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9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99화
제99화. 역습(1)
하남 목가에 둥지를 튼 무림맹은 하루가 다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호북은 물론이고 호남 일부까지 무림맹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오진권과 남궁휘는 오랜만에 차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북의 일은 어떻게 되고 있소?”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수중에 떨어질 거요.”
“다행이로군.”
오진권은 무림맹이 계획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림을 장악해 가자 몹시 기분이 좋았다.
“철송진인과 천환검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소.”
철송진인과 천환검은 오래전에 구파일방 및 육대세가와 많은 교류를 나누었던 무림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사패가 무림을 장악하자 초야에 숨어 은거기인으로서의 삶을 살았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오. 우리가 강호를 되찾고 난 후에도 그분들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될 거요.”
“당연한 말씀이오.”
“그나저나 동천의 남궁악이 어지간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오.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오.”
“동천의 남궁악이 아무리 강해도 이제 우리 무림맹을 어쩌지는 못할 거요.”
오진권은 남궁악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하기는 했으나 주의를 잊지 않았다.
“그래도 사천존은 무림의 최강자들이오. 절대로 방심하지 마시오.”
“여부가 있겠소.”
“이제 문제는 서패로군. 그곳도 잘돼야 할 텐데.”
오진권과 남궁휘가 무림맹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하북의 정파 세력은 산동성을 향하고 있었다.
산동성만 넘으면 안휘이고, 안휘는 바로 동천의 본거지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동성을 넘지는 못한다.
무림맹주 오진권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남궁악이 시천세의 위세에 눌려 있다고는 하지만, 동천은 여전히 사패 중 하나였다.
철송진인은 단번에 산동까지 장악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동천에 충성을 바치던 엄가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수고했네.”
허연 수염을 늘어뜨린 철송진인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문밖으로 나갔다.
강호에 재출도한 철송진인의 남은 소원은 딱 하나였다.
천수가 다하기 전에 강호를 호령했던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다.
원래 청성 장로의 문외제자였던 그는 타고난 명석함으로 인해 강호에서 드높은 명성을 떨쳤었다.
“언제 그 옛날의 영광을 이 눈으로 볼 수 있으려나.”
밖으로 나온 철송진인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그리고 항복한 자들을 불러 모았다.
채 일각이 되기도 전에 칠백 명이 넘는 강호의 고수들이 철송진인 앞에 도열했다.
“이제 이곳도 정리가 다 되었으니 창주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순순히 항복한 자들은 살려 주되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자비를 보이지 말라.”
“존명!”
우렁찬 대답 소리와 함께 고수들은 창주를 향해 출발했다.
창주는 그들이 있는 곳에서 하루거리, 경공으로 달린다면 한나절 만에 닿을 것이다.
고수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철송진인은 뒤늦게 합류한 천환검과 인사를 나누었다.
천환검 또한 그와 비슷한 연배에 오래전부터 교분을 나누고 있었다.
“어서 오게.”
“내일 아침에나 출발할 줄 알았더니, 길을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그런 말씀 마시게나. 내가 죽기 전에 예전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으니.”
“그렇게 될 것일세.”
담소를 나누며 길을 걷던 그들은 선두에서 움직이던 행렬이 멈춰 서자 급히 앞으로 달려가 보았다.
두 사람의 눈에 저 멀리 길을 막고 있는 자들이 보였는데 숫자는 대략 일백 명 정도였다.
그러나 길을 막고 있는 자 중에 아는 얼굴이 없는지라 철송진인은 먼저 말로 압박을 가했다.
“어느 무문의 제자들인가?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감히 길을 막고 있는 것인가?”
철송진인의 압박에 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사내의 오른손에는 자루가 긴 대도가 들려 있었다.
“두궁천이오.”
“두궁천?”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이름을 되새기던 철송진인과 천환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갔다.
사파의 중심인 사련(邪聯)의 후계자가 바로 두광생이었다.
“감히 사파 나부랭이 따위가 정파의 행렬을 가로막다니!”
크크크크.
두궁천은 억눌린 웃음을 토해 냈다.
“이제 나는 사파가 아니오. 당당하게 동천의 무인이 되었소.”
철송진인과 천환검의 표정은 더욱더 흉하게 일그러졌다.
“남궁악의 앞잡이가 되었단 말이더냐? 어리석은 놈. 너는 길을 잘못 들었느니라. 우리는 중천의 명을 받아 이번 일을 행하고 있음이니라.”
철송진인은 중천의 위세를 앞세웠다.
만약 동천의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면 중천을 앞세우라는 오진권의 귀띔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동천의 무인들이 중천의 위세에 밀려 길을 열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길을 열게 된다면 하북을 평정할 수 있을 것이고, 길을 열지 않는다면 중천과 동천 간의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어느 쪽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두궁천은 태연자약했다.
“어디 오늘 한번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검을 받아 봅시다. 사패에 패해 개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치던 옛날보다 조금은 나아졌는지 시험해 봐야겠소.”
두궁천은 구파일방과 육대세가가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상처를 찔러 댔다.
“이놈!”
철송진인과 천환검은 물론이고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제자들의 얼굴은 단번에 붉게 달아올랐다.
“머리에 하얀 띠까지 둘러야 하지 않겠소. 백건적이라는 도적 떼로 보이려면 말이오.”
으아아아!
두궁천의 도발에 기어이 인내심이 바닥난 젊은 제자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써걱― 풀썩.
그러나 그 젊은 제자는 대도에 바로 목이 잘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크크.
“살아 돌아갈 생각은 마시오.”
두궁천이 사이한 웃음을 토해 내는 순간, 철송진인의 검은 그의 목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실로 전광석화 같은 빠르기였다.
그러나 철송진인의 검은 두궁천의 잔상만 갈라냈다.
콰쾅!
크악! 아아악!
거대한 빛 덩이가 백도 무인들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빛에 휩싸인 백도 무인들의 몸이 사방으로 찢어져 날아갔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도 된 양,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백 명의 고수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까강! 깡!
두궁천의 대도를 상대하는 철송진인과 천환검은 손목으로 전해 오는 고통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사파의 애송이들이, 어찌…….”
백도 무인들의 숫자는 칠백 명이 넘었으나 고작 일백 명에게 속절없이 밀리고 있었다.
크크크크.
“늙은이들 목이나 먼저 걱정하시오.”
두궁천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고, 그의 신형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수십의 두궁천과 수십의 대도가 철송진인과 천환검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철송진인과 천환검은 고수 중에 고수였다.
까강! 까가강!
간신히 도의 비를 막아 낸 그들은 양옆으로 흩어졌다가 동시에 검을 날렸다.
천환검의 검이 두궁천의 가슴을 베며 지나가고, 철송진인의 검은 두궁천의 목을 베며 지나갔다.
스컹. 커억!
사납게 치켜떴던 천환검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곧 아래로 고꾸라졌다.
갈라진 천환검의 몸통 위로 빛줄기 하나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까가가강!
간신히 대도를 막아 내기는 했으나, 철송진인의 손아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자들 중에는 사파도 있다는 것을 잊었다.’
절망으로 가득한 철송진인의 머리 위로 대도가 떨어져 내렸다.
까깡!
간신히 대도를 막아 낸 철송진인의 시야 속으로 이빨이 다 빠진 자신의 검이 들어왔다.
“결국, 그 영광은 보지 못하는구나…….”
커억!
철송진인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바닥으로, 그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철송진인의 가슴을 가른 두궁천은 백도 무인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서컹. 서컹.
그의 대도를 막아 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칠백이 넘던 숫자는 순식간에 오백으로 줄었고, 오백은 또다시 삼백으로 줄어들었다.
“후퇴!”
도무지 상대가 되지 못하자 누군가의 입에서 후퇴를 알리는 외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도 무인들은 엎어진 공사발의 콩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멈추시오.”
도망치는 백도 무인들을 지켜보며 두궁천은 대도를 들어 올렸다.
적들을 추격하던 고수들이 두궁천을 향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일백에 가까웠던 숫자는 칠십여 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제법이었다, 애송이.”
그때,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내 하나가 두궁천을 향해 걸어왔다.
“도움에 감사드리오.”
“도움? 우리가 너를 도운 것 같으냐? 우리는 천주님의 영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알고 있소.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소.”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으로 네 명의 나이 든 사내와 두 명의 나이 든 여인이 몰려들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사내의 질문을 받은 두궁천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백도 무리들이 지나온 길을 되짚어 호북으로 들어갈 것이오.”
크흐흐흐.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로구나.”
* * *
도적들을 전부 처리한 비강과 북궁도였으나 그들은 도무지 마을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집주인 부부는 그런 두 사람을 귀찮아하기는커녕 전보다 훨씬 더한 정성으로 대접했다.
“집에 가야지? 사부님이 기다릴 거야.”
보다 못한 비강이 넌지시 물었다.
“가 봤자 반겨 주는 사람도 없어. 그러는 너는 왜 안 떠나?”
“갈 곳이 없으니까.”
비강은 정말 갈 곳이 없었다.
“남선으로 가자. 내가 매일 기루에 데려갈게.”
북궁도가 그렇게 유혹의 손길을 뻗었다.
그러나 비강은 능글거리는 북궁도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이 모양이니 내가 남선에 가지 못하는 거야. 매일 나와 함께 기루를 들락거려 봐. 네 사부님이 가만히 있겠어? 모르긴 몰라도 얼른 떠나라고 할 거다.”
“그건 그렇지. 나는 맞아 죽을 거야.”
대번에 비강의 말을 알아들은 북궁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비강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집에 돌아가더라도 절대로 내가 이곳에서 독고일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말은 사부님께 하지 마라.”
아저씨의 제자들이니, 아저씨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도운패 성격상 흥분해서 일단 북궁도를 패고 보겠지.’
독고일이라는 이름이 알려지는 거야 상관없다만, 그저 친구가 스승에게 맞지 않기를 바랐다.
비강의 내심을 알 리 없는 북궁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야 하는데?”
“너를 위해서야.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 알았지?”
“왜 그래야 하냐니까?”
“너를 위해서라니까.”
“네가 가명을 사용하는 것이 왜 나를 위해서인데?”
북궁도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
에잇!
“알았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멀리 송은반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저 여자. 아무래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 차라리 이곳에 눌러살지 그러냐.”
“됐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송은반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저녁 식사를 차려 놓았으니 들어가셔요.”
“그럽시다. 송 소저.”
송은반과 함께 두 사람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주인 부부가 푸짐한 밥상을 차려 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앉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감사라니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오래오래 저희 집에 계십시오.”
―거봐. 저 양반도 무슨 꿍꿍이속이 있다니까.―
비강은 북궁도의 전음을 흘려들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한창 식사를 하던 비강의 손이 멈추고, 잠시 후 북궁도의 손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협사님들.”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강호인들이.”
“적인 것 같아? 아니면 아군인 것 같아?”
“이곳으로 다가오고는 자들을 모두 열셋, 그중에 하나는 아주 강해.”
비강과 북궁도는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자들의 정체를 대충이나마 짐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