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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 연비강 185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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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85화

제185화. 겨울이 지나가며(2)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은 전부 떠나거나 죽었다.

아저씨가 그랬고 북궁도가 그랬으며 장경주 또한 그러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염화영, 풍천양, 도운패가 죽었다.

이제 곁에 남은 사람은 담노, 그 한 사람밖에 없었다.

쿨럭…… 쿨럭…….

그러나 곁에 남아 있는 한 사람마저 요즘 많이 편찮아 보인다.

“저는 괜찮습니다, 교주님. 그러니 그만 돌아가 쉬십시오.”

담노는 오히려 비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곁에서 병을 돌보고 있던 이종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부교주님을 돌볼 터이니 돌아가 쉬십시오.”

“알겠소. 부탁하오.”

담노의 방을 나온 비강은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부교주님께서는 괜찮을 것이니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신녀 강무화의 위로가 오늘만큼은 반가웠다.

그녀의 예언이 이번만큼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길 바라고 또 바랐다.

“쉬지 않고 왜 나오셨소?”

“술 생각이 나서 나왔어요.”

신녀는 손에 들고 있는 술병을 들어 보였다.

“조금 남았는데 드실래요?”

“주시오.”

신녀에게서 술병을 건네받은 비강은 단숨에 술을 비웠다.

크으,

하지만 신녀의 말과는 달리 술병 안에 들어 있는 술의 양은 상당히 많았다.

술을 비워 낸 비강은 별말 없이 비워 낸 빈병을 그녀에게 건넸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군요. 그렇죠?”

이 여자는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도 잘 아는 것일까?

비강이 시선을 주자 신녀는 눈이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하하하하…….

그 모습이 마치 요물처럼 보였다.

“강호를 평정한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나요?”

웃음을 그친 신녀의 입에서 뜻밖의 질문이 흘러나왔다.

“내가 강호를 평정할 수 있을 것 같소?”

그러나 비강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되물었다.

“모르겠어요.”

“당신은 앞일을 훤히 내다보는 신녀가 아니오?”

빈정거리는 비강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신녀는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제가 앞일을 전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주 극히 일부만 볼 수 있어요.”

“너무 겸손한 대답이군.”

“겸손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자, 이제 대답해 봐요. 만약 무림을 평정한 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없소.”

비강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그리고 이 대답은 충분히 신녀를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강호를 평정할 이유가 없잖아요?”

비강은 속내의 일부를 드러냈다.

“죽일 자들이 많아 강호를 평정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오.”

신녀의 안색은 그늘로 어두워졌다.

“그렇……군요. 당신의 가슴속에는 원한과 복수심밖에 없군요.”

“그렇소.”

어두워졌던 신녀의 안색은 금세 밝아졌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해야겠죠. 그런데 그것이 전부는 아니죠?”

역시 이 여자는 상대하기가 너무 까다롭고 힘들었다.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 것이 많단 말인가?

그때 비강을 구원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빠르고 가벼운 발자국 소리로 보아 담혁수가 분명했다.

잠시 후 언덕을 올라온 담혁수는 비강에게 넙죽 허리를 숙였다.

“용 단주가 십만대산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용 단주의 방문에 비강의 마음도 조금 밝아졌다.

“귀한 손님이 밤늦게 찾아왔군. 사람들을 깨워 그들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라 이르시오.”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물건을 잔뜩 실은 수레들이 연이어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용 단주는 십만대산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강호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은 대부분 새외에서 조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곳으로 상행을 다녀온 것이다.

이번 상행에는 신교의 무인들과 상인들도 함께했기에 행렬은 끝이 없이 길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용 단주.”

용 단주도 밝은 얼굴로 비강의 인사를 받았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야 응당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인데 수고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비강과 용 단주가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마을 옆에 만들어 놓은 커다란 공터로 수레들이 연이어 들어오고 곧 천막이 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는 신교의 무인들이 장작을 내와 불을 피웠다.

말에게 먹일 풀을 나르는 신교의 사람들과 음식을 내오는 사람들, 거기에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 구경나온 아이들까지 더해 공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비강은 용 단주와 함께 자신의 전각으로 올라와 따로 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는 여러 각주들과 총관, 그리고 추옥민, 육선풍까지 참석했다.

교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자리라 그런지 총관 방과는 용 단주에게 아주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번에 새외에서 가져온 물건은 무엇입니까?”

“상아와 향신료, 값비싼 장신구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들을 중원에 팔면 이윤이 많이 납니까?”

“물론이지요. 아주 많이 남습니다.”

“그렇군요. 또 어떤 물건들이 이윤이 많이 납니까?”

“여러 가지들이 있지만 새외에서는 흔하나 이곳에서는 흔치 않은 약재들도 있고, 값비싼 철도 고가에 거래가 됩니다.”

용 단주는 상행에 이윤이 많은 것들을 숨기지 않고 대답해 주었다.

술잔과 술이 오가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가운데,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담정천이 물었다.

“새외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자잘한 난이 일어나기는 하나 대체로 안정적입니다. 특히 이번에 새외에서 큰 잔치가 있었는데……. 아……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용 단주는 뭔가 켕기는 것이라도 있는지 이야기를 하다말고 얼른 말을 얼버무렸다.

“말씀해 보십시오.”

듣고 있던 비강이 궁금했는지 용 단주를 재촉했다.

“아닙니다. 제가 술에 취해 잠시 말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하하…….

비강이 웃으며 다시 재촉했다.

“괜찮으니 말씀해 보십시오.”

용 단주는 어찌할 줄 몰라 하다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알게 될 터이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새외의 공주가 이번에 혼인식을 올렸다고 합니다.”

아……,

왜 용 단주가 말을 하지 않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갑자기 술자리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총관은 능글거리는 웃음까지 지으며 물었다.

“그 공주라는 여자가 예쁘답니까?”

크흠…… 큼…….

용 단주는 무척 곤혹스러웠는지 헛기침까지 하며 비강의 눈치를 살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이었소.”

비강이 대신 대답을 하며 술잔을 비웠다.

강호로 넘어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그녀와 가정을 꾸몄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먼저 떠난 것은 자신이었고, 강호에서 마음을 주고픈 여인을 만났다.

비록 마음을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걸 교주님께서 어찌…… 아…… 뭔가 있구나.”

그제야 술자리의 어색한 분위기를 알아챈 총관은 얼른 입을 닫았다.

“자, 듭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비강의 밝은 표정과 목소리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렸다.

각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비우던 용 단주는 품에서 호화로운 문양이 새겨진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소소한 것이나마 마음을 담았으니 받아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비강은 단 한번 사양도 없이 상자를 받아 열었다.

상자 안에는 푸른색 보석을 꿰인 팔찌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건 여인들의 팔찌가 아닙니까?”

“예.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나게 되신다면 선물하십시오.”

하하하하…….

비강의 입에서 밝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물이 기꺼워서가 아니라 용 단주의 마음 씀씀이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고맙습니다.”

술자리를 파한 비강은 담노가 걱정이 되어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깊은 밤이라 의원 이종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침상 위에 누워 있는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왜 또 찾아오셨습니까? 주인.”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을 자고 있던 담노가 눈을 떴다.

“제가 괜히 찾아왔군요. 주무십시오.”

“주인.”

담노는 비강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비강은 담노가 내미는 두 손을 맞잡았다.

“신녀가 제게 말하기를 담노는 아직 생이 많이 남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십시오.”

약간의 진실과 많은 거짓이 뒤섞인 비강의 위로였다.

허허…….

“옛 성인들이 이르기를 사람은 죽을 때를 안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그리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을 이미 예전부터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담노는 오래 사셔야 합니다. 저보다 더 오래.”

담노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가득한 흉터에 겁을 집어먹거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멀리했다.

그러나 저 흉터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어린 주인을 찾기 위한 그만의 유일한 방책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비강으로서는 저 흉터가 조금도 징그럽거나 흉하지 않았다.

“주인…….”

담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제가 죽더라도 반드시 천하제일인이 되시어 강호에 우뚝 서십시오. 그리하여 큰 주인님의 원수를 갚고 세상을 발아래 두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담노가 직접 눈으로 보셔야 합니다.”

열망으로 가득했던 담노의 눈빛이 깊숙이 가라앉았다.

“주인, 제게 작은 소망이 하나 있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쿨럭…… 쿨럭…… 커억, 컥…… 

갑자기 담노는 기침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 이원! 이 의원!”

비강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곧 방에서 쉬고 있던 이종이 달려와 담노를 살폈다.

“괘…… 괜찮소. 그러니 들어가 쉬시오.”

이종이 담노를 진맥했고, 비강도 담노의 손목을 잡아 몸 안의 기운을 살폈다.

기운의 흐름이 몹시 불안정했다.

비강은 자신의 기운을 담노의 몸 안으로 흘려보냈다.

창백했던 담노의 얼굴에 홍조가 돌고 거칠었던 숨은 안정을 되찾았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의원 이종의 말에 비강도 담노에게 흘려보내던 기운을 천천히 줄였다.

잠시 담노를 지켜보던 이종이 방을 나가자 눈을 감고 있던 담노가 입을 열었다.

“장 소저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주인, 떠난 사람은 잊으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장 소저와 주인은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비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주인께서는 좋은 배필을 맞이해 후사를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앞날에도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또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그러나 담노는 막무가내였다.

“주인…… 수연이나 신녀를 배필로 맞이하십시오.”

비강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담수연에게 다른 감정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신녀는 나이도 많았을뿐더러, 그는 그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강호를 주인의 왕국으로 만드시고 대대손손 번영을 누리셔야 합니다. 그것이 이 늙은이의 소원입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담노의 마음을 어찌 모를까.

“담노, 오래오래 사셔서 제 아들딸도 보고 손주손녀도 보셔야 합니다.”

비강이 은근슬쩍 말을 돌리자 눈을 감고 있는 담노의 얼굴에 푸근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그래야지요.” 

 

중천을 올려다보고 있는 마적강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감돌았다.

마동에 갇혀 지낼 때는 그곳이 강호의 전부였다.

그곳을 나오고 나서는 강호 무림이 얼마나 광활하고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었다.

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강호 고수들 중에 자신보다 강한 자는 없었다.

“그 둘을 제외하고 말이지.”

육 년 전에 자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에게서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강호에는 그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자와 비슷한 자가 또 한 명 존재하고 있었다.

동천의 남궁악.

동천의 주인과 중천의 주인만 쓰러뜨린다면 강호에서 자신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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