전에 의아해하던 허학진인은 내공을 회수했다.

 

‘일단은 사부님의 위험한 내공이 사라졌다는 것에 안심을 해야겠군.’

 

허학진인에게 호현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모르겠군. 일단 자네 몸에 있던 나와 사형의 기운, 그리고 사부님의 기운들은 모두 사라진 듯 보이네.”

 

“아! 다행이군요.”

 

“다행?”

 

“그렇습니다. 언제 발작을 일으킬지 몰라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사라졌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정말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호현의 모습에 허학진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들이 넣은 기운도 상당하지만 사부님의 기운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 만약…… 그 기운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절세고수가 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인데, 그런 기연이 사라졌다고 기뻐하다니…… 응?’

 

속으로 중얼거리던 허학진인이 호현의 몸을 훑어보았다.

 

‘혹시…… 무아에 든 호현 학사의 심상이 몸 안에 있던 기운들을 모두 사용해 버린 것인가? 기운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던 호현 학사의 생각이 심상으로 변해 움직였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군. 그렇다면 탁기의 배출과 그 내공의 유형화, 그리고 맥의 타통들은 기운들이 사라지면서 일으킨 효능?’

 

허학진인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제갈현진이 입을 열었다.

 

“진인의 대화가 끝이 나셨다면 제가 호현 학사와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하시게나.”

 

허학진인이 뒤로 물러나자 제갈현진이 호현에게 말했다.

 

“호현 학사.”

 

“말씀하십시오.”

 

“방헌으로 돌아가시게.”

 

방헌으로 돌아가라는 제갈현진의 말에 멍하니 있던 호현이 물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제갈현진이 장생각을 둘러보다 말했다.

 

“이곳은 자네와 어울리지 않는 곳이네.”

 

“이곳은 도관입니다. 그런데 어찌 저와 어울리지 않다 하십니까?”

 

“도관이기 이전에 무림 세력이지. 그것도 중원 거대 문파……. 나는 학사인 자네가 이곳에 있기를 바라지 않네. 이곳에 있다가는 어떻게든 무림과 엮이게 될 것이네. 방헌으로 돌아가게.”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 무림 세력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외인입니다. 게다가 서고를 정리하러 온 저 같은 사람에게 그 누가 신경을 쓰겠습니까?”

 

‘하아! 호현 학사는 무림의 비정함과 위험함을 모르니 이리 쉽게 이야기 하는구나. 게다가 자네는 이미 무림과 엮이는 상황이 되었네.’

 

제갈경천은 제갈현진에게 호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제갈연과 호현을 엮기 위해서 말이다. 그 안에 있는 사정은 그에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지만 제갈현진은 호현과 일을 하면서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호현과 안 떨어지려고 하는 운학, 그리고 운학을 따라다니는 허명과 허학을 보면 대충 짐작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호현에게 호감이 있는 제갈현진으로서는 거부할 수가 없는 명이었다.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일부러 나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본가에서 호현 자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해 줄 수도 없고, 난감하구나.’

 

게다가 옆에는 허학진인까지 있다. 잠시 호현을 보던 제갈현진이 물었다.

 

“그럼 계속 무당에 있을 생각인가?”

 

“서고를 정리하러 왔으니 서고를 정리해야지요. 그러기 전까지는 방헌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자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알겠네.”

 

‘최대한 내가 빨리 일을 해서 호현 학사를 방헌으로 보내게 해야겠구나. 그리고 연이와는 되도록 엮이지 않도록 내가 신경을 써야겠어.’

 

“저는 방에 가서 좀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시게.”

 

제갈현진과 허학진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호현은 숙소를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느새 운학이 딱 붙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 올라오는 운학에게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생각을 할 것이 있습니다. 허학진인과 있으시겠습니까?”

 

“우웅! 운학은 사형과 있고 싶은데…….”

 

“부탁드리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운학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허학진인 옆에 자리를 잡고는 앉았다.

 

그것을 본 호현은 자신의 처소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침상에 올라가 정좌를 했다.

 

‘내가 오늘 무아에 들었다라……. 하지만 그에 대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

 

눈을 감은 채 오늘 있었던 기억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며 되새기던 호현의 머리에 조금씩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태극과 음양의 이치가 하나씩 떠올랐어. 무슨 내용이었지?’

 

희뿌연 안개 속에 숨어 있는 듯한 기억들에 미간을 찡그리던 호현은 잠시 후 눈을 떴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무아에 들 때 격세지경을 보고 있었으니…….”

 

몸을 일으킨 호현이 자신의 짐 꾸러미에서 각세진경을 꺼내 들었다.

 

“보다보면 알게 되겠지.”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굳이 떠올리기보다는 책이나 보자는 생각을 한 호현은 각세진경을 펼쳐들었다.

 

*

 

*

 

*

 

무당의 동자배들이 머무는 한 처소의 문이 벌컥 열리며 제갈인이 들어왔다.

 

“형님! 화산신검이 왔답니다.”

 

제갈인의 말에 명상을 하고 있던 제갈현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화산신검 풍범진인 말이냐?”

 

“그렇습니다. 게다가 매화검룡도 같이 왔다고 합니다.”

 

“매화검룡이?”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매화검룡이 무당에 있다는 사실에 제갈현의 얼굴에 호승심이 떠올랐다.

 

“지금 매화검룡이 어디에 있다고 하더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화산파 사람들이 왔다고 해서 바로 형님한테 이야기 해주려고 달려 온 겁니다.”

 

제갈인의 말에 제갈현이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할아버님들은 어디에 계시지?”

 

“연이와 함께 무당산 유람을 하고 계십니다.”

 

“뭐?”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 무언지 잊으신 것인가?’

 

제갈세가에서 무당에 온 목적은 절세비급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하는 것과 그것을 입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책임지고 있는 두 어른이 무당산 유람이나 하고 계시다니…….

 

그 생각에 자신이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 제갈현이 몸을 일으켰다.

 

“가자.”

 

“어디를……”

 

“일단 숙부님을 만나야겠다. 선학전으로 간다.”

 

그 말에 제갈인이 놀라 급히 전음을 보냈다.

 

- 하지만 정인 할아버지께서 경거망동하지 말라 이르셨잖습니까?

 

- 화산파가 왔다. 그들이 왜 왔다고 생각하느냐?

 

- 그야…… 저희와 같은 목적이겠지요.

 

제갈인의 전음에 제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화산파에 뒤처질 수는 없는 일, 일단 우리 둘이라도 상황 파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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