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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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07화
제107화. 광야에서(6)
쾅!
허리가 갈라진 비강은 어느새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크으.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창을 막은 참마도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그것은 참마도가 경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다.
‘이놈, 처음부터 힘을 숨기고 있었어.’
백산은 태어나 여섯 번째로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두려움을 안겨 준 자들은 주공으로 모시고 있는 시천세와 사제들인 사천존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 외에 여섯 번째 두려움이 찾아온 것이다.
‘이놈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내게 두려움을 심어 준단 말이더냐.’
이를 악문 백산은 자신의 최고절기를 펼쳤다.
“천해일삭(天解日削)!”
하늘의 해를 베어 버린다는 이 무공은 시천세가 직접 하사해 가르쳤다.
사천존을 제외하고는 강호의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무공을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라 장담했었다.
거대한 참마도가 하늘에서 비추는 햇살처럼 비강의 전신을 휩쓸었다.
어느 것이 진짜 참마도이고 어느 것이 잔영일지 모를, 공간을 가득 채운 도의 날이 비강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콰쾅! 짜자자작!
천해일삭과 부딪친 비강의 창이 대기를 갈라 버리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거짓말이야!”
백산은 자신의 도를 비집고 들어오는 흐릿한 창날에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그 창날은 백산의 어깨를 가르고 사라졌다.
퍼퍽!
백산의 어깨가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까까깡!
뒤이어 날아드는 철봉을 참마도로 쳐 낸 백산은 자신의 목을 휘감고 도는 검신을 느끼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곧 새로운 무신이 탄생하겠군. 내가 그 무신이 되고 싶었…….’
툭!
백산의 목에서 머리가 분리되어 땅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끼릭.
날아 돌아온 검을 잡아챈 비강은 봉에 검을 결합했다.
털썩.
백산의 몸뚱이가 땅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비강의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참으로 어려운 상대였다.
적들 때문에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몸까지 심한 떨림을 보이고 있었다.
“백산!”
백산과 함께한 동료들은 지금의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시천세는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믿고 있던 백산까지 합류시켰다.
그런데 그 백산이 백리혈이라는 젊은 애송이에게 패해 죽고 말았다.
“죽여!”
“쳐라!”
분노한 백산의 동료들이 일제히 달려들고, 기다렸다는 듯 우동문도 신형을 날리며 검을 빼 들었다.
콰쾅! 쾅……!
연이어 날아온 여섯 자루의 병기와 우동문의 검을 막아 낸 비강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그곳에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후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박힌 비강의 얼굴과 몸을 난도질하듯 날카로운 병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끝이 없군.’
까가가강……!
바닥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병기들을 쳐 낸 비강은 땅을 치고 날아올랐다.
비강이 공중으로 몸을 띄우자마자 사방과 위아래에서 여섯 자루의 병기가 공간을 메우며 날아들었다.
바로 백산의 동료들이자 황곡의 고수들이었다.
콰쾅! 쾅!
공중에서 방향을 꺾으며 창으로 병기들을 막아 낸 비강은 다시 땅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허리에서 피가 샘솟듯 흘렀으나 상처를 확인할 겨를조차 없었다.
완전히 끝장내겠다는 심산으로 날아오는 여섯 명의 적을 향해 비강의 창이 울음을 토해 냈다.
우우웅―
창날을 휘감고 빠져나온 기의 소용돌이는 다섯 마리의 흉포한 용이 되어 창공을 날아올랐다.
아아아……!
그 광경이 너무나도 경이로워 들판을 메우고 있는 적들조차 입을 벌리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콰쾅! 쾅!
크아아악! 크악!
하늘로 솟아오른 다섯 마리의 용은 적들이 팔다리를 찢었다.
후두둑, 후둑.
여섯 명의 적 중에 세 명의 팔다리가 찢겨 날아갔다.
크아악…… 크악!
팔다리를 잃은 자들이 몸부림을 치며 바닥을 뒹굴었다.
남은 세 명도 상태가 좋지 못했다.
가슴과 복부, 얼굴에 큰 상처를 입어 무복이 벌건 피로 물들고 있었다.
까강! 서걱. 서걱.
비강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적들의 목을 베어 냈다.
간신히 창날을 막아 내던 적들이 차례로 목이 달아나고, 이제 여섯 명 중 단 한 명만이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죽여!”
사내는 붉은 피눈물을 흘리며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그에 호응해 중천의 무인들이 비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석! 퍼석!
비강은 팔다리를 잃고 땅바닥에서 버둥거리는 자들의 머리를 밟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흉포해 선두에서 달려오던 자들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이 악마 같은 놈!”
“죽여라!”
그러나 그 공포를 마음속에서 지우기라도 하듯 선두에서 달려드는 자들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검과 창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스치고, 적의 이마에 구멍이 생겨났다.
퍼퍽……!
비강은 창으로 온몸을 감싸듯 돌리며 달려드는 적들의 이마와 목에 차례로 구멍을 만들었다.
끄륵, 끄륵……!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지는 자와 피를 게워 내며 쓰러지는 자들이 피가 흥건한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북궁도와 바꿔 입은 하얀 무복이 비강의 피와 적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 * *
우동문은 눈빛을 반짝이며 비강을 살폈다.
설마 백리혈이 중천의 고수 백산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줄은 몰랐다.
백리혈 연비강은 하오문의 추측이나 자신의 짐작보다도 훨씬 더 강했다.
아니, 훨씬 더 강해졌다.
어떻게 이런 빠른 시간 내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만약 백산이 일전을 양보했다면 땅바닥에 누워 있는 자는 그가 아닌 자신들이었을 것이다.
‘저놈도 많이 지쳤어.’
허리에서 흘러나오던 피는 멈췄지만 새롭게 어깨와 등에 부상을 당했다.
까강! 깡……!
더군다나 상대방을 베어 내는 횟수보다 병장기들이 부딪치는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우동문은 슬쩍 눈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중천의 약추완과 악추산, 그리고 벽사군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저들은 자신처럼 마지막에 비강의 목을 베어 버릴 생각이리라.
이는 중천의 약추완뿐만이 아니었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진을 치고 있는 곳에서도 십여 명의 인물이 비강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끼어들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을 것 같은데…….’
우동문은 고개를 들어 들판 저 멀리까지 살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이 넓은 들판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인근에 소문이 퍼질 대로 퍼진 것이다.
우동문이 눈짓을 보내자 하오문도들이 서서히 싸움터를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몇 십 겹으로 에워싸고 있는 포위망을 파고들어 비강을 향해 조금씩 전진했다.
우동문도 포위망 속으로 파고들어 가 비강을 공격할 기회만 엿보았다.
크으…….
가슴을 길게 베인 비강은 뒤로 물러서며 후미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가슴을 꿰뚫고 베어 냈다.
까깡! 깡……!
커억! 끄윽……!
“죽어라, 이놈!”
“제발, 살려 줘! 으아아악!”
죽이고 또 죽이는 싸움터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부상자들의 악다구니로 들끓었다.
“지금!”
비강이 신형을 비틀거리는 순간 우동문의 입에서 공격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졌다.
하나 그것은 우동문의 성급한 판단이었다.
비틀거리던 비강은 바로 창을 꼬나쥐고 앞으로 빠르게 밀었다.
창날을 통해 빠져나온 흉포한 기의 소용돌이가 깊고 긴 도랑을 만들어 내며 달려드는 하오문도들을 휩쓸었다.
콰콰콰…… 콰쾅!
“안 돼!”
흉포한 용이 만들어 놓은 피의 길이 십여 장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막아라!”
그리고 그 피의 길을 통해 비강의 신형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커억! 크악!
황급히 앞을 가로막던 적들을 베어 내고 그 뒤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목을 뚫어 버린 비강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퍽!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살기를 느낀 비강이 급히 몸을 틀었으나, 어느새 암기 하나가 등에 박히고 말았다.
비강은 급하게 신형을 날리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암기를 쏘아 보낸 자의 얼굴을 흘깃 확인했다.
나이 든 노인 하나가 가느다란 침을 들어 보이며 마주 웃고 있었다.
‘당가.’
“쫓아라! 절대 이곳에서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야차 같은 약추완의 외침 소리가 비강의 귀로 들려왔다.
겹겹에 에워싸고 있던 포위망을 돌파한 비강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렸다.
뒤에서는 수많은 적이 쫓아오고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에서 수많은 사람이 이쪽을 구경하며 서 있었다.
그중에는 강호인도 있었고 싸움 구경을 나온 양민도 있었다.
피에 절은 비강이 모습을 드러내자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있던 강호인들이 병기를 뽑아 들었다.
백리혈만 잡으면 은자 십만 냥이다.
그들 또한 눈앞으로 다가온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스악! 파팍!
끄으으…… 끄으윽……!
그러나 그들은 병기를 뽑아 달려들기 무섭게 피를 튀기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들을 상대하는 비강도 너무 지친 나머지 입에 단내가 날 정도였다.
공력과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라 더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가 없었다.
몰려들었던 양민들은 양옆으로 물러나며 길을 내줬지만 강호인들은 비강을 잡기 위해 오히려 길을 막았다.
그 숫자가 수십 명이라 암담한 상황이기 그지없었다.
“너는 절대로 이곳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백리혈!”
뒤쪽에서 들려오는 약추완의 외침 소리처럼 정말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몰랐다.
‘마랴개소리.’
아직은 죽을 수 없다.
앞을 가로막는 적 모두를 해치우리라, 마음을 다잡은 비강이 자세를 고쳐 잡은 순간.
끄악! 끅! 아악!
길을 막고 있던 강호인들이 갑자기 쓰러지며 복면을 쓴 십여 명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이쪽으로!”
강호인들을 쓰러뜨린 그들은 비강을 향해 손짓해 불렀다.
비강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들을 향해 달렸다.
복면인들은 비강을 에워싸듯 사방에서 보호하며 길을 뚫었다.
까강! 깡……!
크악! 큭……!
그들은 숨어 있던 강호인의 기습을 막아 내고, 쏟아지는 암기들을 쳐 냈다.
“하오문이 아주 작정을 했구나.”
비강은 복면인의 말에서 지금 공격해 오는 자들이 하오문도들임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도무지 모를 것은 자신을 돕는 이들의 정체였다.
목소리로 이들의 정체를 가늠해 보려 했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인물들이 없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저쪽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후예들이 매복하고 있습니다.”
좌측에서 달리던 사내는 비강을 안쪽 깊숙한 숲으로 안내했다.
* * *
한편 뒤를 쫓던 약추완은 급히 하오문의 간부를 찾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리혈은 절대 신향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우리 하오문은 백리혈을 잡는 일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우동문이 급히 달려와 약추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어서 추격하라.”
“예. 곧 놈이 향하고 있는 곳을 찾아낼 것입니다.”
약추완은 비강의 무공이 두려운 와중에도 젊은 하오문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오문의 우동문입니다.”
“기억하겠다.”
“감사합니다.”
“놈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놈에게 시간을 준다면, 반드시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는 잡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우동문은 하오문의 간부들을 불러 일일이 지시를 내렸다.
이미 신향은 하오문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수히 많은 눈과 귀가 하오문을 위해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백리혈과 정체 모를 복면인들은 지금 산서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되지 않아 우동문의 보고가 올라왔다.
약추완은 곧 전서구를 가지고 있는 수하를 불러 중천에 서신을 보냈다.
백산과 황곡 고수들의 전사는 이만저만한 큰일이 아니었다.
백리혈 연비강은 백산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고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
“큰일이로군.”
약추완은 벌써부터 시천세의 분노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총애하던 수하가 죽었으니 시천세는 분명 크게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불똥이 전장에 함께했던 자신에게도 튈 게 뻔했다.
그의 그런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벽사군이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께서 이미 산서에 고수들을 급파했어요. 백리혈이 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라 하지만 큰 부상을 당한 상태이니,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어렵지 않게 잡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