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4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40화
“미처 알아 뵙지 못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제갈세가 백룡각의 각주를 맡고 있는 제갈정인입니다.”
제갈정인의 예에 허명진인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백룡각주라면 제갈세가의 중요한 자리로 알고 있는데, 균현까지는 어쩐 일인가? 게다가 이미 세상일에 은퇴를 한 경천까지 데리고 말이네.”
“데리고 라는 말은 듣기 민망합니다.”
“그렇지. 내가 애도 아니고 데리고 라니…… 그냥 동행이라고 생각해 주게.”
“그럼, 같이 동행을 한 이유가 뭔가? 혹 무당에 볼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허명진인은 비록 은거를 했다하지만 무당 사람이다.
그런데 무당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균현에 제갈세가 사람들이, 그것도 자신과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전대 고수인 제갈경천이 나타났으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제갈정인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당에서 학사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같은 호북에 적을 둔 본가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제 작은 녀석을 데리고 가는 길입니다.”
“작은 녀석?”
“제갈현진이 제 둘째 아이가 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그러나 본가에서 학문으로는 최고인 아이입니다.”
무림 세가이기는 하나 제갈세가는 대대로 머리가 뛰어난 집안이었다. 해서 때마다 과거에 급제하는 인재가 나왔고 황궁에서 고위 관리를 지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제갈세가에서 학문으로 가장 뛰어나다면 정말 뛰어날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허명진인이 말했다.
“학사를 구했던 것은 맞으나 이미 사람들을 다 구한 것으로 아는데? 헛수고를 하셨나 보군.”
“사람을 다 구했다하나 제갈현진보다 뛰어난 사람은 적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일을 하는 데에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본문에서는 무공을 모르는 사람을 구하는데…….”
제갈세가 사람이라면 무공을 익히지 않았겠나하는 허명진인의 물음에 제갈정인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가문 사람이기는 하지만 현진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야…… 무당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지.”
허명진인이 순순히 넘어갈 줄은 몰랐는지 제갈정인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 어떻게 된 일이냐? 만약 네 말대로 무당에 절세 비급이 있다면, 허명이 현진을 무당에 들이지 않으려 할 텐데?
자신의 귀에 들리는 제갈경천의 전음에 제갈정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도와주겠다는 것을 거절하면 의심을 살까 싶어 응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숙부님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 모르겠군. 허학이라면 모를까, 허명은 능구렁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두 사람이 전음을 나누고 있을 때 호현은 기쁜 얼굴로 제갈현진에게 다가갔다.
“제갈 노사와 같이 일을 한다니 이 호현, 큰 기쁨입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호현의 말에 제갈현진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하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허명진인이 말했다.
“아직 장문인의 허락을 받은 것이 아니니 미리 좋아들 할 것이 없네.”
“후후후! 언제부터 무당이 도와주러 온 사람을 거절하는 곳이 되었던가? 내가 아는 무당은 오는 사람을 막지는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느냐는 듯 허명진인을 보던 제갈경천이 슬쩍 운학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 도사는 얼굴이 무척 익군. 누구…… 응? 응!’
운학을 보던 제갈경천의 얼굴에 순간 경악이 어렸다. 허명, 허학과 친분이 있어 인사를 드린 적이 있는 운학을 기억해 낸 것이다.
‘구지검선! 운학진인!’
제2-9장 제갈세가, 옷 한 벌의 덕을 보다
예전 무당에서 본 운학을 기억해 낸 제갈경천이 깜짝 놀라 포권을 했다.
“제갈세가의 제갈경천이 구지검선을 뵙습니다.”
그와 함께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제갈세가 사람들에게 제갈경천이 급히 전음을 보냈다.
- 전전대 무당제일검, 아니 천하제일검이셨던 분이다. 어서 예를 올려라.
전전대 천하제일검이라는 말에 제갈세가 사람들이 황급히 포권을 하며 예를 올렸다.
그들이 예를 올리든 말든 호현의 옆에 붙어 있는 운학을 보며 허명진인이 한숨을 쉬었다.
‘경천이 사부님을 알아보다니…….’
운학에 대한 일이 무당 밖으로 세어 나가서 좋을 것이 없었다.
무당에 신선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것이 정신이 나간 신선이라는 것은 무당의 명성에 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허명진인이 제갈경천에게 운학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제갈경천은 속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다.
‘구지검선 어른이 아직 살아 계시다니.’
운학이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그를 바라보는 제갈경천이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예전에 뵌 구지검선이었다.
힐끗 고개를 돌린 제갈경천이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을 바라보았다.
제갈세가 제일 고수가 바로 제갈경천이다. 은거하기 전에도 그랬고 은거를 하고 난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자신도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에게는 반 수 밀린다고 할 수 있었다.
‘구지검선에 무당쌍선까지. 무당의 감춰진 힘은 정말 무궁하구나.’
문파의 성세는 문도의 수도 중요하지만 절대고수의 수가 더 중요했다.
무당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같은 호북에 사는 제갈세가로서는 좋아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운학을 향해 시선을 돌린 제갈경천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자신의 예를 운학이 받지를 않은 것이다.
‘이상하군. 예를 중하게 생각하시는 구지검선께서 왜 내 예를 받지 않는 것이지?’
제갈경천이 의문에 찬 시선으로 운학을 보는 것에 허명진인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무당에 간다는 사람들이 이곳 옷 가게에는 왜 온 것인가?”
허명진인의 말에 제갈경천이 눈가를 찡그리며 한쪽 탁자에 놓여 있는 도복을 가리켰다.
도복은 적룡과 청룡이 서로 꼬리를 무는 모습의 태극 문양이 가슴에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본가에서 무당 장문인께 보내는 선물이네. 조심히 가지고 온다고 왔는데도 주름이 생겼더군.”
“주름?”
“무당 장문인의 결벽은 유명하잖나. 청운은 어릴 때도 유별나더니 나이를 먹으니 더 유별나지는군.”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 그래도 본문의 장문인일세.”
“어쨌든 그 결벽에 주름이 있는 선물을 받으면 좋아하지 않을 듯해 풀을 먹이기 위해 이렇게 옷 가게에 먼저 들른 것이네.”
제갈경천의 말에 허명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 사질 성격이라면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주름진 물건이라면 일단 눈부터 찡그리고 보겠지. 선물 받는 사람의 성격까지 고려하다니……. 확실히 제갈세가다운 치밀함이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주인장이 세 벌의 도복을 들고 나왔다.
주인장이 건네주는 도복을 받아 호현이 펼쳐 보았다.
도복의 소매에는 무당파를 알리는 태극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도복을 운학의 몸에 대 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입어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이쪽으로.”
주인장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가리키자 호현이 운학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제갈경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허명진인을 바라보았다.
“구지검선께서 호현 학사를 아끼시는가 보군.”
“그럼 셈이시지.”
“혹! 제자를 삼으신 건가?”
“그건 아니네.”
“흐흠…….”
허명진인의 두루뭉술한 답에 제갈경천이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운학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제갈경천이 아는 구지검선 운학은 어린 학사와 함께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성격이 절대 아닌 것이다.
‘게다가 호현 학사가 방금 도복을 구지검선의 몸에 대보였던 건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운학을 대하는 호현의 모습에 점점 의문이 생기는 제갈경천이었다.
*
*
*
호현은 운학의 옷을 벗기다 미간을 찡그렸다.
도복 안에 입고 있는 옷들도 많이 헤어져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이다.
‘하아! 속에 입을 옷들도 좀 사야겠구나.’
운학의 옷을 벗긴 호현이 새 도복을 입혀 주었다. 새 도복을 입으며 운학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헤! 사형, 이거 제 거죠!”
“그렇습니다.”
“헤! 사형, 고마워요!”
옷을 갈아입고 즐거워하는 운학의 모습에 호현은 옷을 사주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진작 사줄 것을 그랬구나. 이건 버려야겠군. 낡아서 더는 못 입겠어.’
예전에 입던 운학의 옷을 둘둘 말아 호현이 버리려하자 운학이 급히 옷을 잡았다.
“우웅! 이건 운학이 거예요.”
“낡아서 더는 입을 수 없습니다.”
“우웅! 안 그래요. 남자는 자신의 손길을 탄 물건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건 누가 그랬습니까?”
호현의 물음에 운학이 순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말을 지켜야 할 것 같아요.”
‘남자가 하기에는 조금 쑥스러운 말인 듯한데…… 운명 사형이라는 분이 한 말인가?’
“알겠습니다. 그럼 신선 어르신이 잘 챙기십시오.”
“헤! 알았어요.”
운학이 자신이 입던 옷과 새 옷을 보자기에 담는 것을 보며 호현이 밖으로 나왔다.
주인장에게 말을 해 운학이 입을 속옷들을 산 호현은 보자기를 하나 얻어 그 안에 옷들을 싸맸다.
*
*
*
무당산을 내려왔으니 다시 갈려면 산을 올라가야 하는 법, 그래서…… 지금 호현은 무당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제갈세가의 제갈현진이 걷고 있었다. 온몸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입에서는 헉헉 거리는 신음을 토하며 말이다.
“헉헉헉!”
“헉헉헉!”
땀을 하나 가득 흘리며 산을 오르던 제갈현진을 제갈인 등이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무공을 익힌 그들과는 달리 천생 학사인 제갈현진은 산행을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이다.
“형님, 이러다 숙부님 쓰러지는 것 아닙니까?”
제갈인의 말에 제갈현이 제갈현진에게 다가갔다.
“숙부님, 힘드시면 저희가 가마를 만들어 모시겠습니다. 나무 몇 개 엮어서 만들면 되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갈현의 말에 제갈현진이 땀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호현 학사가 한 말 듣지 못했느냐? 튼튼한 두 다리가 있는데 어찌 남의 도움을 받아 산을 오르겠느냐?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오르거라.”
제갈현진의 말에 제갈현이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옆에서 걷고 있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무당산의 험함을 아는 제갈경천이 제갈현과 제갈인에게 호현과 제갈현진을 업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호현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을 했다.
“어찌 당당한 사내대장부가 산 하나 오르면서 남의 등에 업혀 오르겠습니까. 저에게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니 저는 알아서 오르겠습니다.”
그 말에 제갈현진도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산을 오르게 된 것이었다.
호현이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데 조카들의 등에 업혀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호현과 제갈현진은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제갈경천이 허명진인을 향해 말했다.
“자네, 나와 먼저 무당에 가는 것이 어떤가?”
“내가?”
“그러네. 지금 이 두 고지식한 학사들의 속도를 보니 무당에 도착하면 달이 우리를 반길 것 같은데, 그 시간에 무당에 가는 것은 예가 아닌 것 같군. 최소한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배첩을 보내야 할 것 아닌가?”
“그것도 그…….”
말을 하던 허명진인이 운학과 호현을 한 번 보고는 허학진인에게 말했다.
“사제가 경천과 함께 먼저 무당으로 가시게.”
“알겠습니다.”
허명진인이 남는 것과 그가 운학과 호현에게 시선을 주는 것을 유심히 보던 제갈경천의 눈빛이 반짝였다.
‘무언가 있나 보군.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되는…….’
그런 생각이 든 제갈경천이 제갈정인에게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