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37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37화
두 사람이 하는 말에 주위에 있던 학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었다. 그의 말대로 무당의 도사에게 직접 배우는 태극호신공이라면 어디에 가서 자랑을 해도 되는 것이다.
“그럼 나도 배우고 싶습니다.”
“나도 배우고 싶네.”
학사들이 모두 배우겠다고 나서자 명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일과가 끝이 난 후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명인의 말에 학사들이 웃다가 그중 유경이 문득 진만을 향해 포권을 했다.
“진만 학사가 명인 도장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덕에 우리가 득을 보는군요.”
유경의 말에 다른 학사들도 진만을 향해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무당 본산의 태극호신공을 배우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하하! 집에 돌아가면 무당에서 무공을 배웠다고 허풍칠 거리가 생겼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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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호신공을 수련하던 호현은 한쪽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학사들이 웃으며 진만에게 포권을 하고 있는 것을 보던 호현은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는 다시 태극호신공을 연마했다.
태극호신공을 연마하자 호현의 심장과 단전에 있던 기운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강력한 장벽인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의 기운에 막혀 꿈틀거리기만 할 뿐, 밖으로 나오지를 못했다.
내공에 대한 지식이 없는 호현으로서는 그저 가슴과 단전이 조금 거북하다고 느낄 뿐이지만 말이다.
거북한 기분을 참으며 태극호신공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러다 호현이 문득 멈추고는 손으로 몸을 긁기 시작했다.
‘갈수록 가려워지는 것이 심해지는군. 피부병이라도 걸린 것인가?’
요즘 들어 태극호신공을 펼치면 피부에서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간지러움을 느끼는 호현이었다.
몸을 긁으며 산을 내려가면 의원부터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호현은 몸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다시 태극호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극호신공을 펼치던 호현의 머리에 방금 읽은 각세진경의 구절 중 하나가 떠올랐다.
<높은 것은 두터운 것에 의지하고 두터운 것은 높은 것에 의지하였으니, 비천한 것은 그 사이에 있어 위로는 높고 밝은 덕을 입었고 아래로는 넓고 두터운 은혜를 입은 것이니라. 이러함으로 천·지·인 삼재란 것은 한 기운뿐이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까지 모두 한 기운인데…… 어찌 내 몸에 있는 기운은 하나가 아닐까? 모두 인간의 몸에서 나온 기운일 뿐이며 내 몸에 있는 기운일 뿐이거늘…….’
몸 안에 있는 기운들을 떠올리자 단전과 가슴의 기분 나쁜 거북함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에 호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태극호신공을 멈췄다. 이러다가는 언제 기운들이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일을 할 시간도 됐고 말이다.
호현이 선학전으로 걸음을 옮기자 어디선가 운학이 나타났다.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연습하자 혼자 놀러갔다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어디서 놀다 왔는지 운학의 손은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다행이라면 옷만은 깨끗한 것 정도?
어쨌든 그런 운학을 보며 한숨을 쉰 호현이 품에서 천을 꺼내 손을 닦아주었다.
“흙 가지고 노시면 안 됩니다.”
“헤헤! 운학은 흙 가지고 노는 것이 좋아요.”
“손이 이렇게 더러워지는데 뭐가 좋으시다는 겁니까?”
“흙이야 털면 되는 거잖아요. 진흙을 만지고 놀면 재밌어요.”
즐거워하는 운학의 모습에 호현이 피식 웃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흙을 만지고 놀면 뭐가 좋으십니까?”
“웅…….”
왜 재밌냐는 물음에 바로 답을 하지 못하던 운학이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헤! 흙은요, 물을 부우면 진흙이 돼서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운학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흙에 물을 부우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도 있고, 흙에 곡식을 심으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줍니다.”
“헤! 운학은 그런 것은 몰라요. 그냥 진흙 가지고 놀래요.”
“후우, 그렇게 하십시오. 대신 진흙 놀이 하시고 바로 선학전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알겠어요.”
웃으며 운학을 데리고 선학전에 들어가던 호현의 머리에 문득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흙에 물을 부우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다라……. 토(土)와 수(水)가 만나 그릇이 된다…… 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운학과 무당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무당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는구나. 역시…… 무당에 오기를 정말 잘하였어.’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선학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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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진인은 제자 명균과 함께 청혼진인을 만나고 있었다.
쪼르륵!
명균이 따르는 찻물을 바라보던 청운진인이 청혼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타지를 돌아다니느라 무당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청혼진인이 오랜만에 찾아 온 것이다.
청혼진인은 타지에서 죽은 시체를 고향으로 옮겨 주는 영환도사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얼굴에는 음기가 가득했다. 그 모습에 청운진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누가 시체이고 누가 사람인지 구분을 못하겠구나.’
“청혼 사제, 아침에 뭐하시나?”
“잡니다.”
“저녁에는?”
“시신 옮깁니다.”
“휴우, 그러니 양기가 부족해 얼굴이 귀신같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햇빛도 좀 쐬고 그러시게.”
“저는 이게 편합니다. 그리고 오늘 찾아온 것은 제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하긴 사제처럼 바쁜 사람이 이야기나 하자고 오지는 않았겠지. 그래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
무당에 머물기보다는 중원 이곳저곳을 떠돌기를 좋아해 무당에는 일 년에 하루 이틀 밖에 머물지 않는 청혼진인이 할 말이 있다고 왔으니, 청운진인으로서는 그것이 궁금했다.
“이번에 시신을 옮기다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무슨 소문인데 평소 얼굴 보기도 어려운 자네가 직접 온 것인가?”
“무당에서 학식 높은 학사들을 모아 비급을 해석하고 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청혼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웃었다.
“그 소문을 사제도 들었나 보군.”
“알고 계셨습니까?”
“무당파 장문인이 본문에 관한 소문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그래, 그 소문 때문에 이리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어디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헛소문일 뿐이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학사를 모으기는 하신 모양이던데요?”
“그것은 맞네. 하지만 비급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아니네. 단지 선학전을 정리할 사람을 모은 것일 뿐. 내가 알기로는 학사를 모은 이유도 퍼진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듣지 못했나?”
청운진인의 물음에 청혼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습니다. 단지…… 무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걱정이 되어 온 것입니다.”
청혼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미간을 찡그리고는 명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게 무슨 말이냐? 무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니?”
“일부 무림인들이 무당에서 학사들을 데려다 서고 정리나 시킬 리가 없다며 의심을 하고 있다는 소문일 것입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
청운진인의 질책에 명균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곳은 무당입니다.”
그의 대답에 명균을 질책의 눈으로 보던 청운진인의 눈빛이 풀렸다.
“하긴 이곳은 무당이지.”
소문대로 무당에 절세비급이 있어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학사들을 불러들였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힘 없는 자들에게야 보물이 독이 되는 것이지, 힘 있는 자들에게는 보물은 없어서 못 구하는 좋은 것일 뿐이다.
즉, 명균이 청운진인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그가 들을 필요가 없는 일이기에 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제, 이곳은 무당이네. 비급 소문에 꼬이는 자들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네.”
“저도 그것을 걱정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뭔가?”
“화산파, 제갈세가, 남궁세가에서 무당으로 사람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청운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물었다.
“그들이 왜?”
“무당에 비급이 있다고 하니 궁금한가 보더군요.”
“허허, 무당에 비급이 있으면 어떻게라도 해보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보입니다.”
청운진인이 알고 있었냐는 듯 명균을 바라보았다. 청운진인의 물음이 담긴 눈빛에 명균이 고개를 저었다.
“움직이는 것은 알았으나 이곳으로 오는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명균의 말에 청운진인이 청혼진인을 바라보았다.
“명균도 알지 못한 것을 사제가 어찌 안 것인가?”
“청죽으로 가는 길에 개방의 제자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건네준 적이 있습니다.”
시체를 다루는 청혼진인이고 보니 죽어 있는 시체를 지나치지 못하고 염을 해 개방에 전해 준 모양이었다.
“일은일답(一恩一答)을 받은 모양이군.”
일은일답은 개방의 오랜 전통이었다. 개방에 은혜를 베풀면 한 가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이 황제의 속옷 색깔이라고 해도 말이다.
“제가 무당 사람인 것을 알자 알아서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청혼진인의 말에 명균의 얼굴이 굳어졌다.
“은혜를 베푼 청혼 사숙에게 개방이 알아서 준 정보라면…… 두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명균의 말에 청혼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첫째는 거짓 정보겠지. 하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개방의 의협 정신이라면 도와준 사람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는다.”
청혼진인의 중얼거림에 명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째입니다. 개방에서 무당에 경고를 해준 것입니다.”
“경고?”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화산파 등을 방비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은 본문에 오는 자들이 본문으로서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심각한 어조의 말에 청운진인이 미간을 좁혔다.
“감히…… 본문에서 난동이라도 부리겠다는 것인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청혼진인이 입을 열었다.
“개방의 말로는 제갈세가와 남궁세가에서는 학식이 뛰어난 자들을 데리고 출발을 했다 합니다. 화산파에서도 평소 밖으로 내보내지 않던 학도사와 함께 이동 중이라 했습니다.”
청혼진인의 말에 청운진인이 그들의 의도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서고 정리를 도와주겠다는 뜻인가?”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허허, 이자들이 무당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군. 흥! 어디 비급이라도 하나 주워다가 그들 앞에 던져줘 봐야겠군. 감히 본문에 있는 비급을 가져가겠다고 나서는 자가 있는지 말이야.”
크게 화가 난 듯 보이는 청운진인을 보며 청혼진인이 물었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어쩌기는 뭘? 무당의 문은 언제나, 누구에게든 열려 있네. 오겠다는 사람 막을 수야 없는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번거로운 일이…….”
“그만하시게. 우리는 무당일세.”
청운진인의 말에 옆에 있던 명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무당입니다.”
둘의 무당에 대한 자부심에 청혼진인의 얼굴로 미소가 어렸다.
‘그래, 우리는 무당이지.’
제2-8장 국치명정(國恥明正) 제갈현진
호북 균현에는 한 가지 자랑이 있었다. 바로 살인, 강간, 폭행 등의 중범죄가 일어나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당파가 지척에 있고 간혹 식량과 생필품을 사러 무당의 도사들이 균현에 들르니, 알아서 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거기에다 무당파가 있으니 뒷골목 건달과 사파 무림인들이 얼씬 조차도 하지 않아 저절로 치안이 좋은 곳이 바로 균현이었다.
그런 균현에 호현과 운학, 허명진인과 허학진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선학전에 고용된 학사들은 칠 일 일하고 이틀을 쉬는데 오늘이 바로 쉬는 날이었다.
호불위를 통해 죽대 선생에게 편지를 보낸 지 한 달이 넘어 스승님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호현이 큰마음 먹고 무당을 내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