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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04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04화

제104화. 광야에서(3)

 

 

 

까강! 깡!

도와 도가 만나 불꽃을 튀겼다.

커억!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북궁도의 신형은 삼 장이나 뒤쪽으로 날아가 풀숲에 처박혔다.

슈아아악…….

풀숲에 처박히기 무섭게 북궁도의 신형이 번뜩이는 도첨과 함께 풀숲을 뚫고 도운패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쾅!

도운패의 도와 부딪친 북궁도는 다시 풀숲에 처박혔다.

“죽어라, 이놈!”

쾅! 쾅! 쾅……!

도운패가 처박힌 풀숲은 사방으로 찢어져 날아갔다.

끄으으…….

그 가운데 피를 흘리고 있는 북궁도는 도운패를 향해 도를 겨누다가 한쪽 무릎을 털썩 꿇었다.

“제법 강해졌구나.”

“감사…… 합니다, 사부님.”

털썩.

북궁도는 고개를 푹 늘어뜨리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 * *

 

“아이고…… 아이고, 삭신이야.”

정신을 차린 북궁도가 제일 먼저 내뱉은 말이었다.

“비강이는 건강하더냐?”

북궁도가 누워 있는 침상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도운패가 넌지시 물었다.

“여전했습니다.”

“다행이로구나. 그 녀석과 있었던 이야기를 해 보아라.”

후우…….

침상에 누운 채 길게 숨을 내쉰 북궁도는 도적들을 추격할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마을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비강이가 있지 뭡니까. 얼마나 반갑던지. 하여간 그래서 비강이와 저는 가명까지 써 가며 그 마을의 부잣집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 부잣집의 딸내미가 비강이를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제 눈에는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그 여자는 제법 지혜롭고 당찬 구석이 있어…….”

“다른 길로 새지 마라.”

“예. 어찌 되었든 도적들을 처리하고 그 부잣집에서 놀고먹으려 했는데 서패의 순찰조가 오는 바람에 도망치듯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비강이가 제게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던 가명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더군요.”

술잔을 기울이던 도운패가 물었다.

“네가 사용한 가명은 무엇이었느냐?”

“예. 도풍패였습니다.”

퍼석!

북궁도가 대답을 하자마자 도운패가 들고 있던 술잔이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꿀꺽.

“제…… 제가 사부님을 지극히 존경하여 그런 것이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얼른 말을 주워섬긴 북궁도는 눈치를 살피더니 비강의 가명도 밝혔다.

“비강이는 저보다 더합니다. ‘일’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북궁도는 사부의 사부가 천마라는 사실을 북림에서 있었던 일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마의 이름이 바로 ‘일’이었다.

“맹랑한 녀석들.”

두 사람이 사용한 이름들을 어이없어하던 도운패는 잠시 아련한 눈빛으로 열려진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천양, 사부를 만났느냐…….’

“그놈은 독고일이라는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북궁도는 묻지도 않은 성까지 밝혔다. 사부의 노기가 많이 풀어졌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련한 눈으로 먼저 떠난 벗과 사부를 떠올리고 있던 도운패의 고개가 서서히 돌려졌다.

“사부…… 님?”

이토록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부를 본 적이 있었던가?

온몸을 잘게 부숴 버릴 듯 살기 어린 눈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고, 입술은 풍랑을 만난 작은 배처럼 쉼 없이 흔들렸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평소에도 무서운 사부였지만, 이번은 그것을 한참이나 넘어선 상황이라 북궁도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우르릉……!

푸슥…… 푸스스……!

목소리에 공력까지 실렸는지 집이 흔들렸고 먼지가 떨어졌다.

‘젠장. 비강이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 도대체 사부가 왜 이러는 거야?’

북궁도는 이 상황이 몹시 곤혹스러우면서도 사부가 왜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독고일이라고…….”

기어드는 대답 소리를 들은 도운패는 한참이나 북궁도의 눈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하지만 이미 북궁도는 사부의 붉어진 눈에서 묻어나는 눈물을 본 후였다.

‘괜히 말했어, 괜히. 비강이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쉬어라.”

그 말을 남긴 도운패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을 나갔다.

“사부님, 독고일이 도대체 누굽니까……?”

그러나 사부로부터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 * *

 

억지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 북궁도는 초옥을 나섰다.

벌레들이 우는 소리는 깊은 밤과 어울려 주변을 더욱 조용하게 만들었다.

어두운 숲을 가로질러 걸어간 그는 불이 켜져 있는 초옥의 문을 열었다.

사부는 방 안에 홀로 앉아 안주 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북궁도는 말없이 도운패가 앉아 있는 맞은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사부와 제자가 마주 앉았음에도 무거운 정적만이 탁자 위에 감돌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술잔을 비운 도운패의 입에 천천히 열렸다.

“사부님은 엄하셨지만 아주 좋은 분이셨다. 세상에서 버려진 우리들은 그분을 사부이자 아버지로 여겼었지.”

쪼르르…….

북궁도는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을 잡아 비어진 술잔을 채웠다.

“그분과 함께한 세월은 우리에게 축복이었다. 사형과 우리 넷이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을 때, 그분은 그 위쪽에서 우리를 조용히 지켜보고 계셨었다.”

“…….”

“황곡에서는 모두가 행복했었어.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에 쫓겨 들어온 강호의 고수들이나 우리들이 거둔 고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불로불사의 삶을 사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분이 우리 곁을 떠나신다 하더구나. 자신의 죽음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기 싫다고 하셨었지.”

도운패가 술잔을 비우고 북궁도는 술잔을 다시 채웠다.

“너를 통해 그분의 존함을 들었을 때까지, 나는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쿵!

마치 커다란 바위가 머리 위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사부의 빈 잔을 채워 주던 북궁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처음으로 사조의 존함이 독고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비강은 어떻게 사조의 존함을 알고 있는 것일까?

충격에 휩싸여 있는 북궁도의 내심을 짐작하기라도 했다는 듯 도운패의 입이 열렸다.

“그분의 존함을 알고 있는 자들은 세상에 오직 사형과 우리 넷밖에 없었다. 한데 비강이라는 아이가 그분의 존함을 알고 있구나. 내가 미리 알아챘어야 했거늘.”

그렇게 강한 젊은 고수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 없었다.

거기다가 비강이 끼고 있던 반지는 사부의 반지와 모양이 아주 흡사했었다.

사부는 은색이었고 비강은 흑색이었다.

“그, 그럼 비강이가 사조님의 제자…… 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되겠지.”

충격에 휩싸였던 북궁도는 또 다른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그렇게 되면 비강이가 나의 사숙? 아, 안 돼…….”

그래서 비강은 자신이 사용한 가명을 비밀로 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가볍게 입을 놀렸으니…….

하지만 가볍게 입을 놀린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 녀석을 만나 보기 전까지는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다.”

도운패의 말에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하던 북궁도는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그렇겠죠? 비강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러나 도운패의 아련한 표정을 확인한 북궁도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사부님은 이미 확신하고 계시잖아요.”

“언젠가 네가 제자를 받아들인다면, 사조님의 존함은 말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네.”

북궁도의 목소리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만 나가 보아라.”

“……네.”

북궁도는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라리 사부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또 지나친 이놈의 호기심으로 인해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이제 비강이를 만난다면 무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제기랄, 사숙이라니…….’

 

북궁도가 방을 나가고 난 후 도운패는 홀로 술잔에 술을 채웠다.

“제가 죽기 전에 사부님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살아 계시다면 말이지요.”

 

* * *

 

호북에 도착한 비강은 마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설마 전부 나를 찾고 있는 것인가.’

마을에 수많은 무인이 오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전부 행인들을 살피고 있었다.

구파일방이나 육대세가의 무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있었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낭인들도 여럿 보였다.

‘하오문에서도 나를 찾고 있구나.’

비강은 골목마다 느껴지는 불쾌한 시선에 얼른 말 머리를 돌렸다.

아무리 변장을 했다고는 하나, 지금 마을로 들어갔다가는 십중팔구 정체가 발각될 것이었다.

천천히 말을 몰아 골목으로 들어간 비강은 마을 입구로 되돌아 나갔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무인 중에는 하오문의 기재라 불리는 우동문도 있었다.

이 층 창가에 앉아 술을 마시며 사람들을 살펴보던 그는 말을 타고 마을로 들어서던 젊은 사내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너무 거리가 멀었고 의심할 만한 구석은 없었지만 찜찜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찜찜함이 남을 때는 확인해 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동문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술잔을 비웠다.

술잔을 잡은 새끼손가락은 비강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동문의 지시가 떨어지자 골목에 숨어 있거나 장사치로 변장을 하고 있던 하오문도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마을을 빠져나오던 비강은 은밀하게 뒤를 따라오고 있는 자들의 기척을 느꼈다.

‘발각되겠어.’

사방을 둘러보니 관도 옆으로 난 작은 소로가 보였다.

그 소로는 계곡 안쪽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곳을 잘만 이용하면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계곡으로 말을 몰아가던 비강은 앞쪽에서 마주 걸어오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하고는 혀를 찼다.

쯧…….

마주 걸어오고 있는 사내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비강은 짐짓 주변 풍광을 구경하는 척 고개를 돌렸다.

사내들이 입고 있는 무복은 낯설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중천에서 나온 자들이었다.

비강을 태운 말과 사내들이 서로 지나쳤다가, 멀어져 가던 순간.

“잠깐 봅시다.”

몸을 돌려세운 사내들이 비강을 불렀다.

비강은 태연하게 말을 멈추고 상반신을 반쯤 돌렸다.

“나를 불렀소?”

“여기에 당신 말고 누가 있소?”

젊은 사내들은 비강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 전에 중천에서 우리를 만난 적 없소?”

“나는 중천에 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오.”

비강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내는 멈췄던 걸음을 옮겼다.

“내가 잘못 본 모양이오. 잘 가시오.”

비강도 멈췄던 말을 몰아 계곡 안으로 들어갔지만 안색은 좋지 않았다.

‘들켰어.’

사내들은 자신을 잘못 보았다고는 했지만, 거리가 멀어지자 그들의 기척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보고하기 위해 급하게 서둘렀을 것이다.

바위틈 사이로 난 좁은 길로 말을 몰아 계곡을 통과한 비강은 말을 멈춰 세웠다.

소로는 작은 마을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의 우측에 어딘가로 통하는 또 다른 작은 길이 보였다.

비강은 마을을 우회하기 위해 개울로 말을 몰았다.

“목이 마른 모양이구나.”

개울을 건너던 비강은 말을 멈춰 세웠다.

말이 물을 마시는 동안에도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 가고 있었다.

“틀렸군.”

이렇게 되면 말을 타고 가는 것보다 맨몸으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빨랐다.

“그만 가자.”

말갈기를 쓰다듬어 개울을 건너게 한 비강은 곧 행랑과 병기를 챙겼다.

탁! 탁!

“가고 싶은 대로 가.”

말 엉덩이를 두드려 말을 보낸 비강의 신형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추격하라!”

“찾아라!”

비강이 사라지자마자 숲속 여기저기에서 무인들이 달려 나오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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