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70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70화
제170화. 무신대 무신(2)
“북궁 대협의 일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 녀석 얘기는 하지 마시오.”
아직도 북궁도를 떠올릴 때는 마음이 허전하고,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 했다.
“죄송합니다. 연 대협.”
삼봉은 허리춤에 달고 다니던 호리병을 끌러 내주었다.
비강은 그것이 술임을 알고 받아 마셨다.
쓰고 독한 화주가 목구멍을 통해 내려가자 속에서 불이 이는 것 같았다.
“삼봉 도인은 어디로 가는 거요?”
“행자는 정해진 거처가 없습니다. 이제 연 대협을 만났으니 잠시 동행을 할까 합니다. 괜찮겠지요?”
“그럽시다.”
타탁! 타타탁!
팔과 팔이 부딪치고 다리와 다리가 붙었다가 떨어졌다.
크윽,
작은 원을 그리며 물 흐르듯 주먹과 다리를 움직이던 삼봉이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비강은 뒤로 물러나는 삼봉을 따라붙으며 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삼봉은 날아오는 비강의 팔을 한 손으로 휘감고 또 한 손으로는 가슴을 밀었다.
부아악,
허리를 숙이며 밀어치는 손바닥을 피한 비강은 다시 한번 삼봉의 턱을 향해 주먹을 올려쳤다.
삼봉은 얼른 얼굴을 젖혀 피했으나 뺨에 긴 상흔이 나고 말았다.
“연 대협, 용이라도 잡아드신 겁니까?”
“삼봉 도인은 아직도 그 권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소.”
하하…….
“이번에는 다를 것입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좋소.”
팡!
말이 끝나는 순간 삼봉의 주먹이 비강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오른쪽 팔꿈치로 주먹을 막은 비강은 왼 주먹을 뻗어 냈다.
이번에는 삼봉이 오른쪽 팔꿈치로 주먹을 막더니 몸을 숙이며 왼 주먹을 쳐올렸다.
쉬아악!
삼봉의 왼쪽 주먹은 공기를 가르며 비강의 얼굴 앞을 스치며 치솟아 올랐고, 오른쪽 주먹은 복부를 파고들어왔다.
비강은 신형을 틀어 삼봉의 주먹을 전부 피해 냈다.
허어…….
뒤로 물러난 비강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저씨는 오래전 비강이 어렸을 때, 형(形)이 아닌 실(實)과 공(功)을 위주로 권법을 가르쳤었다.
지금 삼봉의 권법은 여느 무인들의 권법과는 많이 달랐다. 그의 무공은 바로 비강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삼봉은 비강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연 대협. 지난날 연 대협과 비무를 한 후에 연 대협의 움직임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공은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단지 한번 본 것만으로 내 무공을 파악해 냈단 말이오?”
“본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겪었지요.”
아무리 그래도 비무 한 번으로 이런 무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삼봉이라는 이 젊은 행자가 기재 중의 기재라는 뜻이었다.
“많이 쉬었으니 이제 그만 움직입시다.”
“그래야지요.”
마부석에 올라탄 두 사람은 북쪽을 향해 말을 몰았다.
“연 대협, 혹시 마음에 두고 계시는 여인은 있으십니까?”
하하…….
“그건 왜 묻는 것이오?”
“그냥 말없이 앉아 있다 보니 너무 적적해서 그럽니다.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 어떤 여인을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없소.”
하하하…….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얼굴에 다 써 있는데…….”
삼봉은 비강의 대답을 믿지 않았다.
비강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장경주, 그녀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난감하게 되었어. 내가 조금 더 일찍 갔어야 했는데…….’
***
남궁악은 너무 일찍 움직였다.
조바심에 대사를 그르친 것이다.
사제가 중천을 차지했다면 자신은 동천을 차지할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동은각의 모든 고수들을 죽여 뒤까지 깨끗이 할 것이다.
‘사제 덕분에 원래 내 계획보다 삼 년은 빨라졌다네.’
멀리 웅장한 황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저곳만 차지한다면 자신이 강호의 주인이 된다.
사제는 아직도 중천에서 자신을 기다릴 터이니, 저 동천의 주인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은각의 고수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푸르스름한 새벽 너머의 하늘이 점점 밝아 오고 있었다.
웅장한 전각들이 즐비한 동천의 담을 뛰어넘은 시천세는 동천의 여러 전각들을 지나쳤다.
“어……?”
연무장에서 검법을 연마하던 무인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하고 있어? 무공 수련하지 않고.”
연무장에서 무공을 연마하던 다른 무인들 중에 하나가 물었다.
“아니. 방금 담 쪽으로 뭔가가 지나간 것 같아서.”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 얼른 끝내고 밥 먹어야 하잖아.”
“그, 그래.”
여러 전각들을 지나친 시천세는 황산을 등지고 있는 커다란 전각 쪽으로 움직였다.
저곳이 바로 동천의 주인이자 사제인 남궁악의 거처였다.
그리고 황산 너머에 동은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돌계단을 통해 황산을 오르던 시천세는 불현듯 발을 멈췄다.
하하…….
그러더니 그는 힘 잃은 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
곧 이어서 그 웃음은 곧 대소로 화했다.
시천세는 크게 웃으며 산을 올랐다.
경공을 멈추고 한 발 한 발 계단을 밟아 오르는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여유가 있었다.
“과연 천하제일의 황산이로다.”
걸음을 멈춘 시천세는 아름다운 황산의 정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정상에 올라선 그는 맞은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산 정상 저쪽에 동은각의 고수들이 서 있었다.
고수들 중에는 시천세가 얼굴을 모르는 자들도 꽤 많이 끼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남궁악이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형.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끌끌끌끌……,
“오래 기다렸느냐?”
“아닙니다. 저도 방금 올라왔습니다.”
그럴 리 없었다.
그러나 시천세는 더 이상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탁자 맞은편에 준비되어 있는 의자에 가 앉았다.
탁자 위에는 볶은 소채 한 접시와 술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시천세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마자 동은각의 고수들이 산 정상을 둥글게 에워쌌다.
“중천은 어찌하고 이곳에 있느냐?”
“그곳은 원래 사형의 것이 아닙니까? 돌려 드려야지요.”
끌끌…….
“그냥 돌려준다 이 말이더냐?”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형이 작정하고 달려들면 이 사제는 두려워 잠도 못 잡니다.”
남궁악은 그런 대답과 함께 시천세의 잔에 술을 채웠다.
쪼르르르…….
시천세가 단숨에 술잔을 비우자 남궁악은 다시 잔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엄살이 심하구나.”
“엄살이 아닙니다. 해서 저는 사형과 홀로 싸우지 않을 겁니다.”
말하자면 동은각의 수하들과 함께 시천세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절대로 이곳에서 나를 내려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로구나.”
하하……
“설마 사형이 저를 무서워해 이곳에서 도망칠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뻔뻔한 놈.”
탁.
시천세가 술을 비우고 잔을 내려놓고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에 맞춰 남궁악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놈이 과연 그만한 자격이 되는지 묻고자한다.”
“놀라실 겁니다, 사형.”
술자리에서 나온 두 무신이 산 정상에 마주섰다.
쉬아아악!
휘황한 빛에 휩싸인 남궁악의 주먹이 먼저 시천세를 향해 날아갔다.
시천세 역시 휘황한 빛에 휩싸인 주먹을 뻗어 냈다.
휘황한 빛 무리와 휘황한 빛 무리가 공간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쿠웅……!
빛 무리가 부서지며 사방으로 빛의 파편을 뿌렸다.
아래쪽에서 빛의 파편이 뿌려질 때, 공중에서는 도와 검이 부딪치고 있었다.
콰쾅!
땅으로 떨어져 내리던 두 무신의 신형은 마치 새라도 되는 양 다시 치솟아 올랐다.
콰콰쾅! 콰쾅!……!
두 무신은 공중을 가득 메우며 검과 검을 격렬하게 부딪쳤다.
원래 서 있던 자리의 반대편에 내려선 두 무신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대단하구나.”
시천세가 감탄을 하며 먼저 말을 건넸다.
남궁악은 두려울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형을 넘어설 정도는 아닙니다.”
시천세는 둥글게 산 정상을 둘러싼 고수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이 힘을 합친다면 이 싸움은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훨씬 더 컸다.
아니, 어쩌면 이곳에 뼈를 묻어야 할지 모른다.
“외통수에 걸렸군.”
하하하하…….
남궁악의 저 통쾌한 웃음에 시천세도 피식 미소를 지었다.
졌다.
이번 싸움은 사제의 승리였다.
“죄송합니다, 사형. 이제 세 벗들의 원수를 갚아야겠습니다.”
남궁악은 시천세를 내려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자신 있느냐?”
“솔직히 사형이 이렇게 쉽게 제 계책에 걸려들지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사형은 넘지 못할 벽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벽을 마주하고 있자니 전과는 달리 많이 낮아보였다.
“너와 싸운다면 내가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르지. 하나 너도 몸성히 살아남지는 못할 게다.”
크흐흐흐……
시천세의 말에 남궁악의 입에서 괴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사형이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물론 자신이 사형과 같은 처지가 된다면 같은 말을 하겠으나, 그토록 높아 보였던 사형이 저런 말을 하니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원통하게도 사형의 저 말은 사실이었다.
사형은 그냥 죽어 주지 않을 것이다.
사형을 죽인다고 해도 중상을 입는다면 그 후가 문제였다.
복수를 위해 사형의 수하들이 찾아올 것이고,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남궁악은 서패의 당백요와 같은 신세가 되기는 싫었다.
‘백리혈 연비강.’
차라리 그때 죽여 없앨 것을.
사제가 말이 없자 시천세는 그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남선을 네게 넘기마. 그곳은 너의 것이다. 또한 내가 너를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사히 살아남아야 했다.
“팔을 하나 내주십시오. 그럼 믿겠습니다.”
침중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시천세가 미친 듯 웃어젖혔다.
크하하하하……!
그 웃음소리가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스릉,
도집에 들어가 있던 도신이 다시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팔을 하나 잘라 주면 그것을 끝이었다.
사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검을 날려 죽이려 할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겠구나. 그것이 너의 뼈인지 나의 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남궁악이 태연하게 응수했다.
“팔 대신 그 도는 어떻습니까? 넘겨주시겠습니까?”
시천세가 쥐고 있는 도는 사부의 도였다.
그 도는 시천세가 목숨처럼 아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전에 저 도가 강호에 흘러나왔다고, 했을 때 사제들이 전부 움직였었다.
그들 또한 누구보다 사부의 도를 소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아침 해를 받아 빛을 뿌리고 있는 도신을 내려다보던 시천세는 그것을 바닥에 꽂았다.
퍽!
도신은 땅속 깊숙이 파고들어가고, 도집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약속을 지키리라 믿습니다, 사형. 길을 열어라!”
남궁악의 명령이 떨어지자 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던 고수들은 포위를 풀고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사형.”
“다음에 또 보자. 그때는 내가 술을 대접하마.”
“그때를 기다리겠습니다.”
시천세의 신형은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갔다.
그가 물러나자마자 영파가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저희들이 추격하겠습니다.”
“아서라. 쓸데없는 희생만 늘릴 뿐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주공.”
영파는 애가 탔다.
그가 생각하기에 병기조차 없는 시천세는 꽤 많은 희생을 치른다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늦었다. 너희들은 절대로 사형을 따라잡지 못해. 그리고…….”
남궁악은 멀리 보이는 소나무들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콰쾅!
주먹의 형상을 한 거대한 빛 덩어리가 날아가 소나무들을 휩쓸었다.
“과연 너희들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
영파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에 남궁악은 땅에 꽂혀 있는 도를 뽑아 들었다.
드디어 사부의 도가 손에 들어왔다.
‘사부의 후계자는 바로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