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4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43화
그 말에 무언가 자신의 머리가 뻥하고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호현은 공손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가르침을 달라는 호현의 말에 당황한 제갈현진은 급히 그를 부축했다.
“이러지 마시고 일어나시게.”
“큰 가르침에는 그 만한 예가 따르는 것이 도리입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현진은 그를 일으키기를 포기하고 그 앞에 앉았다.
“백성들의 삶은 그 백성들의 수만큼 많고 또 많네. 그 많은 삶을 다독이려면 그들의 삶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네. 허나 우리가 배우는 유학은 배운 자들의 것이네. 인의예지를 가지고 백성들의 삶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태평천국일 것이나 그것은 이상론일 뿐이네. 실상 정치를 하는데 있어 유학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네. 아니 실상…… 유학은 정치를 하는데 있어 그리 좋은 학문이 되지 못하겠지.”
유학을 비판하는 제갈현진의 말에 호현은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석학인 제갈현진이 유학을 비판하니 말이다.
충격을 받은 듯한 호현의 얼굴을 보던 제갈현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유학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네. 사람들 사이에서 인의예지가 없다면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을 테니……. 단, 인의예지로만 백성들을 다스릴 수 없다는 이야기이네.”
“그럼 어찌 다스려야 합니까?”
“후후후, 그것을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는가? 나도 실패한 위정자 중 한 사람일 뿐이거늘.”
“그럼 저는 앞으로 어찌해야 합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제갈현진이 입을 열었다.
“정치란 학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네. 그런 의미로 볼 때 좋은 정치란 좋은 사람이 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백성들의 삶을 바라보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 보고 직접 겪어 보게. 그리하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손에 쥐고 있던 각세진경을 제갈현진이 호현의 손에 쥐어 주었다.
“각세진경은 도경이기는 하나 유교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죽대 선생도 크게 나무라지는 않을 것이네. 읽어 보면 좋은 내용이 많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마음에 담아보게나.”
제갈현진의 말에 각세진경을 바라보던 호현이 천천히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제갈현진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현 학사는 책을 보느라 일을 하지 못할 테니…… 두 사람 몫의 일을 하려면 내가 좀 부지런히 해야겠구나.’
호현 몫까지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제갈현진은 부지런히 책을 훑어보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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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무당의 해검지에 일단의 도사들이 오르고 있었다. 다섯 명의 도사들의 소매에는 매화 가지가 그려져 있었다.
도사들이 올라오는 것을 본 명수가 뒤에 있던 제자에게 말했다.
“화산파에서 손님이 왔다고 알리거라.”
“존명.”
제자가 산을 오르는 것을 보던 명수가 화산파 사람들에게 물통을 들고 다가갔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명수의 예를 받으며 고개를 숙인 반백의 도사가 품에서 붉은 봉투를 꺼냈다.
“화산파 풍범이라 하네.”
‘화산신검?’
무당에 청수가 있다면 화산에는 풍범이 있다.
중원십대 고수 중에 도가쌍검 중 일인인 화산신검 풍범의 등장에 명수가 침을 삼켰다.
‘화산신검이 무당에는 왜? 선자불래라 했거늘……. 불안하구나.’
선한 사람은 오지 않고 온 사람은 선하지 않다는 말을 떠올린 명수가 힐끗 풍범과 같이 온 화산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 중년인들인 것을 보면 자신과 비슷한 화산의 일대 제자들인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중에는 한 명의 젊은 도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명수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풍범이 악의를 가지고 왔다면 일대 제자가 아니라 그와 같은 장로들을 몇 동행해 왔을 것이다.
물론 화산파 일대 제자가 약한 것은 아니다. 어디를 가도 무림 명숙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절정 고수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무당. 화산의 일대 제자들이 날뛸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수가 다섯이라면 더욱…….
“연락도 없이 화산에서 어인 일로 무당에까지 걸음을 하셨습니까?”
“무당에 재밌는 인물이 있다고 하여 호기심에 와 보았네. 먼 길을 왔으니 박정하게 내치지 마시고 안에 들여 주는 것이 어떠한가?”
화산신검이 안에 들기를 청하자 잠시 그를 보던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정파이고 구파일방의 한 축인 화산의 손님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무당은 이때까지 한 번도 손님을 거절해 본 예가 없었다.
화산신검 같은 거물을 제자들에게 맡길 수 없던 명수가 그들을 직접 안내해 무당으로 올랐다.
무당의 입구인 산문에는 어느새 연락을 받고 온 청수진인 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수진인을 본 풍범이 웃으며 포권을 했다.
“청수, 자네는 여전히 얼굴이 좋군.”
“그러는 자네 역시……. 그런데 연락도 없이 어인 일인가?”
“후후후. 일단 장문인께 인사부터 드리는 것이 먼저 같은데…….”
풍범의 웃는 얼굴에 청수진인이 슬쩍 그 뒤를 따라 올라온 화산파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화산파 사람들을 보던 청수진인은 그들 중 젊은 도사를 보고는 얼굴에 살짝 놀라움이 어렸다.
청년 도사는 나이는 어려 보이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일대 제자들 못지않았다. 즉, 절정 고수였다.
‘저 나이에 절정 고수라니…….’
청수진인의 얼굴에 비친 놀람에 풍범이 미소를 지었다.
“매화검룡일세.”
매화검룡이란 화산파에서 자랑하는 신진 고수였다. 이십의 젊은 나이에 절정에 이른 화산의 신룡 말이다.
“과연……. 매화검룡이라는 이름이 허명이 아니군. 따라오시게.”
청수진인이 앞장서 걸음을 옮기자 화산파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화산파 사람들을 데리고 자소궁에 도착한 청수진인은 대청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청운진인을 볼 수 있었다.
한 줄의 주름도 허용하지 않는 깨끗한 도복을 입고 있는 청운진인을 보며 풍범이 포권을 올렸다.
“화산파 풍범이 무당 장문인을 뵙습니다.”
“화산신검의 풍채는 갈수록 좋아집니다.”
“장문인만 하시겠습니까.”
덕담을 나눈 청운진인은 풍범과 그와 함께 온 화산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화산에서 무슨 일로 이렇게 무당에 왔는지 궁금합니다만…….”
“무림에 재밌는 소문이 돌기에 직접 와 보았습니다.”
소문이라는 말에 청운진인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걸렸다. 그가 말하는 소문이란 절세비급을 말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소문이라, 어떤 소문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청운진인의 물음에 풍범이 미소를 지었다.
“무당에…….”
풍범이 말을 하려 할 때 청진진인의 노성이 들려왔다.
“흥! 무당에 절세비급이 있다면 강제로 취하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대청 안으로 들어오는 청진진인의 모습에 풍범이 눈가를 찡그렸다. 그리고 청운진인의 미간도 찡그려졌다.
‘청진 사제가 내 계획을 망치는구나.’
화산파가 무당에서 비급에 대해 알아보거나 무슨 일을 꾸미려하면 그때 그들을 벌하려던 청운진인이었다. 그런데 청진진인이 이렇게 대놓고 일을 벌이니…… 그의 계획이 깨진 것이다.
풍범은 청진진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다. 화산이 이리도 후안무치한 자들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군.”
“말이 심하다!”
화아악!
풍범의 몸에서 강력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청진진인 역시 주먹을 움켜쥐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막 두 사람의 기세가 부딪치려 할 때 청운진인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멈춰라! 이게 무슨 짓이냐!”
청운진인의 노성에 청진진인이 입술을 깨물고는 청수진인 옆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노려보던 풍범이 입을 열려 할 때, 화산파 사람들 중 한 중년인이 앞으로 나섰다.
“사숙, 제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매화칠검의 수장이자 후대 화산 장문인으로 내정되어 있는 종경 도장이었다.
종경 도장의 말에 그를 보던 풍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풍범의 허락에 고개를 숙인 종경 도장이 청운진인에게 다가가 포권을 하며 예를 취하고는 말했다.
“무당에서 무언가 오해를 하고 계신 듯합니다.”
종경 도장이 나서자 무당에서는 명균이 나섰다.
“저희가 화산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본 화산은 무당의 절세비급이 탐이 나서 온 것이 아닙니다.”
“본문에 절세비급이 있다는 소문과 함께 나타난 화산인데, 그것을 우리보고 믿으라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우리 무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군요.”
명균의 말에 종경 도장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무당에 절세비급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저희 화산이 왔다고 여기시는군요. 후후후, 청진진인께서 왜 그리 격노를 하셨나 했더니 그 때문이군요.”
“지금 웃을 상황이 아닌 듯합니다만.”
눈가를 찡그리는 명균을 보며 종경 도장이 말했다.
“무당에 절세비급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단, 저희 화산에도 절세비급은 있습니다.”
종경 도장의 말에 명균 등 무당파 사람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런 무당 사람들을 보며 종경 도장이 입을 열었다.
“본문의 자하신공, 매화검보, 건곤권 등은 중원에 나가면 피바람을 일으킬만한 절세비급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무당에 있는 절세비급을 가지러 올 이유가 있겠습니까? 본문에 있는 무공도 모두 익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남의 무공을 가져다 어디에 쓰겠습니까?”
종경 도장이 그렇지 않느냐는 듯 명균을 바라보았다.
“물론 악인의 손에 절세비급이 있다는 소문이었다면 저희 화산에서도 사람이 나와서 비급을 회수하려 할 것입니다. 악인이 그 비급을 익힌다면 무림에 대마두가 한 명 더 늘어나는 격이니 말입니다. 허나, 절세비급은 무당에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왜 굳이 무당과 척을 지려 하겠습니까. 또한 무당에서 절세비급이 발견됐다는 소문은 헛소문 아닙니까?”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본문에서 갑자기 절세비급이 발견이 되었다면 익히지는 않더라도 연구는 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은밀히 저희 문 내에서 하겠지요. 그런데 무당은 대외적으로 학사들을 모집했습니다. 그 말은 비급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학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종경 도장의 논리적인 설명에 청운진인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화산파는 비급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온 것인가?’
단순히 친분을 위해서라면 풍범 같은 화산의 중요인사가 올 일이 없었다.
청운진인이 의문에 찬 눈으로 종경 도장을 보자 그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화산에서 왜 왔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한 가지 청이 있어서입니다.”
“무슨 청인지 말씀하시게.”
“그것은 무당에 대해 퍼진 한 소문 때문입니다.”
“소문?”
“무당에 대해 퍼진 소문은 절세비급만이 아닙니다. 한 학사에 관한 소문도 같이 퍼졌습니다.”
학사와 관련된 소문은 듣지 못했기에 청운진인이 의아한 듯 명균을 바라보았다.
- 이게 무슨 말인가? 학사라니?
- 저도 그에 관한 소문은 듣지 못했습니다.
명균조차도 모른다는 말에 청운진인이 종경 도장을 향해 말했다.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알려 주시게.”
“무당에 한 학사가 있어 무당의 선인들이 그에게 가르침을 구하니, 그야말로 노군(老君)의 환생일 것이다.”
종경 도장의 말에 청운진인 등의 머리에 한 학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호현 학사다.’
‘노군의 환생이라…… 후후, 과연 그럴지도.’
‘호현 학사에 대한 소문이 그리 퍼진 것인가?’
장로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명균은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에 대한 소문을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
‘왜 나는 그런 소문을 듣지 못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