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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48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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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48화

제148화. 죽음이 전해지다(2)

 

 

 

“시천세와 삼패의 주인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우리가 하오문을 접수하자마자 그들의 귀로 곧장 그 소식이 전해질 것입니다.”

“어차피 하오문은 중천에 의해 망할 것이오.”

제갈곤의 확신에 오진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그런 장담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군사.”

껄껄…….

“곧 맹주님께도 그 소식이 올라올 것이외다. 시천세가 부리는 자들 중에 살몽이 있었던 모양이오.”

“살몽이라…… 설마 살수를 말하는 것입니까?”

오진권이나 남궁휘도 살몽이라는 살수에 대해서는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소이다. 바로 그 살몽이 시천세 밑에 있었소. 재미있는 일은 강호제일의 살수라던 살가가 하오문에 머물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자가 살몽은 물론이고 약가의 가인들까지 살해했다고 합디다.”

“그럴…… 리가…….”

오진권은 정파가 북림을 공격하기 전에 흑산도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하오문주를 만나 정파의 움직임에 대해 입 다물 것을 요구했다.

입을 다물지 않는다면 하오문의 내일이 없을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그때 하오문주는 그럴 것이라 약속을 했고, 그의 주변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었다.

“하오문주는 내…… 짐작보다 훨씬 더 음흉한 자로군요.”

“비밀이 없는 무문이나 무가가 어디 있겠소이까. 특히 흉측하고 잡스러운 것들이 모인 하오문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오. 아끼던 수하가 죽었으니 시천세는 반드시 그 일에 대한 죄를 물을 것이고, 대가는 하오문주의 목숨을 넘어 하오문의 멸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외다.”

“그렇다면 군사께서는 하오문주가 죽고 하오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니, 우리에게 협조적인 자를 우두머리로 세우자는 말씀이로군요.”

“그렇소이다. 아무리 중천의 힘이 강대하다지만, 하오문도를 전부 찾아내 죽여 없애지는 못하오.”

“그렇게만 된다면…… 한번 해 볼 만하군.”

남궁휘가 제갈곤의 계획에 동의하자 오진권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방은 이십 년 동안 도망치고 숨어 있느라 정보망이 전부 엉망이 되었다.

복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소한 오 년은 넘게 걸린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하오문이 개방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개방이 원래의 자리를 되찾을 때, 하오문은 버려질 것이다.

“중천과 삼패를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시천세는 앉아서 천 리를 내다보는 자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맹주. 설사 이 일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우린 하오문이 숨겨 놓고 있을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을 거외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이익이 아니겠소.”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진행하십시오.”

 

* * *

 

맹주에게 허락을 받아 낸 제갈곤은 곧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이번 일을 진행할 고수들을 추려 내기 시작했다.

하오문에 침투하여, 그 정보망을 온전히 무림맹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자들이었다.

“개방이 이 일에 적합할 것 같으니, 개방 제자들을 중심으로 진행시켜야겠구나.”

오래전부터 개방은 특히 하오문을 싫어했다. 아니, 경멸했다.

하는 일은 비슷할지 몰라도, 수단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개방은 구걸을 하지만, 하오문은 물품을 빼앗는다.

개방은 없으면 굶지만, 하오문은 도둑질을 한다.

개방은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하오문은 거짓을 숨 쉬듯 하고 사기를 친다.

개방은 흉적들을 죽이지만, 하오문은 양민들을 죽인다.

이것이 개방과 하오문의 차이였고, 개방과 정파가 하오문을 경멸하는 이유였다.

 

삐걱.

“어서 오시오, 마안자. 고생이 많소이다.”

개방 고수들을 선별하던 제갈곤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국원을 반겨 맞이했다.

“중천에서 전서가 날아왔는데 겉에 수취인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국원은 새끼손가락만 하게 말린 종잇조각을 내밀었다.

제갈곤이 돌돌 말린 전서의 겉을 살펴보니, 과연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겉에 있는 이름은 무림맹주 오진권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른 전서를 펴 읽어 내려간 제갈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허허…… 허허허…….

“예상 밖이군. 예상 밖이야.”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제갈곤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했다.

“왜 그러십니까? 군사.”

제갈곤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마치 혼이 다 빠져나간 사람처럼 비어 버린 눈으로 탁자 위의 명단만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흐릿했던 눈에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맹주가 보낸 것이 아니라, 중천 벽 총관의 전서였소. 그자가 이르기를 하오문에 관여하지 말라 하는구려.”

제갈곤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천하제일이라는 시천세를 눈으로 본 적은 없었으나, 맹주와 부맹주에게 지난 이야기를 들어 그가 어떤 자인지 머릿속으로 그려 놓고 있었다.

시천세는 무림맹이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자, 일생일대의 적수였다.

무공으로는 그를 넘지 못하겠으나, 식견만은 그를 앞서고 싶었다.

한데, 자신의 수가 중천에게 읽힌 것이다.

조심스럽게 전서를 펼쳐 읽은 국원이 말문을 열었다.

“벽하원이 아닌 시천세의 의중이었을 것입니다.”

“알고 있소. 그래서 두렵다는 거요.”

 

* * *

 

“운패가 갔구나. 참으로 정이 넘치는 녀석이었는데…… 그 녀석은 잘 묻어 주었더냐?”

시천세는 착잡한 얼굴로 도운패의 애병을 손으로 쓸었다.

네 명의 사제 중 두 명이 명을 달리했다.

이제 남은 사제들은 둘. 아니, 하나가 더 늘어 셋이던가. 그들도 곧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예, 주공. 은운곡 정상에 그분의 무덤이 있습니다.”

“한번…… 가 봐야겠구나.”

잠시나마 울컥했던 시천세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 도는 남선의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주고 오라.”

“존명.”

무릎을 꿇어 두 손으로 도를 받든 종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살몽의 일은 어떻게 처리하시려는지요? 하오문을 쓸어 버릴 준비는 끝냈습니다.”

우두머리는 응당 수하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

하여 종예는 지금 살몽에 대한 복수를 묻고 있었다.

그러나 시천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종예의 짐작과 사뭇 달랐다.

“너는 살수 한 놈이 살몽과 약가의 가인들까지 한꺼번에 멸절시킬 수 있다고 보느냐?”

“살가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겠으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크크크크크…….

“그렇다면 순찰단주이자 약가의 딸년은? 그 계집은 무얼 하고 있었다더냐?”

“순찰단주는 무공이 제법입니다. 그러하니…….”

크하하하하…….

시천세는 탁자까지 두드려 대며 웃었다.

“살몽을 죽인 놈은 살가가 아니다.”

“그럼…… 누가 살몽을 죽였습니까?”

“천하 살수들 중에서 두 번째 자리에 있는 놈과 함께 약가의 가인들까지 몰살할 수 있는 고수는 그리 흔하지 않지. 황옥과 우화봉은 어찌하고 있느냐?”

“워낙에 심한 부상이었던지라 아직까지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공.”

“그놈들에게 하오문으로 가라 전하라. 그곳에서 기다리다 보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놈이 찾아올 것이라 전해라. 마동에서 나온 놈들도 데려가도록 하고.”

종예는 놀라 눈을 부릅뜨며 시천세를 올려다보았다.

여태까지 그녀가 이토록 놀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자신이 모시고 있는 주인은 마치 백리혈 연비강이 살아 있다는 듯 말하고 있지 않은가.

“범인이…… 연비강이란…… 말씀이십니까? 그자가 살아 있다는…….”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는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시천세는 눈웃음을 지었다.

“약가의 계집과 연비강이 제법 친하다지? 참으로 재미난 계집이야. 가문의 가인들이 몰살을 당했는데도 애비에게 그 사실을 숨긴 것을 보면.”

“당장 그 계집을 불러들여 문초를 해 보겠습니다, 주공.”

“그 계집을 문초한다고 당장 눈앞에 연비강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더냐? 놔둬. 나중에 쓸 일이 있으니. 그만 나가 봐.”

“예.”

종예가 조용히 물러나고 난 후, 시천세는 의자에 몸을 묻었다.

사부는 셀 수 없는 삶과 죽음을 지켜보며 살아왔을 것이다.

아기에서부터 성년으로 자라나 늙어 죽을 때까지의 삶을 여러 번 지켜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부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

그 자리가 지독하게 외로운 자리라 할지라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다.

비록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더라도,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사부, 나는 당신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낼 거요.’

 

* * *

 

스슥! 쉬쉭!

아이가 주먹질을 할 때마다 제법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목과 발목에 작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이용은 먼지를 일으키며 공터를 헤집었다.

아이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은 그만하면 되었다.”

“조금 더 하고 싶습니다.”

비강의 말에 아이 이용이 머리를 숙였다.

“그럼, 일각만 더 하고 들어가 쉬어라.”

“예.”

이용의 무공 연마를 보아준 비강은 공터를 나와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아래쪽으로 수많은 이들이 오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집을 짓는 사람부터 성벽을 쌓는 사람, 그리고 길을 닦는 사람과 황무지 같은 땅을 일궈 논과 밭을 만드는 사람까지.

수많은 이가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식량을 나눠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십만대산으로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무인도 제법 섞여 있어 담정천이 그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까지 저들을 받아들일 생각이십니까? 담노.”

“이제 곧 문을 닫을 생각입니다, 주인.”

담노가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

“뒤늦게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어찌하려고요?”

“안타깝지만 돌려보내야겠지요. 무작정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재물이 무한정으로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담노.”

비강의 물음에 담노는 의자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주인. 소인이 안목이 짧아 주인을 찾고 난 후의 일을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저 주인을 찾고 난 후 복수만을 꿈꿨습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담노. 저는 담노가 저를 찾아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비강은 눈물을 흘리는 담노를 억지로 안아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녹원선인이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주인께서는 다음 강호를 위해 준비된 분이시라고요. 주인께서 강호의 주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하아…….

비강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녹원선인. 아니, 무진도는 요물중의 요물이었다.

어느새 담노의 마음까지 자신의 뜻대로 바꿔 놓지 않았는가.

“담노는 그 일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예. 주인이라면 능히 그렇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담노의 대답엔 확신이 서려 있었다.

비강은 선뜻 그렇게 하겠노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비강은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무진도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곳을 삼패나 중천과 같은 곳으로 만들려 한다.

아니, 그의 뜻이 아닐지도 몰랐다.

어쩌면 아저씨가 시킨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사기꾼에 도둑입니다, 담노. 녹원선인 같은 것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주인. 하나 주인을 위해서라면 그가 사기꾼이든 도둑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담노는 한결같았다.

“녹원선인은 주인을 일월성신의 화신이라 하였습니다. 또한 실제로 그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가 도둑에 사기꾼이라 할지라도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것입니다.”

아저씨와 함께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그분은 진정 신과 같으니.

“주인, 녹원선인이 이르기를 지금의 주인이 있게 한 분은 분명 신이라 하였습니다.”

“그럴지도…… 그럴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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