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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31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31화

제131화. 동쪽의 악(惡)(1)

 

 

 

객방을 나온 북궁도는 사형제를 아주 큰 요리점으로 안내했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요리점주는 평소부터 북궁도를 잘 알고 있는지 환한 얼굴로 반기며 으슥한 방으로 안내했다.

“기루에 일러 기녀라도 한 명 불러 드릴까요?”

방으로 안내한 점주가 북궁도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살거렸다.

하하…… 하하하…….

북궁도는 어색하게 웃으며 요리점주의 등을 밀었다.

“나중에…… 나중에 부탁하오.”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그 모습을 살펴보고 있던 여인이 살짝 아미를 찌푸렸다.

‘뭐야? 이 사람은?’

술이 나오고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작은 돼지를 통째로 구워 나온 것으로, 보기에도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이 요리점에서 아주 유명한 요리요. 해서 아침부터 미리 이런 돼지들을 굽기 시작한다오.”

북궁도는 친절하게 설명까지 하며 손수 고개를 잘라 주기까지 했다.

“자, 듭시다.”

북궁도가 먼저 술잔을 들자 사형제는 얼결에 술잔을 들어 올렸다.

술이 한 순배 들어가고 난 후, 북궁도는 술잔을 내리며 물었다.

“먼저 이름과 사문부터 밝히시오.”

삽시간에 분위기가 바뀌자 여인과 사형제들은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 사내는 몹시 가벼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 어느 누구보다 진중해 보였다.

여인이 먼저 신색을 바로 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저의 이름은 춘일이라고 합니다. 봄에 저를 거뒀기에 사부님께서 그런 이름을 붙이셨답니다. 우리들은 전부 사형지간으로, 같은 사부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원래 우리들은 전부 고아였는데 사부님께서 데려다 길러 주시고 가르치셨습니다. 하여 사부님은 저희들에게 있어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이십니다. 사부님의 존함은 ‘여람’이십니다.”

‘여람. 과연 그만한 사부가 있으니 이런 제자들을 길러 냈겠지.’

북궁도에게 있어 그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약 이십오 년 전쯤 구파일방과 육대세가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은거한 사람이었다.

강호에서 활동할 때 그의 별호는 놀랍게도 검절(劍絶)이었다.

하지만 정파에서는 그를 검악(劍惡)이라 불렀다.

별호처럼 그의 무공은 참으로 대단했다 한다.

여인 춘일에 이어 얼굴이 큰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저는 둘째인 춘이입니다. 사부님께서 여기 사저를 먼저 거두시고 한 달 후에 저를 거두셨습니다.”

흠…….

북궁도는 뭔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불쑥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머리가 크군. 아마도 나중에 강호에서 명성을 드높이게 되면 별호에 대두(大頭)가 반드시 들어갈 거요.”

북궁도의 말에 사내는 얼굴을 붉혔다.

춘이에 이어 셋째가 이름을 밝혔다.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사내였다.

“저는 사부님께서 겨울에 거뒀기에 동삼이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이어 네 번째 눈빛이 날카로운 십 대 후반의 사내가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사부님께서 가을에 거둬 추사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사형제들이 이름을 밝히자 북궁도도 자신의 정체를 말했다.

“나는 남선 적룡조의 북궁도요.”

아아…….

비록 강호 무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사부에게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지만, 강호에 나오자마자 남협 북궁도에 관해서는 여러 번 들어 알고 있었다.

장난이 지나치고 여인을 많이 밝히기는 하나 진정한 협객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남협 외에 또 다른 별호도 가지고 있었다.

“강호의…… 진상.”

헙!

머리 큰 사내 춘이가 중얼거리다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하하……!

북궁도는 웃음으로 어색한 상황을 넘겨 버렸다.

“남협을 몰라뵈었습니다.”

춘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북궁도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되었소. 어차피 한 가족이 될 텐데, 너무 예의에 구애받지 마시오.”

북궁도가 잔을 들어 올리자 사형제들도 전부 잔을 들었다.

한 가족이 된다는 말은 자신들을 적룡조에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잔을 비우고 내린 그는 네 명의 사형제들을 두루 살폈다.

참으로 묘한 우연이었다.

강호 무림은 네 명의 절대자가 지배하고 있었다.

한 명이 죽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네 명의 절대자가 지배하고 있다.

여인 하나에 사내가 셋.

거기다가 그 절대자들도 어릴 때 사부가 거뒀다고 했었다.

‘검절의 무공은 이들에 의해 대대로 전해지겠구나.’

기분 좋게 연거푸 술잔을 들이켜던 북궁도는 갑자기 우울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감싸 쥐었다.

그의 그런 갑작스런 행동에 춘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우리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오. 그대들 때문이 아니오. 얼른 밖에 나가 비강이를 만나야 하는데…….”

북궁도의 입에서 비강이라는 이름이 흘러나오자 사형제들은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혹시 남협께서 방금 입에 올리신 이름은 백리혈 연비강이 아닌지요?”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북궁도가 고개를 쳐들며 춘일을 응시했다.

“맞소. 아시오?”

“네. 강호에 나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름이에요. 더군다나 우리는 우연히 그분과 동행을 했었어요.”

“어? 정말이오? 어디서, 어떻게 동행하게 되었소? 그놈은 잘 있소?”

북궁도가 질문을 쏟아 내자 춘일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연히 함께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그분은 저희에게 건포를 나눠 주셨어요. 사실 저흐는 가진 은자가 부족해 강호에 나와 건포라는 것을 사 먹어 보지 못했거든요.”

하하하…….

“역시, 그 녀석은 착해.”

북궁도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계속해 보시오.”

“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이곳 남선으로 오는 배 안에서였어요. 그분은 수많은 강호인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그런 무공은 생전 처음 보았어요. 수많은 적들이…….”

춘일은 배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질 때마다 북궁도의 안색은 수시로 변했다.

하하하하…….

“역시, 내 벗이야. 아무렴. 감히 어떤 놈들이 내 벗을 함부로 어찌할까? 그런 놈들은 전부 죽여야지. 아니지, 아니야. 작작 좀 죽여라. 그러니 마왕이라는 소리를 듣지.”

에휴…….

길게 한숨을 내쉰 북궁도가 잔을 비웠을 때 문이 열리고 여인이 들어섰다.

그녀는 적룡조의 부조장 지선방이었다.

“조장, 여기서 뭐 해?”

“어서 와. 인사해. 이번에 우리 적룡조에 새로 들어온 조원들이야. 검절 여람 대협의 제자들이라 무공도 대단히 강해. 무공이 강한 젊은 기재들이 들어왔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움직여 우리 조에 받아들였어. 이쪽은 우리 적룡조의 부조장, 지선방. 서로 인사를 나누시오.”

북궁도의 소개가 끝이 나자 사형제들과 지선방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아참, 선주님께서 찾으셔.”

“에이,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데…….”

선주 도운패가 찾는다는 말에도 북궁도는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조장, 빨리 가 봐.”

“괜찮아. 몇 대 맞으면 돼. 술잔이나 받아.”

북궁도는 새로 잔을 가져오게 해 지선방에게 술을 권했다.

그렇게 한참 술잔을 나누던 그의 안색이 다시 우울해졌다.

지선방은 북궁도가 뭔가 걱정이 있는 것 같아 참지 않고 물었다.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말해 봐. 내가 속 시원하게 풀어 줄 테니.”

“말이라도 고맙다.”

“그러지 말고 어서 말해 보라니까.”

지선방의 재촉에 북궁도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게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이 내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더라고…… 그 사람에게는 친한 벗이 한 사람 있는데…… 정말로 친한 벗이래. 그런데 알고 보니 사숙과 사질관계로 얽혀 있지 뭐야. 그래서 앞으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을 하더라고. 호칭이 변하면 벗이라는 관계도 없어질 거 아니겠어?”

북궁도의 이야기를 들은 지선방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친한 벗이라도 사숙과 사질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 겠지?”

북궁도의 안색은 더욱 우울해졌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춘일이 입을 열었다.

“당사자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친한 벗이라는 사람이 사숙과 사질의 관계를 개의치 않는다면 여전히 좋은 벗으로 남을 거예요. 친한 벗이라면 오히려 그런 관계가 장애가 될 수 있으니까요.”

우울했던 북궁도의 안색이 금방 펴졌다.

“여, 역시 검절의 제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 선방아, 너도 보고 배워.”

“죽을래?”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참, 오다가 들었는데 연 대협의 일로 인해 전서구들이 엄청나게 바쁜가 봐. 얼핏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번에 연 대협에게 대나무 살인마라는 별호가 붙었다고 하던데?”

“아니, 이 자식은 대나무로 무슨 짓을 했기에 그런 별호까지 붙은 거야?”

북궁도와 지선방의 대화를 지켜보는 사형제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생겨났다.

‘역시, 남선에 들어오기를 잘했어.’

 

* * *

 

추격하는 적들과 앞을 막아서는 적들의 수는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비강은 중천의 약추완이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추격자 중에 중천의 고수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박사박…….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고, 검을 쥔 사내가 사방을 살피며 산을 올랐다.

흐억……!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곳을 걷던 사내는 갑자기 단말마의 신음 소리와 함께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수북이 쌓인 낙엽 속에서 검이 튀어나왔다가 사라졌다.

부스럭…….

쌓였던 낙엽이 흩어지고 앞으로 고꾸라졌던 사내가 옆으로 치워졌다.

그리고 낙엽 속에서 비강이 몸을 일으켰다.

적들의 추격은 너무나 집요해 잠을 잘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이런 방법까지 써야 했다.

낙엽을 젖히고 나온 비강은 사방을 살피다가 방향을 잡아 움직였다.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방향 중에 유독 동쪽으로 이어진 방향의 기척이 다른 곳보다 적었다.

‘과연…….’

쿠르릉! 쿵!

동쪽으로 움직이던 비강은 천둥소리가 들려오자 걸음을 재촉했다.

천둥소리가 들렸으니 이제 곧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릴 것이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사람 하나 들어가 숨을 바위틈이 보였다.

 

쏴아아…….

비강이 바위틈으로 들어가자마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느껴지던 기척들이 빗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이쪽입니다!”

멀리서 적의 외침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비강이 처치한 시신을 발견한 것 같았다.

비는 금세 그쳤다.

소나기가 그치고 난 후, 바위틈에서 나온 비강은 빠르게 동쪽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스으으…….

바람이 흐르듯 나무들을 순식간에 지나쳐 가던 비강이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고는 신형을 멈춰 세웠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진을 치고 기다려라.”

저 목소리는 약추완의 것이었다.

‘과연 약 단주가 악가의 일을 말했을까?’

“백리혈은 분명 이 근방에 있을 것이다!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라!”

저 목소리는 우동문의 것이었다.

그동안 못 본 사이에 중천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열려 있던 동쪽까지 막혔다면 어느 방향이든 뚫고 지나가는 수밖에.”

자신에게 검을 들이미는 자는 무조건 벤다.

지금까지 지켜온 철칙이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비강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여기…….”

스아악!

누군가 비강을 발견하고 소리치려 했으나 어느새 검이 그의 목을 휘감았다가 되돌아왔다.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몸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검을 받아 쥔 비강의 눈앞에 거대한 회양목 한그루가 들어왔다.

보통 허리 어름 정도 자란 회양목은 많이 봤지만, 열 자가 넘는 회양목은 처음 보았다.

회양목을 돌아 앞으로 나아가자 아래쪽으로 전경이 펼쳐졌다.

약추완과 우동문이 보인다.

그들 외에도 거의 이천 명에 달하는 적들이 아래쪽에 진을 치고 있었다.

중천의 고수와 낭인, 그리고 여러 곳에서 모인 강호인들.

강호 전체가 비강의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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