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 연비강 173화
무료소설 신마 연비강: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마 연비강 173화
제173화. 하오문주
비강은 담정천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앳된 청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앳된 청년은 벗들과 소를 잡아먹은 중팔이었다.
“특이한 청년이에요.”
강무화가 비강의 옆으로 다가와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뭐가 특이하단 말이오?”
“특별한 기운을 가진 것도 아닌데 잡귀들이 저 청년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잡귀라…… 정말 그런 것이 있기는 있소?”
“당신에게는 감히 범접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비강은 강무화의 이야기를 믿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어찌하여 내게 범접하지 못한다는 거요?”
“잡귀들도 독한 자는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더구나 당신은 수많은 강호인들을 죽였으니 어찌 잡귀들이 두려워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저 앳된 청년도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뜻이오?”
“아니요. 하지만 먼 앞날에 그렇게 될 운명이에요. 어쩌면 당신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대가로 저 청년이 죽지만 않는다면 아주 귀한 자리에 오르게 될 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자가 귀한 자리에 오른다는 말이오?”
“네. 죽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될 거예요. 강호에서 당신의 위치를 생각해 봐요.”
강호 무림에서 비강의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강호 무림의 새로운 무신이자 마왕으로 불리고 있는 연비강.
비강이 살아가고 있는 강호는 강함이 모든 것을 좌우하기에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오직 강한 자들을 죽여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 밖에 없었다.
비강은 강무화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당신 말이 맞소.”
“그래도 당신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그렇소.”
백 명이든 천명이든 상관없었다.
자신을 해하려는 자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허허…….
“두 분께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군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까?”
담노가 방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비강과 강무화에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담노.”
비강은 대답을 얼버무렸으나 강무화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앳된 청년을 가리켰다.
“저 청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아. 주중팔이라는 아이로군요. 제법 영리한 녀석이라 정천이 여러 가지 일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삐걱
그때 장경주가 기거하고 있는 장소의 방문이 열렸다.
엿새 만에 그녀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야 기운을 차린 모양이오. 참으로 다행스럽소. 아버님의 일은 안 되었으나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소.”
담노의 위로에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저…… 연 대협과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안으로…… 들어갑시다.”
비강은 장경주와 함께 다시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잠시 말을 아꼈다.
“할 말이 있으면 하시오, 장 소저.”
“네. 다름이 아니라 잠시 이 십만대산을 떠날까 해요.”
장경주는 일부러 밝은 얼굴과 밝은 목소리로 비강을 대했다.
더 이상 강호에 그녀가 마음 놓고 머물만한 곳은 없었다.
있다면 오직 이 십만대산이 유일했다.
“목적지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내가 데려다 주겠소.”
장경주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연 대협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거예요.”
비강은 그녀를 지그시 응시하다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거요?”
“하오문을 둘러보고 싶어요. 우선 이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하오문지부가 있으니 그곳부터 찾아가 살펴보고 싶어요. 그곳은 사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 다른 곳보다 안전할 거예요.”
비강은 장경주를 밖에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고 있으니 막아서는 안 된다.
“담 소저가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으니 옆에 붙여드리겠소. 되도록 빨리 다녀오시오.”
“고마워요, 연 대협.”
“그래. 언제 떠날 작정이시오?”
“준비가 되는 대로 오늘이라도 떠날 생각이에요.”
“알겠소.”
장경주의 방을 나온 비강은 담노에게 그녀의 말을 전했다.
담노는 장경주의 외출을 오히려 기껍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무엇보다 정보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주인. 장 소저가 그 일을 해결해 준다면 마땅히 곁에서 도와야 할 것입니다.”
비강은 장경주까지 이용하려는 담노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담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수였고, 그다음은 비강이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 것이다.
“주인. 이 늙은이가 잔인해 보이십니까?”
담노도 비강의 속내를 짐작했다.
“아닙니다. 응당 그렇게 해야겠지요.”
“이 늙은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노는 바로 담수연을 불러들였다.
“수연아, 너는 앞으로 장 소저와 함께 움직이며 보고 듣는 것들을 모두 너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담수연도 영리한 여인이었던지라 담노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님. 하오문보다 더한 정보조직을 우리 신교 안에 만들어 놓겠어요.”
담수연이 담노의 지시를 받고 나간 후, 비강은 다시 장경주의 방을 찾았다.
“담 소저가 장 소저를 지켜 줄 것이오.”
장경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손을 뻗어 비강의 손을 잡았다.
비강은 그녀가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지 않았다.
“제가 밖에 나가는 것은 아버지의 복수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연 대협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그러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요.”
장경주가 어떻게 하오문주의 복수를 한단 말인가.
결국 시천세를 죽여 하오문주의 복수를 대신 할 자는 비강 자신이 될 것이다.
그건 비강도 알고 있었고 장경주도 알고 있었다.
출발 준비를 끝낸 장경주와 담수연은 담노와 비강에게 작별을 고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버님. 다녀오겠습니다, 주공.”
“몸조심 하거라. 매사에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야.”
“조심하시오. 담 소저.”
“다녀올게요, 연 대협.”
“너무 무리하지 마시오. 힘에 부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돌아오시오.”
비강과 담노, 강무화는 산을 내려가는 장경주와 담수연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두 여인이 성문을 나서자 담노가 먼저 몸을 돌렸다.
“주인. 저와 술 한 잔 같이 하시겠습니까?”
비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났지만 강무화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내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랐건만…….’
아니, 어쩌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후아아…….
“부조장,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서패 본산에서부터 비강을 추적하고 있던 남선의 적룡조는 한숨만 푹푹 내쉬며 그 자리에 전부 주저앉았다.
그들은 참으로 딱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연비강이 있는 곳에 서패의 당백요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지금까지 갖은 고생을 다하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당백요가 벌써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남궁악에 의한 중천의 함락과 중천에 의한 남선의 항복까지도 전해 들었다.
이제 남선의 적룡조는 어떻게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가늠조차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실 그들은 연비강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알지 못했다.
깊은 서쪽이 아니면 북쪽이라 생각해 그중에 한곳을 찍어 탐문을 하며 이동했을 뿐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연비강에 대한 소문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천운이 따랐는지 흑도 놈들 몇을 족쳤는데, 그놈들이 연비강으로 보이는 자를 목격했다는 했다.
그자는 차가운 얼굴에 검은색의 무복을 입고 있었고, 손가락에는 반지까지 끼고 있었다고 했었다.
적룡조는 그자가 바로 연비강임을 확신했다.
평소 침착하고 속이 깊다는 춘일조차 그가 연비강일 것이라 말했으니 다른 조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적룡조는 연비강이 향했다는 북쪽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금세 찾아낼 것 같았던 연비강은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연달아 들려온 충격적인 소문은 연비강에 대한 추격을 중지시키기에 충분했다.
적룡조의 조원들은 전부 넋을 잃은 사람들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남선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
조원들 중 누군가의 의견에 다른 조원들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무얼 한단 말인가.
중천에 항복한 남선은 더 이상 남선이라 할 수 없었다.
복수를 하려 해도 그곳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자신들에게 복수할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장 북궁도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것도 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무슨 수로 무신을 당해 낸단 말인가.
그럼에도 서패까지 달려간 것은 조장 북궁도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술이나 한잔하며 앞일을 의논하는 게 좋겠어.”
부조장 지선방의 말에 조원들은 힘없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아무래도 많이 취해야 할 것 같았다.
객잔을 찾아 움직이던 그들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당신이 어찌 이곳에…….”
적룡조와 마주친 젊은 사내도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당신들은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오?”
적룡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그런 그들을 응시하던 사내가 몸을 돌렸다.
“따라 오시오.”
적룡조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선 젊은 사내를 따라 걸었다.
젊은 사내는 적룡조를 마을 밖으로 이끌었다.
마을에서 한참 벗어나 으슥한 숲길을 따라 걷던 사내가 물었다.
“남협의 복수를 위해 나선 것이오?”
“그래요. 백리혈 연비강을 찾아낸다면 그곳에 신후 당백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부조장 지선방의 대답에 젊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신후가 죽었으니 당신들은 어찌할 생각들이시오?”
“모르겠어요.”
지선방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심정을 말했다.
문득 젊은 사내는 걸음을 멈추더니 적룡조를 돌아보았다.
“혹시 소문 들었소? 남선이 동천에 넘어갔다는 소문 말이오.”
적룡조도 놀라 걸음을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중천의 시천세가 동천의 남궁악에게 남선을 넘긴 모양이오.”
잔뜩 굳어 있는 적룡조 조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협의로 유명했던 남선이 남의 손에서 놀아나는 장난감이라도 된단 말인가.
으으으…….
조원들은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숙인 그들의 얼굴 밑으로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젊은 사내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죽었나요?”
“확실한 것은 모르나 꽤 많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소. 시천세의 수하들이 저지른 짓이오.”
“당신도 중천의 고수가 아닌가요.”
지선방의 눈빛에서는 은은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녀뿐만 아니라 조원들의 몸에서도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이미 중천을 나왔소. 그래도 내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시오.”
젊은 사내는 양팔을 벌려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남선의 적룡조는 아무도 젊은 사내를 베지 못했다.
그들이 원하는 자는 이 젊은 사내가 아니라 중천의 시천세였다.
또한 그의 수하들이었다.
“공손 대협,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건가요?”
이윽고 마음을 추스른 지선방이 물었다.
“나와 뜻을 같이한 중천, 아니 북림의 젊은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오. 당신들도 아마 마음에 들 것이오.”
말을 마친 젊은 사내, 공손황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공손황이 한참이나 걸어 도착한 곳은 어느 낡은 장원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 시작할 거요. 비록 그 끝이 비참한 죽음이라 하더라도 말이오.”
삐……걱
장원의 낡은 문이 열리고 안쪽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꽤 넓은 연무장에는 젊은 무인들이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쪽에는 입으로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 여인은 북림의 순찰단주였던 약철빙이었다.