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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1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13화

제113화. 무신의 유산(1)

 

 

 

흐뭇한 미소를 머금던 제갈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엎드렸다.

“보잘것없는 이 몸을 좋게 보아주어 고맙소. 나 또한 두 분과 무림맹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소이다.”

“선생께서는 정파의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아니외다. 진정한 영웅은 두 분이 되어야 하오. 어서들 일어나시오.”

오진권과 남궁휘의 손을 잡아 일으킨 제갈곤은 다시 그들과 마주 앉았다.

“두 분께서 물으시니 짧은 소견이나마 말씀 올리겠소. 무림맹의 힘을 단번에 두 배까지 끌어올릴 방법이 한 가지 있소이다. 그건 바로 중천과 삼패의 감옥에 갇혀 있는 협의지사들을 빼내 오는 것이오.”

오진권과 남궁휘는 진정으로 놀랐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중천과 남선, 동천, 서패의 감옥 안에는 꽤 많은 수의 정파 고수들이 갇혀 있었다.

몇몇 고수는 너무 늙은 나이에 감옥에 갇혀 그곳에서 생을 달리했거나, 무지막지한 고문에 의해 팔다리를 잃고 통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중천이 북림을 밀어낸 후, 무림맹은 북림에 갇혀 있던 무인들을 구해 내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천세가 거절한 탓이었다.

“그 일 또한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되는 일이외다. 차후에 알맞은 기회가 왔을 때 말씀드리겠소.”

벌컥!

이전까지 무림맹주가 기거하는 방을 허락도 없이 열고 들어오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오직 금강선사만은 예외였다.

낄낄낄…….

금강선사는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셨습니까, 선사.”

“선사, 아주 오랜만에 뵈옵니다.”

헤죽헤죽 웃으며 오진권과 남궁휘를 쳐다보던 금강선사의 시선이 제갈곤에게 향했다.

“너는 누구냐?”

껄껄…….

의아한 표정을 짓는 금강선사를 응시하며 제갈곤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제갈가의 곤입니다, 선사.”

“네가 곤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놈은 이렇게 늙지 않았는데…… 그놈은 솜털이 뽀송뽀송한 애송이였는데…….”

“선사, 선사를 뵌 지도 벌써 이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리고 선사를 뵐 때 제 나이가 사십에 가까웠었습니다.”

흐음…….

금강선사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제갈가의 어린놈아. 내가 죽기 전에 강호 무림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야.”

“그렇게 하지요. 대신 선사께서도 오래 살아 계셔야 합니다.”

제갈곤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낄낄낄…….

금강선사는 예의 짓궂은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네놈을 천목(天目)이라 불렀었지. 소림의 그 어느 누구도 그게 너를 칭하는 별호인진 몰랐었지만.”

“감사합니다, 선사.”

“나는 잠시 소림에 갔다가 올 것이니 그리 알아라.”

 

* * *

 

휘이이―

쿠릉! 쿠르릉……!

세찬 바람을 동반하며 쏟아지는 비는 그나마 나뭇가지에 남아 있던 나뭇잎들을 날려 보냈다.

“빌어먹을…….”

비강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약추완으로서는 아주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잠시 잠깐 쏟아지는 소나기라 여겼건만, 아침부터 몰려온 비바람은 밤이 늦도록 그칠 줄 몰랐다.

“하늘이 놈을 돕고 있는 것도 아닐 터인데, 어찌 비바람이 그치지 않는단 말인가.”

약추완의 탄식에 앞쪽에 앉아 있던 우동문이 머리를 조아려 대답했다.

“어렵게 찾아낸 백리혈의 흔적이 전부 지워졌습니다. 이제 그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길조차 없습니다.”

알고 있었다.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한 약추완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추격을 멈춰야 한다.

‘내가 직접 나선 이유가 뭔데. 절대로 그럴 수는 없지.’

반드시 이번에 공을 세워 시천세의 신임을 얻어야 했다.

“추격을 중단했으면 합니다. 지금 무인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에요.”

약추완과는 다르게 벽사군은 백리혈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번 추격에 나서며 얻을 것은 대부분 얻어 낸 상황이었다.

약추완의 허락으로 강호에 흩어져 있던 고수들을 중천으로 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우 같은 년.’

물밀듯 후회가 몰려왔으나 자신의 말을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

“중단은 있을 수 없네. 천주님의 지엄한 명령을 감히 어느 누가 거역한단 말인가.”

“하지만 벌써 산속으로 들어온 지 달포가 넘었어요. 지금 중천의 무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따뜻한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예요. 하루라도 좋으니 마을로 내려가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벽사군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추격에 나선 이후로 무인들은 눈 한 번 제대로 붙여 보지 못했다.

비록 깊은 밤에 잠을 자기는 했으나 들짐승의 울음소리와 맹수들의 습격을 우려해 숙면을 취하진 못했다.

지금 무인들은 그야말로 거지들이나 다름없었다.

“명령 불복종은 죽음뿐이지. 어떻게 하겠나?”

약추완은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산 아래에서 정보를 모아 전달하고 있던 하오문도 몇 명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고 있었다.

억세게 내리는 빗속을 힘겹게 올라오고 있는 양을 보니,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나 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위 그늘 밑에서 나온 우동문은 비를 맞으며 하오문도들에게 달려갔다.

하오문도들은 우동문의 귓속에 몇 마디 말을 전해 주고는 빗속을 걸어 산을 내려갔다.

우동문은 다급히 바위 밑으로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산서와 하북의 경계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수상한 자들이 은밀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인상착의로 보아 백리혈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안색까지 변해 버린 약추완이 급하게 물었다.

“언제 발견했다더냐?”

“이틀 전입니다.”

“이…… 개 같은 놈. 산서로 모든 시선을 돌려놓고 하북으로 빠져나가다니. 뭣들 하느냐! 하북으로 출발하지 않고!”

약추완은 목소리를 높여 숲속 이곳저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무인들을 재촉했다.

하북은 동천의 영역이었으나,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명령이었다.

끌끌끌…….

무인들이 막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괴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는 빗소리와 어울려 아주 음산하기까지 했다.

“누구냐!”

무인들은 잔뜩 긴장을 하며 사방을 주의 깊게 살폈다.

잠시 후, 거세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이십여 명의 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들의 선두에 선 자는 단신에 몸이 퉁퉁한 삼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였다.

“황 대협을 뵈오이다.”

약추완과 사내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사내는 약추완의 정중한 인사를 받지 않았다.

그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듯 우동문을 향해 다가갔다.

꿀꺽.

우동문은 사내가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중천에서 약추완을 무시할 만한 자들은 오직 천주의 직속 수하들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은 연비강과의 싸움에서 직접 목격했다.

“산서와 하북의 경계에 연비강이 나타났다고 하였느냐?”

“예. 분명합니다.”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그곳을 가려는 것이고?”

“예. 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황 대협.”

약추완이 급하게 끼어들었다.

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약추완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네놈, 하오문도가 맞지?”

“예. 하오문의 우동문입니다.”

“눈빛에 욕심이 가득해. 욕심이 많은 놈은 그릇된 판단을 하기 마련이지.”

끌끌…….

알 듯 모를 듯 묘한 말을 남긴 사내는 몸을 돌려 동료들이 서 있는 빗속으로 걸어갔다.

“어서 움직여라.”

으으…… 음.

약추완은 극심한 치욕감을 느꼈다.

“무엇들 하느냐! 하북으로 출발하라!”

하지만 곧 다시 목소리를 높이며 빗속을 달려갔다.

우동문을 앞세운 중천의 무인들이 빗속으로 사라지고 난 후, 사내와 동료들은 약추완이 비를 피하고 있던 바위 아래로 몰려들었다.

“우리도 서둘러 하북으로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후우…….

사내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오히려 되물었다.

“백산 형의 안 좋은 점이 뭐였는지 알아?”

“글쎄다. 많이 먹는 거?”

“아니. 너무 우직했다는 거야. 나라면 연비강 그놈과 일대일 승부는 벌이지 않았을 거야. 불쌍한 백산 형.”

사내는 쏟아지는 비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동료 중에 홍일점인 우화봉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곡주, 아니 주공께 다녀와. 어째 연비강 그놈을 찾는 일은 장기전이 될 거 같으니까.”

이마에 검은 점이 찍혀 있는 여인은 사내를 사나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황옥, 다른 놈들은 다 놔두고 굳이 내가 가야 하는 이유가 뭔데?”

“비가 그치면 날이 급격하게 추워질 거야. 그럼 놈을 찾는 일이 더 어려워져. 돌아가 주공께 허락을 맡고 노는 놈들을 더 데려와.”

사내의 대답에 여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니까 그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 건데?”

사내는 대답 대신 멀뚱히 서 있는 다른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십여 명의 동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빌어먹을 새끼들, 나가 뒈져!”

그 모습을 확인한 여인은 성질을 버럭 내더니 투덜거리며 빗속으로 사라져 갔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북림과의 싸움에도 끼어 보지 못하고, 구파일방과 육대세가 놈들을 죽이는 일도 석장 오라버니에게 빼앗기고, 나는 추운 빗속이나 돌아다녀야 하다니…….”

 

* * *

 

푸른 새벽이 다가오자 세차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뚝…… 뚝…….

그리고 곧 비가 그치며 나뭇가지에 물방울이 모여 떨어졌다.

일찍 밖으로 나온 비강은 운기행공을 마친 후 병풍처럼 서 있는 절벽 한쪽으로 걸어갔다.

비가 그치니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절벽 한쪽에 도착한 비강은 크게 뚫린 구멍을 통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아래쪽으로 이어진 돌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비강의 귀로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한참이나 걸어 내려간 비강은 강물이 들어오는 곳에 놓인 쌀가마니와 큼직한 고깃덩이를 양쪽 어깨에 둘러멨다.

이곳으로 식량을 조달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강을 통해 배를 타고 내려와 바위들이 빼곡한 곳을 돌아 들어오면 되는 것이다.

바위가 워낙 많은 장소라 이곳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절대로 들어오지 못할 곳이다.

또한 이곳은 배를 타고 오가는 자들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이었다.

묵직한 쌀가마니와 고깃덩이를 양어깨에 둘러멘 비강은 내려온 돌계단을 따라 다시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아주 좋은 장소에 마련한 집을 담노에게 소개했다. 이곳은 아마도 오래전에 아저씨가 사용하던 곳이리라.

“주공!”

위쪽에서 담혁수가 달려 내려오며 소리쳐 불렀다.

“주공께서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십니까? 주공께서 이러시면 제가 할아버님께 아주 크게 야단을 맞는단 말입니다.”

“괜찮소. 비밀로 할 터이니.”

“비밀로 해도 안 됩니다.”

담혁수는 비강의 어깨에 있는 쌀가마니와 고기를 빼앗듯 자신의 양어깨에 옮겼다.

“이제 올라가시지요.”

쌀가마니와 고기를 양어깨에 짊어진 담혁수가 앞장을 서고, 비강이 뒤를 따라 올라갔다.

“힘들지 않소?”

“이것도 수련의 연장입니다, 주공. 그런데 어떻습니까, 이곳이. 정말 대단하지요? 제가 강호 무림을 그리 많이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은밀한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담혁수의 말에는 반쯤 자랑이 섞여 있었다.

“아저씨는 비밀이 많지. 은밀한 곳도 좋아하고.”

비강은 전에 어렵게 찾아갔던 아저씨의 거처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오. 혼잣말이었소.”

 

돌계단을 올라 부엌 앞에 도착한 담혁수는 쌀가마니와 고깃덩이를 내려놓고 긴 숨을 내쉬었다.

후우!

“주공…… 어?”

방금 전까지 뒤를 따라오던 비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담혁수는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비강을 찾았다.

비강은 절벽 중앙에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공께서 이상하게 저곳에 자주 드나드네. 저기에 뭐가 있다고 그러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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