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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16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16화

제116화. 아저씨를 베다

 

 

 

이틀이 지났지만 제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본거지를 옮겨야 합니다, 담노.”

비강의 감각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 주고 있었다.

적들이 두렵지는 않으나 담노와 제자들의 희생은 두려웠다.

하지만 담노는 어렵게 마련한 본거지를 버리기가 참으로 아까운 모양이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인님.”

“결정은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담노.”

“알겠습니다. 이곳을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곳에 머물 곳이 있습니까?”

“어차피 중천 놈들의 추격 때문에 남쪽으로는 내려가지 못합니다. 북쪽으로 움직이다가 적당한 장소에 근거지를 마련하겠습니다.”

퇴거 결정이 내려지자 담노는 바로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애석하게도 바로 오늘 우린 이곳을 떠나야 한다. 양곡과 무거운 물건들은 버려두고 은자와 병기, 여벌의 무복만 챙겨 떠날 준비를 마쳐라.”

갑작스런 명령에 제자들은 무척 당황했다.

비록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할아버님, 다른 곳으로 옮기기보다 차라리 이곳에서 배수진을 친다면 일만의 병력이라도 막아 낼 수 있습니다. 굳이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담혁수가 제자들을 대신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의 의견에 반대를 한 사람은 놀랍게도 담수연이었다.

“그건 네가 시천세와 부하들을 몰라서 그래. 그놈들은 여느 고수들과는 격이 달라. 할아버님 말씀이 옳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담정천은 버럭 화를 냈다.

“이 무슨 망발이더냐! 퇴거를 결정하신 분은 주공과 할아버님이시지 않느냐! 어서 움직여라!”

담정천이 그렇게 나서자 제자들은 마지못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비강은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담노, 전부 내 잘못입니다.”

“아닙니다, 주공. 걱정하지 마십시오. 큰 주인께서 남겨 주신 재물이 지금은 더 불었습니다. 적당한 장소만 찾는다면 근거지로 만드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주인께서도 어서 준비하십시오.”

비강은 워낙 짐이 단출해 준비할 것도 없었다.

여벌의 무복을 행랑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온 비강은 암각화가 그려진 동굴로 향했다.

다른 건물들은 적의 손에 넘겨줘도 무방하겠지만 저 동굴만은 적의 손에 넘길 수 없었다.

아저씨의 허락은 없었으나, 분명 그분은 저곳을 허물고 떠나라 할 것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선 비강은 예의 그 암각화와 마주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공중으로 가볍게 몸을 띄워 올린 비강은 아저씨를 향해 검을 뿌렸다.

스컹! 스컹! 후두둑…… 후둑…… 콰콰쾅!

암각화가 가는 선이 그어지고 곧 바위가 갈라져 떨어져 내렸다.

뿌연 먼지를 뒤로한 비강은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스걱! 스걱……!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정을 지탱하고 있는 바위들이 쏟아졌다.

콰쾅!

동굴을 벗어난 비강의 등 뒤로 뿌연 먼지가 입구를 통해 뿜어져 나왔다.

그 먼지들은 곧 바람에 실려 절벽을 휘돌다가 그 너머로 사라져 갔다.

 

* * *

 

컥!

가슴 깊이 검신이 박히자, 사내의 몸은 부르르 떨렸다.

“너도 대답을 하지 않을 테냐?”

황옥은 포승줄에 묶여 있는 사내의 가슴에 검을 들이대며 물었다.

사내는 어두운 얼굴로 옆에 죽어 있는 동료를 돌아보다가 고개를 푹 늘어뜨렸다.

“대답하겠소.”

“좋아. 어디에 있느냐?”

“태청산이오.”

“이 자식이 어디서 거짓말을…… 우리가 그곳을 찾아보지 않은 줄 알아?”

“그곳은 찾기 어려운 곳에 자리를 잡고 있소. 지리를 모르는 자는 강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오.”

황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내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안내해. 화봉이 너는 주공께 보고하고.”

“쌍놈의 새끼.”

우화봉은 욕설을 내뱉으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뒤를 따라 사내를 앞세운 황옥이 동료들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에서 이십여 리 떨어진 곳에 배를 타는 곳이 있소.”

“그건 나도 알아.”

“그곳에서 배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바위들이 들어찬 곳이 보일 것이오. 뱃사공들은 그곳을 그냥 지나쳐 가는데, 바위들을 돌고 돌아 들어가면 동굴 하나가 나타날 거요. 배를 타고 동굴로 들어가면 위로 통하는 길이 있소.”

이 정도면 안내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스걱.

황옥은 바로 검을 뽑아 사내의 목을 쳤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새끼가 바로 너 같은 놈이야. 먹여 주고 재워 주고 가르쳐 준 사람을 배신해?”

퉤.

목이 달아난 시신에 침까지 뱉은 황옥은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할 거냐? 우리끼리 쳐들어갈까?”

동료들은 대략 사십여 명에 가까웠다.

이 정도 인원이면 강호 무림에서 대문파 하나를 한 시진 만에 깨끗하게 쓸어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아니, 작금의 무림맹과 싸움을 벌여도 될 정도였다.

자신들을 어찌할 수 있는 자는 자신들의 동료들밖에 없었다.

“주공께서 기다리라고 하셨어.”

“그럼 백산 형의 복수는?”

“주공의 명령이 우선이다.”

“제기랄! 그놈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퍽! 퍽!

화가 난 황옥은 쌓인 눈만 걷어찼다.

그러나 곧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만약 주공을 기다리다가 놈을 놓친다면 어떻게 할 거냐?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거냐?”

황옥의 말이 일리가 있는지 동료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은 내가 진다. 나 때문에 놓친다면 주공께 목을 내놓으면 되니까.”

“좋아. 가자.”

그렇게 결정을 내린 그들은 곧바로 포구를 향해 달려갔다.

얼마나 급하게 달렸는지 그들이 달려가고 있는 관도는 하얀 눈보라까지 피어올랐다.

반 시진도 안 되어 포구에 도착한 그들은 곧 커다란 배 한 척을 골라 탔다.

“죄송합니다, 협객님들. 이 배는 정원 오십 명을 채워야 출발할 수 있습니다.”

선주의 말에 황옥은 바로 묵직한 전낭을 꺼내 던졌다.

“다 가져가는 대신 바로 출발해.”

“헙!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전낭의 무게를 가늠한 선주는 바로 선원들에게 출발 명령을 내렸다.

“출발하라!”

“저기, 양화사의 스님들께서 이 배를 타시기로 했습니다.”

선원 하나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필요 없어! 그 땡중들은 다음에 타라고 해!”

 

선원들이 배를 출발시키고 난 후, 포구에는 십여 명의 중들이 달려와 손을 흔들었다.

“아미타불! 배를 멈추시오!”

그러나 선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 *

 

배는 물길을 따라 하염없이 내려갔다.

뱃머리에 나와 주변을 살피던 황옥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저쪽으로 가까이 대시오.”

역시 뱃머리에 나와 있던 선주는 황옥의 요구에 당황했다.

“손님, 저곳으로 이런 큰 배를 댔다가는 바위에 부딪쳐 바로 침몰할 겁니다.”

툭! 툭!

“그럼 가까이라도 대!”

황옥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것을 협박으로 받아들인 선주는 군말 없이 선실로 달려갔다.

“오른쪽으로 뱃머리를 돌려라!”

“선주, 그쪽으로 갔다가는 배가 침몰할 겁니다!”

“바위에 부딪칠 겁니다! 위험합니다!”

선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으나 선주는 뱃머리에 서 있는 황옥의 눈치를 살피며 오히려 큰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내 말을 안 들을 거면 당장 이 배에서 내려!”

“젠장.”

선원들이 하는 수 없이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뱃머리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순간 뒤에 있던 황옥의 동료들은 뱃머리 쪽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뱃머리는 바위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선주의 안색은 점점 더 하얗게 변해 갔다.

“소, 손님!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선주의 말이 끝나는 순간, 황옥의 신형은 뱃머리를 박차고 있었다.

황옥을 시작으로 사십여 명의 무인이 차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파팍! 팍!

서너 번 물을 차고 날아오른 그들은 차례로 바위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들은 바위들을 건너뛰며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배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주와 선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성질머리 고약한 신선들이 내려왔었구나.”

 

* * *

 

바위를 건너뛰어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황옥은 일 장 높이의 동굴 입구를 발견했다.

강물은 그 동굴 안쪽까지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황옥은 바위를 박차고 동굴을 향해 날아갔다.

동굴 입구쯤에서 물을 박찬 그는 바로 안쪽으로 날아 들어갔다.

탁!

물이 닿지 않는 바위 위에 내려선 그는 위쪽으로 통하는 돌계단을 올려다보았다.

후아…….

황옥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런 곳을 누가 만들었을까.

닳아 있는 돌계단을 보건데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탁! 탁……!

뒤이어 사십여 명의 동료들이 황옥의 양옆으로 내려섰다.

와아!

그들 또한 황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 연비강이라는 놈, 거대한 배후가 있는 게 틀림없어. 황옥이 네가 포로를 너무 빨리 죽였어. 배후를 캤어야 하는 건데.”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황옥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계단을 밟아 위로 올라갔다.

실은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계단은 끝없이 위로 이어져 있었다.

선두에서 올라가던 황옥은 바닥에 문득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얀 알갱이를 집어 보았다.

“쌀이군. 그놈들이 사용할 양곡을 운반했어.”

어두침침한 계단을 밟아 올라가니 위쪽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곳이 보였다.

“저곳이 입구인 모양이야.”

황옥은 날 듯 뛰어 올라갔다.

동료들도 급하게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빛은 바위틈 사이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막혔어.”

“방법이 없나? 밖으로 나가 절벽을 타고 기어오를 순 없잖아.”

“산을 크게 돌아가면 방법이 있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황옥과 동료들은 빛이 스며들어오고 있는 반대쪽을 응시하며 의견을 나눴다.

“가만. 잘하면 몸이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바위틈 사이를 면밀하게 살피던 동료 하나가 철창을 들어 틈바구니로 끼워 넣었다.

황옥은 동료가 하는 짓을 지켜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끼긱, 끽, 투둑…… 투투툭…….

“그만둬!”

그러나 황옥의 외침은 늦고 말았다.

틈바구니에 철창대를 넣고 힘을 주자마자 돌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간신히 돌들에 의해 지탱하고 있던 바위는 황옥과 동료들을 향해 구르기 시작했다.

“피해!”

으아악! 아아악……!

콰르르르! 콰쾅쾅! 쾅…… 쾅!

칠 척 높이의 바위는 황옥과 동료들을 휩쓸며 굴러떨어졌다.

그리 넓지 않은 통로로 이루어진 계단이라 미처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제기…… 랄…….”

다행히 몸을 피한 황옥은 바위가 휩쓸고 내려간 계단을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다.

바위에 뭉개져 버린 동료의 모습이 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랜 세월을 지킨 계단엔 황옥의 동료들이 흘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천하를 호령해야 할 내 동료들이 바위에 깔려 죽다니, 그것도 다섯이나…….’

 

* * *

 

평요에서 날아온 급전을 받고 태청산 인근에 도착한 시천세를 우화봉이 맞이했다.

“어디냐?”

“죄송합니다, 주공.”

우화봉은 대답에 앞서 시천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놈들을 놓친 것이냐?”

“놈들은 이미 그곳을 떠난 후였습니다, 주공.”

“하면 그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다. 앞장서라.”

우화봉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시천세의 안색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앞장서라.”

“예.”

우화봉은 시천세를 포구로 안내해 배에 태웠다.

그 배는 물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흘러내려 갔다.

뱃머리에 앉은 시천세는 우화봉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목적지를 알아보았다.

“저곳이군.”

뱃머리에 앉아 있던 시천세의 신형은 꺼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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