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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02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02화

제102화. 광야에서(1)

 

 

 

“혹시 이곳에 검과 봉을 차고 있는 젊은 무인이 말을 사기 위해 찾아오지 않았소? 손에는 검은 반지까지 끼고 있었을 거요.”

“강호인들은 여럿 방문했습니다만, 검과 봉을 차고 있는 무인은 없었습니다. 손가락에 검은 반지를 끼고 있는 무인은 더욱 없었고요.”

목장 주인의 대답에 공손황은 뒤로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 다른 순찰조원들과 서 있던 약철빙은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소식을 듣고 비강을 찾아오던 도중, 목장을 발견했기에 혹시나 그가 들르지 않았을까 하였는데, 짐작이 틀린 모양이었다.

“벌써 이곳을 떠났어.”

“북궁 소협이 함께하고 있었으니 아마도 남선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연 소협이 안전하게 지낼 만한 곳은 현재 남선밖에 없습니다.”

순찰조원 하나가 제법 조리 있게 비강이 향한 방향을 추측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약철빙은 순찰조원의 말에 수긍은 했으나, 비강이 남쪽으로 향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연비강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금은 힘이 부족해 몸을 숨기고 있으나, 중천이 두려워 남선으로 몸을 피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연 소협을 찾지 못했으니 우리는 원래의 임무로 돌아가야 합니다. 마철기와 일당들이 북쪽으로 움직였다고 하니 그자들의 종적을 좇아 움직이도록 하지요.”

“그렇게 해야지.”

약철빙의 허락이 떨어지자 조원들은 수레를 끌어왔다.

수레 세 대에 이십여 명의 순찰조원들이 나눠 올라타고, 말이 이끄는 수레들은 목장을 빠져나갔다.

순찰조가 빠져나가고 난 후 비강과 북궁도는 숲을 빠져나왔다.

“빠르기도 하지. 마을을 빠져나온 지 닷새 만에 중천의 순찰조가 이곳까지 내려왔으니. 그것도 순찰단주가 직접.”

“우리 때문에 중천에서 나온 건 아닐 거야. 강호에 나와 우리 두 사람에 관한 소문을 들었겠지.”

두 사람은 수레들이 지나간 길을 걸어 목장 주인을 향해 다가갔다.

목장 주인은 갑자기 숲에서 튀어 나와 걸어오는 두 사람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말을 구하러 왔소. 준마로 두 필만 골라 내주시오.”

“잠시 기다리십시오.”

목장 주인은 곧 부리는 일꾼들을 불러 말 두 필을 끌어오게 했다.

잠시 후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이 수북한 흑마와 백마 한 필이 일꾼들의 손에 이끌려 나왔다.

“얼마요?”

비강의 허리와 등에 걸려 있는 병기를 흘깃거리고 있던 목장 주인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하…… 한 필당…… 은자 팔십…… 아니, 말안장까지 포함해 은자 일백 냥입니다.”

“더럽게 비싸네. 깎아 주시오.”

북궁도가 흥정을 하며 나섰지만 목장 주인은 손사래를 쳤다.

“이 말들을 잘 보십시오. 윤기가 잘잘 흐르는 것이, 어디에 가더라도 이만한 말은 구경하기 힘들 겁니다.”

주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일꾼들이 끌고 온 말들은 아주 튼실하고 잘빠진 준마였다.

“내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열 냥만 깎아 주시오.”

크흠…….

목장 주인은 두 사람을 흘깃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은자 일백팔십 냥만 내고 가져가시오.”

결국 자신의 뜻대로 흥정이 끝나자 북궁도는 흐뭇해하며 전낭에서 전표를 꺼냈다.

“여기 있소.”

말값을 지불하고 말 위에 오른 두 사람은 말을 몰아 목장을 빠져나갔다.

비강은 흑마를 타고, 북궁도는 백마를 탔다.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목장주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문주님께 전서를 보내라. 백리혈과 남협이 이곳에 나타났다고.”

 

* * *

 

“아무래도 목장 주인이 우리 정체를 알아본 것 같지?”

“못 알아보는 것이 이상하지. 순찰조가 친절하게 우리 둘의 인상착의를 설명해 주고 갔으니. 곧 인근에 소문이 퍼질 거야.”

관도로 나온 두 사람은 북쪽을 향해 잡았다.

“너는 이제 남쪽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며칠만 더 같이 다니다가 돌아가지 뭐. 네가 걱정돼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편하게 비강의 말을 받았지만 북궁도의 속내는 많이 불편했다.

분명 남선으로 돌아가면 사부에게 또 두들겨 맞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늦게 돌아오면 사부가 나를 죽인다고 했는데…….’

요즘 남선은 맘 편하게 강호를 돌아다닐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북림의 풍천양이 시천세에게 패해 죽고 난 후, 도운패의 상심이 워낙 컸던 탓이다.

 

말을 몰아 북쪽으로 향하던 두 사람은 점심때가 되자 객잔을 찾아 간단한 요리로 배를 채웠다.

객잔을 나와 다시 북쪽으로 말을 몰던 두 사람은 꺾어진 길을 돌아 움직였다.

그리고 꺾인 길을 돌자마자 말 위에 앉아 있던 북궁도의 신형이 길 오른쪽의 수북한 풀 속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비강은 북궁도가 탄 말의 고삐를 잡아 앞쪽으로 말을 몰았다.

길옆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나무로 말을 몰아간 비강은 말에서 내려 북궁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북궁도는 젊은 사내를 옆구리에 끼고 돌아왔다.

축 늘어져 있던 젊은 사내를 바닥에 내려놓은 북궁도는 비강과 나란히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그만 일어나지? 기절한 척하고 있으면 정말 죽일 거야.”

북궁도의 차가운 목소리에 바닥에 엎어져 있던 사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곧 잽싸게 몸을 일으키더니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어디 놈이냐?”

“하오문입니다.”

북궁도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사내가 냉큼 대답했다.

“그 목장이 하오문의 소속이었나?”

이어진 비강의 질문에 사내는 너무 놀랐는지 고개를 쳐들어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맞는 모양이군.”

사실 비강은 넘겨짚어 질문을 한 것이다.

목장을 빠져나와 객잔에서 점심을 먹은 후부터 사내가 따라붙었기 때문이었다.

객잔에서 꼬리가 붙었다는 의심도 들긴 했지만, 이 사내는 자신들이 객잔에서 식사하던 도중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이쪽을 주시했었다.

“우리 뒤를 따라붙은 이유가 뭐지?”

“어디로 향하는지만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정체가 탄로 난 사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 강호의 상황은 어떤가?”

“예. 중천에서 백리혈 대협에 대한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습니다. 현상금이 자그마치 은자 십만 냥이라고 합니다.”

허어…….

너무 뜻밖의 소식이라 북궁도는 물론이고 비강까지 크게 놀랐다.

그동안 중천은 비강을 잡아들이는 일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갑자기 현상금까지 걸고 나를 잡으려 한다라…….’

“비강아, 너 비싼 몸 됐다.”

북궁도는 이 심각한 상황에도 흰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만은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돌아가라. 다음에 또 걸리면 절대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젊은 사내를 돌려보낸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너는 남선으로 돌아가.”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네 옆에 붙어 있어야지.”

“아니. 나 혼자 움직이는 게 중천의 감시망을 더 쉽게 피할 거야.”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만약 놈들의 포위망에 걸리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 역시 내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해.”

“북림에서도 살아나왔어. 그리고 정말 위험한 상황이면 남선으로 도망칠 테니 너는 그만 돌아가.”

“그럼, 하루만 더 같이 있다가 돌아갈게.”

북궁도도 더 이상 비강의 고집을 반대하지 못했다.

그렇게 대화를 끝낸 두 사람은 다시 말을 잡아타고 북쪽으로 향했다.

북쪽은 중천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냐?”

“산서로.”

“산서는 왜?”

“만나 볼 사람이 있어.”

관도를 벗어나 산으로 이어진 소로로 말을 몰던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산속이라 그런지 밤이 빨리 찾아와 두 사람은 머물 만한 곳을 서둘러 찾았다.

때마침 비까지 떨어지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움직임은 더욱 부산해졌다.

“저기 허름한 장원이 있어.”

비강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에는 허물어진 담과 어울리는 다 쓰러져 가는 전각 몇 채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비강은 서둘러 그곳으로 말을 몰았으나, 북궁도는 떨떠름한 얼굴로 뭉그적거렸다.

삐걱, 쿠쿵!

손으로 밀자마자 대문은 힘없이 문설주에서 떨어져 나갔다.

안으로 들어온 비강은 말을 풀어놓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전각 한 채를 잡아 안으로 들어갔다.

“비강아, 꼭 이런 곳에서 밤을 보내야겠냐?”

북궁도는 비강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당연하지. 이런 장원에 사람이 살지 않고 버려졌다는 것은 뭔가 큰일이 생겨 살던 사람들이 떠났다는 뜻이야. 이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장원은 도적들의 좋은 먹잇감이고. 그러니 대부분 이런 곳은 흉가야.”

불을 피우던 비강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북궁도를 빤히 쳐다보았다.

“설마, 귀신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겠지?”

허험…… 험…….

“말도 안 되는 소리. 설마 내가 귀신을 두려워하려고. 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귀신은 두렵지 않아.”

“그럼 됐네.”

행낭에서 건포를 꺼낸 비강은 그것을 불에 구웠다.

북궁도도 행낭에서 건포를 꺼내 불에 구웠다.

“비강아.”

“왜?”

“만약에 말이야. 한밤중에 이런 외진 곳에 여자 홀로 나타나면 그게 귀신일까, 사람일까?”

“사람이겠지.”

“그렇겠지?”

비강은 구운 건포를 씹으며 불안한 얼굴의 북궁도를 응시했다.

‘사람이 무섭다는 거야? 귀신이 무섭다는 거야?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네.’

천하의 남협 북궁도가 사람을 무서워할 리는 없었다.

크크크크…….

괜스레 웃음이 터지기 시작한 비강은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웃지 마, 이 자식아.”

크크크…….

얼굴까지 붉히는 북궁도를 바라보며 비강이 물었다.

“여태까지 어떻게 홀로 다녔냐?”

“어지간하면 이런 집은 피했으니까. 너는 못 믿겠지만, 내가 어릴 때 이런 비슷한 집에서 이상한 여자를 봤어. 아직까지 그 여자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르겠어.”

비강은 웃음을 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비강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붉어졌던 북궁도의 얼굴도 차츰 원래의 빛을 되찾았다.

“네 행랑이나 줘 봐.”

비강은 이유도 묻지 않고 자신의 행랑을 북궁도에게 건넸다.

북궁도는 건포를 씹으며 비강의 행랑에서 여벌의 무복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행랑에 들어 있던 무복을 비강의 행랑에 집어넣었다.

그 무복은 귀한 집 자재들이나 입을 법한 새하얀 비단 무복이었다.

“앞으로는 되도록 귀공자처럼 꾸미고 다녀. 그래야 의심을 덜 받을 테니까. 말도 내가 흑마를 타고 갈 테니까 너는 내 백마를 타고 가.”

뿐만 아니었다.

북궁도는 단검을 꺼내더니 길게 흘러내린 비강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자른 머리카락을 불에 넣으니 연기와 함께 노린내가 코를 찔렀다.

“마음 같아서는 머리카락을 싹 밀고 싶은데 이 정도로만 해 준다.”

비강은 북궁도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이곳은 중천의 영역이야. 너야말로 조심해.”

“별걱정을 다 하네.”

 

* * *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왔다.

새벽에 일찍 눈을 뜬 두 사람은 운기행공을 마치고 곧바로 말 위에 몸을 실었다.

비강은 새하얀 무복에 백마를 타고 북궁도는 검은 무복에 흑마에 올랐다.

“비강아, 떠나기 전에 부탁이 하나 있다.”

“말해.”

“네가 끼고 있는 그 반지를 나에게 줘.”

비강은 자신이 끼고 있던 검은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아저씨를 만난 이상 이 반지는 이제 필요가 없었다.

“나로 변장하기 위해 이게 필요한 거겠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쩝…….

속내를 들킨 탓인지 입맛을 다신 북궁도는 다른 말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럼, 반지는 당분간 빼고 다녀라. 철봉도 등에 차지 말고.”

북궁도의 걱정에 비강은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고 등에 메고 있던 봉을 끌러 말안장에 꽂았다.

“다음에 또 보자.”

“그래. 다음에 또…….”

흉가를 나와 헤어진 두 사람은 각자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비강은 북쪽으로, 북궁도는 남쪽을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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