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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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30화
제130화. 파죽지세(3)
쐐애액! 쐐액……!
두 자가 조금 넘는 푸른 대나무들이 산 아래로 쏟아졌다.
꺼어억! 끄어억……!
목과 가슴에 대나무가 박힌 자들이 괴로운 신음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타탁! 탁!
비강은 창으로 대나무를 자르고 창날로 대나무를 쳐 내 날려 보냈다.
“죽어라, 마왕아!”
쫘악―!
임동영은 자신의 목과 가슴을 파고드는 대나무들을 반으로 갈라 버리며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비강은 대나무 다섯 개를 연달아 날려 보냈다.
얼굴, 목, 가슴, 복부, 다리를 향해 대나무가 창이 되어 날아들었다.
임동영의 검이 빠르게 회전하며 전신을 파고드는 대나무들을 전부 쳐 냈다.
퍽!
하지만 뒤이어 따라붙듯 파고드는 대나무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피할 틈 없이 목에 박히고, 대나무 안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끄르륵…… 끄륵.
괴로운 신음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대나무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어 가 박혔다.
임동영은 피눈물까지 흘리며 비강을 노려보다가 뒤로 쓰러져 굴러 내려갔다.
산 아래는 대나무에 꿰뚫려 죽은 자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적들은 더 이상 산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망을 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마을에서 대나무 산에 서 있는 비강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강은 그들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등을 돌렸다.
마을로 내려간다면 적들을 전부 죽일 수 있겠으나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비강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을에 있던 적들도 천천히 뒤를 따라 움직였다.
대나무들이 들어찬 정상에 오르자마자 눈앞에 흐르는 강이 보인다.
스으으……!
비강의 신형이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고, 뿌연 연기는 나무들과 나무들을 휘돌아 사라져 갔다.
쏴아아…….
뒤늦게 바람이 휘몰아치며 나무들이 흔들렸다.
* * *
산을 내려온 비강은 강줄기를 따라 아래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배들이 늘어선 포구가 보인다.
저 강을 건너면 남선이 멀지 않다.
“이십 푼입니다.”
선주에게 뱃삯을 쥐여 준 비강은 바로 배 위로 올라갔다.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배가 포구를 벗어나며 돛이 올랐다.
배가 뭍에서 한참 멀어졌을 때쯤 수백 명의 무인이 포구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마을에서부터 비강을 쫓아온 자들이었다.
포구에 몰려든 적들은 멀어져 가는 배를 하염없이 지켜보았다.
그런 그들을 주시하던 비강은 문득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포구에 몰려 있는 적 중 어느 하나도 그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되돌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었다.
“또 만나게 되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있던 비강은 뱃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기품 있어 보이는 여인이 사제들과 함께 서 있었다.
“반갑소.”
“네. 저도 반가워요.”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실례하겠소.”
별로 할 말이 없는 비강이 먼저 물러나자, 여인도 머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던 비강은 문득 뱃전으로 황급히 움직였다.
저 멀리 배가 닿을 포구에서 수많은 배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큰 배가 십여 척, 어부들이 타는 작은 배가 삼십여 척.
비강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야 포구의 적들이 물러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포구를 나온 배들은 비강이 타고 있는 배를 향해 넓게 포위하며 다가왔다.
선주와 선원들도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여 모두 배 위로 몰려나와 몰려드는 배들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선주와 선원들뿐 아니라 배를 타고 있던 사람들도 뱃전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몰려들고 있는 배 위에는 강호인들이 까맣게 둘러서 있었다.
“모두 배 안으로 들어가시오!”
비강의 외침 소리에도 선주와 선원, 손님들은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했다.
스르르.
가죽이 벗겨지고 창날이 드러나자 그제야 선주와 선원, 손님들이 놀라 황급히 배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무슨 일인가요?”
하지만 여전히 뱃전에 남아 있는 자들도 있었다.
바로 네 명의 사형제였다.
쏴아아……!
비강은 미처 대답을 할 겨를도 없이 배를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어느새 불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웅!
비강이 창날을 휘돌리자 공간이 이지러지며 큼직하고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불화살들은 그 막에 가로막혀 대부분 튕겨 나갔다.
그러나 불화살은 또다시 날아들었다.
공중에서 내려서던 비강은 커다란 배를 향해 창날을 사선으로 그어 내렸다.
창날을 통해 날아간 희뿌연 기운이 커다란 배의 돛대를 베어 냈다.
꽈드드드…… 콰지직! 콰쾅!
돛대가 부서지며 그 아래 서 있던 적들을 덮쳤다.
“피해!”
으아악!…… 크악……!
돛대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날뛰는 적들과 돛대에 깔려 비명을 질러 대는 적들 뒤로 작은 배들이 빠르게 다가들었다.
쏟아지는 불화살을 쳐 낸 비강은 빠르게 노를 저어 다가오는 작은 배들을 향해 창날을 뿌렸다.
“용아포 천멸후!”
후아앙!
괴이한 울음소리를 동반한 용들이 튀어나와 몰려드는 작은 배들을 휩쓸었다.
콰쾅! 쾅……!
용아포 천멸후에 휩쓸린 작은 배들은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날아가고, 물기둥이 치솟았다.
한 번에 십여 척의 작은 배들을 휩쓸어 버린 비강은 다시 큰 배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용아포!”
거대한 아가리를 벌린 흉포한 용이 커다란 배의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으아아악!
배가 기우뚱하며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배 위에 있던 적들과 배를 조종하던 선원들은 비명을 질러 대며 일제히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비강이 타고 있는 배의 상황도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불화살을 맞아 조금씩 불이 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불화살을 맞는다면 이 배는 그대로 불이 붙어 타오를 것이다.
타탁!
비강은 뱃전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파파팍……!
강물을 박차며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날개가 달린 물고기가 물 위를 스치며 날아가는 모습과 흡사했다.
강물을 차며 날아가던 비강의 신형은 적들을 태우고 있는 커다란 배를 감고 올라갔다.
배 위에 있던 적들은 비강이 자신들의 배에 오르자 바로 강물로 뛰어내렸다.
적들뿐 아니라 배를 조종하고 있던 선원들도 전부 강으로 뛰어내렸다.
또다시 비강이 타고 있는 배 위로 불화살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콰쾅! 쾅!
그 와중에도 적들을 태우고 있던 배 한 척이 용아포에 맞아 물속으로 침몰해 갔다.
돛이 불에 타고, 선원이 없는 배는 흐르는 강물에 의해 점점 아래쪽으로 흘러갔다.
콰쾅!
또다시 커다란 배 한 척이 한쪽으로 기울더니 물속으로 빨려 들었다.
하아…….
뭍을 바라보는 비강은 난감한 상황에 절로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배는 지금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지금 비강이 타고 있는 배는 불화살에 의해 불이 붙어 빠르게 불길이 번지고 있는 중이었다.
따당! 땅……!
몸을 노리며 날아드는 화살들을 쳐 낸 비강은 저 멀리 뱃전에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사형제를 응시했다.
남선으로 간다고 했으니 어쩌면 북궁도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강은 시선을 돌려 불타오르고 있는 배를 잠시 지켜보다가 강물로 뛰어들었다.
강물을 박차고 뭍에 오르는 비강을 향해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적이 몰려들었다.
“용아포 천멸후!”
콰콰콰…… 쾅!
* * *
드디어 놈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다.
놈은 지금 장사에 있다고 한다.
“직접 가 보시겠습니까? 주공.”
벽 총관의 물음에 시천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보고는 없나?”
“각 지부의 무인과 구파일방의 무인들, 그리고 낭인과 하오문의 무인들까지 합세해 공격하고 있지만,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는 돼야지.”
사부의 제자이니 당연했다.
오히려 그런 자들에게 잡히거나 목숨을 잃었다면 크게 실망을 했을 것이다.
“놈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은?”
“조금씩 동쪽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자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형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받은 시천세는 곧 눈을 크게 뜨더니 큰 웃음을 토해 냈다.
크하하하하……!
벽 총관은 시천세가 갑자기 웃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저렇게 즐거워할 이유는 없었다.
“역시, 사제인 건가.”
몸을 일으켰던 시천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백리혈이 남궁악의 손에 죽을 것이란 말이야.”
어찌하여 일이 그렇게 흘러간단 말인가.
백리혈이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궁악의 손에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주공은 확신하고 있었다.
“벽 총관은 몰라도 돼. 우리 사형제 간의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주공.”
* * *
남선에 도착한 사형제는 지니고 있는 무공을 인정받아 순찰단주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객실에서 만나기로 한 지 한 시진이 넘도록 순찰단주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저, 우리가 꼭 순찰단에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강호에 자주 나가고 싶다면 순찰단에 들어가야 해.”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요, 어떻게든 순찰단에 들어갈 수밖에.”
이들이 순찰단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사부에게 이야기로만 들었던 강호 무림을 몸소 겪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남선으로 오면서 가히 경이롭기까지 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이 백리혈일 줄은 정말 짐작도 하지 못했어.’
강호에 나오자마자 듣게 된 별호와 이름이 바로 백리혈 연비강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별호와 이름도 백리혈 연비강이었다.
마동의 마왕.
강호는 그를 그렇게 부르며 두려워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 본 그 사람은 마인도 마왕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여인은 문득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젊고 잘생긴 사내가 문을 살짝 열고 머리만 들이민 채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시죠?”
사형제들도 일제히 시선을 돌려 젊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여인의 물음에 젊은 사내가 활짝 웃었다.
“제법 무공이 고강한 기재들이 들어왔다기에 구경이나 하러 왔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사내는 주인이라도 된 양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만나서 반갑소.”
“소협은 누구신가요?”
“차차 알게 될 거요.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 술이나 한잔합시다.”
사내의 당황스런 제안에 사형제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순찰단주님을 만나 뵙기로 했습니다.”
“아, 그분은 오지 않을 거요. 내가 대신 당신들을 만나기로 했으니까 말이오.”
도대체 이 사내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자, 어서 일어나시오.”
사형제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지만, 결국은 사내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내와 사형제가 객방을 나가고 난 후, 또 다른 사내가 방을 찾아 들어왔다.
“아무도 없네.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거야?”
사내는 객방을 관리하는 자를 불러 물었다.
“이 방에 있던 자들은 전부 어디로 갔나?”
“북궁 대협이 오셔서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으으으으…….
순찰단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때려죽일 놈. 선주께서 찾는다기에 한 시진이나 개고생을 시키더니 그사이에 신입 조원들을 데리고 나가?”
순찰단주는 이까지 부득부득 갈다가 자신의 집무실로 되돌아갔다.
“어디 두고 보자. 나중에 백 배, 천 배로 갚아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