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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46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46화

제146화. 두 번째 무신이 지다

 

 

 

“오늘은 뚱땡이가 늦었네?”

당백요도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크하하하하…….

두 사람은 고개까지 젖히며 웃어 댔다.

“내 생각 많이 했냐?”

“지랄하고 자빠졌네.”

당백요는 산 정상에 술자리까지 마련해 놓고 있었다.

“누가 준비했냐?”

“북림의 총관을 맡아 보던 놈의 동생이 이 은운곡의 주인으로 있어서 준비시켰어.”

아.

은운곡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어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제 은운곡은 낭인들을 더 이상 삼패에 파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호는 삼패 외에도 은원이 얽히고설킨 곳이 아주 흔했다.

도운패는 도를 옆에 세워 놓고 편안하게 앉았다.

“사형이 시킨 일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군.”

이곳에서 둘이 생사결을 치르게 되면 결과가 아주 빠르게 중천으로 전해질 것이다.

“숨긴다고 숨겨질까?”

“그렇기는 하지.”

당백요가 도운패의 잔에 술을 채우고, 도운패는 당백요의 잔에 술을 채웠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같이 사형을 치러 가자고?”

도운패가 고개를 끄덕이자 당백요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 미소를 접한 도운패도 자조적인 미소를 만들어 냈다.

“가을쯤 사형에게 생사결을 요청하려고 했었다. 네가 조금 더 빨랐지만. 아니, 사형이 조금 더 빠른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사형보다 한 발씩 늦었어.”

“그래서 사형을 마음에 품고 있었냐?”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우린 다 알고 있었어. 오래전부터.”

하하하하…….

당백요가 크게 웃자 도운패도 따라 웃었다.

도운패의 말이 맞다.

황곡에서 함께 지낼 때, 당백요는 사형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풍천양과 도운패, 남궁악은 알고 있었다.

당백요도 애틋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랬었다.

강호에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행복했었다.

하지만 도운패가 말하지 않은 사실도 있었다.

풍천양과 도운패, 남궁악 모두 당백요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 하나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말을 꺼내 놓지는 않았지만.

술잔을 비우고 젓가락으로 볶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은 도운패가 인상을 썼다.

하하하…….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당백요가 웃었다.

“맛이 없을 거야. 요리를 할 때 잡념이 많았을 테니.”

“그 계집아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고기 냄새가 아닌 사람의 피 냄새가 느껴져.”

문득 중천까지 떠오르고 있는 해를 바라보던 당백요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부님께서 살아 계셔.”

뜻밖의 말이었지만 도운패는 놀라지 않았다.

비강의 일로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놀라지 않네? 설마 너도 사형에게 들은 거냐?”

“아니.”

“하긴. 사부라면 능히 살아 계시고도 남을 분이시지. 수백 년을 다른 이름으로 살아오셨으니까.”

당백요는 사형에게 들은 말을 숨기지 않았다.

오늘은 두 사람이 마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사형이 그런 말까지 했나?”

“그래. 혈마로, 무극천황으로 천마로, 강호 무림을 조종하고 계셨다고.”

하하하하하…….

당백요는 시원스럽게 웃고 있는 도운패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런 말을 듣고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니.

도운패는 조금의 욕심조차 생기지 않는단 말인가.

자신은 사형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불같은 욕심이 생겼었다.

“운패, 너는 사부님이 사형과 우리들을 기르고 가르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백요의 이 말은 사부의 은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들은 이용당했다.

그러나 도운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 어느 누구가 고아나 다름없는 자신들을 데려와 길러 주고 가르칠까?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분은 강요하지 않았다.

온전히 자신들의 선택이었을 뿐.

“사부님은…… 후계자를 찾고 있었던 거로군. 그렇지? 백요, 그래서 네가 나와 일전을 치르기로 결심했던 거겠지.”

도운패는 당백요의 심중을 정확하게 짚어 냈다.

“그래. 운패, 네 말이 맞아. 사형이 사부님에게 가장 가깝다지만, 나라고 사부님에게 가까워지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과연 사부님은 제자 중에 누구를 보고 계셨을까?

사형, 남궁악, 당백요 그리고 자신. 이들 중에 누구를 보고 계셨을까?

도운패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하나가 남았다.

백리혈 연비강.

“어쩌면 사부님은 사형이나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이지?”

역시, 당백요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해답은 네가 찾아봐라. 이제 그만 시작할까?”

도운패가 먼저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뒤이어 당백요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 *

 

벽사군은 언제나 남들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다른 자들이 꿈속에 잠겨 있을 때 무공을 연마하고 운기행공을 했다.

다른 자들이 막 잠에서 깨어 무공을 연마할 때 그녀는 몸을 씻고 세안까지 마친 후였다.

새 무복으로 갈아입고 막 집밖으로 나서던 벽사군은 멈칫 놀라 물러섰다.

집 앞에 놓여 있는 작은 바위 위에 여인이 앉아 떠오른 아침 해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답지 않느냐?”

누군가에게 묻는 질문인지 모르겠으나, 벽사군은 예를 갖춰 허리를 숙였다.

“중…… 천의 벽사군이 신후께…… 인사 올립니다.”

신후 당백요를 대하는 벽사군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두근거렸다.

신후는 벽사군의 꿈이었다.

여인의 몸으로 당당하게 강호 무림의 일각을 좌지우지하는 무신이었다.

“소녀를 벌하러 오셨는지요?”

아침 해를 올려다보던 당백요는 빙긋 미소를 짓더니 벽사군에게 눈을 돌렸다.

“지은 죄라도 있느냐?”

“어…… 없습니다.”

“그래?”

당백요가 되물었지만, 벽사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당백요는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곧 아주 귀한 손님이 이곳에 나타날 것이니라. 술과 간단한 요리를 준비하여라.”

“어…… 떤 분이신지 여쭈어도 되겠는지요?”

“너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구나.”

“죄송합니다.”

얼른 머리를 조아린 벽사군은 술과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

“오직 너만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등 뒤에서 당백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벽사군은 급히 걸음을 멈추고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명심하겠습니다.”

 

* * *

 

산을 내려와 요리를 준비하는 벽사군의 모습에 일하는 여인들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힐끔거렸다.

그러나 감히 함부로 이유를 묻지 못했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

지나고 보니 마음 상하는 말이었다.

음.

고기를 썰던 벽사군은 얼른 손을 들어 보았다.

검지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원래 요리를 즐겨 하는 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생각이 많아 부엌칼에 손이 베인 것이다.

그녀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입으로 빨았다.

그리고 다시 피가 배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고기를 썰었다.

고기에 그녀의 피가 섞여 들어갔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 내가…….’

요리를 마련하고 술을 준비한 벽사군은 산 정상으로 의자와 탁자를 직접 운반했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탁자와 의자를 준비하고 요리와 술을 내오자, 그제야 당백요가 모습을 드러냈다.

“밤이 될 때까지 올라오지 말거라.”

“소녀가 옆에서…….”

“자격이 없다는 말을 잊었느냐?”

천양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제 이 아이는 천양의 제자도 아닐뿐더러 그만한 자격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죄…… 송합니다.”

벽사군은 그대로 물러나야 했다.

산을 내려오는 벽사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 어째서…… 마고(麻姑)로까지 불리고 있는 내가……?’

 

* * *

 

신후의 검법은 가히 천하제일이었다.

쌍검으로 펼치는 검법은 인근의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며 도운패를 향해 밀려들어 갔다.

희뿌연 검영으로 가득한 공간 속을 도운패의 도가 파고들었다.

쿠웅! 쿵……!

공간이 이지러지고 빛의 파편이 튀었다.

공간을 가득 메운 검영은 도운패의 도에 의해 갈가리 잘려 나갔다.

두 사람이 뿜어내는 기세에 인근 산짐승들이 놀라 도망치거나 피를 토해 내며 쓰러졌다.

당백요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도운패도 뒤를 쫓아 신형을 띄웠다.

꽈쾅! 쾅! 쾅……!

광휘에 휩싸인 쌍검과 도가 하늘에서 맞부딪쳤다.

두 마리의 용이 뒤엉키며 하늘을 다투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스앙! 스앙!

땅에 내려선 두 사람의 검과 도가 엇갈렸다.

지독한 살기는 바람을 타고 산 정상을 좌우로 가로질렀다.

콰드드드…… 드드드― 

쿵! 쿵……!

살기가 스쳐 지나간 거목들이 잘려 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콰쾅! 쾅……!

검광과 도광은 땅을 가로세로로 훑고 잡초들까지 하늘로 날려 보냈다.

산 정상을 가득 메우며 서로의 목숨을 노리던 수많은 당백요와 도운패가 하나로 합쳐졌다.

촤르르…….

하나로 합쳐졌던 두 사람의 신형은 다시 수십으로 늘어나 희뿌연 먼지 속에서 뒤엉켰다.

콰쾅! 쾅……!

두 사람의 무지막지한 공방은 땅을 뒤흔들어 푸른 거목들을 떨게 했다.

푸른 나뭇잎들은 울림에 떨어져 먼지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푸스스…….

나뭇잎들은 가루가 되어 먼지와 함께 흩어졌다.

쿵! 콰쾅……!

거대한 검광과 도광이 하늘로 충천하며 번쩍거리고 잔영이 스치는 곳에 자욱하게 먼지가 피어올랐다.

후우…….

거침없이 맞부딪쳤던 두 사람은 잠시 합을 거두며 거리를 벌렸다.

“우리가 이렇게 검과 도를 섞어 본 것이 몇 년 만이지?”

“이십육 년하고도 두 달이 더 지났지.”

도운패는 전에 황곡에서 당백요와 겨뤘던 비무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천양이 가장 많이 이겼고 그다음이 나였지 아마.”

“맞아. 그랬지.”

네 사람은 자주 비무를 했었다.

그중에 풍천양이 비무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었고, 그다음이 당백요였으며, 세 번째가 도운패였다.

남궁악은 비무에서 승리할 때보다 패할 때가 더 많았었다.

뿌옇던 먼지가 가라앉고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두 사람 모두 다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비단무복은 여기저기 갈라지고 찢어져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뚱땡이가 사내다워졌어.”

“찢어진 옷 사이로 속살이 보이는 것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구나.”

하하하…….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끝나자마자 신형이 사라졌다.

콰쾅! 쾅……!

 

* * *

 

산을 울리는 두 사람의 충돌을 은운곡의 무인들이 모를 리 없었다.

아래쪽에서 바라보는 정상에서는 뿌연 먼지와 굉음, 빛줄기가 이리저리 치솟고 있었다.

강호를 잘 알고 고수의 무공을 잘 아는 자들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으나, 호기심이 왕성하거나 자존심이 강한 자들은 산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 앞을 벽사군이 가로막았다.

“올라가면 안 돼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곡주.”

“알 필요 없어요.”

벽사군은 산 정상에서 당백요와 싸우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신후와 당당하게 싸움을 벌일 만한 자는 다른 무신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자의 정체는 바로 남선의 도신, 도운패일 것이다.

은운곡으로 떠나기 전 오라버니인 벽하원이 이런 말을 했었다.

‘곧 남선이나 서패에 큰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 큰일이란 바로 오늘의 일을 말하는 것이리라.

두 무신 중에 하나가 죽는다면 그곳은 곧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벽사군이 앞을 막아서기는 했지만, 명령을 거스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은운곡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낭인들이었다.

그들 중에 주이랑이라는 자는 이 산 정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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