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6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69화
제169화. 무신대 무신(1).
백안걸개는 무림맹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설마 신후 당백요가 백리혈에게 패해 죽었을 줄이야.
아무리 한 팔이 잘리고 심신이 지쳐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무신으로 추앙을 받고 있던 절대강자였다.
거기다가 황곡의 그 무지막지한 고수들과 함께하고 있었지 않은가.
그 또한 무신을 죽일 수 있는 자는 무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백리혈 연비강은 이미 무신과 자웅을 결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강자가 되었어.’
암담하고도 참담한 마음이 백안걸개의 가슴 속을 무겁게 채웠다.
맹주와 부맹주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지만 아직 무신과 당당하게 일전을 겨룰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아아아…….
“얼마나…… 얼마나 무림맹이 그자들 앞에 엎드려 있어야 한단 말이더냐…….”
울분이 차오른 백안걸개는 경공을 멈추고 길옆에 서 있는 나무에 한 손을 짚었다.
나무를 짚고 울분을 삭이던 그는 문득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스악,
꽈드드득…… 쿵!
급하게 보법을 밟아 신형을 옮기자마자 손을 짚고 있던 나무가 잘려 쓰러졌다.
“누구냐!”
백안걸개의 격한 외침에 십장 너머 커다란 나무 뒤에서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사내는 철장을 들어 겨누고 있는 백안걸개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는…… 두궁천?”
“나를 아나? 거지.”
백안걸개는 굳은 얼굴로 두궁천의 말을 받아쳤다.
“네놈이 나를 아는데 내가 어찌 네놈을 모르겠느냐.”
하하하하……
“과연. 개방의 거지는 여전하구나.”
두궁천은 기분 좋게 웃었으나 백안걸개는 그 웃음 속에 숨어 있는 살의를 알아보았다.
‘감히 사파 놈이…….’
아직도 웃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두궁천을 노려보던 백안걸개의 신형이 순간 둘로 늘어났다.
둘로 늘어난 백안걸개는 넷으로 분열을 하고 넷은 여덟으로 불어났다.
그 가운데 섬뜩한 기운을 머금은 검은 철장이 두궁천의 목을 파고들었다.
까깡!
불꽃을 튀며 대도와 철장이 부딪쳤고, 두 사람 사이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검은빛의 철장을 희뿌연 기운이 휘감고 돌았다.
두궁천의 목을 노렸던 철장이 급격하게 방향을 꺾어 다리를 휩쓸었다.
쾅!
대도와 부딪친 철장의 충격은 고스란히 백안걸개의 몸으로 들어갔다.
타타타탁…….
십여 걸음이나 뒤로 튕겨나간 백안걸개가 놀란 눈으로 두궁천을 쳐다보았다.
‘사파 놈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눈앞에 있는 사파 놈은 언제나 정파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던 그저 그런 사파가 아니었다.
“놀랐나? 개방의 백안걸개가 이 정도로 놀라는 걸 보면 나도 꽤 강해진 것 같은데.”
대도늘 늘어뜨린 채 히죽 웃은 두궁천의 두 눈에서 흉광이 쏟아졌다.
그러다 순간 흉광을 쏟아 내던 두 눈이 순식간에 백안걸개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헉!
헛바람을 집어삼킨 백안걸개는 황급히 신형을 틀며 철장을 사선으로 쳐올렸다.
사선으로 치고 올라간 철장은 두궁천의 머리를 관통해 지나갔다.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겨를도 없이 백안걸개의 신형이 팽이처럼 돌았다.
아니, 돌려 했다.
털썩.
그러나 백안걸개는 땅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이어서 바로 옆으로 쓰러졌다.
바닥은 그의 잘려진 다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흥건했다.
으으으…….
철장을 잡고 일어서려는 백안걸개의 팔이 대도에 의해 다시 잘려 나갔다.
스걱.
끄아아아아악……!
그제야 백안걸개의 입에서 찢어질듯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 울부짖어라. 지금까지 우리 사련이 그랬던 것처럼.”
두궁천은 웃으며 고통에 겨워하는 백안걸개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스걱.
백안걸개의 목이 굴러 떨어졌다.
두궁천은 대도에 묻은 피를 흔들어 털었다. 그리고 그는 백안걸개의 시신을 아무렇게나 방치한 채 동쪽을 향해 걸었다.
곧 동천의 세상이 온다.
강호 무림의 주인은 남궁악이 될 것이고, 자신은 한 지역의 패자일 것이다.
‘그것도 그리 길지 않겠지. 결국 내가 강호 무림의 주인이 될 거다.’
남궁악이 자신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리 충성을 바쳐도 그자는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나 상관없었다.
하하…….
기분 좋은 웃음이 두궁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재미있느냐?”
억?
두궁천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스아아아…….
황급히 신형을 이동하는 그의 몸을 따라 바람이 일었다.
세상에 자신의 이목을 피해 이렇게 가까이 접근할 자가 누가 있을까?
대답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두궁천의 예상대로 그의 눈앞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시……천세.”
호오…….
“내 이름을 어찌 알고 있느냐?”
“그냥…… 알게 되었소.”
시천세는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보다 입이 싼 놈들이 많은 모양이군. 아니면 네놈을 위해 일하는 간자들이 많거나.”
두궁천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남궁악을 대할 때보다 더한 갑갑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필이면……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설마 시천세를 길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저자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싸워 보고 싶었다.
남은 것이 오직 죽음밖에 없다고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또한 죽더라도 천하제일인이라는 자와 자신의 거리가 얼마나 길고 넓은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왜 가만히 서 있느냐?”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시천세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잔뜩 긴장한 탓인지 두궁천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흐압!
결국 두궁천이 먼저 움직였다.
순간 시천세의 눈이 이채로 번뜩였다.
두궁천은 모든 힘과 마음을 일도에 담았다.
콰콰콰콰…… 쾅!
시천세를 향해 날아간 일섬은 그가 서 있던 뒤쪽의 땅을 뒤집어 놓았다.
사방으로 갈라지고 뒤집힌 땅거죽 너머로 시천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의 신형 위로 거미줄처럼 수십 줄기의 선이 그어졌다.
수십 토막으로 잘려 나갔으나 시천세는 멀쩡한 모습으로 그 뒤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두궁천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콰콰…… 콰쾅!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두궁천의 일도에 땅이 갈라지며 돌과 흙이 튀어 올랐다.
쾅!
크으윽……
가슴을 베어 오는 시천세의 일도를 막아 낸 두궁천이 튕기듯 뒤로 날아갔다.
간신히 균형을 잡아 땅을 밟으려는 그의 눈앞으로 어느새 시천세가 다가와 있었다.
쾅!
간신히 도를 휘둘러 막았지만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한 두궁천은 또다시 뒤로 튕겨 날아갔다.
두궁천은 튕겨 나가 공중을 날면서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시천세를 바라보았다.
해를 가린 채 떨어져 내리고 있는 그의 한 손에는 빛에 휩싸여 거대화한 도가 쥐어져 있었다.
세상이라도 반으로 갈라 버릴 것 같은 거대한 도와 두궁천의 도가 공중에서 부딪쳤다.
쾅!
커억!
두궁천의 몸은 땅속까지 파고들어갔다.
쿨럭…….
땅속에 처박힌 그의 입에서 핏덩이가 터져 나왔다.
“누구의 무공이더냐?”
지면에 내려선 시천세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궁천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사파에 이만한 무공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무공이라 해도 평범한 자가 연마를 한다면 절대고수가 되지 못한다.
‘이놈, 걸물이야.’
쿨럭…….
두궁천은 또다시 핏물을 토해 냈다.
“대답을…… 한다면 살려 줄 거요?”
피를 토해 낸 두궁천이 오히려 되물었다.
응?
크하하하하하……!
그 말에 쩌렁쩌렁하게 웃어젖힌 시천세가 다시 물었다.
“살고 싶으냐?”
“죽고…… 싶은 자는 없소.”
“내 수하가 되어라. 그럼 살려 주마.”
붉은 피로 가득한 두궁천의 얼굴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죽이시오.”
오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대답이라 시천세는 적잖이 감탄했다.
그는 두궁천이 남궁악을 이용하기위해 그의 밑으로 들어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자는 목숨을 버릴 정도의 충성심은 없기 마련이다.
한데 이놈은 뭔가 달랐다.
“사제에게 남길 말은 없느냐?”
마지막 질문에 시천세의 입에서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나중에…… 연비강의 목을 제 무덤 앞에 놓아주신다면…… 저승에 가서라도 주공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전해 주시오.”
이놈이 모시고 있는 주인은 할아버지의 원수인 연비강을 살려 주었다.
그런데 원망은커녕 오히려 주인에 대한 충성심만 보이고 있었다.
“그러지.”
퍽.
도신이 두궁천의 가슴을 파고들었다가 빠져나왔다.
시간이 흐르고 한 무리의 상인들이 수레를 몰아왔다.
워…… 워…….
선두에서 말을 몰던 상인이 수레를 멈추자 뒤를 잇던 상인들도 일제히 수레를 멈췄다.
수레에서 내린 상인은 길 여기저기에 생긴 구덩이들과 뒤집어진 땅을 둘러보았다.
“아니. 어떤 개 같은 놈들이 길을 이 모양으로…….”
길이 막혀 성질을 부리려던 그는 십장 정도의 앞에 나뒹굴고 있는 검은 형체를 발견했다.
구덩이와 뒤집힌 땅거죽을 피해 걸어간 그는 검은 형체가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반쯤 땅속에 묻혀 있는 검은 옷의 사내는 한 손에 큰 도가 쥐어져 있었다.
“뭐요? 시체요?”
뒤따라온 상인들이 검은 형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강호인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죽은 것 같소.”
“그럼 가진 것이 있나 찾아보고 시신은 숲에 버립시다. 자루가 긴 저 큰칼만 팔아도 은자 열 냥은 나올 것 같소.”
“좋은 생각이오. 저 큰칼을 팔면 오랜만에 기루에서 다 같이 술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소.”
상인들은 시신의 손에 있는 대도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없었다.
그때 마음이 급한 상인 하나가 뛰어가 시신의 손에 있는 대도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대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손가락이 굳은 것 같소. 좀 도와주시오.”
상인의 말에 지켜보고 있던 다른 상인들까지 우르르 달려들었다.
순간 그들 사이로 빛이 번쩍였다.
툭…… 툭,툭…… 떼구르르…….
상인들의 머리가 연달아 굴러 떨어졌고, 그 사이에서 검은 시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쿨럭,
“빌어……먹을.”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두궁천은 대도를 지팡이 삼아 수레를 향해 걸어갔다.
으드드득…….
얼마나 강하게 이를 갈았는지 이가 부서져 피와 함께 섞여 나왔다.
자신이 시천세의 손에서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시천세가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었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하자마자 바로 목이 잘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그 느낌이 옳았다.
놈은 크나큰 아량을 베풀고 떠났다.
수레로 다가간 두궁천은 수레에 묶여 있는 말을 풀었다.
끄으으으……
고통으로 인해 입에서는 끊임없이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간신히 말 등에 몸을 실은 두궁천은 말배를 찼다.
***
수레를 몰고 가는 비강은 중경을 통해 섬서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앞쪽에서 길을 걷고 있던 행자 하나가 길옆으로 비켜서며 수레를 몰고 있는 비강을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 좀 태워 주시겠습니까?”
행자의 청에 비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레를 멈춰 세웠다.
“어서 타시오.”
환한 웃음을 지은 행자는 수레가 아닌 마부석에 올랐다.
수레가 다시 출발했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연 대협.”
“오랜만이오, 삼봉 도인.”
행자의 정체는 전에 잠깐 인연이 있었던 삼봉이었다.
하하하…….
“정말 연 대협께서는 신출귀몰하신 분이시로군요. 연 대협께서 죽었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들었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계시니 말입니다.”
“삼봉 도인도 여전하시오. 지금까지 무얼 하며 지내셨소?”
“이리저리 세상을 떠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