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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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98화
제98화. 도적들과의 전투
댕댕댕.
산에서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사십여 명의 도적들이 마을에 들어섰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집을 닫아걸고 얼굴 한 번 내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도적들이 두려운 것이다.
도적 중에는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있는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있었는데, 그 사내가 바로 송은반을 데려가려 한 도적인 모양이었다.
담 너머를 고개를 내밀어 도적들의 모습을 구경하던 북궁도가 입맛을 쩍 다셨다.
“아쉽네. 전부 내려오면 한 번에 때려잡을 수 있었을 것인데.”
“그래도 이게 어디냐? 저놈 중에 몇 놈을 잡아 앞세우고 산채를 들이치자.”
“그래야지. 그나저나 저놈은 정말 너무하네. 나이 오십은 넘어 보이는 놈이 아직 스물도 안 된 처자를 탐내다니.”
북궁도의 말에 비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획을 말했다.
“내가 앞을 칠 테니 너는 뒤를 맡아라.”
“알았어. 대신 포로는 네가 잡아라. 나는 다 죽일 거다.”
“그래.”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두 사람이 몸을 돌리자 그 앞쪽에는 주인 부부와 송은반, 그리고 식솔들이 걱정스럽게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협사님들.”
“그럼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그리고 잠시 바깥이 시끄럽더라도 구경은 하지 마십시오. 많이 잔인할 테니.”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북궁도는 마당을 가로질러 반대편 담을 넘어 사라졌다.
그리고 비강은 천천히 대문을 향해 다가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대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강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비강이 대문을 나서자 집안사람들은 전부 담으로 달려들어 고개를 내밀었다.
* * *
비강은 도적들의 행렬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악기를 두드리며 걸어오던 도적들의 행렬이 비강을 발견하고는 멈춰 섰다.
요란했던 악기 소리도 뚝 멈췄다.
쯧쯧쯧.
울긋불긋한 복장을 차려입고 있던 오십 대 초반의 사내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오늘같이 좋은 날에 피를 보게 생겼군. 정말 실망이야.”
비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름 없는 자는 아닐 것 같은데 정체를 밝혀라.”
“독고일.”
그제야 비강은 자신의 가명을 밝혔다.
“독고일?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군. 오늘은 내가 신부를 맞아들이는 날이니 그만 물러서는 것이 어떠한가?”
도적은 제법 예까지 차렸다.
비강은 신랑을 호위하고 있는 자들을 살폈다.
아무렇게나 서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언제든 달려들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역시,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제자들이로구나.’
평범한 도적들이 저런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을 리 없었다.
“과연 구파일방과 육대세가는 도적의 무리였나 보군.”
비강의 조롱 섞인 말에 도적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너는 누구…….”
신랑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비강의 신형은 이미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쏴아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검광의 소나기는 도적들의 머리를 휩쓸었다.
꽈과과과쾅!
크아아악!
검광의 소나기는 도적들의 머리를 뚫거나 마른 땅바닥을 뒤집어 놓았다.
비명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십여 명의 도적이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가 터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고수! 후퇴하라!”
도적들은 단번에 비강이 자신들은 상대하지 못할 고수임을 알아차렸다.
다행히 검광의 소나기에서 살아남은 신랑은 급히 허리에서 검을 뽑아 들더니 신형을 돌렸다.
순간, 뒤쪽으로부터 차가운 기운이 그의 팔을 스치며 지나갔다.
스걱― 툭.
으아아악!
신랑의 팔뚝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뒤이어 다른 도적들의 머리가 떨어졌다.
스걱. 스걱, 퍼퍽―!
비강은 연이어 도적들의 팔을 자르고 검파로 목과 가슴을 쳐 넘겨 버렸다.
눈치가 빨라 산을 향해 도망치던 도적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어느새 후방을 점한 북궁도가 도적들의 목과 가슴을 가르며 짓쳐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도적들은 비강과 북궁도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그들도 끝내 살아 나가지는 못했다.
비강과 북궁도는 도적들을 쫓아 기어이 그들의 목숨을 끊어 놓았다.
후우!
도적들을 전부 처리한 비강과 북궁도는 짧은 숨소리와 함께 검과 도를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약한데?”
“네가 강한 거야.”
“그러는 너는.”
비강은 아직까지 살아 있는 신랑의 옷깃을 잡아끌었고, 북궁도는 남아 있는 도적들 두 명의 다리를 잡아끌었다.
으아아악―!
도적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집 안으로 길게 이어졌다.
* * *
뒷마당에 도적들을 내동댕이친 비강과 북궁도는 치료도 하지 않은 채 심문에 들어갔다.
“산채는 어디에 있냐?”
“모, 모른다.”
“그래? 그럼, 너는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중 어느 곳의 제자이냐?”
“다, 당가.”
북궁도는 자신의 가문을 당가라 밝힌 도적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내 눈에는 그냥 도적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우리는 가문을 되찾으려 한 것뿐이다.”
“알았어. 그럼 산채가 어디야?”
“그건 대답해 줄 수 없다.”
대답을 하는 도적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던 비강은 망설임 없이 목을 쳐 버렸다.
“저놈은 안 되겠어. 다음 놈 심문해.”
쩝.
북궁도는 입맛을 다시더니 다음 도적의 심문에 들어갔다.
“너는 말해 줄 수 있겠지? 살려 줄게.”
“흑, 흑오산 뒤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야!”
대번에 답을 얻어 낸 북궁도가 감탄을 터뜨리는 순간 빛이 일며 도적의 머리가 떨어졌다.
“그만 좀 죽여. 어째 너는 갈수록 더 잔인해지냐?”
“이놈들을 살려 둬서 뭐 하려고?”
비강의 차가운 반응에 북궁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이제 남은 자는 도적 신랑 하나였다.
“너는 정체가 어떻게 되지?”
“종남의, 임거평이오.”
“또?”
“종남의 이대제자였소.”
“또? 아니 가만. 임거평이라면 종남의 바로 그 색마?”
북궁도의 말에 임거평이라는 사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이 새끼, 이미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유명한 놈이야?”
“그럼. 종남의 제자로 있을 때도 몇 번의 겁탈과 간살을 저지른 놈이었지. 그 짓에 대한 벌이 고작 독방 백 일이었어. 드러난 것만 대여섯 번이고 드러나지 않은 일까지 치자면 훨씬 더 많을 걸?”
임거평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북궁도는 바로 도를 뽑아 들었다.
북궁도가 도를 뽑아 들자 임거평은 삶을 포기했는지 눈을 사납게 치떴다.
“우라질.”
스걱―
도적들에게서 자백을 받아 낸 두 사람이 뒷마당을 나오자 주인 부부와 송은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협사님들.”
순식간에 끝나 버린 도적들과의 혈전이었다.
주인 부부는 아직까지도 얼떨떨한 상태라, 하인들로 하여금 시신들을 치우게 한 것은 송은반이었다.
“우리는 바로 산채를 향해 출발할 것입니다. 준비해 달라고 했던 것들을 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립시오.”
주인 사내는 직접 안으로 뛰어 들어가 행랑 두 개를 내왔다.
그 안에는 건포와 무복이 들어 있었다.
행랑을 등에 짊어진 두 사람은 흑오산의 위치를 물었다.
“서쪽으로 이어진 깊고 높은 산이 있는데, 워낙 깊고 험해 낮에도 해가 들지 않는다는 곳입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대문을 나서고, 송은반은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정말 대단한 고수들이로구나. 강호의 고수들에 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만, 실제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다니.”
“네. 저도 그래요.”
그녀의 눈이 비강의 뒤를 좇았다.
* * *
산으로 접어든 두 사람은 서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서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산세가 험해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적놈 중에 몇 놈을 멀쩡하게 살렸다가 앞장세우는 건데.”
“괜찮아.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어.”
비강은 도적들이 지나다닌 흔적을 살피며 걸었다.
“어? 벌써 밤이네.”
“산이니까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것이겠지.”
비강과 북궁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근처에서 마른 나뭇가지와 마른 나뭇잎을 긁어모았다.
곧 화섭자로 불을 밝힌 비강은 자신의 행랑에서 건포를 꺼내 북궁도에게 건넸다.
“이 건포도 처음에는 맛있었는데, 오랫동안 먹다 보니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아.”
불에 건포를 구운 북궁도는 그것을 입에 넣어 씹으며 중얼거렸다.
비강과 나란히 앉아 건포를 씹던 북궁도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시천세는 어떻게 할 거냐?”
“아직 모르겠어.”
“아직 모르겠다니? 풍 림주에 대한 복수는 하지 않을 거야?”
“하기는 해야지.”
풍천양을 생각한다면 시천세를 죽여 복수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풍천양은 무림에 나와 몇 안 되는 마음에 든 사내였다.
그러나 그들 모두 아저씨의 제자들이다.
‘가만, 그러고 보니.’
비강은 건포를 맛있게 씹고 있는 북궁도를 응시했다.
도운패도 아저씨의 제자이니 엄밀히 말해 북궁도는 자신을 사숙이라 불러야 했다.
북궁도는 건포를 씹다가 비강과 눈을 마주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아니. 행랑에 구운 떡이 들어 있을 거야.”
“진즉에 말해 주지. 어쩐지 행랑이 조금 무겁더라니.”
북궁도는 건포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행랑에서 기름종이에 싼 구운 떡을 꺼냈다.
“너도 먹을래?”
“됐어.”
배를 채운 두 사람을 불 주변에 나란히 누워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이 눈을 감고 잠에 든 지 한참이 지난 후에, 인근의 수풀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수풀 속에서 두 사람이 빠져나와 잠에 빠진 비강과 북궁도에게 몰래 접근했다.
그들은 검을 들어 비강과 북궁도의 목을 치려 했다.
그 순간 감겨 있던 비강과 북궁도의 눈이 번쩍하고 뜨였다.
시퍼런 안광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비강과 북궁도의 손에는 적들의 목줄이 쥐여 있었다.
우둑, 우두둑.
목을 꺾어 버린 비강과 북궁도는 시신을 멀리 치워 버리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아침이 밝기 전에 반드시 찾아내자.”
* * *
아무리 깊은 산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하지만 밥을 하려면 불을 피워야 했다.
그리고 그 연기는 어스름한 새벽하늘에 흐릿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산채를 맡고 있던 곤륜주마 규필은 새벽에 일어나 운기행공을 하다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남선과 삼패로부터의 도피행은 규필에게 있어 아주 큰 손해만 안겨 준 것은 아니었다.
도피행과 잠적은 오직 무공연마에 힘을 쏟게 했고, 이제는 전보다 더 높은 경지에 발을 딛게 만들었다.
급히 운기행공을 중단하고 사방을 은밀히 살피던 규필을 다시 운기행공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곧 또다시 찜찜한 기분을 느낀 그는 운기행공을 중단하고 눈을 떴다.
헙!
그리고 규필의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의 눈앞에 정체 모를 젊은 강호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튕기듯 자리에서 튀어 오른 규필은 공중에서 여러 번 신형을 틀며 위치를 바꿨다.
적의 공격을 피해 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적은 여전히 눈앞에 서서 그런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척.
땅으로 내려선 규필의 귀에 단말마의 비명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비명 소리는 바로 저 아래 산 중턱에서 전해져 오고 있었다.
“빨리 끝내도록 하지. 내 벗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비강은 검을 뽑아 규필을 향해 겨누었다.
규필도 적잖이 긴장을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이만한 젊은 고수가 강호에 있었던가?
강호에 들어와 여러 번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백리혈.”
“옳게 보았소.”
콰콰콰쾅!
비강의 검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은 그대로 규필을 휩쓸고 지나갔다.
검을 들어 용을 막아 내던 규필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