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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06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06화

제106화. 광야에서(5)

 

 

 

크크크크크…….

비루하기가 천하에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뭐가 그리 우스운 것이냐?”

약추완의 물음에 비강은 그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약추완과 악추산은 진한 살기를 드러내며 비강을 노려보았으나, 벽사군은 슬쩍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크크크…….

풍천양이 살아 있을 때는 다른 이들에게 우러름을 받던 자들이었다.

특히 벽사군의 인기는 젊은 기재 중 최고였었다.

비강의 시선은 벽사군에게서 악추산으로 옮겨 갔다.

“한심한 놈이군. 아비와 가인들을 죽인 원수들과 한솥밥을 먹다니.”

자신의 손으로 죽이긴 하였으나, 아직까지 악추산과 강호인들은 악가에 혈풍을 일으킨 자들을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로 알고 있었다.

“이놈!”

비강의 도발을 참지 못한 악추산이 노성을 발하며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약추완은 손을 들어 악추산의 앞을 가로막았다.

“약추완,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어서 들어와.”

비강은 그런 약추완을 향해 하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비강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나?”

쿵!

비강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형체 하나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렸다.

그 형체의 정체는 비강도 알고 있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군, 백산.”

백산의 뒤로 여섯 명의 무인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황곡에서부터 시천세와 함께한 그의 직속 수하들이었다.

쩝…….

“내가 나타나도 놀라지 않는군.”

“전부터 내 신경을 자극하는 기운이 느껴져서 말이야.”

“그래. 너 정도라면 그럴 수 있겠지. 연비강, 주공의 영인지라 하는 수 없이 네 목을 가져가야겠다.”

백산은 비강의 죽음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시작하라!”

백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약추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판에 퍼져 나갔다.

“백리혈은 강호를 어지럽힌 악적이다! 반드시 이곳에서 목을 베야 할 것이다! 쳐라!”

약추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좌우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무인이 들판을 내달렸다.

강호의 낭인과 흉적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러나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하오문, 그리고 약추완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비강의 무공 수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막사호는 강호에서 제법 이름을 알린 일류 무인이었다.

어려서는 마을에 있는 무관에서 무공을 배웠고, 열 살을 넘어서자 운 좋게 기인을 만나 무공 한 자락을 얻어 배우게 되었다.

이에 크게 고무된 그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강호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그곳에 나가기만 하면 작은 명성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 스물이 넘어 꿈에 그리던 강호에 나왔으나, 강호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명성을 얻기는커녕 목숨 부지하기 바빴고, 끼니조차 거르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전전하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움직이니 위험은 훨씬 덜했고, 손에 들어오는 것도 생겼다.

큰돈을 손에 쥐기 위해 은운곡에 들어갔고, 다행히 그곳의 낭인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은운곡의 낭인으로 살아가던 중, 백리혈 연비강이라는 사내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자신보다 늦게 은운곡에 들었으나, 벌써 북림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질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백리혈의 명성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런데 세상이 다시 바뀌어 북림은 중천이 되었고, 백리혈은 그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백리혈에게 걸린 현상금은 자그마치 은자 십만 냥.

고향으로 돌아가 무관을 열지 않고도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많은 낭인이 은운곡을 뛰쳐나왔다.

어차피 낭인은 은자에 움직이는 자들.

은자 십만 냥이면 목숨을 수백 번이라도 걸어 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막사호는 앞서 달려 나가는 낭인들의 후미에 섰다.

욕심 많고 어리석은 자들은 가장 먼저 백리혈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들어온 백리혈이라면 수백 명의 낭인이 덤벼든다 해도 충분히 제거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갈 인물이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그리고 중천의 무인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할 터.

막사호는 달려 나가는 낭인들의 후미에서 들판 중앙에 서 있는 백리혈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막강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는 놈이라도 오백 명이 넘는 낭인들을 단번에 처리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백리혈의 후미에는 강호의 흉적들도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억!”

막산호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오고 있는 검은 소용돌이들이 앞서 달려 나가고 있는 낭인들을 갈가리 찢어 버리며 순식간에 눈앞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크아아악! 크악……!

다섯 갈래의 검은 소용돌이는 들판에 깊고 긴 고랑을 만들어 내며 낭인들을 찢어 버렸다.

콰콰콰…… 콰쾅!

크아아악! 아아악……!

검은 소용돌이들을 맞이한 것은 낭인들만이 아니었다.

강호에 흉명을 떨치던 자들도 거대한 용의 이빨에 이리저리 찢겨 날아갔다.

막사호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덜덜 떨렸다.

소문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모자랐다.

발아래에 흐릿한 자국을 남기며 멈춘 고랑은 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으아악! 아아악!

“살려 줘! 제발 살려 줘!”

팔다리가 찢겨 나가고 가슴과 배가 갈라진 자들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살아남은 낭인과 흉적들은 어느 누구 하나 움직일 줄 몰랐다.

살기의 소용돌이에 찢겨 죽은 자보다 살아 있는 자가 더 많았으나, 어느 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쳐…… 쳐라!”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약추완은 검을 빼 들며 소리쳤다.

“백리혈을 죽여라!”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진을 치고 있는 곳에서도 공격을 알리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소리에 맞춰 중천의 무인들이 달려 나가고,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무인들이 뒤따랐다.

이에 힘을 얻은 낭인과 흉적들도 눈치를 살피며 비강을 향해 머뭇머뭇 움직였다.

팡!

비강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무인들을 향해 마주 달렸다.

타탁― 탁!

달려가던 비강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그의 모습은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쏴아아…….

비강은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창날을 내리꽂았다.

하얀 빛줄기들이 소나기처럼 무인들 머리 위로 쏟아졌다.

퍼퍼…… 퍼퍽!

콰콰쾅……!

빛줄기들은 적들의 머리를 파괴하고 땅을 뒤집어 놓았다.

뿌연 흙먼지와 함께 자갈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땅으로 내려서는 비강을 향해, 사방에서 적들이 몸을 솟구쳐 날아왔다.

타탁.

땅을 한 번 밟은 비강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스악! 서걱……!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적들의 몸통이 잘려 나가고, 사타구니에서부터 몸이 갈라져 피와 내장들이 쏟아졌다.

커억!

적의 뒤통수에서 창을 빼낸 비강은 땅을 밟으며 몸을 회전했다.

후둑, 후두둑…….

창날이 스치는 곳마다 피가 튀고 살이 갈라졌다.

비강은 쓰러지는 적들 사이로 날아오는 검날을 발견했다.

까강!

검과 창날이 부딪치고, 검의 주인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잔인한 놈!”

생김새로 보아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의 장로쯤 되어 보는 노인이었다.

까강!

허리를 베어 오는 검을 철봉이 막아 내며 불꽃을 튀겼다.

딸깍―

검과 창이 분리된 순간, 비강의 손을 떠난 검신이 장로의 목을 한 바퀴 회전했다.

스걱―!

장로의 목이 떨어지고, 검을 받아 챈 비강은 다시 철봉과 끼워 돌렸다.

끼릭.

까깡, 깡!

머리와 어깨로 쏟아지는 적들의 검과 도를 쳐 낸 비강의 신형이 다시 흐릿해졌다.

후둑, 후두둑……!

하늘에서 쏘아 내리던 적들의 머리가 뇌수를 쏟아 내며 떨어졌다.

 

* * *

 

쯧쯧.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던 백산이 혀를 찼다.

“역시, 강호에는 쓰레기밖에 없는 것인가.”

백산은 백리혈의 머리만 들고 가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백리혈의 손에 강호의 무인들이 얼마나 죽어 나갈지는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백리혈의 무공을 보고 있자니 피가 끓어올랐다.

전에도 경험했지만 백리혈의 저 무공은 화려하고 강력했다.

자신이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피해 내거나 막아 낼 수 있으리라 장담하지 못할 무공이었다.

백리혈이 적들에 둘러싸여 지쳐 쓰러지기 전에 직접 부딪쳐 보고 싶었다.

백산은 손에 들고 있는 참마도를 힘주어 잡았다.

“물러나라!”

우렁우렁한 목소리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들판으로 퍼져 나갔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아우성들이 잦아들며 수천의 무인이 뒤로 물러섰다.

비강을 중심으로 넓은 공간이 만들어지자, 백산은 그 공간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런 그의 뒤로 여섯 명의 무인이 따라 움직였다.

“백산, 저들에게 끝까지 맡기는 것이 낫지 않겠나. 저들이 얼마가 죽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

껄껄껄…….

“저놈들 때문이 아니다. 백리혈 때문이야. 언제 저런 놈과 내가 맞붙어 보겠느냐.”

“그놈의 호승심은 여전히 지랄 맞구나.”

백산은 조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비강과 마주 섰다.

바로 그때 옆에서 젊은 무인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부디 하오문에 기회를 주십시오.”

튀어나온 사내는 바로 하오문의 우동문이었다.

백산은 우동문과 그 뒤에 서 있는 자들을 살폈다.

모두 단련된 정예 무인들로, 기세가 제법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백산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백리혈이 지치기를 기다려 목을 베겠다는 심산이었군. 하오문은 역시 하오문인가. 물러나라.”

백산의 엄한 꾸짖음에 우동문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그의 말처럼 하오문은 처음부터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백리혈이 지치지기를 기다려 마지막에 목을 베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동문은 비강을 노려보며 뒤로 물러섰다.

마음속으로는 비강의 죽음을 바라고 있지만, 하오문을 위해서는 백산과의 싸움에서 그가 승리해야 한다.

‘부디 저자를 이겨다오. 다음에 내가 바로 목을 베어 버릴 테니.’

우동문이 물러나고, 백산은 비강을 향해 씨익 웃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괜찮아. 숨을 고르고 있었으니까.”

“과연.”

흡족해진 백산은 거대한 참마도를 들어 비강을 겨누었다.

“시작해 볼까.”

비강의 창도 그리 작은 편은 아니었으나, 백산의 참마도에 비하면 참으로 가냘프게 보였다.

콰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강과 백산은 서로를 향해 참마도와 창을 내밀었다.

창과 참마도가 만나게 되자, 기의 공간이 우그러졌다가 터져 나갔다.

한 번의 부딪침에 이어 거대한 체구의 백산은 공중으로 신형을 날려 올렸다.

거대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빠른 몸놀림이었다.

그 몸놀림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하늘에서 뿌연 기운에 휩싸인 거대한 참마도가 비강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쾅!

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르고, 참마도는 방향을 바꿔 비강의 허리를 휩쓸었다.

꽈쾅!

창과 참마도가 부딪쳤다.

순식간에 수십으로 불어난 백산과 비강은 서로의 요혈을 노리며 부딪쳤다가 다시 원래 하나의 모습으로 합쳐졌다.

스걱.

수십의 비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참마도가 목을 베며 지나갔다.

그러나 백산은 비강의 목을 베어 버린 참마도를 급히 휘두르며 몸을 비틀었다.

좌측에 모습을 보인 비강이 백산의 목을 향해 창을 내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쾅!

창과 참마도가 부딪치고 백산의 신형이 흔들렸다.

‘이놈.’

백산은 처음으로 놀라며 잔잔한 비강의 눈을 쳐다보았다.

상대의 잔잔한 눈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예리한 창날이 날아들었다.

쾅!

얼굴을 베어 오던 창을 쳐 낸 백산의 신형이 둘로 쪼개졌다.

비강의 창이 머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반듯하게 양쪽으로 갈라 버린 것이다.

둘로 갈라진 잔영이 흩어지고, 이번에는 비강의 허리가 참마도에 의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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