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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5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59화

제159화. 다시 태어난다면(1)

 

 

 

북쪽을 향해 달리던 당백요가 발을 멈췄다.

그녀가 발을 멈추자 뒤를 따르던 자들도 일제히 멈춰 섰다.

당백요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자들은 오십 명이 조금 넘었다.

제자 여문탁이 있었고 어화를 비롯한 서은각의 고수들, 그리고 그 고수들이 키우고 있는 제자 아홉 명이었다.

제자들은 모두 여문탁처럼 젊은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서은각에서 사부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가 당백요의 명령을 받들어 지금 도망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서은각은 서패 본산 뒤쪽 산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망치는 자 중, 젊은 제자 두 사람은 커다란 궤짝을 하나씩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그 궤짝 안에는 당백요가 틈틈이 모아 두었던 패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녹옥으로 만든 허리띠와 금으로 만든 불상, 아이 주먹만 한 금강석이 박힌 금관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들이라면 어지간한 성과 맞바꿔도 될 정도였다.

“은거지를 어디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패주.”

어화가 당백요의 상처를 살피며 물었다.

“우리는 중천으로 들어간다.”

당백요의 팔을 살피던 어화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뿐만 아니라 근처에 앉아 쉬고 있던 고수들도 일제히 당백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분께 허리를 굽혀 아래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럼, 우리가 머물 곳이 어디에 있겠느냐.”

당백요도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팔을 잃었으니 원래의 무공을 회복하려면 최소 이 년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자신이 머물 곳이 필요했는데 중천이 가장 적격이었다.

서은각의 고수들도 중천의 고수들을 잘 아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중천으로 들어간다면 사형도 환영할 것이다.

거기다가 사형을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된다면 중천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화의 생각은 달랐다.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십 년간 은거를 하십시오, 패주. 우리가 그동안 패주를 위해 앞길을 닦아 놓겠습니다.”

“내가 강호에서 모습을 감춘다면 사형이 의심할 것이다. 팔 하나를 잃은 상황에서 사형의 추격을 받는다면 내가 얼마나 버티겠느냐.”

어화는 지금 이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중천에 자신들이 들어간다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패주께서 은거하실 곳은 많습니다. 몸이 온전치 못하면 마음까지 흔들린다는 옛말을 상기하여 부디 옳은 결정을 내리십시오.”

구구절절 충심이 가득한 조언이었으나 당백요는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오히려 노기를 드러냈다.

“너는 지금 나를 팔 병신이라 놀리는 것이냐?”

“패주, 그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화는 크게 당황했다.

팔 하나를 잃은 이후로 패주는 급격하게 성격이 변하고 있었다.

짜증이 잦아졌고 생각의 깊이가 부족해 보였다.

어화와는 달리 당백요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사형은 사부의 후계자가 되려고 한다.

사부처럼 강호무림의 모든 일을 조율해 움직이려 한다.

그것은 정말로 신이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사부는 수백 년간 강호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왔다.

당백요는 자신이 사부를 대신해 그 일을 하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내 뜻을 알아줄 날이 있을 게다.”

“…….”

어화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패주는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출발하자.”

당백요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근처에서 쉬고 있던 고수들도 몸을 일으켰다.

그중에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백리혈의 추격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희들이 그자의 추격을 조금이나마 늦추겠습니다.”

“동서남북 중에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그놈이 어찌 안단 말이냐?”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우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만약을 대비함에 있어서는 썩 괜찮은 판단이었다.

연비강이 끈질기게 뒤를 쫓는다면 비참한 결과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백리혈 연비강의 발을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을 수 있을까.

“반 시진을 기다려도 놈이 오지 않는다면 더 기다릴 것 없이 바로 합류하라.”

그럼에도 당백요는 선선히 허락했다.

그들 두 사람의 무공이 출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들은 황곡에서 생활할 때 특히 도운패와 자주 어울렸었다.

물론 다들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저들은 그것이 더욱 심했다.

저들이 황곡에 들어왔을 때 당백요가 거둬들이지 않았다면 저들은 도운패의 수하가 되었을 것이다.

‘…….’

당백요가 신형을 날리고 고수들도 줄을 이어 뒤를 좇았다.

 

* * *

 

당백요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비강은 그녀의 입장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방향을 짐작해 보았다.

남쪽은 절대 아니었다.

그곳은 남선이 자리 잡고 있어 스스로 가시밭길을 찾아가는 꼴이었다.

동쪽.

그곳도 아니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절대로 남궁악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향은 서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것과 북쪽으로 향하는 것밖에 없었다.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면 더 이상의 추격은 힘들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곳의 지리에 훤할뿐더러 전부 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강은 설마라는 생각으로 북쪽을 향해 달렸다.

벗의 복수를 이쯤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움직일 만한 곳은 북쪽밖에 없었다.

 

* * *

 

큰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중턱에 두 사람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무릎 위에는 각기 한 자루씩 도가 놓여 있다.

말없이 앉아 있던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피식 웃었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인생이었지?”

“그래. 제법 괜찮았어.”

두 사람은 거의 한 달 간격으로 황곡에 들어갔다.

극한의 좌절과 분노를 안고 들어갔으나, 새로운 가족들을 알게 되어 웃음을 되찾았고 원한을 풀어 처절한 복수를 완성했다.

복수의 완성은 또 다른 원한을 낳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이 다른 가족이나 제자를 곁에 두지 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원한과 복수는 자신들로 끝내고 싶었다.

“그때 말이야…… 그때 유영이 죽을 때…….”

그들은 북궁도와 유영, 그리고 형제처럼 지냈던 자들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잠시 말을 끊었던 왼편의 사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같이 죽고 싶었어. 친형제자매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는데…….”

어디 그들뿐일까.

주인으로 모시는 당백요와 도운패, 풍천양, 남궁악도 친형제자매보다 더 친했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는 옛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오른편 사내의 입에서 착잡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사 세상 사람들이 전부 변한다 하더라도 그 네 분만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면희, 만약 자네가 다시 태어난다면 또다시 황곡을 찾아가겠는가?”

“아마도…… 그렇겠지. 나는 다시 그곳을 찾아갈 것일세.”

하하하…….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다시 찾아가 내 형제들과 누이들을 만날 걸세.”

즐거운 듯 환한 웃음을 짓던 두 사람의 안색이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정말 대단한 사내로군. 규인, 자네와 마지막을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네.”

“면희,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왼편 사내의 말에 오른편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이 내려다보는 큰길로 젊은 사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덕을 내려와 큰길에 섰다.

저쪽 큰길에서 걸어오던 젊은 사내도 걸음을 멈췄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그렇다네, 백리혈.”

“시간이 없어 긴 대화는 나누지 못하겠군.”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시게.”

면희라는 이름의 사내가 급히 손을 들었다.

막 신형을 움직이려던 비강이 그들을 노려보았다.

“시간을 끌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 내게는 안 통해.”

“맞네. 우리는 조금이라도 패주가 멀리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대를 막고 있는 것일세.”

대놓고 속셈을 드러낸 그들이었지만, 비강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 두 사람은 뭔가 다르다.

“이곳에서 반 시진만 기다려 준다면 우리 두 사람은 그대에게 목을 바치겠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우리를 거둬 준 분의 은혜를 갚게 해 주시게.”

“내가 왜 그걸 들어줘야 하지?”

“부탁일세.”

챙!

면희라는 사내는 비강의 대답조차 듣지 않고 도를 뽑았다.

그리고 거침없이 자신의 목을 베었다.

끄르르…… 털썩.

면희라는 사내의 뒤를 이어 규인이라는 사내도 도를 뽑아 자신의 목을 그었다.

비강은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그들의 움직임이 멈추자, 비강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아…….

비강은 두 사람의 시신을 양 옆구리에 끼고 언덕을 올랐다.

해가 잘 들고 흙이 좋아 보이는 곳을 찾은 비강은 시신을 내려놓고 검을 뽑았다.

콰쾅!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며 땅이 움푹하게 파였다.

비강은 두 사람의 시신을 구덩이 안에 던져 놓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둘러 무덤을 만든 비강은 두 사람의 도를 땅속 깊숙이 꽂아 넣었다.

“반 시진은 기다려야겠군.”

 

* * *

 

“면희와 규인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올리는 어화의 목소리가 어둡다.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죽음.

틀림없이 두 사람은 백리혈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당백요는 어화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를 버리고 도망친 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한 팔을 잃어 무공이 예전만 못했고 사형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말까지 했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실망이 없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그들 두 사람은 유영과 친했던 자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는 싫었다.

그 말이 사실로 굳어질까 봐 화가 났다.

“서둘러 움직여라.”

그들은 어둠을 가리지 않고 달렸다.

하루 종일 달린 탓인지 서은각의 제자들이 먼저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발을 멈춘 자들은 등에 커다란 궤짝을 지고 있던 제자들이었다.

“먼저 가십시오, 사부님. 조금 쉬었다가 뒤따라가겠습니다.”

“아니다. 같이 쉬자꾸나. 패주,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뒤를 따르겠습니다.”

제자들의 사부들이 그런 말과 함께 당백요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패물이 든 궤짝 때문에 지친 것 같으니 조금 쉬었다가 따라오너라.”

당백요의 명령에 두 제자가 지고 있던 궤짝을 다른 서은각의 고수들이 이어받았다.

패주와 고수들이 사라지고 난 후, 사부 두 사람과 제자 두 사람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사부 두 사람은 크게 지치지는 않았으나 제자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잠시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는 제자들을 다그치며 사부들이 일어섰다.

“그만 출발하자꾸나.”

스각―!

그때, 휘황한 빛이 제자들과 나무를 스치며 지나갔다.

꽈드드…… 드드…… 쿠쿵!

나무가 괴음을 내며 쓰러지고, 제자들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온회야!”

“이경아!”

사부들은 제자들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하지만 어느새 죽음의 검날은 사부들에게 덮쳐 오고 있었다.

까깡!

크으으윽!

목을 베어 오는 검을 막아 낸 두 사부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뒤로 밀려나는 두 사부의 머리 위로 새하얀 빛을 발하는 검날이 떨어져 내렸다.

콰쾅!

두 사부의 검날도 희뿌연 빛을 발하며 떨어지는 검과 맞섰다.

검을 쥐고 있는 손이 찢어졌는지 피가 흐른다.

두 사부는 양편으로 물러나며 신형을 분산시켰다.

파르르르…….

밤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곧 머리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희뿌연 검날은 온몸을 감싸듯 살아남은 사내를 휘감고 돌았다.

사내의 오른쪽으로 푸른 광망을 번뜩이는 눈동자가 나타났다.

서걱―

공중으로 피가 솟구치고, 사내는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곧 옆으로 쓰러졌다.

두 명의 사부와 두 명의 제자를 처리한 비강은 당백요와 고수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렸다.

‘거의 다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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