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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3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39화

제139화. 십만대산의 신(3)

 

 

 

“무명옷이 단돈 열 푼입니다! 어서들 오십시오!”

“싱싱한 생선이 바로 어제저녁에 들어왔습니다!”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시장 안으로 들어온 비강은 포목점을 찾았다.

누군가 혹시 자신을 알아볼까 하여 주의를 기울였으나 다행히 시선을 끄는 자는 없었다.

이곳은 예전에 한번 들렀던 동네였다.

별로 큰 동네가 아닌 탓에 좌판에서 옷을 파는 장사치들 외에 포목점은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

“검은 비단 무복 있소?”

비강의 물음에 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주인은 눈을 치떴다.

“방금 비단 무복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있다면 세 벌 정도 주시오.”

“이, 있기야 합니다만…….”

주인은 허름하고 낡은 옷을 입고 있는 비강의 위아래를 살폈다.

아무리 봐도 값비싼 비단 무복을 입을 정도로 부유해 보이지는 않았다.

“뭐 하고 있소?”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내오려 하는데 비강의 입이 다시 열렸다.

“주문할 것이 더 있소. 열 살쯤 되는 아이가 입을 비단옷 세 벌, 사내가 입을 비단옷 세 벌을 더 주시오.”

“저…… 정말 그것을 전부 다 사실 겁니까?”

“그렇소. 이거면 되었소?”

비강은 품에서 금 목걸이와 귀걸이를 꺼내 주인 앞에 내밀었다.

“아,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주인의 안색은 전에 없을 정도로 환해졌다.

 

옷을 구한 비강은 객잔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건포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 * *

 

허억, 허억…….

아이는 바닥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달리고 또 달리고.

아이가 하는 일은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었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알겠느냐?”

언제 나타났는지 짐 보따리를 짊어진 비강이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 아저씨.”

아저씨.

자신이 부르던 저 호칭을 자신이 직접 듣게 될 줄이야.

“마을이 가까운데, 어찌 이런 곳에서 노숙을 하시죠?”

근처에 있던 중년 여인은 궁금한 것도 많은 모양이었다.

“당신들이나 마을로 들어가 쉬시오. 우리는 이곳이 좋으니.”

비강의 대꾸를 여인은 묘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비강은 짐을 내려놓고 보따리를 배게 삼아 누웠다.

“곧 섬서로 넘어갑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따라올 생각입니까?”

“우리 목적지는 섬…… 서 너머의 감숙…… 이에요.”

여인은 비강의 표정을 살피며 자신들의 목적지를 밝혔다.

“환장하겠군.”

저 여인의 대답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떼어 내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특별하고 비밀이 많은 여인이었다.

여인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숙을 할 거면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해요. 곧 비가 올 거니까.”

한쪽에 앉아 자신의 아들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던 의원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 * *

 

쏴아아…….

의원은 동굴 안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지켜보았다.

분명 구름 한 점 없었으나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여인의 제자들이 일행을 동굴 안으로 이끌었다.

제자들은 이미 비가 내릴 것을 예상해 피할 곳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아셨습니까?”

너무도 궁금하여 물었다.

“오해(五海)의 용신들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의원은 여인의 대답이 미심쩍었다.

오해는 뭐고 용신은 또 뭐란 말인가.

“냄새와 바람으로.”

그때 비강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의원은 의아해했으나 여인과 제자들은 몹시 놀란 눈치였다.

“어떻게 알았죠?”

“그냥 느꼈습니다.”

여인은 더욱 당황했다.

이것은 느끼려고 해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부단한 노력만이 미미한 비의 냄새를 찾을 수 있고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참으로 특별한 능력입니다.”

“당신도 아주 특별한 사람이로군요.”

 

* * *

 

연적인 비강이 남궁악에게 패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동문은 하오문도들을 찾아가 닦달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안 지부장을 찾아라. 서안 지부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전부 죽여 없앨 것이다.”

서슬 퍼런 협박에 하오문도들은 사방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수집해 우동문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좀처럼 장경주가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정보 하나가 서안으로 날아들었다.

연안에 있는 안새구(安塞区)에 검은 마차가 자주 출몰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연비강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검은 마차의 출몰이 자주 목격되었다고 했다.

흔한 마차에 관한 정보였지만, 우동문은 단번에 그 마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장경주는 사람을 만날 때 검은 마차를 자주 이용했었다.

“연안에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약추완을 찾아간 우동문은 먼저 그런 말로 운을 띄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당분간 외출은 자제하도록 하라.”

중천에서 약추완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큰 공이라도 세워 이인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어야 하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니 수하들도 그를 내심 우습게 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오문 서안 지부장이 연안에 숨어 있습니다. 서안 지부장은 하오문주의 무남독녀로, 그녀만 확보한다면 하오문주까지 부천주님의 발아래 무릎을 꿇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동문은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될 하오문주의 비밀까지 털어놓았다.

오호라…….

약추완은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며 관심을 보였다.

지금까지 하오문은 강호의 쓰레기들로 여기고 있던 그였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하찮은 하오문에게까지 욕심이 일었다.

누가 알겠는가.

하오문에 우동문 같은 자들이 많이 있을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약추완의 입이 열렸다.

“서안에 기거하고 있는 약가의 가인들을 네게 붙여 주마. 거기다 순찰조까지 더해 연안으로 출발하라. 반드시 하오문의 계집을 내 눈앞에 데려오도록 하라.”

“존명.”

깊숙이 허리를 숙여 명령을 받든 우동문이 밖으로 나가려 몸을 돌린 순간.

“아무리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지만 하오문주의 여식까지 내게 바치려 하다니. 너도 참 대단하구나.”

우동문은 지금 약추완이 내뱉은 말에서 그가 자신을 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 또한 약추완을 믿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위해 이용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저는 부천주께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를 했습니다. 하여 지난날의 은의 따위는 잊은 지 오래입니다. 다만 청이 하나 있다면 하오문주의 여식을 제게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 주겠다. 하오문주의 여식은 이제부터 네 것이니라. 또한 이 일을 무사히 완수한다면 너를 순찰단의 부단주로 임명하겠다.”

“감사합니다, 부천주.”

우동문은 새삼스레 바닥에 넙죽 엎드려 고마움을 표했다.

“그만 나가 보아라.”

“예.”

약추완은 방을 나서는 우동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저놈, 나와 너무 많이 닮았어.’

남들은 자신을 두고 변화무쌍하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강호에서는 무력이 강한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 살아남아 권력을 누리는 자가 강한 자였다.

“순찰단주를 호출하라.”

 

* * *

 

“가지 않겠습니다.”

“가야 할 것이다.”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짐작대로 약철빙은 완강하게 명령을 거부했다.

그러나 약추완은 약철빙을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네가 이 일만 완수한다면 이곳에서 내보내 주마. 네 마음대로 살아가도록 해라.”

흐릿했던 약철빙의 눈동자에 잠시나마 생기가 감돌았다.

“가문에서 저를 축출한다는 공표를 해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다. 이 일만 완수한다면 강호에 공표를 하마.”

“그렇다면 맡겠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연안에 숨어 있는 하오문의 서안 지부장을 추포해 오는 일이다.”

약철빙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오문 서안 지부장이라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골목길에 숨어 묘한 눈으로 비강을 바라보던 계집.

하지만 이제 그 계집이 바라보던 비강은 죽어 이 세상에 없다.

‘망할.’

약철빙은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억지로 눌러 참았다.

“잡아 오죠.”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이다. 그 계집만 잡아 온다면 하오문주가 숨겨 놓았던 모든 것이 중천과 가문의 차지가 될 것이니.”

 

* * *

 

참으로 요상한 일행이었다.

두 사람은 비단옷을 입었고 세 사람은 허름하고 낡은 무명옷이었다.

거기다가 일행과 함께하고 있는 아이는 계속 뛰기만 하는 것이었다.

허억…… 헉…….

너무 숨이 찬 나머지 아이는 땅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잠시 후 비강이 도착하자 아이는 억지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누워 있어라.”

아이가 땅바닥에 몸을 눕히자 비강은 그 옆에 앉아 아이의 몸을 주물렀다.

손길이 몸을 스칠 때마다 아이는 눈을 찡그렸다.

“시원하느냐?”

“네. 그리고 이상하게 몸이 쩌릿쩌릿해요.”

“예전에 이 아저씨도 다른 아저씨가 이렇게 몸을 주물러 주었단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의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비강이 내공을 이용하여 아들의 몸을 풀어 주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일어나 보아라.”

아이는 언제 지쳐 쓰러졌냐는 듯 바닥에서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다시 저기 멀리 보이는 소나무까지 뛰어갔다가 오너라.”

“예.”

아이가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비강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나고 나니 그때가 인생에 있어 제일 행복했던 때였다.

곁에는 아저씨밖에 없었지만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비강의 아련한 눈빛을 훔쳐보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언젠가 당신도 저런 날이 있었군요.”

여인의 말에 비강은 얼른 그 눈빛을 지워 버렸다.

역시, 이 여자는 뭔가 많이 수상했다.

멀리 보이는 소나무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를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던 비강은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 인상을 풀고 천천히 걸었다.

아이가 소나무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털가죽을 걸친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전할 겁니다.”

의원이 놀라 달려가려 하자 비강이 손으로 그를 막았다.

산적들은 아이를 억센 손으로 붙잡고 목 아래 대도를 들이밀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놓아라!”

통행세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놓으라니.

비강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해를 힐긋 바라보았다.

“오늘 밤은 산채에서 머물러야겠습니다.”

“저들을 전부 죽일 건가요?”

여인의 물음에 비강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산적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십여 장을 격하고 비강이 걸음을 멈추자 의원과 여인, 제자들도 걸음을 멈췄다.

비강은 산적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오직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아이는 약간 겁을 먹고 있기는 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았다.

“훌륭하구나.”

비강의 칭찬에 커다란 칼이 목 아래에 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다.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 어서 가진 것들을 전부 내놓아라.”

산적의 협박에 그제야 비강의 시선이 그들에게 옮겨 갔다.

진한 술 냄새가 십 장 너머까지 풍겨 왔다.

“통행세라면 주마.”

크크크크…….

“어디 내놔 봐.”

아이에게 대도를 겨눈 산적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강은 품에서 진주알로 만든 귀걸이를 꺼내 줄을 풀었다.

툭.

산적들 앞에 떨어진 것은 겨우 진주알 하나였다.

“그것이면 만족하나?”

“이 새끼가 누굴 놀리나?”

산적들의 안색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진주알 한 알이면 통행세치고는 차고 넘쳤으나 이미 진주 목걸이를 본 후였다.

“어서 그것을 전부 내놓고 목숨을 빌…… 어?”

협박을 이어 가던 산적의 눈은 여인과 함께 있는 젊은 여제자에게 옮겨 갔다.

크크크크…….

음흉한 웃음은 전염이라도 되는지 모든 산적에게 옮겨 갔다.

“너희들 채주가 누구지?”

보통 산적들은 통행세만 내면 무사히 보내 준다.

그러나 이자들은 다른 산적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건 알아서 뭐 하게?”

“그럼, 직접 알아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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