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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08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08화

제108화. 새로운 무신

 

 

 

“총관은 언제부터 백리혈의 목적지를 알아차렸느냐?”

약추완이 놀라 물었다.

“오라버니께서도 목적지까지는 알지 못해요. 하지만 백리혈은 동쪽과 서쪽으로 옮겨 다니면서도 조금씩 산서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오라버니는 이미 산서에 사람들을 풀어 백리혈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를 찾고 있어요.”

약추완은 총관 벽하원의 안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 점을 내색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과연 총관이로군.”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그는 싸움이 벌어졌던 들판으로 되돌아왔다.

시신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 들판은 그들이 흘린 피로 온통 붉었다.

하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는 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시신들은 대충 살펴보아도 육백 구가 넘었다.

“좋은 관을 갖춰 백 대협의 시신을 수습하라.”

약추완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인들이 바삐 움직였다.

수하들은 시신을 치우고, 약추완은 약가의 가인들과 악가의 가인들을 동원해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썩 좋지 않았다.

비강의 무공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산을 죽인 무공이 마음에 걸렸다.

오래전, 언제가 한 번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사위의 무공과 아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 * *

 

신향에서 벌어진 싸움은 수많은 입을 통해 강호 무림으로 퍼져 나갔다.

소문내는 자들은 주로 낭인이었는데, 그들은 술자리마다 그 일을 입에 올렸다.

“강호에 나와 그처럼 대단한 무공은 처음 보았네. 어찌나 대단한지 아직도 꿈에서 그 광경을 보곤 한다네. 창공을 날아오르는 용들은 세상을 당장이라도 멸망시킬 것 같았다네. 가히 무신이라 할 만하지. 자네들도 이것 하나만 기억해 두게. 절대로 백리혈과 맞서지 말게.”

낭인들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간 소문은 강호 무림을 진동했다.

입빠른 사람들은 그 소문을 듣고 새로운 무신이 탄생했다며 떠들어 댔다.

그러나 중천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시천세는 눈앞에 놓인 여섯 개의 관을 내려다보았다.

관 뚜껑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시신들이 담겨 있었다.

백산과 사이가 좋았던 종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만 훔쳤다.

“이걸 기뻐해야 하는가, 아니면 슬퍼해야 하는가.”

종예는 시천세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해 눈물 젖은 얼굴을 쳐들었다.

그러나 시천세의 얼굴에는 형언하지 못할 노기가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었다.

백산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다고 생각한 종예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가 어찌 시천세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연비강은 사부의 제자였다.

사부는 제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무공을 물려받았다면 제자가 맞다.

그러니 강한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백산과 여섯 명의 수하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연비강을 잡기 위해 강호 무림을 전부 동원하지 않았는가.

그곳에서만 수천의 무인이 있었다고 했었고, 외곽에도 포위망을 촘촘하게 깔아 놨다고 했었다.

그 정도면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충분히 연비강의 목을 가져와야 했다.

“그놈이 사제들에 비견할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말이지.”

놈이 큰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사제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 마음에 걸린다.

놈의 성장이 그 당시 나이 때의 자신을 뛰어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제들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을 남길 줄이야.’

비록 사제들이 고개를 숙였다고 하지만 함부로 볼 수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사제들의 뒤통수라면 엄청난 타격이 올 것이었다.

때문에 연비강에 관한 일은 백산에게 믿고 맡겼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총애하는 백산의 죽음.

“백산은 자신이 죽으면 황곡에 묻어 달라 하였습니다.”

“그리하라. 햇볕이 잘 들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중히 묻어 주어라.”

“감사합니다.”

영을 받은 종예는 동료들을 시켜 관을 나르게 했다.

종예가 동료들과 함께 관을 운반해 내려가고, 그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던 총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주공께서 백리혈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신경이 쓰일 수밖에.

그는 사부의 제자이고 계획에 없던 놈이었으니.

“백리혈은 큰 부상을 당했으니 제거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총관의 장담에 시천세는 갑자기 대소를 토해 냈다.

크하하하……!

총관은 그 웃음소리에서 자신의 짐작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제가 못 본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그것까지 생각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벽 총관.”

웃음을 토해 내던 시천세의 목소리는 몹시 무거웠다.

“예, 말씀하십시오.”

“그놈을 내 사제들과 같은 존재로 상정하게. 그렇다면 실수가 없을 것이야.”

사제들이라면 삼패의 주인들이었다.

총관은 시천세의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연비강을 삼패의 주인들과 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산서에 모든 눈과 귀를 집중시키게.”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놈을 발견한다면 급전을 보내라 이르고. 내가 직접 움직일 것이야.”

놈을 도와주는 자들 또한 마음에 걸렸다.

그 두터운 포위망을 빠져나가 숨은 것을 보면 틀림없이 보통 놈들은 아닐 것이다.

 

* * *

 

강호에 새로운 무신이 등장했다는 소문으로 떠들썩할 때, 오진권도 그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시천세가 연비강을 죽이려 했으니 서로 철천지원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도 그 일에 동원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시천세의 명령에 의해서였다.

‘시천세보다 연비강이라는 놈을 상대하기가 훨씬 더 수월하겠지.’

오진권의 입장에서 시천세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비록 꽤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중천은 백산이라는 놈과 그의 동료들을 잃었다고 했다.

백산은 오진권으로서도 버거운 놈이었다.

거기에 더해 동료들 여섯까지 죽였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오 맹주, 다녀왔소.”

마침 백안걸개와 금강선사를 데리러 갔던 남궁휘가 돌아왔다.

오진권은 환한 얼굴로 일어나 금강선사와 백안걸개를 맞이해 들였다.

백안걸개는 과연 별호답게 눈동자가 하얬고, 금강선사는 머리를 길렀으나 이마와 위쪽이 훤한 대머리 노인이었다.

“먼 길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내가 무슨 고생이겠소. 강호에 나와 불철주야 무림을 위해 일하고 있는 맹주야말로 고생이 많소이다.”

백안걸개는 좋은 말로 오진권의 인사에 화답했다.

그러나 그와 달리 금강선사는 히죽히죽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어서 앉으십시오.”

오진권이 의자를 권하기도 전에 금강선사는 이미 자리를 차지해 앉아 있었다.

곧 차가 나오고 가벼운 인사말이 오갔다.

“오다가 들으니 백리혈을 잡기 위해 맹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시천세의 영이라 무림맹의 고수들을 동원했습니다.”

흐음…….

백안걸개는 깊은 생각에 잠겼으나 차를 마시며 헤죽대던 금강선사가 한마디 툭 던졌다.

“제갈 놈을 데려와. 그놈이 있어야 해.”

“제갈 놈이라니……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옆에 앉아 있던 남궁휘가 공손하게 물었다.

그러나 금강선사의 대답은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어?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이미 함께 이동하며 금강선사에 대해 훤히 알고 있던 남궁휘는 별다른 내색 없이 말을 반복했다.

“선사께서 제갈 놈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아. 그랬던가? 제갈곤이 그놈이야. 그놈을 데려와.”

금강선사의 대답에 오진권과 남궁휘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도 제갈곤이라는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으나, 그는 정도무림의 변절자였다.

북림을 위해 충성을 바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저항을 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호북 양양에 있는 제갈세가의 골방에 갇혀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자는 변절자입니다, 선사.”

낄낄낄낄…….

금강선사는 소리 내어 웃더니 오진권과 남궁휘를 손가락질했다.

“아무도 그놈을 제대로 아는 놈이 없어. 그놈은…… 어라? 방금 내가 뭐라고 했지?”

듣고 있던 오진권은 속을 눌렀다.

“아무도 제갈곤에 대해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랬나? 제갈곤 그놈은 구대문파와 육대세가가 멸망하리란 사실을 이미 이십오 년 전에 예측을 했어. 아무도 그 말을 믿어 주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 무슨…….”

“허허. 그놈이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은 누구보다 뛰어나. 네 녀석들이 지금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그놈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게야.”

오진권과 남궁휘는 놀라 마지않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백안걸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제갈곤에 대해서는 예전에 들은 것이 있소이다.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고 무공도 뛰어나지 않지만 그가 가끔가다 던지는 한마디는 반드시 맞아들어 간다고 하더이다.”

백안걸개까지 거들고 나서자 오진권과 남궁휘는 제갈곤이라는 사람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 대단한 인재라면 머리를 굽혀서라도 맞아들여야 했다.

예전이라면 변절자에게 죽음이나 형벌을 내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선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대단한 분이라면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오진권의 말에 백안걸개가 당부를 더했다.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야 하니 밤중에 출발하시게.”

“예. 그리할 것입니다.”

 

* * *

 

“주공께서는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상처를 치료하셔야 합니다.”

당연한 말이기는 했으나 상대의 말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비강은 젊은 사내를 타일렀다.

“그 주공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만.”

“만약 그랬다가는 할아버님께 목이 달아납니다.”

담노에게는 혈육으로 거둬들인 세 명의 손자가 있었고 그 외에 제자들도 여럿이었다.

그들은 모두 고아였기에 담노는 제 자식들처럼 키웠다.

첫째가 담정천으로 비강이 북림을 탈출할 때 담노와 함께 도움을 준 사내였고, 둘째가 담수연으로 하남에서 여러 번 보았던 여인이었다.

그리고 지금 비강의 눈앞에 엎드려 있는 자가 셋째인 담혁수였다.

담혁수는 재지가 넘쳐 보이는 젊은이로 눈웃음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는 열 명의 무인을 이끌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담노의 제자였다. 때문에 모두 가족처럼 우애가 깊었다.

“하오문의 첩자와 중천의 첩자들. 그리고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첩자까지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절대로 이곳에서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곳은 저희들이 여러 해 동안 이용한 곳이라 적들도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담혁수와 제자들이 비강을 데리고 온 곳은 다름 아닌 관도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객잔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객잔을 앞에 두고 있는 바위산이었다.

객잔의 주인은 담노가 거둬들인 제자로, 무공에 별다른 소질이 없어 이곳에 객잔을 열게 한 것이었다.

그는 객잔을 열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사부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객잔엔 지금 하오문의 첩자는 물론이고, 수색을 위해 나선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무인들까지 들어와 앉아 있었다.

“놈들도 머리가 있으니 관도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객잔에 시선을 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이곳이 안전합니다.”

담혁수는 엎드려 있는 비강의 등에 금창약을 바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주공께서는 상처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아무는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무슨 특별한 신공이라도 익히고 계시는지요?”

“그런 것은 없소. 내 기억으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랬던 것 같소.”

“그러시군요.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그때 저의 무공을 좀 보아 주십시오.”

“그럽시다.”

담혁수는 성격이 서글서글해 사교성도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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