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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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57화
제157화. 벗을 위하여(2)
“그 막강한 전력으로도 당백요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소.”
무림맹이나 제갈곤은 당백요가 팔이 잘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남선이 무너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합니까? 군사.”
“남선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오, 맹주. 다만 시천세의 발아래로 들어갈 뿐.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그다음이외다. 무림 역사를 통틀어 봐도 무림을 일통한 자는 있었으나, 그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소이다. 그것이 언제인지가 문제가 될 뿐 중천의 치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오. 내가 목숨을 걸고 장담하겠소. 우리 무림맹은 착실하게 간자들을 들여보내고 힘을 축적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되오이다.”
강호는 거센 풍랑을 만난 듯 요동을 치고 있는데 하릴없이 무공만 수련하고 있던 오진권으로서는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천목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못 그 식견이 옳았다.
“기다리지요, 군사.”
* * *
아침 해는 바위산 정상부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오며 밝은 빛을 비춰 주었다.
밝은 빛을 등 뒤에 진 비강은 해가 비추고 있는 바위산을 올려다보았다.
물을 건너 깎아지를 듯 서 있는 바위산 중간중간에 전각들이 서 있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곳에 북궁도를 죽인 원수 당백요가 있다.
비강은 물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폭이 넓은 돌다리를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무인이 앞을 막아섰다.
“무슨 볼일로 오셨소?”
무인들의 물음에 비강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곳의 주인을 만나러 왔소.”
“이곳의 주인이라니? 설마 패주님을 뵙기 위해 왔단 말이오?”
“그렇소.”
허허…….
“이것 참…….”
어이없어하던 무인들은 비강의 아래위를 살폈다.
비단 무복에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니 떠돌이 무인은 아닌 것 같았다.
무인들은 이 젊은 무인이 신후를 흠모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사패의 주인 중 누가 가장 강한 자인가.
강호 무림의 끝나지 않은 화두였었다.
가장 강할 것이라 평가를 받던 신창 풍천양이 신비한 인물에 패해 죽었다.
그로 인해 그는 천하제일인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신 도운패가 신후 당백요에게 패해 죽었다.
그렇다면 신비한 인물과 당백요 둘 중에 누가 천하제일인일 것인가.
그런 이유로 젊은 무인들은 신후를 흠모해 서패로 모여들고 있었다.
“가문과 이름을 밝히시오.”
무인들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까지 깃들었다.
“연비강.”
무인들은 비강의 대답을 알아듣지 못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소?”
“연비강이라 했소.”
어이없어하던 무인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비강의 손으로 옮겨 갔다.
검은 반지.
비강은 지금까지 빼놓고 있었던 검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백리혈 연비강은 죽었다.
그것도 동천의 주인인 검신 남궁악의 손에 죽었다.
하지만 소문이 거짓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들이 모르는 흑막이 있을지도 모른다.
차창!
두 무인은 일제히 검을 빼 들었다.
“적이다!”
두 무인의 외침은 물을 넘어 절벽에까지 다다랐다.
풀썩. 풀썩.
적의 침입을 알린 두 무인은 돌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들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샘솟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적이다!”
“적의 침입이다!”
바위산은 적의 침입으로 진동했다.
비강은 돌다리를 건너 서패의 본거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급하게 무장을 차리고 나온 서패의 무인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는 비강을 향해 짓쳐 들었다.
그들은 비강의 정체조차 묻지 않았다.
시퍼런 검이 비강의 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비강은 날아오는 검을 피해 걸으며 적의 복부를 훑었다.
적의 몸이 토막 나 비강의 뒤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양쪽에서 비강의 목과 허리를 노리며 검이 날아들었다.
비강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양쪽에서 날아 들어오던 무인들의 머리가 굴러떨어졌다.
쫘악.
그리고 전면에서 짓쳐 들던 무인의 몸이 반쪽으로 갈라져 양옆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네 명의 무인을 해치운 비강은 바위산을 오르는 계단을 향해 걸었다.
우르르루…….
바위산을 달려 내려온 삼십여 명의 무인들이 계단 앞에 늘어섰다.
무인들의 중앙에 선 자는 비강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당신이 어떻게…….”
중앙에 선 푸근한 인상의 중년인은 놀란 얼굴로 비강을 쳐다보았다.
“관 단주, 오랜만이오.”
비강도 중년인을 알고 있었다.
관적심.
중경 양하현에서 영역 문제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사파의 공격이 있었고 그 일로 인해 백리혈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살아 계셨소? 연 대협.”
관적심은 무거운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되었소.”
관적심은 짐작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협의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오셨소?”
비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관적심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강호가 연 대협을 두고 마왕이라 불렀어도 나는 연 대협이 협객이라 믿고 있었소. 하나 오늘 보니 협객이 아니구려.”
애초부터 협객은 관심조차 없었다.
다른 자들이 마음대로 재단했을 뿐.
비강이 대답이 없자 관적심이 말을 이었다.
“내 수하들이 그대의 검에 목숨을 잃었으니 나 또한 최선을 다해 그대의 목숨을 노릴 것이오.”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
“쳐라!”
관적심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순찰단의 조원들이 비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서패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수비대의 대원들도 절벽 아래에 있는 전각에서 튀어나왔다.
비강을 향해 서패의 무인들은 하늘과 땅을 가득 메우며 새까맣게 날아올랐다.
우우…… 우웅!
비강의 검이 울음을 토해 냈다.
꽈콰콰…… 쾅!
검에서 빠져나온 다섯 마리의 거대한 용은 흉맹한 아가리를 벌려 새까맣게 몰려드는 무인들을 휩쓸었다.
크아아악……! 아아아…… 악!
무인들이 토해 내는 끔찍한 비명 소리는 흉맹한 용의 울부짖음 속에 묻혀 버렸다.
콰드득, 콰직…… 짜자자작!
무인들을 휩쓴 용들은 절벽의 바위들을 깨부수며 타고 올라갔다.
거대한 용 다섯 마리는 절벽에 깊숙한 자국을 남기며 아로새겨졌다.
* * *
처소 깊숙한 곳에 누워 있던 당백요도 기의 파동과 땅의 울림을 느꼈다.
‘누가 쳐들어온 것인가? 설마 사형이…….’
이 정도로 기의 파동을 만들어 낼 만한 자는 이제 강호에 둘밖에 남지 않았다.
한 사람은 사형이었고, 또 한 사람은 동천의 주인 남궁악이었다.
남궁악이 이곳으로 쳐들어올 리 없으니 지금 이 기를 뿜어내고 있는 자는 사형이 분명할 것이다.
드르륵…….
당백요가 궁금해하고 있을 때 마침 문이 열리며 어화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백리혈 연비강이 살아 있었습니다, 패주.”
“그게 무슨 소리더냐?”
침상에 누워 있던 당백요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백리혈 연비강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럴…… 리가.”
백리혈 연비강은 분명 남궁악이 죽였다고 했었다.
하하…… 하하하…….
당백요는 넋을 놓고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녀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 갔다.
“악이…… 악이가…… 모두 속였구나…… 모두 속였어…….”
남궁악이 자신들을 속인 이유는 능히 짐작이 갔다.
아마도 사냥개로 쓸 요량이었으리라.
백리혈 연비강은 충분히 사나웠으니까.
하지만 이 기의 파동으로 짐작해 보건대 남궁악은 후회할 일을 남겨 놓았다.
“어리석은…….”
“피하십시오, 패주.”
어화의 말에 당백요는 노기를 드러냈다.
“내가 내 집을 버리란 말이더냐!”
당백요는 바위산에 세워진 서패의 본거지를 끔찍하게 아꼈다.
원래는 전진파가 세운 것이었으나, 그녀는 그렇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내가 나가 상대할 것이다.”
어화는 급히 당백요의 앞을 막아서며 바닥에 엎드렸다.
“용서하십시오, 패주. 하나 지금 패주님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십니다.”
알고 있었다.
내상은 아직 아물지 않았고 팔마저 하나가 없다.
드르륵…….
또다시 문이 열리며 제자 여문탁이 안으로 들어왔다.
“사부님, 연비강의 무공이 심상치 않습니다. 수비대와 이곳에 남아 있던 순찰조들이 전멸했습니다.”
“은각을 준비시켜라.”
아직 서은각에는 고수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과 힘을 합친다면 연비강을 막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다음은 어찌하란 말인가.
“패주, 이곳은 나중에 되찾으셔도 됩니다. 만약 은각까지 큰 피해를 입는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사부님. 이곳을 되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각의 고수들은 온전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어화와 여문탁은 간곡하게 엎드려 청했다.
이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당백요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후우…….
“내가 직접 볼 것이다.”
* * *
“제발…… 그쳐…… 주시오…….”
감정 없는 눈으로 죽어 가는 관적심을 내려다보던 비강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파파팍……!
비강이 사라지자마자 절벽 위에서 화살들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절벽 위에서 쏟아진 화살비는 바닥을 이루고 있는 바위와 부딪쳐 불꽃을 튀고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의 몸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아직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관적심의 몸에도 여러 대의 화살이 박혔다.
십 장 뒤에 모습을 드러낸 비강은 절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반월형의 휘황한 기운이 절벽을 향해 날아갔다.
콰콰쾅!
크아악! 커어억……!
휘황한 기운은 활을 들고 있는 무인들의 몸을 가르고 절벽을 때렸다.
후두둑…… 후둑…….
쪼개진 돌 부스러기들이 토막 난 무인들의 몸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스강!
콰콰쾅!
또다시 반월형의 휘황한 기운이 살아남은 궁수들을 베어 냈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는 무인들 사이로 비강은 계단을 밟아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쾅!
절벽 위에서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 비강의 전신을 짓이기고 돌바닥과 부딪쳤다.
그러나 이미 비강은 오 장 앞을 막아서고 있는 무인들을 베고 있었다.
콰쾅!
또다시 바위들이 떨어져 내렸다.
끄아아악……!
비강을 막아서던 무인들이 바윗돌을 피하지 못해 온몸이 짓이겨지며 죽어 나갔다.
그들이 죽어 가며 토해 내는 처절한 비명 소리는 위에서 바위를 던지고 있는 무인들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무인들은 더 이상 비강을 향해 바위를 던지지 못했다.
절벽 아래쪽에 세워져 있던 전각의 지붕 위로 빛줄기들이 치솟아 올랐다.
콰득…… 콰드드득…… 쿠쿵!
전각은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 내며 풀썩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전각의 지붕을 꿰뚫고 비강이 날아올랐다.
타타…… 탁.
비강은 절벽의 바위를 발로 차며 날아오르다가 이어진 계단에 내려섰다.
서패의 무인들은 비강이 계단에 내려서자마자 병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따당! 땅!…… 땅!……!
스걱…… 스걱…….
비강은 계단을 오르며 적들을 상대했다.
검에 베이고 토막 난 적들의 시신이 절벽 아래로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돌로 이루어진 계단은 그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어 갔다.
“연비강!”
긴 창을 거꾸로 쥔 사십 대의 사내가 비강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는 서패의 강자이자, 무력대를 책임지고 있는 왕위전이었다.
쾅!
창날은 비강의 머리와 몸을 관통하고도 돌바닥까지 파고들어 갔다.
순간 몸을 뒤집으며 뒤쪽으로 날아오른 비강이 검을 사선으로 그어 냈다.
희뿌연 기운이 창대와 왕위전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먼저 창대가 사선으로 잘려 나가고, 왕위전의 가슴도 사선으로 잘려 나갔다.
퍼퍽!
왕위전의 몸에서 피가 치솟으며 그의 몸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