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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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90화
제190화. 강호는 다시 혼란 속으로(3)
콰쾅! 쾅!……!
끄으으…… 쿨럭!
억눌린 신음 소리와 함께 태사환의 입에서 핏덩이가 튀어나왔다.
그는 이미 왼팔이 잘리고 다리가 길게 베어져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낄낄낄낄……
피를 뒤집어쓴 마적강은 비웃음으로 그를 조롱했다.
“감히…… 감히 네까짓 것들이 나의 것을 빼앗으려 하느냐.”
“미……친……놈.”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태사환이었지만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마적강의 조롱을 되돌려주기까지 했다.
“네…… 놈은 이 땅의 패자는…… 되지 못할 것이다.”
마적강의 붉은 눈알이 허옇게 뒤집히고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졌다.
콰쾅!
크어억!
간신히 마적강의 창날을 쳐 낸 태사환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낄낄낄……
“또 한 번 그 잘난 주둥이를 나불거려 봐.”
퍽!
마적강은 땅바닥에 늘어져 있는 태사환의 허벅지에 창날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끄으으으……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 낸 태사환은 마적강을 올려다보며 억지로 미소를 그렸다.
“어리석은…… 놈.”
더 이상 참지 못한 마적강은 바로 태사환의 목을 꿰뚫었다.
퍽!
마태환을 죽여 버린 마적강도 땅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수 열세 명과 싸워 그들을 모두 쓰러뜨리기는 했지만, 내공과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크크크크…….
마적강은 손등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핏물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이제야 깊게 패인 어깨의 상처를 발견한 것이다.
피가 흐르고 있는 곳은 어깨뿐만이 아니었다.
전신 곳곳에서 적지 않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흙을 적시고 있는 핏물을 내려다보고 있던 마적강의 눈빛이 번뜩였다.
크크크크…….
창을 짚고 몸을 일으킨 그는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무인들을 응시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다가들고 있는 저들의 신법은 또다시 험난한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후우…….
마적강은 조심스럽게 몸속의 내공을 움직였다.
십여 장을 격하고 멈춰 선 영파는 주변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빠르게 살폈다.
동료들의 주검이 영파의 눈을 아프게 찔러 댔다.
“태사환!”
동료들 중에 하나가 태사환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울부짖듯 소리쳤다.
영파의 전신에서도 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분의 영을 받고 왔느냐?”
얼음보다 차가운 목소리가 마적강의 귀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낄낄낄…….
“그분? 너희들은 시천세, 그 개만도 못한 놈을 그분이라고 부르는구나.”
시천세의 수하들 중에 그의 이름을 이렇게 함부로 입에 올려 모욕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동천도 마찬가지였다.
동천의 고수들 중에 남궁악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반역이로군.”
“반역?”
낄낄낄낄…….
영파의 말에 마적강은 미친놈처럼 웃어댔다.
“동천의 주인께서 너를 원하신다. 어찌하겠느냐? 네가 항복한다면 주인께서 후하게 대할 것이다.”
영파는 살 떨리는 분기를 참아 내며 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그건 마적강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항복? 내게 항복이라고 했나? 남궁악에게 전해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한다면 고려해 보겠노라고.”
크하하하하……!
고개까지 젖히며 웃어 대는 마적강이었다.
이자는 위험하다.
천주는 이자를 수하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이런 자는 일찍 죽여 없애야 한다.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 때문에라도 이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영파.-
-저놈은 마인이다, 영파.-
동료들도 저자의 죽음을 독촉했다.
그러나 영파는 공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천주께 허락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돌아가자.”
“영파, 나는 도저히 네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스릉,
동료 하나가 검을 빼 들며 마적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때를 같이해 영파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또한 마음으로는 당장 이 자리에서 동료들의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눈부신 검광은 한순간에 마적강의 전신을 수십 갈래로 갈라놓았다.
찰나의 순간에 신형을 뒤로 물렸던 마적강은 전면을 뒤덮고 있는 검의 파도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웅혼하고 거대한 기운이 창날을 휘감고 돌아 창끝으로 빠져나왔다.
콰콰콰,쾅!
그 기운은 영파와 동료들을 휩쓸고 지나가며 땅거죽까지 뒤집어 놓았다.
바람은 구름처럼 이는 먼지를 안아 빠르게 사라져 갔다.
으으음,
영파는 충격으로 떨리고 있는 검을 진정시키며 오연하게 서 있는 마적강을 노려보았다.
동료들 또한 마적강의 무공에 충격을 받았는지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입고 있는 무복은 한순간에 걸레 조각처럼 찢어져 너풀거렸고 몸에서는 핏물까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낄낄낄낄…….
“뭐하고 있나? 어서 오지 않고.”
붉은 피로 온몸을 적시고 있는 마적강은 흉신악살과 다름이 없었다.
“물러난다.”
“영파.”
영파가 먼저 발을 뒤로 물리자 동료들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달포 안에 다시 온다.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한다.”
이어진 그의 말에 동료들도 뒤로 물러났다.
마적강은 물러나는 영파와 동료들을 비웃음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마적강의 입에서 한 줄기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크억…….
핏덩이까지 게워 낸 마적강은 선주의 전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낄낄낄…….
걸음을 옮기고 있는 마적강의 입에서 끊임없이 웃음이 흘러나왔다.
놈들은 달포 안에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절대로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결과가 비록 죽음이라 하더라도.
이곳은 이제 나의 집이다.
“이런 얘기가 있더군요. 집이라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저곳을 당신의 집이라 생각하고 있나요?”
산봉우리에 서서 신교를 내려다보고 있는 비강의 옆으로 신녀 강무화가 다가왔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마을 한쪽 공터에는 지금 수천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활과 화살이 들려 있었다.
지금 신교의 무인들은 마을사람들에게 궁술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의 사정을 모르고 지껄여대는 말이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요.”
“알고 있소.”
“그런데 왜 나를 이곳까지 불러내셨나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괜히 가슴까지 두근거리네요.”
바로 이것이 비강이 신녀를 꺼려 하는 이유들 중에 하나였다.
그녀의 말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불렀소.”
“말씀해 보세요.”
“천상종이 뭐요?”
신녀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어렸다.
그러나 그 기색은 나타나기 무섭게 사라졌다.
“무(巫)를 추구하는 선종(仙宗)의 한 갈래로 이곳의 무공과는 궤를 조금 달리하고 있어요. 보통 일인전승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그 무공을 가르쳐줄 수 있어요. 어차피 저는 제자를 둘이나 받았으니 일인전승의 규율을 깨뜨린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무공을 타인에게 함부로 전수해도 되는 거요?”
“당신이라면 상관없어요.”
비강은 신녀의 무공을 얻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다만 예전부터 그녀가 흘리고 있는 오묘한 기운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떤 무공이오?”
“귀신을 이용하거나 스스로 귀신이 되어 움직이는 무공이에요.”
“선종이 아니라 귀종이라 불러야 하겠군.”
“그건 당신이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귀(鬼) 또한 선(仙)에 속해 있어요.”
‘귀’니 ‘선’이니 하는 것들은 잘 알지 못한다.
비강이 관심이 있는 것은 오묘한 기운과 어울리는 무공이었다.
“한번 보여 주시겠소?”
“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말해 보시오.”
신녀는 비강을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거의 얼굴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과 비무를 원해요. 나를 잡는다면 상관없겠지만, 나를 잡지 못한다면 내 부탁 하나를 들어 주어야 해요.”
어이없는 신녀의 말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오묘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강의 상대는 아니었다.
“부탁이 뭐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좋소. 만약 내가 당신을 잡지 못한다면 그 부탁이란 것을 들어 주겠소.”
비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녀는 전에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지금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신녀는 비강과의 거리를 벌렸다.
십 장 정도 거리를 벌리자 그녀의 옷자락과 옷소매가 바람이 들어간 것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시작해요.”
“가오.”
잠시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비강이 발을 내디뎠다.
순간 한 줄기 바람과 함께 비강이 사라졌다.
십장의 거리를 순식간에 건너뛰고 있는 비강의 눈에 신녀의 모습이 보였다.
신녀는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조금 흐릿한 형체의 신녀와 명확한 형체의 신녀.
분명 하나는 신녀의 잔영일 것이다.
비강의 손은 우악스럽게 명확한 형체의 목줄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손으로 전해 오는 감각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신이 패했어요.”
조금 흐릿했던 신녀의 형체가 명확해지며 환하게 웃었다.
비강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을 들어 움켜쥐었다.
“만약 내가 검을 들고 있다면 당신은 그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이 위태로웠을 거예요. 아니, 당신이라면 위태로운 지경까지는 빠지지 않겠지요. 그 검을 피해 내거나 막았을 테니까요.”
“내가 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겠소. 다시 한 번 해 주시겠소.”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한 비강의 요청에 신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십 장 정도 거리를 벌린 비강은 그녀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명확한 형체가 아닌 흐릿한 형체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부탁하겠소.”
“좋아요. 대신 앞으로 나를 경계하지 마세요.”
신녀도 비강이 자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애써 보겠소.”
“약속한 거죠?”
“그렇소.”
십 장 정도의 거리가 벌어지고 비강의 신형이 사라졌다.
수십으로 늘어난 잔영들 중에서도 정확하게 본체를 찾아냈던 비강이었다.
그런데 신녀는 달랐다.
단 둘밖에 없었지만 어느 것이 잔영이고, 어느 것이 본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비강은 명확한 형체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손안으로 감각이 전해져왔다.
“어떻게 나를 찾았나요?”
손목을 붙잡힌 신녀가 물었다.
“보였소, 그리고 느꼈소.”
이번에는 신녀가 놀란 눈으로 비강을 쳐다보았다.
“당신 같은 사람은 정말 처음이에요.”
“선(仙)이니 귀(鬼)니 하는 것들은 나는 잘 모르오. 하나 세상의 모든 무공은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만은 알고 있소.”
“그것이 뭔가요?”
“살(殺).”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대답이었다.
“여전하시네요.”
안타까움이 역력한 신녀의 말이었으나 비강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비강이 바라보고 있는 무공의 본질이 살(殺)이었고 추구하고 있는 것도 살이었다.
“아. 미안하오.”
비강은 여태까지 잡고 있던 신녀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제법 강하게 쥐고 있었던지 그녀의 손목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신녀는 손목을 어루만지며 예쁘게 웃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금방 괜찮아질 테니까.”
“그 보법의 이름은 뭐요?”
“없어요. 다만 사부께서는 귀신의 움직임과 흡사하다고 하셨어요.”
“귀보(鬼步)로군.”
비강의 말에 신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은 어디에나 존재하니까요.”
“어디에나 존재한 다라…….”
비강은 신녀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들어갔다.
‘어디에나 존재한다? 어디에나……, 그것은 실(實)인가, 아니면 공(空)인가…….’
눈앞에 다시 신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독고일의 얼굴로 변해 갔다.
‘아저씨…….’
눈치 빠른 신녀가 비강의 상태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뒤로 물려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