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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5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53화

제153화. 협객이 지다

 

 

 

당백요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분했다.

북궁도의 눈에는 제자 여문탁이나 황곡의 고수들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당백요만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니 크게 되기는 틀렸구나.”

당백요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북궁도를 비아냥거렸다.

그것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출전하게 만든 북궁도와 황곡의 고수들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리라.

북궁도도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당백요의 비웃음을 받아쳤다.

“사부가 그러더이다. 너는 협객은 될지언정 일인자는 되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나는 사부에게 이렇게 대답했소. 가슴이 뜨거운 무인이 될지언정 죽은 자의 차가운 가슴을 품은 자는 되지 않겠노라고.”

하하하하…….

북궁도의 대답에 뒤에 늘어서 있던 동료들이 와 하고 웃어 젖혔다.

“역시 그 사부의 그 제자라니까.”

“말 한번 시원하게 하는구나.”

슬쩍 얼굴을 붉혔던 당백요는 금세 본래의 신색을 되찾았다.

“너희들까지 죽어 버린다면 남선이 어찌 될 것 같으냐? 지금이라도 몸을 돌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낄낄낄…….

“유 대협, 저것 보라니까. 우리가 이곳까지 오면서 수백 명의 서패 무인들을 죽였는데 복수는 생각지도 않는다니까.”

입은 웃고 있어도 눈은 동요가 없다.

당백요는 말싸움에서 북궁도를 당해 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부터 사부 도운패와 수시로 말싸움을 벌였던 북궁도라 신후 당백요를 눈앞에 두고도 오히려 여유가 있었다.

“아무래도 네 사부가 제자를 잘못 키운 것 같구나. 오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어.”

“그래서 사부가 나를 좋아하셨지. 나도 사부를 좋아했고.”

아미를 무겁게 찡그린 당백요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저놈은 죽기 위해 찾아온 놈이다.

그러니 죽여 줄밖에.

“너희들은 끼어들지 마라.”

만약을 대비해 데리고 온 수하들이었다.

당백요가 앞으로 나서자 북궁도도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북궁도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영은 동료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 녀석만이라도 살려 돌려보내야 하지 않겠냐. 죽기엔 너무 이르잖아.

―당연한 소리를 해서 뭐 해.

―너희들을 만나 즐거웠다.

―나도 그래. 저세상에서 또 보자.

―저세상에서…….

―저세상에서.

두 사람 간의 거리가 어느덧 삼십여 장쯤 가까워졌을 때, 유영과 동료들은 일제히 땅을 차고 달려 나갔다.

때를 같이해 기다렸다는 듯 당백요의 양쪽 허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번쩍! 콰쾅!

빛이 뿜어져 나오자마자 북궁도의 앞쪽 공간이 일그러지고 폭음이 일었다.

터터…… 턱!

당백요가 날려 보낸 기운을 맞받아친 북궁도는 십여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다.

순간 당백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짐작보다 북궁도의 무공이 더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신형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촤르르르…….

당백요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북궁도의 뒤를 따라붙고 있던 고수들도 사방으로 흩어졌다.

희끗한 그림자 하나가 고수들 속으로 파고들더니, 사방으로 분신을 하듯 늘어났다.

머리 하나가 땅으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투툭.

연이어 또 다른 머리가 땅으로 굴러떨어지며 피가 쏟아져 나왔다.

어느새 하늘로 몸을 띄운 당백요가 지상을 향해 쌍검을 뿌렸다.

쏴아아…….

검의 그물이 하늘을 메웠다.

한순간에 하늘을 수없이 난도질하며 쏟아져 내리는 검광은 지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갈라놓았다.

그것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고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자체였다.

콰콰콰…… 콰쾅!

크으윽, 크윽…….

여기저기서 억눌린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끊어진 팔다리와 몸뚱이들이 더운 피를 쏟아 냈다.

땅으로 쏟아져 내린 기운들은 언덕보다 조금 더 높은 야산의 나무들과 풀까지 베어 버렸다.

가슴을 길게 베인 북궁도는 이를 악물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신후 당백요는 자신의 힘으로 오를 수 없는 하늘에 맞닿은 산이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였다.

후방을 점한 당백요의 쌍검이 북궁도의 양쪽 어깨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끼끼끼……! 까깡!

머리 위로 쳐올린 도를 비껴 내려간 쌍검이 허리를 파고 들어왔다.

무릎까지 땅속에 박혀 버린 북궁도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콰쾅!

유영이 가까스로 북궁도와 당백요의 사이에 파고들며 쌍검을 막아 냈다.

하지만 당백요의 쌍검을 막아 낸 유영의 신형은 공중을 날아 오 장 너머 땅바닥에 처박혔다.

끄으으…….

땅바닥에 처박혔다가 몸을 일으키는 유영의 몸은 온전하지 못했다.

왼팔은 거의 잘려 나가 덜렁거렸고 얼굴은 쩍 벌어져 붉은 피로 가득했다.

당백요의 쌍검은 또다시 북궁도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당백요는 북궁도의 목숨을 거두지 못했다.

까깡!

허리와 목을 파고드는 창과 도를 튕겨 낸 그녀는 황곡 고수들의 목과 허리를 베어 내며 지나갔다.

파파파팡!

때를 같이해 북궁도의 몸이 회전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홍련개화(紅蓮開花).

북궁도는 모든 내공을 일도에 쏟아 넣었다.

순간 당백요의 온몸은 새하얀 기운을 휘감고 있는 쌍검에 휩싸였다.

하늘을 붉게 물들인 붉은 검영은 새하얀 기운에 휩싸인 당백요를 휩쓸었다.

새하얀 기운은 안개 같은 붉은 기운을 가르며 북궁도를 양단하듯 다가왔다.

콰콰콰…… 콰콰쾅!

번쩍이는 기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언덕보다 조금 높은 야산이 흔들리고, 뿌연 먼지가 누렇게 피어올랐다ㄴ.

커억,!

피를 게워 내는 북궁도의 목을 검신이 파고들어 갔다.

스아아…….

북궁도의 목을 꿰뚫은 검은 당백요의 손으로 되돌아갔다가 또 다른 목숨을 노리며 날아갔다.

휘리리리…….

간신히 당백요의 검을 피해 낸 북궁도의 앞을 다섯 명의 고수들이 막아섰다.

그들은 북궁도의 앞을 막아서자마자 당백요를 향해 병기를 뻗어 내며 날아올랐다.

동서남북, 사방과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몸을 관통하며 밝은 빛이 뿜어졌다.

투툭, 툭…….

고수 다섯 명의 몸뚱이는 잘린 두부처럼 조각이나 바닥으로 흘러 떨어졌다.

울컥.

무지막지하게 강한 무공을 뽐내던 당백요의 입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빠르게 아물어 가던 내상이 도진 모양이었다.

‘감히…….’

당백요는 자존심이 상했다.

비록 자신과 맞서고 있는 자들이 강호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수들이라고는 하나, 저들은 엄연히 자신들이 키워 낸 자들이었다.

“사부님!”

“나서지 마라!”

여문탁의 뾰족한 외침 소리에 그녀의 눈에서 시퍼런 광망이 쏟아졌다.

서걱.

등 뒤를 파고들던 자의 목을 쳐 버린 당백요는 갑자기 균형이라도 잃었는지 몸을 비틀거렸다.

다리가 잘리고 가슴뼈까지 드러나 바닥을 뒹굴며 꿈틀거리던 고수 하나가 그녀의 발목을 움켜잡은 것이다.

어찌 이리도 지독하단 말인가.

서걱.

당백요의 발목을 움켜잡은 팔이 통째로 잘려 나갔지만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손은 그대로 남았다.

핏.

처음으로 당백요의 등이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한 팔을 잃고 가슴이 쩍 벌어진 또 다른 고수 하나가 맨몸으로 당백요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악.

맨몸으로 달려들던 고수의 몸이 세로로 갈라져 양옆으로 쓰러졌다.

‘금방 따라가마.’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에도 유영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곧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선주가 있을 것이고 먼저 간 동료들도 있을 것이다.

선주 앞에서 당당하려면 반드시 북궁도를 살려 보내야 한다.

파파팍!

유영의 신형이 사방을 나뉘어 분열을 일으키자 살아남은 동료들의 신형도 분열했다.

분열한 그들의 신형은 수없이 교차하며 북궁도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우…… 웅!

당백요의 양손에 쥐여 있던 쌍검은 휘황한 빛에 휩싸여 거대해졌다.

거대해진 하나의 검은 북궁도를 향해 뻗어 나가고 또 하나의 검은 공간을 횡으로 갈랐다.

콰콰콰…… 콰쾅!

고수들도 자신의 병기에 희뿌연 기운을 휘돌리며 거대한 검과 맞부딪쳤다.

거대한 검에 병기들과 몸이 휩쓸렸다.

크읍.

‘하필이면.’

살아남은 고수들을 전멸시키려 전진하던 거대한 검은 순식간에 빛을 잃으며 줄어들었다.

당백요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유영을 피해 신형을 움직였다.

조금만 더 내공이 이어졌다면 자신을 화나게 한 저자들을 전부 죽여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콰쾅!

땅바닥을 뒹굴고 있는 고수가 날려 보낸 도를 쳐 낸 당백요의 눈앞으로 고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고수의 도는 당백요의 잔상을 잘랐으나 당백요의 검은 고수의 가슴을 가르고 목을 쳐 냈다.

어느새 또 다른 고수가 등 뒤에서 그녀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당백요는 허리를 굽히며 몸을 돌렸다.

검이 고수의 허리를 가르며 빠져나간다.

이제 남아 있는 자들은 북궁도를 포함해 고작 넷.

끝까지 살아남아 있던 고수 우백의 왼손에서 수많은 비침들이 쏟아졌다.

따다다다다당!

당백요를 향해 쏟아졌던 비침들이 휘황하게 빛나는 검막에 막혀 튕기고 부서졌다.

비침들을 막아 낸 당백요의 검은 우백의 복부를 꿰뚫었다.

순간 우백은 당백요를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오른손에 잡고 있던 단창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양손은 당백요를 끌어안았다.

아니, 끌어안으려 했다.

툭.

우백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우백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머리 없는 그의 양손은 검을 쥐고 있는 당백요의 양팔을 굳게 잡고 있었던 것이다.

서걱.

우백의 양팔이 잘리고 몸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선주 도운패를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도를 날려 당백요의 목을 베어 냈다.

핏!

당백요의 목에 붉은 선이 생기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신이라 불리고 있는 괴물이었다.

쫘…… 악.

여인의 몸은 비스듬히 갈라져 양편으로 쓰러졌다.

양편으로 갈라진 틈으로 유영의 도가 당백요의 목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콰쾅!

도를 비껴 막은 당백요의 눈에 공간을 붉게 물들이며 날아오고 있는 수많은 도첨들이 보였다.

홍련개화.

‘안 돼.’

당백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검과 유영의 도가 교차하며 지나갔다.

교차해 지나간 당백요의 검은 공간을 붉게 물들이며 다가온 기운들을 가르며 전진했다.

털썩. 끄으으…….

당백요를 스쳐 지나간 유영의 몸이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아아아악!

그리고 당백요의 입에서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직까지 우백의 양손이 매달려 있던 당백요의 한 팔이 거의 다 잘려 어깨에서 덜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부님!”

“패주!”

뒤쪽 야산에서 지켜보고 있는 여문탁과 고수들도 놀라 소리쳤다.

쿨럭…… 쿨럭…….

북궁도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피를 계속해서 토해 내고 있었다.

북궁도는 사부의 도를 굳게 잡으며 자리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스악…….

하지만 그보다 먼저 당백요의 검이 북궁도의 양 허벅지를 갈랐다.

몸을 일으키던 북궁도는 다시 바닥으로 쓰러져 나뒹굴었다.

끄으으으…….

북궁도는 도를 땅에 짚으며 또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스악…….

이번에는 도를 잡고 있던 팔이 잘려 나갔다.

한 팔을 잃은 북궁도는 고개를 들어 당백요를 쳐다보았다.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머리카락이 올올이 서고 푸른 광망으로 번뜩이는 당백요의 눈이 북궁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

북궁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감히…… 감히…… 하찮은 것들이…….”

서걱.

끄으으으으…….

당백요는 북궁도의 남은 한 팔마저 잘라 냈다.

북궁도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곧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 내 당백요를 올려다보았다.

‘제자를 한 번쯤 살려 보내 주면 좋겠어.’

당백요는 도운패와 그런 약속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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