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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89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89화

제189화. 강호는 다시 혼란 속으로(2)

 

 

 

드디어 남선에 도착했다.

쿵 쿵 쿵 쿵…….

요동치는 심장으로 인해 숨이 턱턱 막혔다.

‘이곳은 원래 내 것이었어. 아무도 내 것을 빼앗아 가지 못해. 시천세가 원한다하더라도 절대로 내주지 않을 거야.’

마동에서도 아무도 자신의 것을 가져가지 못했다.

감히 그의 물건을 탐내는 자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물건을 탐낸 자들 중에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냐?”

흥분에 겨워 남선을 주시하던 마적강을 남선의 무인들이 발견했다.

스아아……,

순간 마적강이 서 있던 자리에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다가 흩어졌다.

회오리바람이 사라진 자리에 마적강은 없었다.

그는 이미 남선 무인들의 일장 앞에 당도해 있었다.

허억!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마적강으로 인해 남선 무인들이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스아악,

부릅뜬 눈을 하고 있는 남선 무인들의 목 어름에 혈선이 그어지고, 마적강은 그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투툭…… 털썩,

마적강의 등 뒤로 무인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난 총관 표충은 시녀들을 불러 물을 떠오게 했다.

시녀들이 물을 떠오자 그는 먼저 손과 얼굴을 씻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가다듬었다.

비녀를 꽂아 머리카락을 고정시킨 표충은 깨끗한 학창의를 입고 방을 나섰다.

현재 남선은 무인들이 부족했다.

아니 동천의 남궁악을 흠모해 몰려든 무인들은 많았으나, 쓸 만한 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 중천과의 싸움으로 인해 남선의 기둥이나 대들보 같은 자들은 대부분 전사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표충은 원래부터 중천의 사람이었고 총관 벽하원의 사람이기도 했다.

‘강호가 중천의 세상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놀랍게도 중천은 애써 빼앗은 남선을 동천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이곳 남선에는 동천 무인 열두 명이 들어와 있었다.

하나하나가 절대고수라 불릴 만큼 대단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어 남선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거역하지 못했다.

원래 열세 명이 들어왔으나, 그들을 이끌고 들어왔던 영파라는 자는 남선을 수습한 후 동천으로 되돌아갔다.

지금 동천을 관리하고 있는 자는 태사환이라는 이름의 고수였는데, 그는 원래 남궁세가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태가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태가는 무가가 아닌 문가였다.

때문에 태사환은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하고 영리했다.

때마침 안휘 남궁세가에도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궁유라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늘 상 둘이 비교가 되곤 했다.

하지만 남궁세가에서는 그 소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신동은 오로지 남궁세가의 아이가 들어야 할 칭송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참다못한 남궁세가는 태가를 찾아가 두 아이의 학문을 겨루게 했는데, 결과는 누가 보더라도 태사환의 한수 위였다.

태가의 가주는 아들이 자랑스러웠으나 남궁세가가 두려웠다.

고심 끝에 아들을 호북에 있는 학당으로 잠시 나가 있게 했다.

그사이 결국 남궁세가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태가를 핍박했다.

태가의 가주는 직접 남궁세가를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냉대뿐이었다.

그 후로 태가의 재산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태가가 운영하는 가게에 불이 나거나 소작농들이 이유 없이 죽어 나가기도 했다.

그것이 전부 남궁세가가 꾸민 짓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호북에 있는 아들을 만나고 돌아오던 태가의 가주는 흉수들을 만나 가인 몇 명과 함께 불구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들은 가모 또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 태가는 흉가처럼 변해 버렸다.

호북에서 학당을 다니고 있던 태사환은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렸고, 울분에 차 복수를 다짐하게 되었다.

소년은 운이 좋게도 남궁악을 만나 황곡으로 들어갔다.

그가 남궁악과 함께 강호로 다시 나왔을 때 남궁세가는 멸문지화를 당했다.

‘당분간은 동천에 허리를 숙이고 있어야겠지.’

태사환을 만나기 위해 담장 길을 따라 걷던 표충은 누군가 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낯이 익은 자인데…….’

표충은 얼른 정체 모를 사내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이윽고 그 사내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야수처럼 붉은 눈알에서 흉흉한 살기가 뿜어 나왔다.

어헉!

화들짝 놀란 표충은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어찌 저 얼굴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저 사내의 창 아래 수많은 무인들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고, 남선은 굴욕적인 항복을 해야 했다.

“표충이 마 대협을 뵙습니다.”

크크크크…….

끈적하고 흉흉한 살기를 흘리던 마적강이 천천히 창을 들어 올렸다.

온몸의 털이란 털은 전부 곤두서는 살기를 접하자 표충은 겁을 집어먹었다.

이자는 대단한 무공만큼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대협. 하찮은 이 한목숨을 베어 버린다고 해서 대협께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표충이 막 말을 끝마쳤을 때, 무인 두 명이 왼쪽 골목에서 그들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서걱…… 투툭,철퍽.

그들은 마적강의 얼굴조차 확인하지도 못한 채 목이 떨어졌다.

죽는다.

표충은 마적강이 자신을 살려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러나 저자는 절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저자가 이곳에 나타났으니 중천의 고수들 또한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대협, 저는 원래 중천의 사람입니다. 천주님의 영을 받아 남선의…….”

크크크크…….

사이한 웃음소리가 마적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퍽!

창날은 표충의 목을 단번에 꿰뚫었다.

커어억! 꺽…… 꺽!

마적강은 피가 솟구치는 목을 두 손으로 움켜잡으며 괴로워하는 표충을 내려다보았다.

퉤!

축 늘어진 표충의 얼굴에 침을 뱉은 그는 바로 신형을 돌려 선주의 전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기다리며 벽가의 식객으로 뒹굴다가 드디어 세상에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았던 표충이 허무하게 스러져 갔다.

마적강의 걸음은 조금 빨랐다.

이곳에 여러 날 있었기에 남선의 지리는 훤했다.

‘오는구나.’

은밀하면서도 바늘로 살을 찌르는 것 같은 살기들이 앞쪽에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스으으…….

땅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인 마적강의 신형은 담을 넘고 지붕을 넘었다.

막 땅으로 내려서려던 그의 눈앞으로 흐릿한 신형 하나가 치솟아 올라왔다.

슈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마적강의 머리 위로 검이 떨어져 내렸다.

그 강력한 기세는 일 검에 머리는 물론이고 몸뚱이까지 반으로 쪼개놓을 것 같았다.

까깡!

검신과 창날이 충돌하고 머리를 쪼개오던 무인은 뒤쪽으로 훌훌 날아갔다.

마적강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로 날아가는 무인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아니, 찔러 넣으려 했다.

어느새 등 뒤를 따라붙은 또 다른 무인이 뒷목을 향해 검을 날리고 있었다.

쾅!

공중에서 황급히 몸을 비튼 마적강이 검을 막아 냈다.

‘여느 놈들과는 다르단 말이지.’

공중으로 튕겨 날아간 마적강의 머리와 허리를 향해 앞뒤에서 무인들이 검을 날렸다.

막 땅을 밟은 마적강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검과 검이 마적강의 목과 가슴을 베자마자 그의 신형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커어억!

창날에 심장을 꿰뚫린 무인이 쓰러지고 뒤이어 두 번째 무인의 목이 달아났다.

크크크크…….

마적강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는 적들을 노려보았다.

담장을 넘고 지붕을 타며 날아드는 적들의 신법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저놈.’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는 적들 중에 가장 약해 보이는 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적강은 창을 들어 그쪽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쾅!

뿌연 기운에 싸인 철창과 철편이 부딪쳤다.

철편을 쥐고 있던 사내는 날아 들어가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 날아갔다.

포위망을 돌파한 마적강은 튕겨 날아가는 적의 목을 향해 창날을 찔러 넣었다.

쿠륵,

괴이한 소리와 함께 목과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온 적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완숙아!”

 

이른 아침 무공 수련을 마치고 강물에 몸을 씻은 태사환은 거처로 돌아가기 위해 언덕을 올랐다. 

“뭐……냐?”

온몸을 엄습해 오는 이 차디찬 살기의 정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얼마나 차가운지 머리털까지 곤두설 정도였다.

‘중천의 기습인가?’

바로 그때 저 멀리 지붕 위로 날아오르고 있는 무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인들 중에는 동료들도 있었고 천주가 따로 양성한 고수들도 있었다.

태사환은 왼손에 들고 있던 헌옷을 집어던졌다.

슈아아아아…….

바람이 스쳐 가는 소리가 귓가로 들리며 멀리 보이던 집들이 빠르게 눈앞으로 다가왔다.

집집마다 밖으로 뛰쳐나온 남선의 무인들은 구경만할 뿐 저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담장을 발로 찬 태사환의 신형은 지붕 위로 날아내리고, 지붕을 발로 차며 또 다른 지붕 위에 날아내렸다.

“와, 완숙아!”

지붕과 지붕을 건너뛰어 날아가던 태사환의 눈에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인이 들어왔다.

그는 목이 꿰뚫리고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완숙아…….”

완숙은 동료들 중에 무공이 가장 약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도 성격이 밝고 동료들을 위했기에, 그를 꺼려 하는 동료들이 없었다.

특히 술을 좋아했는데 동료들을 위해 직접 술을 담그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를 찾아가면 항상 술이 있었다.

으드드득…….

“이놈!”

형언치 못할 분노로 인해 이까지 부서져 떨어졌다.

지붕을 차고 날아오른 태사환의 아래쪽에서 창날이 치솟아 올라왔다.

바로 마적강의 창이었다.

콰쾅!

창을 후려친 태사환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땅으로 내려섰다.

콰쾅……!

희뿌연 기운들이 어지럽게 충천하는 가운데 마적강은 고수들과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었다.

휘황한 기운을 덧씌운 창날은 마적강의 전신을 보호하며 휘감고 돌았다.

태사환은 휘황한 기운에 휩싸인 마적강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쿠우웅!

검극과 창극이 만나는 순간 공간이 수축했다가 터져 나갔다.

크으으……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 나간 태사환의 귓속으로 흉적의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크……,

흉적의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태사환의 눈에 불이 일었다.

놈은 황곡의 동료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신과 동료들을 웃도는 절대무공을 소유하고 있었다.

“마적강!”

태사환은 그제야 흉적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놈은 석장과 함께 중천 고수들의 선봉에 서서 남선을 함락시킨 절대고수였다.

크아아악!

또다시 고수 하나가 마적강의 창날에 꿰어 쓰러졌다.

이제 남은 고수들이라고는 태사환을 포함해 다섯 명이 전부였다.

콰콰쾅!

머리와 가슴, 하복부로 동시에 날아드는 태사환의 검을 쳐 낸 마적강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광인의 웃음소리와 함께 고수의 머리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작은 나룻배에서 뛰어내린 영파는 동료 셋과 함께 남선의 본거지를 향해 달려갔다.

언덕을 오르자마자 스며드는 쩌릿한 살기와 혈향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했다.

놈의 추격이 너무 늦었다.

이른 아침에야 비로소 놈이 남선으로 들어갔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바로 배를 잡아타고 남선에 도착했지만, 뭔가 크게 일이 잘못된 것만 같았다.

“여기 시신들이 있어. 사흔을 보건데 이자들을 죽인 것은 창이야.”

동료들 중 하나가 시신을 발견하고는 흉수가 사용한 병기까지 추측해 냈다.

“마적강, 그놈이 확실해.”

그리고 또 다른 동료는 흉수의 정체를 밝혀냈다.

콰쾅! 쾅!……!

저 멀리에서 절대고수들이 싸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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