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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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49화
제149화. 죽음이 전해지다(3)
“그동안 잘 있었소?”
“서방님!”
한달음에 달려간 기녀 홍매가 북궁도를 끌어안았다.
“소첩을 잊은 줄 알았어요.”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내게는 일편단심 그대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소?”
“피이…… 거짓말. 제가 파악하고 있는 기녀들만 해도 열이 넘을걸요?”
하하…… 하하하…….
“얼른 들어갑시다.”
북궁도는 어색하게 웃으며 홍매를 옆에 끼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곧 술상이 차려지고, 홍매가 술잔을 채웠다.
“며칠 전에 돈 많은 상인들이 우리 기루에서 술을 마시고 간 적이 있어요. 그분들이 술을 마시는 중에 북쪽에 있는 약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약가의 고수들이 꽤 많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강호에서 무인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 어디 하루 이틀이겠소. 자, 그대도 한 잔 받으시오.”
북궁도가 술잔을 채워 주자, 홍매는 술을 단숨에 비웠다.
그녀는 다른 손님들과 술을 마실 때 술을 한 번에 비우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술을 반쯤 남겨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자 했다.
“끝까지 들어 보세요, 서방님. 이번에 죽은 자 중에는 약가의 가인들 외에 중천 부천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우동문이라는 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어요.”
호오…….
그제야 북궁도는 관심을 드러내며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 일에 대해 그대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말해 보오.”
“예, 서방님. 원래 약가의 가인들은 하오문의 중요한 인사를 사로잡으려고 했었던 모양이에요. 그 일을 위해 중천의 부천주는 가인들과 함께 순찰단주와 순찰조원들까지 함께 내보냈다고 해요. 한데 그 하오문의 인사를 보호하고 있었던 사람이 강호에서도 꽤 유명했던 자라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어요. 상인들의 이야기로는 하오문의 인사를 보호하고 있던 자가 약가의 가인들과 우동문까지 몰살했다더라고요.”
“그 일에 동원된 약가의 가인들은 몇 명이라고 들었소?”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오십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순찰단주는 어찌 되었소?”
“그분과 조원들을 통해 그 일이 알려졌다고 해요.”
흐음…….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던 북궁도는 홍매의 뺨을 두 손을 감싸며 눈을 맞췄다.
홍매는 뺨을 붉히며 눈을 아래로 깔았다.
“홍매, 그대도 하오문에 들어간 거요?”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하하…….
북궁도는 박장대소를 했다.
기분 좋게 술을 비운 그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어찌하여 그런 곳에 들어간 거요?”
북궁도의 물음에 홍매는 얼굴만 붉힐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해 보시오. 화내지 않을 터이니.”
뒤이은 재촉에 홍매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소첩이…… 강호의 소문이라도 전해 주어야 북궁 대협께서 더 자주 찾아주시지 않겠어요.”
“그렇구려. 고맙소. 그래, 하오문의 주요 인사는 누구이고 그를 보호하던 자는 또 누구요?”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서안 지부장을 맡고 있던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분을 보호하던 자는 강호제일의 살수였었다고 해요.”
응?
북궁도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홍매를 바라보았다.
“방금…… 누구라고 했소?”
“예, 서안 지부장과 강호 제일의 살수였던…….”
‘약 단주와 조원들이 살아남은 데다, 그 자리에 서안 지부장이 함께하고 있었다?’
크흐흐…… 흐흐흐…….
북궁도의 입에서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괴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하하하…….
이어진 것은 기루가 떠나갈 듯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비강이, 너 이 자식…….”
북궁도는 저간의 사정을 대충이나마 파악했다.
그것은 하오문 서안 지부장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안 지부장과 비강은 아주 친한 사이였다.
아주 친한 사이일 뿐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었다.
아직까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안 지부장이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천하제일의 살수가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살가.
용감하게도 북림에 쳐들어간 천하제일의 살수.
팔이 잘려 강호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들었는데, 그가 하오문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놈이 틀림없어…… 그놈이…….”
천하에 우동문과 약가의 고수들을 한 번에 몰살시킬 고수는 흔치 않았다.
살가가 비록 천하제일의 살수라고 해도 한 팔을 잃었다. 약가의 가인들과 우동문까지 처리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북궁도는 약가의 가인들과 우동문을 몰살시킨 자가 비강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찌 되었든 한껏 기분이 좋아진 북궁도는 술을 마구 들이켰다.
“좋구나, 좋아. 그놈이 살아 있고 홍매가 내 옆에 있으니.”
“술은 조금만 드셔요, 서방님.”
하하하…….
“걱정 마시오, 홍매. 오늘만 술을 마음껏 마시고 내일부터는 조금씩만 마실 테니.”
그렇게 술을 마구 들이켜다 보니 취기가 일었다.
“이리 와 보시오, 홍매.”
“서방님…….”
홍매가 북궁도의 가슴을 파고들고 북궁도는 그녀를 안아 쓰러뜨렸다.
“홍매…….”
막 홍매의 입술을 탐하려던 북궁도의 검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작아졌다.
스으…….
검은 눈동자가 작아지자마자 한쪽 벽에 기대 놓았던 도가 날아와 북궁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서방님…….”
드륵…….
때를 맞춰 방문이 열리고, 언제 홍매의 입술을 탐했냐는 듯 북궁도는 정좌를 한 채 앉아 있었다.
“북궁도.”
도를 허리에 찬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난 또 누구라고? 유 대협께서 어쩐 일이시오?”
자못 진지한 얼굴로 앉아 있던 북궁도가 삐딱한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았다.
사내는 다름 아닌 도운패의 오른팔, 유영이었다.
유영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북궁도를 내려다보았다.
“선주님의 도가 돌아왔다.”
“이게…… 지금 무슨 소리요? 도가 혼자 돌아오다니. 사부께서 어디 나가셨소?”
덩달아 북궁도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어 갔다.
“가자.”
유영은 더 이상 북궁도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는지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북궁도도 황급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어나갔다.
“유 대협, 무슨 소리요? 어서 말해 보시오. 어서 말해 보라니까.”
북궁도가 빠져나간 방 안에는 홍매 혼자만이 남았다.
그녀의 안색도 자못 심각해졌다.
방금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북궁도의 언행으로 봐 아주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았다.
‘제발, 서방님께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 * *
으헝헝헝…….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북궁도 앞에 한 자루 도가 놓여 있었다.
그 도는 도운패가 항상 허리에 차고 다니던 애병이었다.
홍해(紅海).
도운패는 자신의 애병을 홍해라 불렀다.
홍해가 홀로 돌아왔다는 것은 곧 도운패의 죽음을 뜻한다.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북궁도의 뒤편으로 사십여 명의 인물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던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바로 유영이었다.
“그만해라.”
하지만 북궁도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해 갔다.
“바보같이! 바보같이! 나만 모르고 있었어! 멍청하게!”
쾅! 쾅! 쾅……!
북궁도는 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멍청한 놈! 그만하라고 하지 않느냐!”
유영이 소리를 지르며 북궁도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북궁도는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누굽…… 니까? 중천의 그자입니까?”
유영은 눈물이 가득한 북궁도의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었던지 고개를 돌렸다.
“당백요.”
“왜……? 그 여자가 왜!”
“정당한 대결이었다. 은운곡 정상에 선주님의 무덤을 만들었다고 하더구나.”
“왜 그 여자와의 대결을 내게 말해 주지 않은 겁니까? 왜!”
북궁도는 지금 유영에게 화가 나 있었다.
“선주님의 부탁이셨다. 그분께서는 네가 그 일을 알게 하지 말라 하셨다.”
으아아아아……!
소리를 질러 대던 북궁도는 유영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복수할 겁니다.”
“그 대결은 중천의 그분이 원하셨다.”
결국 시천세의 명령에 의해 당백요와 사부의 대결이 이루어졌다는 뜻이었다.
북궁도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으드득…….
“먼저 당백요를 죽이고 시천세를 죽일 겁니다! 목을 잡아 뽑고 사지를 찢을 겁니다!”
“도야.”
북궁도를 지켜보는 유영의 가슴도 말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북궁도는 나이 차가 많아 지지리도 말 안 듣는 동생이나 다름없었다.
이 철없는 동생이 간혹 행방불명될 때마다 선주의 부탁을 받아 찾으러 다녔었다.
그때마다 열에 여섯은 기루에 처박혀 있기는 했지만, 열에 넷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내기도 했었다.
어떤 때는 비렁뱅이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밥을 해 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또 어떤 때는 억울하고 힘없는 자의 원수를 갚아 주기 위해 살수 흉내를 내는 모습도 목격했었다.
남협(南俠)이라는 별호를 붙여 주고 몰래 퍼뜨린 사람도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도야, 선주께서는 네가 이 남선을 물려받기를 원하셨다.”
“내게는…… 필요 없습니다.”
이미 북궁도는 결심을 굳힌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아 바닥에 던져 놓고 사부의 도를 허리에 찼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유 대협.”
사부의 거처를 나서는 북궁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영도 뒤를 따라 걸었다.
“같이 가자.”
그리고 그의 뒤를 사십여 명의 무인들이 따라 움직였다.
담을 따라 길을 걸어가던 북궁도는 담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적룡조의 조원들이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
마침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지선방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북궁도와 눈이 마주쳤다.
“조장, 또 어디 가려는 거야?”
북궁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잠깐 나갔다가 오려고.”
“또 기루에 가려는 거지?”
“아니야. 선주님을 보러 가려는 거야.”
북궁도와 지선방의 대화에 다른 조원들도 병기를 내렸다.
“선주님께서 어디에 계시는데?”
“조금 먼 곳에.”
“그런데 조장 뒤에 계시는 분들은 누구야?”
“아, 선주님과 잘 아는 분들이야.”
“그래?”
조원들이 미심쩍은 얼굴로 쳐다보았지만 북궁도는 환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수상한데…….”
“금방 다녀올게. 잘 있어.”
“얼른 갔다 와.”
고개를 끄덕인 북궁도는 멀리 보이는 언덕을 향해 멈췄던 걸음을 재촉했다.
담 너머로 북궁도와 사십여 명의 무인들이 사라지고 난 후, 그 모습을 찬찬히 살피고 있던 춘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조장 표정이 전과 많이 달라.”
“뭐가 다른데? 내가 보기에는 전보다 더 환하더구만.”
“아니. 뭔가 많이 슬퍼 보였어. 그리고 조장 뒤에서 움직이던 사람들은 보통 무인들이 아니야.”
“그걸 어떻게 알아?”
“너무 조용했거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춘일의 이야기를 들은 지선방은 문득 짚이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설마…… 금지의…… 무인들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금지가 뭔데?”
“아니야. 아무것도. 나중에 말해 줄게.”
* * *
“남선의 주인이 사망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천주님.”
오수(午睡)라도 즐기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남궁악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다.
천천히 눈을 뜬 그는 바닥에 부복하고 있는 영파를 내려다보았다.
“사실이더냐?”
“지금 확인 중에 있습니다. 은운곡 정상에 도운패의 무덤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사실이구나…… 불쌍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